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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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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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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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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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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8. 로키의 바벨탑 (2)

DUMMY

#28. 로키의 바벨탑 (2)


대장간에서 돌아온 헤파토스는 곧장 루터의 호출을 받았다.


“예, 부르셨습니까.”


루터는 자기의 옥좌에 앉은 채,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인간계의 모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루터는 좀 더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지옥에서의 기운이 심상치 않군, 얼른 준비를 마쳐야겠어.”


수많은 헌터들이 던전을 오가는 그 발자국 아래. 땅을 뚫고 깊숙이 내려가면 있는 지옥.

루터는 지옥의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었다.


“아, 헤파토스. 그 인간의 장비는 준비가 끝났는가?”

“...그게.”


헤파토스는 루터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였다.


“자네답지 않게 왜 그러는가.”


이어진 질문에 헤파토스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물론 문제는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그 인간이 로키의 바벨탑으로 향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루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헤파토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아차.’


지팡이를 제작하려면 필히 로키의 능력이 필요할 터.

하지만, 로키는 혼종을 반대하는 신 중에 한 명.

순순히 인간에게 능력을 써줄 리가 없었다.


“그랬군...”

“예, 맞습니다. 그 인간이 필요한 무기가 지팡이라서...”


루터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그러고는 옆에 있던 천사를 불렀다.


“헤르메스한테 서둘러서 바벨탑으로 가라고 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천사는 작은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바벨탑에 간 지 얼마나 됐지?”

“아직 한 시간이 안 됐습니다, 방금 갔습니다.”

“알겠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게.”

“예.”


헤파토스는 오른쪽 손을 가슴팍에 올리고선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장장이의 신이 전해준 소식을 듣고선 루터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부디 현명한 지혜를 가졌기를.”


* * *


원래는 장미였던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열고 나갔다.


“히엑!”


문을 열자마자, 민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바닥이 있어야 할 공간이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또 뭐냐...”


민우가 고개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자, 까마득한 높이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발을 딛는 순간 저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띠링


그때, 민우의 눈앞에 두 번째 퀘스트가 나타났다.


[바벨탑의 미궁, 그 두 번째.]

-인간은 늘 하늘을 날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그들을 위해 로키가 마련해놓은 공간입니다.

-지상으로부터 올라오는 바람길을 이용해서 건너편으로 건너가시오.


‘바람길?’


민우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미세한 바람이 그의 이마를 쓸어올렸다.

선선한 공기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바람길을 이용해서 건너가라고?”


민우가 고개를 들어서 반대편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곳에선 엄청 희미했지만, 무언가가 반짝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저기로 가야 하는 거 같은데.”


민우는 손을 내밀어 바람길을 찾으려고 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몸을 던지려는 순간.


“에라이!”


그의 발걸음이 마치 땅에 달라붙기라도 한 듯,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지같네.”

트릭이나 숨겨진 함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뛰어내리려는 순간, 민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을 뿐이다.


“하아, 여기서 떨어지면 끝이겠지?”


마치, 어드벤처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기믹을 해석하고 그것들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느낌.

민우는 문턱에 엉덩이를 걸쳐 앉은 채, 다리를 허공에 대롱거렸다.


“밑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이용해야 한다라...”


민우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눈을 찌푸렸다.


“그런 건 귀찮아서 못 하겠는데.”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팔을 벌렸다.


“안 되면 말고.”


[스킬 발동: 고스트 워크]


그 순간, 민우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야, 스킬 발동이 되네?”


로키가 만들어 놓은 바벨탑에 이런 약점이 있을 줄이야.

어쩌면 인간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능력을 지녔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나 말고는 없긴 하지.”


민우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엿이나 드세요, 요술쟁이야.”


그러고선 빠른 속도로 건너편을 향해 날아갔다.

멀리서 희미해서 번쩍이던 물체에 점점 가까워졌다.


“됐다.”


