퀵바

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3,440
추천수 :
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9.04 22:10
조회
237
추천
11
글자
12쪽

#20. 한미 연합작전 (1)

DUMMY

민우는 리치의 개인 비서를 통해 또 한 번 그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셀마를 통해서 지옥으로 간다고 사전에 연락해놓은 상태여서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아, 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뭐 별거 없죠.”


여전히 우아한 자태로 와인을 마시고 있는 리치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나저나 이렇게나 빨리 깨다니, 셀마가 자네를 고른 이유가 확실하군요. 하하하.”


자기의 은퇴가 조금이나마 당겨진다는 생각에 리치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가만 보자...”


그는 민우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곧바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은데. 보아하니 꽤 강한 영혼도 흡수를 한 것 같네요?”


가이아르의 영혼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 크기의 영혼을 다루기엔 그릇이 작아.”


리치는 마시던 와인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자칫했다간 영혼에게 의식이 잠식당할 수도 있습니다.”


민우는 그때 온몸에 저릿하게 흘렀던 전류를 떠올렸다.

아마 그를 지켜주고 있는 아티팩트가 아니었다면, 리치의 말대로 잠식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 어찌 됐든 간에 여기에 왔다는 건 다음 퀘스트를 달라는 뜻이겠지요?”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


민우는 리치의 말을 잘랐다.


“영혼을 불러내는 스킬을 배웠는데, 혹시 앞전에 보여줬던 그것과 같은 겁니까?”


리치는 미소를 씨익 지으며 입을 쩌억 벌렸다.

또 한 번 입에서부터 기어 나오는 시꺼먼 망령.

이건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


“저도 그렇게 입에서 나와야 하나요? 인간들이 보기엔 좀 기괴할 거 같아서.”


민우의 말에 리치는 배를 잡고 폭소했다.


“하하하, 여태껏 살면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웃기는 말이군요.”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인간들은 이런 걸 보고 기괴하다고 하다니. 세월이 지났지만, 그 차이는 여전한가 봅니다.”


아무래도 인간과 악마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웃음 포인트인 듯했다.

같은 게 이상하지.


“당연히 가능하죠, 가능하고말고.”


리치는 웃음을 거둬들이고선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여전히 그의 얼굴에는 미소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방법은 단순해요. 일단 한 번 스킬을 써보겠습니까?”

“지금요?”

“못 쓸 이유라도 있나?”


민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을 사용할 때,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영혼을 끌어낸다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다.”


민우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어디가 좋을까.

가장 무난한 게 손바닥인데.


[스킬 발동: 소울 리바이브]

[귀속된 영혼을 불러냅니다.]


민우는 다크엘프를 불러내기로 정했다.

가장 최근에 맞닥뜨렸던 상대이기도 하고, 그가 불러낼 수 있는 영혼은 C급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크엘프의 영혼이 당신의 부름에 응합니다.]


쫙 펼친 손바닥에서 시꺼먼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게 형태를 만들어냈다.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던 연기는 이내 살아있는 다크엘프의 모습 그대로 되살아났다.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개체수: 1


뾰족하게 튀어나온 귀, 날카롭게 찢어진 두 눈. 그리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언제든지 적을 베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단검 한 자루.

민우가 녀석을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단지, 영혼의 형태로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


“오오, 놀랍군요. 벌써 이렇게 완벽하게 소환을 할 수 있다니.”


리치는 놀란 표정으로 다크엘프의 영혼을 이곳저곳 살펴봤다.

혼의 상태로 있는 녀석의 몸뚱아리에 손을 집어넣기도 하고,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기도 했다.


“이제 녀석에게 명령을 내려보시죠.”


‘명령?’


당장 떠오르는 게 없었다.

단지, 창가 쪽으로 걸어가라고 시키는 것밖에는.

민우가 머릿속으로 다크엘프에게 지시를 하자 녀석은 바로 실행에 옮겼다.


-왕이시여.


다크엘프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민우의 머릿속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하하!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민우는 멍하니 자기가 소환해낸 다크엘프의 혼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이제 다음 퀘스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치가 손가락을 튕기자, 민우의 눈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리치의 힘을 얻어라! (2)>

-A급 이상의 마수의 영혼을 흡수하시오. (0/10)


난이도가 올라갔지만, 개수는 하나였다.


“이번 퀘스트를 완수하고 나시면 소환할 수 있는 영혼의 등급이 올라갈 겁니다.”


민우는 자기가 C급 마수의 영혼만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 가능한 등급을 올리고 나면...


“그럼 나중에는 리치님께서 하신 것처럼 용 같은 것도 소환할 수 있게 되나요?”

“하하하! 당연하죠. 제 뒤를 이을 적임자인데,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죠.”


리치의 차가운 손길이 민우의 목에 닿았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의 손가락이 목에 새겨진 셀마의 문양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셀마의 계약자이지만, 저의 후계자이니까요.”


능구렁이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또 다음에 뵙는 걸로 하죠.”

“그러죠.”


민우는 혼자서 기분 좋게 와인을 들이키는 리치를 뒤로한 채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비서가 민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조심히 들어가십쇼.”


어째서인지 저번에 왔을 때보다는 호의적인 태도였다.


‘A급 보스 10마리라...’


