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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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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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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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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8.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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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DUMMY

던전 내부의 숲은 죽어있었다.

썩은 나무들이 그 가지들을 힘없이 땅바닥을 향해 늘어뜨렸으며, 말라비틀어진 잎사귀에서 생명의 흔적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체 썩은 내가 진동하네.”


다들 코를 틀어막은 채, 인벤토리에서 각자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했다.

민우도 더불어 지난 번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했다.


‘생각보다 자주 쓰게 되는구나.’


죽은 낙엽을 밟는 소리와 그들의 숨소리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그 정적을 깬 건 그들을 향해 날아온 단 하나의 화살촉이었다.


-피융!


일행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 뒤에 있는 나무 한 가운데에 박혀버린 화살.

그것은 다크엘프 군단의 환영 인사와 같은 것이었다.

맨 뒤에 있던 길드원이 화살을 뽑아 들려고 할 때,

그걸 보고 있던 유광인은 다급하게 외쳤다.


“만지지 마!”


그러고는 자기가 직접 나무에 있는 화살촉을 빼내어 들었다.


“녀석들의 화살에는 독극물이 묻어있어. 맨손으로 만졌다간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의 손을 자세히 보니까 특수한 장갑을 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악어가죽을 연상케 하는 무늬에 질감.

민우는 그게 실제로 B급 마수인 리게이터를 잡으면 나오는 보상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들어온 걸 눈치챈 모양이야. 모두 긴장하고 주변을 항시 경계하도록.”


그는 길드원들에게 명령하고선 민우가 있는 앞쪽으로 걸어갔다.

막무가내 스타일일 줄 알았지만, 마냥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자, 그럼 놈들의 막사가 있는 곳으로 곧장 쳐들어간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민우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

마치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뜻의 눈짓이었다.

민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선 일행을 따라 걸어갔다.


“헌터님, 저희 주작길드 어떻습니까?”


옆에 있던 민머리 궁수가 그에게 물었다.


‘또 길드 얘기네.’


어딜 가든 똑같은 질문이었다.

생각해둔 길드는 있냐.

우리 길드에 들어올 생각은 없냐.

이제 슬슬 지긋지긋해질 정도였다.


“되게 멋진 거 같아요. 특히 길드원들이 길드 문양의 문신을 몸에 새긴다는 부분이요.”


최기철은 민우의 말을 듣고선 괜히 자기의 문신을 더 드러냈다.

자랑스럽다는 듯이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 민머리 궁수.

하늘에서 내리쬐는 달빛마저 그의 머리에 반사되는 듯했다.


“혹시 길드에 관심 있으시면, 이따가 레이드 끝나고 팀장님한테 제가 말씀드릴까요?”

“아, 아뇨. 길드장님의 명함을 가지고 있으니까 제가 직접 연락드릴게요.”

“아, 길드장님의 명함을...”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길드장의 명함을 가지고 있다니.

역시 S급 헌터는 자기와는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무엘라 키 삼바!


축축한 숲의 이끼를 밟아 지나가며 얼마쯤 들어갔을까,

느닷없이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은 검은 형체가 그들을 향해 외쳤다.


“뭐야.”


맨 앞 열에서 방패를 들고 있던 길드원이 그것을 향해 걸어갔다.


-무엘라! 키 삼바!


하지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했던 말을 또 반복하는 그것.

무언가르 경고하는 억양인 것 같았다.


“팀장님, 어떡할까요?”


그와 길드원의 거리는 단 1m가 되지 않았다.

유심히 상황을 보던 유광인은 직접 앞으로 나섰다.


“빛 좀 비춰봐라.”


그러자, 앞에 있던 마법 계열의 헌터가 지팡이로 주위를 밝혔다.


-무엘라! 키! 삼바!


전보다 더욱 격양된 목소리.

빛이 밝혀지자, 검은 형체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났다.


“다크엘프잖아?”


검붉은 보랏빛 피부에 새빨간 안광을 번뜩이는 그것.

중요 부위만 가린 방어구와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두 자루의 단검은, 언제든지 잽싸게 적의 목을 베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무엘라! 키! 삼바!


얼굴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반복해서 경고의 메시지를 소리치는 녀석.

유광인은 녀석이 혼자 왔다는 사실을 알고선 거드름을 피웠다.


“이 새끼가 뭐라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


그의 농담에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낄낄거렸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팀장님.”


맨 앞 열에 있던 헌터가 자신 있게 그의 검을 휘둘렀다.

유광인은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다.”


팀장의 허가가 떨어진 순간, 그는 양손 검을 힘차게 다크엘프를 향해 휘둘렀다.

강한 일격이 가만히 서 있는 다크엘프를 반으로 갈라버리기 직전에,


“..!”


녀석의 형체는 그림자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자기의 검이 허공을 휘두름을 깨닫고선 재빠르게 다시 자세를 잡았지만,


-크헉!

이미 다크엘프의 단검이 그의 목에 닿은 뒤였다.

아직 긋진 않았기에 목숨은 부지하고 있었던 헌터.

그는 순식간에 돌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무엘라! 키 삼바!


마치 그를 인질로 잡고 있는 듯했다.

다크엘프는 헌터의 목에 칼을 들이댄 채, 길드원을 향해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움직이지 마!”


인질로 잡힌 헌터는 순간 재빠르게 빠져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유광인의 고함에 멈추고 말았다.


“죽기 싫으면 일단 가만있어라.”


그의 말대로였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다크엘프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단순히 군단 소속의 병사는 아닐 게 분명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최소한 지휘자급.’


