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33,437
추천수 :
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9.16 22:10
조회
175
추천
7
글자
13쪽

#24. 영혼의 결속 (1)

DUMMY

#24. 영혼의 결속 (1)


협회장의 제안을 거절하고서 부둣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밤이었지만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파도가 암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바다의 짠 내를 한껏 들이마시면서 보이지 않는 지평선에 운치를 실었다.


‘하...’


깊은 한숨에 여태껏 겪었던 모든 고난과 역경이. 그리고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두 손을 깍지 낀 채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팔을 좌우로 움직이면서 허리를 이리저리 풀어주려는 그때,


“한참 기다렸네.”


셀마가 바위 뒤에서 불쑥하고 나타났다.


“아이, 깜짝아. 그냥 평범하게 등장할 수는 없는 거야?”

“이게 재밌는 걸 어떡해.”


민우는 그런 그녀를 자기도 모르게 와락- 품으로 끌어안았다.

뜬금없는 민우의 박력에 당황한 셀마.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민우한테 안겨있었다.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하지만 민우는 아무 말 없었다.

단지 셀마는 가만히 끌어안고 있을 뿐.

바다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불어오는 잔잔한 파도 바람 때문이었을까.

민우는 어째서인지 셀마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마워.”


어쨌든 각성 능력이 없었던 자신에게 능력을 빌려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헌터로 만들어줬으니.

셀마가 고맙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할 걸지도 모른다.


“얘가 뭘 잘못 먹었나, 흠흠.”


셀마도 느닷없이 바뀐 민우의 태도가 싫지만은 않은 듯,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대로 가만히 바다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 가는 노을과 함께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때, 그 그림을 감상하던 사람이 민우를 불렀다.


“민우 씨?”


김세린이 민우를 데리러 부둣가로 나온 것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선 당황한 듯이 셀마를 재빠르게 떼어낸 민우.

셀마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김세린을 째려봤다.


“여자친구분이 어떻게 여기를...?”

“아, 제가 국장님께 부탁드려서 들어오게 됐어요. 그냥 저 보러 온 거예요.”


하지만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세린이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또 뵙네요.”

“네, 저야 뭐. 늘 민우 씨 옆에 있으니까요.”


가시가 돋구친 김세린의 말투.

이대로 있다간 또 한 번 불이 붙을 거 같아서 민우가 나섰다.


“저 그러면 여자친구랑 마저 얘기 좀 나누다가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알겠습니다. 저 먼저 저녁 먹으러 가 있을게요.”

“네, 금방 갈게요.”


김세린이 붉어진 얼굴로 돌아가자, 셀마는 흥-이라며 콧방귀를 꼈다.


“자 다시, 다시 이어가자. 어디까지 했었지?”


셀마는 또 한 번 민우의 허리를 감싸 안으려고 했지만, 민우가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나도 모르게 그만 센치해져서 그랬던 거야.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혀를 삐쭉 내밀고선 아쉽다는 표정의 셀마.

그런 그녀의 얼굴이 귀엽다고 느끼는 민우였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셀마는 민우의 물음에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맞아. 나도 말해줄 게 있어서 왔었지.”


그러고는 잠깐 기억을 되짚는 듯하더니.


“지옥에서도 지금 난리가 났어. 리치가 눈치를 챈 거 같아.”

“뭐를?”

“내가 리치를 이용해서 너를 강하게 만들려는 속셈.”


민우는 순간 리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른 은퇴하고 싶다던 그의 간절한 표정. 인간계로 내려가서 자기의 잘생긴 외모를 널리 알리고 싶다던 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아, 하긴... 내가 지옥에서 일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왜 말이 안 돼?”


그런 민우의 말에 선뜻 놀란 표정을 지은 셀마.


“그럼, 말이 돼?”

“안 돼? 내가 데려가려고 했는데?.”

“뭐? 그, 그게 무슨...”


말을 더듬는 민우에게 셀마는 손을 저었다.