그리고 완전히 가까워졌을 때, 그게 다음 문을 여는 열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띠링


[바벨탑의 미궁 (2) 완료.]


민우가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열자,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러고 그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려는 때, 민우는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스킬을 사용해도 된다면...’


굳이 로키에게 잘 보이거나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 미궁의 끝이 몇 층인지도 확실치가 않단 말이지.’


더군다나, 미궁을 탈출한다고 해도 로키가 자기를 만나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럴 바엔...


[스킬 발동: 디아블로 폼]

-대악마 디아블로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민우의 등에서 삐져나오기 시작하는 반쪽짜리 날개.

그의 눈동자는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보랏빛으로 번쩍였다.

오른팔은 불에 그슬리는 듯이 검게 변했고, 그의 변화에 반응하듯 목걸이와 팔찌에서 하얀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스킬 발동: 레이 오브 더 데스]

-디아블로 폼의 효과로 강화됩니다.


민우는 두 번째 열어 둔 채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세 번째 층으로 발을 넘기지 않고서 두 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그워어어


그러자, 공중에서 거대한 암흑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민우의 발아래에 있던 모든 물체를 빨아들였다.


-쩌적

-쨍!


훤하게 뚫려있던 바닥에서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금이 가고 모든 것이 갈라졌다.

민우는 바닥에 보이던 것들조차 로키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쩌저적


첫 번째 방에 있던 장미와 구름도 모조리 파괴됐다.

그것들 역시 로키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럼 전부 다 가짜인 건가?’


민우는 좀 더 집중해서 자기의 마력을 소용돌이에 끌어모았다.


-쾅!


그러자, 점점 그 크기가 커지던 소용돌이는 아예 민우가 있던 공간의 모든 것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모든 벽면이 깨지고, 바닥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 틈을 통해서 민우는 밖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


‘그냥 아예 다 부셔야지.’


* * *


그 시각, 천사 한 명이 로키의 집무실 문을 벌컥 하고 열어젖혔다.

이마에 맺혀있는 땀과 버벅거리는 그의 말투.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그는 연신 숨을 헐떡였다.


“아, 이 새끼. 문 살살 열라고 했지 내가.”


에메랄드로 조각된 의자 위에서 로키가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로, 로키님! 그게 아니라, 큰일 났습니다!”

“뭐가 큰일인데.”


장난의 신은 눈알을 뱅그르르 돌렸다.

마치 ‘네가 지금 하는 얘기가 큰일이 아니기라도 하면 너는 죽는다.’ 라는 식의 눈빛이었다.


“바, 바벨탑이...”

“아, 그 인간 새끼? 그래 걔가 뭐 죽기라도 했니?”


천사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 인간이 바벨탑을 모조리 부수고 있습니다!”

“뭐?”


한 손으로 사과를 베어먹으려던 로키는 동작을 멈췄다.

마치, 자기가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의자에서 내려와 천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다시 말해봐, 바벨탑이 뭐?”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천사.

그는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로키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다시 답했다.


“그 인간이 바벨탑을 모조리 부수고 있습니다..!”


-쨍그랑!


들고 있던 사과가 식기가 모여있던 곳으로 날아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인간 따위가 내가 만든 바벨탑을 부순다고? 이 시발!”


로키는 고개 숙이고 있던 천사의 턱주가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고는 자기 눈을 똑똑이 보라는 듯이 확 잡아당겼다.


“분명 네가 본 게 확실하지?”

“예...예. 맞습니다, 로키님...”


천사의 목소리가 가늘게 파르르 떨렸다.


“알았다.”


로키는 천사의 턱을 휙-하고 집어 던지고선 걸어갔다.


-또각 또각


묵직하게 울리는 그의 구둣발 소리가 그의 분노를 말해주고 있었다.


* * *


-띠링


[바벨탑의 @#!@$.입니다.]


모든 벽면이 부서지고 바벨탑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라지자, 민우의 눈앞에 이상한 메시지가 떴다.


