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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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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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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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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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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 한미 연합작전 (3)

DUMMY

“동작 그만!”


박현철의 단검이 크리스에게 닿기 일보 직전에 배은호의 고함이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당장 링 위에서 내려오게나!”


배은호가 폭발시킨 위압감에 그 공간에 있던 모든 헌터들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국 헌터 관리국장 배은호.’


크리스 역시 잠깐이었지만, 자기의 몸이 멈췄다는 사실에 놀랐다.


“친목을 도모하면서 훈련하라고 만들어 놨더니만, 이렇게 쌈박질이나 한다니!”


단단히 화가 난 듯, 그는 성큼성큼 링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러고도 자네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헌터라고도 할 수 있겠나!”


그는 크리스와 박현철을 노려봤다.


“저 새끼가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국장님.”


박현철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변명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이번 일은 내가 친히 길드장한테 얘기를 하겠네. 그리고, 자네!”


그러고는 크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크리스는 알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엄은 마력이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육체의 범주를 넘어버린 자에게서 나오는 위압감.

마치 S급 보스를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세계랭킹 1위 헌터가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 실망이군. 이번 일에 대해선 벤에게 직접 책임을 묻겠네.”


크리스는 박현철을 노리고 있던 물 결정체들을 거둬들였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애들끼리 싸우면서 크는 거지, 왜 그러는가.”


미국 헌터협회장 벤이었다.

그는 얄삽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유유히 링으로 걸어왔다.


“사내자식들끼리 다투기도 하면서 우정이 싹트는 거지, 안 그런가 배은호 국장.”


배은호는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러다가 작전을 수행하기도 전에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하하하, 한국에는 뛰어난 힐러가 없는 모양이군. 전부 치료하면 그만 아닌가.”


박현철이 두 주먹을 쥐고선 달려들려고 하는 걸 최연희가 가로막았다.


“놔 봐요, 저딴 노땅 새끼는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저분이 누군지 몰라요?”

“알 게 뭐야.”


박현철을 당장이라도 미국 협회장을 향해 달려 나갈 것처럼 몸을 움찔거렸다.


“정작 중요한 사람은 어디 가고 없군요. 설마 오기 싫어서 참가하지 않은 건 아니겠죠?”


벤은 두리번거리면서 끼고 있던 가죽장갑을 벗었다.

옆에 있는 비서에게 장갑을 건네주자, 비서가 곧바로 시가를 한 대 꺼냈다.

그는 한쪽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시가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는 데 라이터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헌터는 몇 없었다.


‘...반인반수.’


헌터들 중에서 극소수에 해당하는 계열이다.

흔히들 곰이나 사자, 혹은 독수리 등등.

많이 알려진 동물의 형태가 되곤 하는데, 벤은 달랐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국방력을 지닌 미국의 협회장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힘.

반인 반룡.

즉 용의 혼이 깃들어진 몸을 지닌 헌터이기 때문이다.


“이민우 헌터는 내일 온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그가 입에서 연기를 내뿜자, 한 마리의 용의 형태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갔다.

몇몇 한국의 헌터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봤다.


“혹시 괜찮다면 내일 이민우 헌터랑 만나볼 수 있겠습니까, 국장님.”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선포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하고 싶은 대로 하실 거지 않습니까, 협회장님.”

“하하하, 국장님께서는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알 수 없는 기류가 그 둘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혹시 우리 이황진 대표는 잘 있습니까?”

“안 그래도 협회장님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요?”


벤은 시가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어찌나 길게 빨았는지, 시가의 절반 이상이 타버리고 말았다.


“옛 흔적은 지워 없애고 미래를 위한 발걸음을 옮길 때라고, 하셨습니다.”

“흠...”


크리스는 어느새 링 밖으로 빠져나와서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연희도 박현철과 함께 링 밖으로 나왔다.

배은호 국장와 벤 협회장 사이에서 흐르는 알 수 없는 기류.

미세한 긴장감이 헌터들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국장님, 저희는 이만 숙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 그래. 나도 같이 가도록 하지. 자네들한테 전달해야 할 사항도 있어서 말일세.”


상황이 종료되고 한국 측 헌터들은 모조리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그들의 뒤를 이어서 마지막으로 나가던 배은호는 문턱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아 참, 그리고 협회장님.”


날카로운 발톱을 한 용의 손아귀로 시가를 물고 있던 벤은 고개를 돌렸다.


“실내에서는 금연입니다.”


-치익.


배은호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강한 파동을 만들어내서 협회장의 시가에 불을 꺼버렸다.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꾸벅 인사를 하고선 밖으로 나가는 배은호.

벤은 분하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크리스를 노려봤다.


“왜 머뭇거렸지?”

“죄송합니다.”


크리스는 고개를 숙인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한국 놈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던 내 명령을 어긴 건가?”


벤의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려던 찰나에, 옆에 있던 비서가 그를 말렸다.


“협회장님, 여기서 변하시면 안 됩니다.”


비서 덕분에 점점 가라앉은 열기.

벤은 불이 꺼진 시가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선 고개를 휙- 돌렸다.


“이만 다들 숙소로 돌아가라. 그리고 크리스, 너는 내일 해가 뜨는 대로 내 방으로 찾아오도록.”


미국 헌터들은 협회장이 방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발, 영감탱이.”


크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지옥에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어째서인지 김세린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식탁에 위에 놓인 술병을 보아하니, 몇 잔 마신 모양이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잠깐 뜸을 들이더니,


“제가 무슨 여자친구도 아니고, 왜 연락 안 되는 거 때문에 짜증을 내야 하냐고요.”