그건 이따가 얘기하고 지금은 더 중요한 소식이 있다고 했다.


“루시퍼가 너의 존재에 대해서 의식하기 시작했어.”

“응? 루시퍼?”


루시퍼라는 이름을 듣자, 리치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지옥을 다스리는 악마, 루시퍼.

셀마가 지배하던 때와는 다르게 강경파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힘을 좀 더 빨리 기를 필요가 있을 거 같아. 지금 리치의 퀘스트만 가지고는 부족해.”


셀마는 민우의 손을 끌어당겼다.

진정 악마의 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새하얀 촉감이 민우의 감각을 간지럽혔다.


“내 영혼의 반쪽을 나눠줄게.”


순간, 민우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당연했다. 영혼의 반쪽을 나눠 주겠다니. 당최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말 그대로야, 사실 나중에 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영혼의 반을 나눠준다니.”


셀마는 눈을 지그시 감고는 민우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민우는 순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민우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던 셀마.

이번에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지옥에서는 이걸 영혼의 결속이라고 불러.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영혼의 끈을 잇는 거야.”


민우는 자기의 가슴팍에 있는 셀마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온기가 그의 몸에 퍼져나갔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속을 끊을 수는 없어. 만일 끊으려고 한다면, 그는 영원히 나올 수 없는 심연의 구덩이로 빠져버리고 말 거야.”


셀마는 눈을 뜨고선 민우를 올려다봤다.

어째서인지 눈물이 맺혀있는 듯, 노을이 그녀의 동공에 비쳤다.


“왜 울어.”


민우는 그런 그녀의 눈을 한 손으로 쓰다듬어 줬다.

그러자 셀마는 떨리는 입술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


“나도 너처럼 노을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렸나 봐. 그래서 결속을 맺을 거야, 말 거야?”


민우는 조금씩 떨리는 셀마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는 셀마의 볼을 어루만지면서 씨익- 웃었다.


“어차피 나한테는 선택권이 없는 거 아니야?”


셀마는 곧바로 웃음으로 화답했다.


“맞아.”


그러더니 셀마의 등 뒤에서 검은 날개가 튀어나왔다.

다시 악마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그녀.

민우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고마워, 이민우. 나의 계약자.”


셀마의 눈이 보랏빛으로 번뜩였고, 그녀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검은 연기가 맴돌았다.

셀마는 민우의 가슴팍에 두 손을 얹었다.

그러고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선 말했다.


“선과 악을 저울질하는 몬드시여. 불멸을 포기하고 영혼의 결속을 맺겠나이다. 두 영혼에 영원한 약속을 맹세하겠습니다.”


곧이어 민우를 잡고 있던 두 손이 검붉은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전혀 뜨겁진 않았다.

셀마가 민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그에게 물었다.


“저와 영혼의 결속을 맺고서 영원의 동반자가 되겠습니까?”


-띠링


[대악마 셀마 디 이베르와 영혼의 결속을 맺으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순간 민우의 동공이 커졌다.


“영원의 동반자? 아니, 그럼 지금 이게...”


그렇다. 지옥에서의 영혼의 결속이란 인간계의 결혼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다만 서류와 목숨의 차이가 있지만.

민우는 조금 당황한 듯 셀마에게 되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나랑 결.. 그거 맞아?”


그러자 셀마는 미소를 씨익 지으면서 민우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답했다.


“맞아.”


순간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민우.

하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셀마가 불멸을 포기하면서까지 결속을 맺으려는 걸 보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었다.


“너에게는 선택권은 없다고 했을 텐데?”


민우가 잠깐 망설이는 듯 보이자, 셀마가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어.”


사실 민우는 고민하는 척했지만, 이미 셀마에게 정을 많이 준 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고 있었다는 게 사실이었다.

코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머리 위에 떠 있는 알림 창에 (예) 버튼을 눌렀다.


[대악마 셀마 디 이베르와 영혼의 결속을 맺습니다.]

