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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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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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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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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DUMMY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민우의 존재를 알게 된 민머리 궁수의 태도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 이민우 헌터님!”


그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선 민우에게 사죄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민우가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가자, 땅바닥에 대고 있는 그의 두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멋지다 이민우!

-혼쭐 내버려요!


옆에서 뛰어오던 다른 길드원들도 제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흠...”


민우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궁수의 석궁을 발로 툭툭 건드렸다.


“아저씨.”

“예... 예!”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그의 목소리.

차마 고개를 들어서 민우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길드 이름 달고 깡패짓하면 좋아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하필 걸려도 네크로맨서 이민우 헌터라니.

악마의 힘을 빌린 각성자를 농락한 대가는 치명적일 것이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윗선에서 봐주고 있다고 했잖아요.”


민우는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여전히 고개를 땅바닥에서 들지 못하는 민머리 궁수.

정수리에서 흐르는 땀 때문이었을까, 유난히 그의 머리가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를 거듭하던 그에게 민우는 조건을 제시했다.


“제가 목숨은 살려드릴게, 대신 조건이 있어요.”

“정, 정말입니까!”


그가 고개를 들자, 창백하게 질려버린 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까의 그 패기는 어디 갔는지 없고, 저승사자를 눈앞에 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물론, 민우가 그쪽 계열이 맞기는 했지만 말이다.


“저를 레이드에 용병으로 참가시켜주세요.”

“예...?”


그는 잘못 들었나, 싶은 표정으로 민우를 올려다봤다.


“다크엘프 군단이 있는 던전 맞죠? 저를 참가시켜달라고요.”


그러자, 그는 다급하게 일어서서 민우의 손을 붙잡았다.


“그, 그거라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민머리 궁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원래는 방어계열을 구하고 있었는데, 이민우 헌터가 같이 해준다고 하면 더할 나위 없었다.


“이,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민우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를 따라갔다.

주변에서 울리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민우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얘들아, 손님 오셨다!”


천사 모양의 분수대를 지나자 붉은빛 던전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에는 주작길드원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


“형님, 오셨습니까!”

“사람은 구하셨습니까?”


그들의 시선은 민머리 궁수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인사드려라, S급 이민우 헌터님이시다.”


민우의 얼굴을 알아보고선 기겁하는 주작길드.

그들 중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민우에게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주작길드의 유광인 팀장입니다. 귀한 분께서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훤칠한 키에 갸름한 얼굴, 짧은 모히칸 머리를 하고 있던 그는 민우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얼굴에 새겨진 주작길드의 문신은 길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해줬다.


“용병으로 참가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민우는 당당하게 마치 자기의 권리인 것처럼 얘기했다.

미소를 짓고 있던 유광인은 잠시 고민했다.


“여기가 B급 던전인 건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S급 헌터 이민우 님께서 참가하고 싶다고 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S급 헌터가 참가하는 건 좋았다.

그런데 그 목적이 보상을 빼앗아 가는 데에 있다면 거절해야했다.

아무리 S급이라도 우리는 주작길드다.

마냥 어서옵쇼 하고 받아들이는 어중이떠중이 길드가 아니란 말이다.


“심지어 저희 S급 헌터 박현철 형님께서도 참가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이랑 저랑 무슨 상관이 있죠?”


민우가 조금 강하게 나오자 그는 당황한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 하하. 그런 게 아니라 저희와 함께 던전을 들어가려는 목적이 어떻게 되시냐는 말입니다.”


그는 공손한 듯, 아닌 듯.

그 중간 지점의 경계선을 줄타기하고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저희 길드 담당자에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만...”


민우는 그가 보상 때문에 그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렇게 했다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게 되겠죠.”


본인의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민우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영혼만 가져가면 됩니다.”


순간 섬뜩한 기운이 민우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목에 새겨진 셀마의 문양이 유독 보랏빛으로 빛나는 듯했다.


“영, 영혼이라뇨?”


이민우 헌터가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혼을 가져간다니.

악마의 힘을 빌렸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다크엘프의 영혼만 가져가면 됩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네크로맨서라는 둥, 악마의 자식이라는 둥.

여러모로 민우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말들이 많았다.


“보상은 관심 없습니다.”


2차 충격.

던전을 들어가는데 그 보상에 관심이 없다니.

어쩌면 이민우 헌터 이자는 인간을 초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인간.

속세의 물정 따윈 그의 관심을 벗어난 지 오래된 것이란 말인가.


“영혼만 가져가면 된다는 말씀이신지요.”

“네.”


민우는 그의 표정을 통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었다.


“저는 여러분의 보상을 빼앗거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고는 자기의 인벤토리에서 S급 마정석 하나를 꺼내 보였다.


“그리고 B급 던전에서 나오는 마정석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게 많으니까요.”


주작길드원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금 이민우 헌터의 손에 들려있는 게 뭐란 말인가.

S급 마정석.

