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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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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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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85
추천수 :
996
글자수 :
389,535

작성
22.09.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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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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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DUMMY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2)


“제법, 강해졌는데?”


셀마는 민우의 강해진 몸을 하나하나, 차근하게 그리고 천천히 탐닉했다.

민우는 마치 자기가 여태껏 흡수했던 영혼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너도 즐기고 있잖아.”


셀마는 누워있던 민우를 흘깃 올려다봤다.


“조용히 해...!”


하지만,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능숙한 솜씨로 자기의 몸을 요리하고 있는 셀마의 모습.

이게 정녕 현실인가 싶을 정도의 황홀경을 느끼고 있었다.


“제법인데..?”


민우는 본능에 몸을 맡긴 채, 그녀를 만족시키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터져 나오면서 순식간에 뜨거워진 방 안의 공기.


-아..!


그러다가 짧게 터져 나온 셀마의 신음에 민우는 흠칫 놀랐다.

셀마의 목소리가 이토록 야하게 들렸던 적이 없었다.

그녀의 단말마에 민우는 한 마리의 수컷으로 돌변해버렸다.


“왜 이렇게 급한 거야.”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까.”

“매니저 년?”

“조용히 해.”


숨을 헐떡이면서 민우는 끓어오르는 욕망을 분출시켰다.

뱀파이어를 해치웠을 때보다.

처음 헌터로 각성했을 때보다.

강력한 아드레날린이 민우의 뇌를 차고 돌았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도달한 그 순간.


“아아...”


자기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악마가 이토록 아름다워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머리가 돌아버렸다.


“조용히 하라니까, 진짜로.”


거사가 끝나고, 인간과 악마의 거친 숨소리만이 가득했다.

민우는 가쁜 숨을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셀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더 강해져 있을 거지?”


얼굴이 확- 빨개진 민우는 정신을 차리고선 얼른 옷을 챙겨 입었다.


“던전에 대한 정보는 이따 저녁에 얘기해줘. 그리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 눈에 절대 띄면 안 돼.”


그는 거듭 강조했다.


“절대!”


셀마는 부리나케 복도를 향해 뛰어가는 민우를 보고선 미소를 씨익 지었다.


“맛있네, 내 새끼.”


* * *


분명 금방 나온다고 했는데, 왜 한참이나 걸리는 걸까.

김세린은 연신 자기의 핸드폰을 보면서 민우를 기다렸다.

5분만 더 있다가, 그래도 안 오면 자기 혼자서 식당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매니저님!”


승강기의 문이 열리고서 민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늦었죠, 미안해요. 잠깐 급하게 여자친구한테서 전화가 와서.”

“아니에요. 저도 잠깐 제 방에 갔다 오느라, 이제 막 도착했던 참이에요.”


얼마나 급하게 뛰었으면, 그의 앞머리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많이.... 급하셨나 봐요?”

“예? 아, 이거요.”


민우는 흠칫 놀란 표정으로 급하게 자기의 이마를 닦아댔다.


“세수하고 나오는데, 수건을 못 찾아서요. 하하.”


수건을 못 찾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걸 보아하니, 무언가 수상한 게 분명했다.


“방에 수건이 있을 텐데...”


김세린은 혼자서 중얼거리더니, 이내 민우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었다.


“뭐,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 배고픈대.”

“그러시죠, 하하.”


괜히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는 민우.

둘이 식당으로 향하자 이미 그곳에서는 많은 헌터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어, 이민우 헌터다.”

“어디?”


한 헌터가 식당에 들어오는 민우를 발견하자, 곧이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목이 쏠렸다.


“민우야! 여기야, 여기.”


그때, 한쪽 테이블에서 최연희 헌터가 손을 흔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씨, 불편해 죽겠네.’


다른 테이블을 지나칠 때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와씨, 이민우잖아.

-옆에는 누구야, 여자친구?

-매니저겠지.


간신히 최연희가 있는 테이블에 합석을 성공한 민우.

그는 깊은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니저님도 같이 오셨네요? 얼른 식사 하세요.”

“아, 네네. 감사합니다.”


민우가 메뉴판을 훑어보던 중, 누군가가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게 느껴졌다.


“지금 밥 먹는 중인데요.”


최연희가 민우의 등 뒤를 향해서 날카롭게 쏘아댔다.

고개를 돌리자, 미국의 헌터 세 명이 그곳에 서 있었다.


“아, Mr. Lee. 당신이 그 이민우 헌터입니까?”


큰 키에 검은 선글라스, 그리고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그는 민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지금 밥 먹는 중이라니까요. 불편하게 하지 마시고, 이따가 얘기하시죠.”

“오, Ms. Choi. 죄송하지만 당신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하하. 저는 오직 이민우 헌터를 보러 온 겁니다.”


그는 마치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턱시도의 앞주머니에서 성냥개비를 꺼냈다.


“하하, 크리스가 자기가 가장 먼저라고 했지만 먼저 찾은 사람이 임자 아니겠습니까?”


그가 성냥개비 끝부분에 검지를 스치자, 칙-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어났다.


“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미국의 S급 헌터 마이클 베넷입니다. 현지에서는 불의 마법사라고도 불리죠.”


그가 미소를 지으며 성냥개비를 좌우로 흔들자, 불꽃이 일렁이면서 한 마리의 작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민우 헌터에 대한 소문을 듣고서 이렇게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듣기로는 악마의 힘을 받은 자라고 하던데...”