[대악마 셀마 디 이베르의 능력의 절반을 획득했습니다]


그 순간, 셀마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오더니 자기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알 수 없는 힘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민우.

그의 눈동자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인간의 육체는 대악마의 힘에 적응하느라 괴로움에 울부짖었다.


“으아아악!”


민우의 등 뒤에는 반쪽짜리 날개가 돋구치기 시작했고, 그의 오른손은 시꺼멓고 변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 민우야.”


셀마의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고통은 여전히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반대로 셀마의 등 뒤에서는 오른쪽 날개가 점점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괴로웠지만, 입을 꾹 다물고선 작은 신음만 뱉을 뿐.

두 손으로 민우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띠링


[히든 전직을 완료했습니다.]

-전직: 홀리 디아블로


점점 고통이 가라앉더니, 알림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띠링

[리치의 능력을 마스터했습니다.]

-소환 가능한 영혼의 등급: S급 이하


-띠링

[지옥으로 가는 포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띠링

[A급 이하의 마수들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띠링

[디아블로 폼을 습득했습니다. (반대로도 가능)]


그러고 연달아 이어지는 능력치 강화 메시지.


‘마력 증가, 체력 증가, 속도, 민첩....’


민우는 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를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셀마의 힘이 이 정도로 강했다니.

이미 자기의 능력치는 상태 창에 표기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이민우>

-각성 칭호: 홀리 디아블로

-근력: 9,999

-민첩: 9,999

-마력: 9.999

-체력: 9,999

.

.

.


그는 터질 듯한 핏줄이 울긋불긋한 자기의 팔뚝을 쳐다봤다.

셀마의 힘 때문인지 몰라도 검은색으로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리고 맥박이 뛰는 것과 같은 속도로 꿈틀거리는 핏줄.

민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끓어오름을 느꼈다.


“이게...”


민우가 셀마에게 말을 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셀마가 바닥에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셀마! 정신 차려, 괜찮아!?”


민우는 황급히 그녀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인지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빛.

심지어 등 뒤에 있던 날개의 한쪽이 사라진 것도 보였다.


“아... 괜찮아?”


하지만 되려 민우를 걱정하는 셀마.

민우는 그런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이럴 거면 결속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셀마의 한쪽 날개가 자기의 등 뒤로 옮겨졌다는 사실에 민우는 그 의미를 깨달았다.


“이 멍청아! 미리 설명을 해줬어야지!”

“히히... 어차피 상관없잖아. 그리고 나는 괜찮아, 조금만... 조금만 쉬면 돼.”


민우는 가만히 그녀의 고운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선, 셀마의 눈을 지긋이 바라봤다.

흐릿하게나마 뜨고 있는 눈.

그래도 조금은 괜찮았는지 입으로는 살짝 미소를 띠고 있었다.


“루시퍼가 뭐길래...”


가쁜 숨을 내쉬던 셀마는 민우에게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엄청 강해, 나보다. 그래서 너를 선택한 거야...”


그녀는 민우의 목걸이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내 힘과 너의 그 신성력이면, 녀석하고도 싸울 수가 있을 거야...”


끝말을 흐리는 셀마.

민우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묻기로 하고, 우선은 그녀를 숙소로 옮겨서 휴식을 취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가자, 나중에 얘기하고.”


그녀를 두 손으로 번쩍 안아 들었다.

강해진 그의 힘 탓에 새털같이 가벼운 셀마였다.


“고마워...”

“조용하고 눈이나 감아.”


셀마는 민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선 눈을 감았다.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노을의 티끌이 민우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작가의말

아... 부럽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22.10.29 52 0 -
공지 연재 시간 알림. 22.07.28 476 0 -
71 #28. 로키의 바벨탑 (3) +1 22.10.05 133 1 13쪽
70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5 3 12쪽
69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7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5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1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38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2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49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2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2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2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5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8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7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7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0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2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7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5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1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49 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