-띠링


[바@#$탑의 !#$@입니다.]


-띠링


[바벨@#!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민우가 로키의 바벨탑 자체를 없애버린 탓에 생겨버린 오류인 것 같았다.


“이러면 로키도 안 오고는 못 배기겠지.”


이럴 거였으면 초반부터 다 부숴버릴걸.

장미를 찾느라고 시간을 보낸 게 아까워지는 순간이었다.


-띠링


[장난의 신 로키가 당신에게 분노합니다.]


“오호.”


-띠링


[장난의 신 로키가 당신의 목숨을 위협합니다.]


“응?”


그 순간, 민우는 등 뒤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쉐엑!


민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면서 등 뒤에서 날아온 공격을 피했다.


-띠링


[당신은 로키에게 반감을 샀습니다.]

[로키가 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를 저지하시오.]


민우의 등에서 날아온 뾰족한 창이 바닥에 콱- 하고 박혔다.

창이 날아온 곳에는 분노하고 있는 로키가 공중에 떠 있었다.


“너 이새끼가...으아아아!”


바벨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로키는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내가... 내가 얼마나 공들여서 만든 탑인데!”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몸부림쳤다.


-띠링


[돌발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하, 시발. 설마.’


하지만, 불안한 감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


[장난의 신, 로키를 제압하시오.]

-당신은 신 로키에게 반감을 샀습니다. 그를 제압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스톤을 획득하시오.


원래는 내기를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물건이, 이제는 그를 제압해서 뺏어야 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하하, 하하하. 안녕.. 하세요?”


민우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로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악마같은 새끼! 네 놈의 육신을 찢어발겨서 아스가르드에 뿌려주마!”


로키는 분노에 휩싸인 채, 엄청난 속도로 민우를 향해 날아왔다.


-콰앙!

로키와 몸이 부딪힌 민우는 그대로 바닥으로 처박혔다.


“으아아아!”


장난의 신치고는 제법 무식한 공격.

그는 민우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주먹을 휘둘렀다.


“아니. 잠, 잠깐만요.”


하지만, 그 어느 공격조차 민우의 얼굴을 스치지 못했다.

디아블로 폼으로 변해버린 민우였기에, 단순하게 날아오는 그의 주먹을 피하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스킬 발동: 데스 블로우]


-퍼엉!

되려 민우의 주먹이 로키의 옆구리에 꽂혔다.

예상치 못한 강도의 공격에 옆으로 힘없이 날아가 버린 로키.

그는 비틀거리면서 바닥에서 일어섰다.


“악마 새끼가 어딜 감히 신성한 천계에 발을 들이는 거냐!”


그는 허공에서 지팡이 하나를 소환했다.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듯한 그의 지팡이.

로키는 그걸 공중에서 빙빙 돌리더니, 작은 마법진을 그려냈다.


“너 같은 말종한테는 이게 제격이지.”


[로키가 ‘룸 오브 인피니티’를 시전했습니다.]


-띠링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하려는 소리가 들리고선 민우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잠시 뒤, 시야가 돌아오자 번쩍거리는 초록빛으로 된 사각형에 갇힌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 무슨.’


로키는 민우의 머리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에선 내가 신이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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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로키의 바벨탑 (2) 22.09.28 117 3 12쪽
69 #28. 로키의 바벨탑 (1) 22.09.27 108 3 12쪽
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6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3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40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3 5 13쪽
64 #25. 촉수라니 (2) 22.09.19 150 6 12쪽
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3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5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2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2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56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2 22.09.08 218 8 11쪽
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4 10 12쪽
54 #20. 한미 연합작전 (3) 22.09.06 217 9 12쪽
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5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1 11 12쪽
50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3) 22.09.02 242 11 13쪽
49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2) 22.09.01 227 10 12쪽
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7 11 12쪽
47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2) 22.08.29 236 11 12쪽
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1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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