그는 민우의 두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하게 살아 있을 수가 있죠? 정말 놀랍습니다. 심지어 영혼조차 깨끗해 보이는군요.”


그는 민우의 존재에 대해서 믿지 않았다.

악마의 힘을 물려받은 자가 살아있다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타락한 영혼은 그 주인을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 버리는 게 당연한 치사.

여태껏 본국에서 생겨났던 암흑 계열 헌터들은 죄다 그랬었다.


“살아있는 네크로맨서라니, 그것도 이중 능력을 지닌 홀리네크로맨서!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능력입니까.”


주변을 날아다니던 불꽃 나비 한 마리가 그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파삭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아귀를 움켜쥐면서 나비를 죽여버렸다.


“저희 미국에서는 동료를 속인 헌터는 그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옆에 있던 그의 동료들이 덩달아 웃어댔다.


“Mr.Lee와 같이 작전을 수행하려면 신뢰가 필요한데, 혹시 능력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뭐 하는 짓거..”


최연희가 숟가락을 테이블에 탕- 하고 던지면서 그의 멱살을 붙잡으려던 순간.

민우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열받은 모습의 최연희와는 달리 민우의 표정은 차분했다.


“내버려 둬 누나, 아무것도 아닌데 뭘.”


그는 되려 최연희를 자리에 앉히고선 마이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민우는 예상했다.

독도로 오기 전에 김세린이 미리 귀띔을 해줬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몇몇 헌터들이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다고.


“당신의 성냥개비 마술은 잘 봤습니다.”


민우는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저도 그런 거 비슷한 걸 할 줄 압니다만.”


그러고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스킬 발동: 소울 리바이브]

[다크엘프의 영혼을 불러냅니다.]


네크로맨서라고 알려진 사내의 손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식당에 있던 모든 헌터들은 식사를 멈추고선 일제히 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에 대해서 의심하고 계신 건가요?”


그의 손아귀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이내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시꺼먼 형태에 속이 비어있는 듯했지만, 그곳에 있는 이들은 그게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크엘프다!”

“다크엘프가 어떻게 이곳에?”

마이클 역시 그것을 보고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당황한 듯, 손에 쥐고 있던 성냥개비를 놓치고 말았다.


“이래도 의심된다면...”


홀리 네크로맨서의 눈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목에 있는 문양에선 시뻘건 빛이 번쩍였고, 그의 몸 주변에선 기분 나쁜 마력의 오라가 흘러나왔다.


“당신의 영혼을 먹어버릴 수도 있는데.”


민우의 손짓 한 번에 다크엘프의 영혼은 마이클과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히엑!”


이내 질겁하며 줄행랑치는 마이클과 일행.


‘별것도 아닌 새끼들이.’


상황이 종료되고 다크엘프의 영혼은 다시 거둬들였지만, 분위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주변에 모든 헌터들이 그 광경을 보고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연희 조차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너, 너, 너...”


차마 입에서 말이 나오질 않는 그녀.

해골을 되살리는 걸 처음 봤을 때도 놀랐었는데, 이번에는 영혼 그 자체를 소환하다니.

그리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기운은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물론, 악의 마력이었지만.


“아, 이건 처음 보는구나.”


주변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화제의 네크로맨서는 태연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요번에 새로 익힌 스킬이야, 어때?”

“놀, 놀랍네. 놀라워, 어어.”


계속해서 말을 더듬은 최연희.

그 옆에 있던 매니저도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민우는 그런 둘을 향해서 손을 휘저었다.



“그런데, 너 아까 방금 영혼을 흡수해버린다고 한 거 맞아..?”

“에이, 그냥 말이 그런 거지. 인간의 영혼은 흡수할 줄 몰라, 아니 알아도 안 하지.”


민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메뉴판을 훑어보다가 한 가지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밥이나 먹자, 난 이거 먹을래.”


둘은 아무렇지 않은 그의 태도에 놀랐다.


“왜, 뭐가? 이제는 주변에 시선 같은 건 신경 안 쓰기로 했어.”


이미 셀마와 계약을 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이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비난, 그리고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되리라는 것을.

그렇다고 강해지고 있는 힘을 계속해서 숨기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저는 그러면 설렁탕 먹을게요. 속이 안 좋아서.”


여전히 전날의 숙취가 남아있는 그녀였다.

최연희는 달라진 모습의 민우를 보고선 제법 남자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흡수한 영혼 덕에 성장한 그의 체격도 하나 한몫했을 것이다.


“민우 씨는 뭐 드신다고요?”


다크엘프의 영혼을 소환해냈던 손이 움직였다.


“저는 장어덮밥이요.”

“장어요?”

“네, 기력이 좀 떨어지는 거 같아서.”


셀마한테서 빨려버린 정기를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민우를 향한 시선이 뜨거웠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

그런 그를 보고선 김세린은 확신했다.


‘하룻밤 사이에 어딘가 많이 달라졌어.’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독자님들,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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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27. 천계에 도착하다 (2) 22.09.23 136 6 13쪽
67 #27. 천계에 도착하다 (1) 22.09.22 134 7 13쪽
66 #26. 해치웠나? (2) 22.09.21 142 6 12쪽
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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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5. 촉수라니 (1) +1 22.09.18 164 6 13쪽
62 #24. 영혼의 결속 (2) 22.09.17 166 6 13쪽
61 #24. 영혼의 결속 (1) +1 22.09.16 176 7 13쪽
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3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3 7 12쪽
58 #22. 3대 3 한미전 (2) 22.09.13 193 9 12쪽
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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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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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6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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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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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9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3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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