* * *


“어째서 그냥 돌려보내신 겁니까?”


리치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단순히 셀마와 계약을 한 게 아니야.”


그러지 않고선 저렇게 멀쩡하게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혼을 흡수하면 할수록 인간의 본성은 타락하고 마는 것.

하지만, 셀마의 계약자는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마력만 증가했을 뿐,

그의 심장에서 악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걸 전혀 느끼진 못했다.


“감시자를 붙여야겠어.”

“저 인간에게 말씀이십니까?”


리치는 이를 바득 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어?”

“예, 그러면 오비터를 인간계로 보내놓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참, 루시퍼께서는 방에 계시는가?”


비서는 잠시 눈을 감더니,


“예, 오늘 자정에 돌아오신 것 같습니다. 다른 스케줄은 없는 걸로 압니다.”

“그럼 내가 직접 찾아뵙겠다고 전해. 벨리알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예, 알겠습니다.”


리치는 와인잔에 담긴 술을 빙빙 돌리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셀마 디 이베르.”


* * *


“저기, 저기다!”


독도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헬기장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찰칵, 찰칵!

-이쪽을 봐주세요!


쉴 틈 없이 터지는 플래시와 카메라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무수한 질문들.


“소속되어있는 S급 헌터들을 모조리 데려오셨다는데, 굳이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기자 중 한 명이 미합중국 헌터협회장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러자, 협회장은 금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더니 검은 선글라스를 벗었다.


“저희는 한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어지는 카메라 소리.


“벤 브라운 님! 혹시 이민우 헌터의 영입에 대한 목적도 있으신가요!”


협회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까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

그는 자기 본명이 불리자 살짝 미간에 주름이 생겼지만, 이내 빠르게 표정 관리를 했다.


“하하하, 이민우 헌터가 뛰어나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뒤에 있던 헌터들을 한 번 돌아봤다.


“하지만, 저희 헌터들도 그에 못지않게 강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박수갈채.


“특히나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에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선택을 받은 헌터 크리스가 있습니다.”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등 뒤에 있던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찍어! 얼른 찍어!


푸른 빛의 머리색으로 염색을 한 남성이 기자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하얗게 변해버린 눈동자를 부릅뜬 채, 두 팔을 양옆으로 펼쳤다.


“원래는 스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걸 압니다만...”


협회장은 기자들에게 찡긋 윙크를 날렸다.


“소개하는 셈 치고 한 번 봐주시죠?”


이어서 마치 바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거대한 물보라가 파도 속에서 치솟았다.

하늘 끝을 닿을 정도로 높이 솟아오른 물보라는 순식간에 사람의 형체를 만들었다.

마치, 물의 신 포세이돈이 직접 강림한 듯한 모습.

기자들은 미친 듯이 플래시를 터뜨렸고,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국 여러분.”


* * *


배은호는 김세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국장님.

“어, 난데. 혹시 이민우 헌터는 아직인가?”

-내일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일? 당장 이틀 뒤면 작전 날인 건 알고 있지?”


김세린은 잠깐 머뭇거렸다.


-네, 국장님. 이민우 헌터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배은호의 깊은 한숨.


“어쩔 수 없지. 돌아오는 즉시 연락하도록. 전용 헬기를 보내줄 테니까.”

-예, 국장님.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서 배은호는 창가를 바라봤다.

미국의 헌터들이 도착했는지, 헬기장이 위치한 방향에서 거대한 물보라가 생겨났다.

저건 분명 크리스 세르펜의 능력.


“도착한 건가, 벤 브라운.”


미국에서 전력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우리 쪽에서도 방심할 수는 없다.

최근에 S급으로 승급한 박현철 헌터를 비롯해 최연희, 그리고 이민우 헌터까지.

추가로 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A급 헌터들을 모조리 투입했다.


“내가 살아있는 한, 대한민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걸세.”


헌터의 힘이 강한 나라가 약소국을 지배한다.

정치적, 사업적으로는 병합. 그리고 보호라는 단어를 쓰지만 사실상 지배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미 남아메리카는 그들에게 먹혔다.

이제는 한국을 발판 삼아 아시아권까지 세력을 펼치려고 하는 그들의 속셈이었다.


“이번 던전에 대한 자료는?”


창가에 두 손을 기댄 채, 그의 비서에게 물었다.


“이미 헌터들에겐 전달 완료했습니다.”

“잘했네, S급 던전 중에서도 상위권이라고 하던데.”


비서는 가만히 선 채로 자기의 태블릿을 두드렸다.


“예, 국장님. 마력 감지기의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최대치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 감지기에서 최대치를 찍었다는 뜻은.


‘어쩌면 예전에 있었던 사건이 또 터질지도 모르겠군.’


배은호는 자기의 등 뒤에 있던 흉터가 아려오는 걸 느꼈다.


‘쉽지 않겠어.’


* * *


작가의말

태풍에 의한 피해가 많이 없길 바랍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오늘 하루도 고생많으셨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2.10.29 52 0 -
공지 연재 시간 알림. 22.07.28 476 0 -
71 #28. 로키의 바벨탑 (3) +1 22.10.05 133 1 13쪽
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5 3 12쪽
69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7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5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1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38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2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50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3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2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2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5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8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7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0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2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7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5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1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49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