어쩌면 녀석이 직접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이유는 경고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접근했다간, 너희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 테다. 라는 식의 경고.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무엘라! 키! 삼...


하지만 이번에는 녀석의 말이 멈췄다.

아니 순간적으로 전신이 마비가 된 듯, 얼음이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얼른 가세요.”


인질로 잡혀있던 헌터를 풀어준 건 다름 아닌 민우였다.

그냥 방치할까도 했지만, 인간의 도리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직접 나서기로 했다.


“헌, 헌터님!”


그를 위협하던 다크엘프는 어느덧 눈이 뒤집어진 채, 입에 거품을 물고서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제가 나서려고 했는데, 이민우 헌터님께서 조금 더 빠르셨군요.”


유광인은 마치 그가 할 수 있었는데, 왜 굳이 힘을 썼냐는 식으로 거드름 피웠다.


“아, 그러셨군요.”


하지만, 민우는 관심도 없었다.

단지 방금 잡은 다크 엘프의 영혼을 흡수하는 데에 집중할 뿐.

녀석의 손에서 떨어진 단검도 인벤토리에 담았다.


“그나저나 한 마리한테 이 정도로 휘둘리면 큰일인데요?”


민우는 유광인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는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꽉 깨물고선 고개를 휙- 돌렸다.


“단지 방심했을 뿐입니다.”


그는 다시 숲속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민우의 도발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전혀 낌새가 없었어.’


오히려 다크엘프가 사라졌을 때는 어느 정도 움직임이 예측됐지만, 민우는 아니었다.

이민우 헌터가 다크엘프를 죽였을 때는 아무런 기척도, 느낌도 없었다.


‘이게 S급 헌터의 수준인가.’


분하지만 민우의 능력을 인정하는 그였다.

어쩌면 이번 레이드에 그를 용병으로 데려온 게 신의 한 수일지도 모르겠다.


“팀장님! 저쪽인 것 같습니다!”


민우가 목숨을 구해준 헌터가 한 곳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말라비틀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그들의 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군단이라더니, 엄청나네.’


대략 눈으로 세어봐도 많은 개수의 막사.

그 앞을 걸어 다니는 다크엘프의 마릿수도 실로 엄청났다.


“오늘 미끼 담당은 누구지?”


유광인이 길드원을 향해 돌아보자, 그들 중 한 명이 잽싸게 튀어나왔다.


“접니다, 형님.”


짧은 키에 손에는 너클을 끼고 있는 헌터.

작지만 다부진 체격이 그의 특성을 가늠케 했다.


“할 수 있겠냐?”

“에이, 그럼요.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민우는 옆에 있던 민머리에게 물었다.


“미끼 작전이 뭐죠?”

“아, 저희가 자주 쓰는 전략입니다.”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어그로를 끄는 작전.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 주변을 에워싸서 흩어진 적을 각개 격파하는 것이었다.


‘상대는 군단인데?’


지금 상황에 조금 맞지 않는 작전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 보니까, 저번에 영상에서 봤을 때도 ‘미끼작전’을 썼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민우의 생각은 생각일 뿐.

우선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스킬 발동: 고스트 워크]


“헌터님?”


민우가 스킬을 발동함과 동시에 하늘로 떠오르자, 옆에 있던 궁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줬다.


“자, 나머지는 흩어져서 준비하자!”


유광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작길드의 인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세인트 길드와는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었다.


“저는 준비 됐습니다.”


앞에서 적진으로 뛰어들 준비를 끝마친 ‘미끼’ 헌터가 유광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나머지 길드원들도 흩어져서 각자 준비가 됐다는 암묵적인 신호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이민우 헌터님?”


유광인은 민우가 있던 자리로 돌아봤지만, 석궁을 들고 서 있는 부하만 있을 뿐. 민우는 그곳에 없었다.


“이민우 헌터는?”

“위에 있습니다, 형님.”

석궁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유광인은 고개를 젖혀서 위를 올려다봤다.


“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늘 위를 떠다니고 있는 이민우 헌터를 발견했다.

S급은 저런 것도 하는구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위에 계실 겁니까? 저희는 들어갈 건데.”

“아, 네. 저도 보고 있다가 도와드릴게요.”


보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었지.

유광인은 담보로 받은 S급 마정석을 떠올렸다.


‘이따 보스를 잡을 때가 기회다.’


이미 길드원들에게는 미리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보스가 나타나면 핀치에 몰리는 척해라.’


그게 유광인의 전언이었다.

그는 마지막 보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이민우 헌터에게는 극 상성이라는 것을.


“이민우 헌터가 네크로맨서라고 그랬지?”


유광인은 옆에 있던 부하에게 살짝 물었다.


“예, 그런데 홀리 네크로맨서라고 하더라고요. 상성이 없다나 뭐라나.”

“흥, 상성이 없는 헌터가 어딨어.”


공중에서 여유롭게 부양하고 있는 민우를 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가짜 웃음을 지으면서 민우에게 외쳤다.


“그럼 저희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헌터님!”

“네, 그러세요!”


민우는 공중에서 누운 자세로 그들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안 하고 퀘스트를 깰 수 있을 생각에 신난 그였다.


“자! 시작하자. 킬 당 10만 원이다!”


유광인의 명령과 함께 ‘미끼’ 헌터는 대놓고 큰소리를 내면서 엘프 군단의 기지로 뛰어들었다.


“야 이 벌레들아!!”


작가의말

이제 저녁은 쌀쌀하더군요.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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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3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40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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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3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2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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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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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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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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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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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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