“네?”


금방 갔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지옥에서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 술집에서 보냈던 시간이 은근히 길었을지도.


“맨날 어디 간다고 하면 연락이 안 돼.”


김세린의 푸념은 이어졌다.


“그렇다고 또 말도 없이 사라지는 일도 많아.”


도무지 민우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래서는 매니저 일도 못 해 먹겠어요, 민우 씨. 어떡하면 좋을까요?”


김세린은 술병을 들고선, 얼음이 담긴 작은 잔에다가 한가득 부었다.


“아니면 민우 씨 여자친구분한테 매니저를 넘길까요? 그게 민우 씨도 마음 편할 거 같은데.”

“네? 아뇨, 아뇨.”


셀마한테 매니저를 맡긴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퍽 하면 지옥으로 사라지고 없고, 어디 갔는지 메모만 달랑 남기고 없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갑자기 사람을 놀리질 않나.


‘...어?’


가만 생각해보니까, 맨몸 부분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지금 김세린한테 하는 짓이랑 똑같았다.


“그럼 앞으로는 연락을 잘할게요.”


민우는 부엌 찻장에서 잔 하나를 가져왔다.

그러고는 김세린을 마주 보고 앉았다.


‘지금 막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


리치의 힘을 얻으면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김세린의 도움이 사라지게 된다면 난관에 부딪힐 게 뻔했다.


“앞으로 가기 전에 꼭 말씀드리고 갈게요.”


그는 자기의 잔에도 술을 채웠다.

독한 알코올 향과 은은한 꽃내음이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럼 이번에는 넘어가는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이미 민우가 오기 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던 김세린.

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두 볼이 불그스름하게 피어올랐다.

그녀는 민우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무, 무슨 부탁이요.”


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편하게 풀어 헤친 윗단추 너머로 보이는 김세린의 새하얀 가슴골이 보였다.

그녀가 집이라서 속옷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눈앞이 아찔했지만, 정신을 붙들고선 시선을 돌렸다.


“저랑 같이 자요.”

“네!?”


순간 민우는 입에 머금은 술을 옆으로 뿜을 뻔했다.


“저, 세린 씨. 많이 취한 건 알겠는데, 그건 조금 그렇지 않나요?”


민우는 차마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그, 그런 사이도 아니고. 저는 여자친구도 있고, 다 큰 남녀가 같이 자는 건 조금...”


하지만, 되려 민우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저랑 같이 가자고요.”

“네?”


순간 땅바닥에 내려앉았던 심장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아, 아! 같이 가자고요! 그럼요, 그건 되죠.”

“진짜죠, 약속한 거예요. 안 그러면 저 진짜 매니저 그만둡니다.”

“아이참, 알았다니까요.”


민우는 얼떨결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해버렸다.

지옥을 데려가는 걸 제외하고는 괜찮지 않을까, 속으로 되뇌었다.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이민우 헌터님!”


그녀의 입에서 스며 나오는 술향기.

그 때문이었을까, 김세린의 입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쨍!


술잔을 부딪치면서 화해의 건배를 했다.


-크으..

-캬아..!


역시 이승에서의 술맛이 지옥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그렇게나 걱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민우는 점점 혀가 꼬이고 실없는 웃음이 계속 나오는 김세린을 쳐다봤다.

내일 아침 일찍 독도로 가야 하는데, 이래서는 되겠나 싶었다.


“매니저님, 저희 내일 독도로 가야 하는 거 아시죠?”


민우는 김세린의 술잔을 뺏어 들었다.


“인제 그만 마시고, 씻고 자러 갑시다.”


술에 취해 몸을 겨누지 못하는 그녀를 부축하려는 때,


“민우 씨.”


알딸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


“아까 자러 가자고 했던 말, 진심이세요?”


순간적으로 놀란 나머지, 민우는 바닥에 자빠질 뻔했다.


“아니, 그게 무슨...”

“아니이, 진심이냐고 이 새끼야. 흐어엉!”


김세린은 욕을 하더니, 갑자기 영문 모를 울음을 터뜨렸다.

술이란 녀석이 아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일 거다.


“아니, 왜 우세요. 아나 미치겠네, 진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김세린을 부축하고선 그녀의 침실로 데려갔다.

그녀는 이불에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베개를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민우 씨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 방에서 나가세요!”


그러더니 눈물이 잔뜩 묻은 베개를 민우한테 집어 던졌다.


“아 쫌! 어휴...”


앞으로 김세린과 술자리를 하게 되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민우였다.


“양치!”


불을 끄고 나가려는 민우의 뒤통수에 때려 박힌 김세린의 목소리.


“예?”

“양치하게 칫솔에 치약 묻혀줘요. 안 그러면 이 썩는단 말이에요.”


어이가 없었지만, 입을 꾹 닫고선 그녀의 칫솔을 가져다줬다.


“그럼, 내일 봅시다. 매니저님?”


민우는 이를 꽉 깨물고선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옛날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틀린 말이 없다고 했던가.

남녀칠세부동석.

민우는 쿵쿵거리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고선 자기의 방으로 돌아왔다.


“큰일 날 뻔했네.”


눈앞에서 자꾸만 그녀의 하얀 가슴골이 아른거리는 민우였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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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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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5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1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38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2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49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1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3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4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0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1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1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4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7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3 10 12쪽
»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6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4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6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39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1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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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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