그들은 평생 손으로 만져 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들고 있는 모습.

지금 이 앞에 서 있는 이민우라는 헌터의 힘에 경외심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아, 진짜로 그러시군요.”


나름 팀장이라고 자부하면서 그를 맞이하러 나왔던 유광인도 마정석을 보자마자 태도를 급하게 바꿨다.


‘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건 여기도 똑같네.’


“굳이 보고하지 않으셔도 되겠죠? 정 불안하시면,”


민우는 자기가 들고 있던 마정석을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이 마정석을 담보로 하시죠. 제가 그쪽의 보상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예??”


유광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S급 마정석을 담보로 건다고?

이건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자, 받으세요.”


유광인의 손에 직접 마정석을 올려주는 민우.

마치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아아.”


S급 마정석을 건네받은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매혹적인 빛을 내뿜는 작은 광석 덩어리를 빤히 바라볼 뿐, 그의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버렸다.


“만일 제가 보상에 손끝이라도 대면 그걸 가지셔도 됩니다.”


민우는 손가락으로 마정석을 툭툭- 건드렸다.


“단, 그렇지 않을 때는 다시 돌려주셔야 해요.”


유광인은 아무 말 없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보고 있던 주작길드원들은 웅성거렸다.


-저거 S급 마정석 아냐?

-팀장님 표정은 또 왜 저래.

-뭐야, 그냥 주는 거야?


유광인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선 다급하게 S급 마정석을 자기의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미 품속에 들어온 마정석을 다시 돌려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어떻게든 이민우 헌터가 보상에 손을 대게 만들면 되는 법.


“좋습니다, 이민우 헌터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믿어드려야죠.”


지금 유광인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민우 헌터를 궁지에 내몰아버린다면 어떨까.

아무리 S급 헌터지만 다크엘프 군단의 힘을 혼자서 맞닥뜨리기엔 무리가 아닐까.


‘분명 이거 하나만 들고 있는 건 아닐 텐데.’


셀마가 말했듯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한 번 그 손맛을 보게 된 그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이상의 것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던전은 언제 들어가시나요?”


혼자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는 유광인에게 물었다.

민우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지만, 민우는 전혀 그의 계획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아, 지금 바로 들어갈 겁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유광인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민우를 길드원들에게 소개했다.


“인사해라, 이번 던전 게이트를 같이 들어갈 이민우 헌터님이시다.”


다들 벙찐 표정으로 민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B급 던전을 가는데, S급 헌터라니.

어떤 이들은 손쉽게 갈 수 있게 돼서 ‘개꿀’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민우 헌터님께서 준비를 마치시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바로 들어가시죠.”


하지만, 유광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장비는 착용 안 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민우는 피식 웃었다.


“에이, B급 던전인데 장비라뇨. 그런 거 없어도 됩니다.”


오히려, ‘개꿀’이라고 생각한 건 민우 쪽이었다.

주작길드를 위해 싸워줄 생각은 1도 없었다.

그냥 뒤에서 그들이 죽인 다크엘프의 영혼을 흡수만 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뭐, 상황 보고 한 두 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만.’


유광인은 이민우 헌터가 자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S급 헌터지만, 지금 던전은 군단 규모이다.

심지어 마법 계열인 네크로맨서가 방어구 조차 끼질 않는다?

얼굴에서 웃음이 스며 나오는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역시 S급 헌터답습니다. 멋지십니다!”


유광인은 엄지를 척하니 치켜세웠다.

그러고는 길드원들에게 출발 지시를 내렸다.


-갑시다!

-드가입시더!


붉은빛을 내뿜는 게이트 아래를 통과하는 그들.

세인트길드와는 다르게 열을 맞춘다거나 그런 건 일절 없었다.

오히려, 자유분방하게 레이드하러 가는 모습이었다.


“헌터님도 가시죠. 기철아, 네가 옆에서 보좌해드려라.”

“예, 팀장님.”


그러자 아까 봤던 민머리 궁수가 민우 곁으로 다가왔다.


“제가 필요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민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던전 게이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른 다크 엘프의 영혼을 흡수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었다.


* * *


-죄송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째서죠? 그쪽 길드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일일 텐데요.”

-정 원하신다면 이민우 헌터님께서 직접 저를 찾아오라고 전해주십시오.


김세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러면 제가 직접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매니저를 통해서 대화하기는 싫다는 뜻이었다.

김세린은 분하다는 듯이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리쳤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그녀는 신병길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헌터님께서 돌아오시면 제가 전해드리도록 하죠.”


-딸깍


신병길은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


“...미친. 길드장이면 다냐, 쓰레기 같은 새끼.”


오늘의 수모는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안내 음성 뿐이었다.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이번에 돌아오면 연락에 대해서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작가의말

이번 한 주도 파이팅입니다 :)

댓글과 선작, 그리고 추천 눌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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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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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7 11 12쪽
»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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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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