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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의 서재입니다.

축복받은 네크로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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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레스트
작품등록일 :
2022.07.14 02:54
최근연재일 :
2022.10.05 22:58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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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9,535

작성
22.09.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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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DUMMY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이제 막, 해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던 때였다.

민우가 타고 있던 배가 부둣가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배은호였다.


“무사히 잘 도착했군. 그동안 잘 지냈는가?”

“예, 국장님. 저야 뭐 별일 없었죠.”


둘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선,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요?”

“아마 숙소에 있을 걸세.”


이미 기자들과 미국 측에는 이민우 헌터가 도착하는 시간을 거짓으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민우 본인이 배은호에게 직접 부탁한 부분이었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일세.”

“아, 아닙니다. 그냥 잠시 들려야 할 곳이 있어서 갔다가 오느라...”


원래 계획보다 하루 늦게 합류한 민우를 떠보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민우는 자기가 지옥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민우는 뒤에 따라오고 있는 김세린을 돌아봤다.

그녀는 어제의 과음에 의한 숙취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쯧쯧, 자네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 술을 먹은 건가.”


배은호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린 김세린에게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저랑 한잔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인사도 못 한 거 같아서.”

“응?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야.”


그러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둥,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우는 그녀에게 가서 들고 있던 짐을 대신 들어줬다.


“줘요, 얼른 가서 약부터 처방받아요.”

“그, 그래야겠어요. 미안해요.”


어째서인지 둘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는 배은호였다.


‘젊을 때가 좋은 거지, 하하하.’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연희 누나였다.

방금 막 운동을 끝내고 온 듯한 차림이었다.


“와, 왜 내 방보다 좋아 보이지? 기분 탓인가?”


그녀는 방을 두리번거리면서 감탄했다.


“왜? 누나도 개인실 아니야?”


A급 헌터들과는 달리 S급 헌터들은 각자 개인 방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작전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나도 혼자 쓰는 개인실이지. 그냥 뭔가 조금 더 좋아 보이는 것 같은데?”


방긋 웃는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말 같았다.


“누나는 어떻게, 운동하고 오는 길이야?”

“엉, 여기 바로 앞에 헬스장이 있거든. 국장님이 돈을 꽤 투자하신 것 같더라고.”


그녀는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털어댔다.

기분 좋아지는 샴푸 냄새가 민우의 코를 타고 들어갔다.


“일정표는 받았어?”

“일정표? 아직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데?”


그때, 최연희 뒤에서 김세린이 나타났다.


“일정표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최연희와 눈을 마주치고서 급히 인사를 나눴다.


“아, 여자친구분도 같이 오셨구나.”

“아니, 여자친구 아니라니까.”


김세린은 부끄러운 듯이 뒤에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여기 앞에 망양대에 가면 전망 끝내주거든. 이따가 저녁에 회의 끝나고 같이 가봐.”

“아,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


최연희는 그런 민우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그럼, 우리 민우를 잘 부탁해요.”


그녀는 김세린에게 싱긋 웃고는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흠흠,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회의가 있다는 거죠?”


괜히 어제 일 때문에 조금 어색해진 둘 사이의 공기.

민우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김세린에게 일정표를 건네받았다.

쭉 훑어보던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을 찾았다.


“미국 협회장하고 면담? 이건 뭐예요?”


김세린은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답했다.


“저도 국장님께 여쭤봤는데, 미국 협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부탁하신 일이라고 합니다.”


미국 헌터협회장이 나를 만나려고 한다고?

보나 마나 뻔한 내용일 것 같았다.


‘자기 나라로 넘어오라는 개소리 같은 거겠지.’


민우는 일정표를 자기 침대 위로 던져 놓고선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바다에서 흘러들어오는 짠내와 상쾌한 아침 공기가 그 조화를 이루었다.


“아, 그리고 일정표에는 안 나와 있는데.”


그녀는 잠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오늘 점심 식사 이후에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기자회견이요?”

“예.”


작전 구역인데 기자들이 들어오다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다.


“꼭 해야 하는 건가요?”


갑자기 굳어진 민우의 말투에 김세린은 살짝 놀랐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괜히 목소리가 작아지는 김세린.

민우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기자회견 안 한다고 전해줘요.”

“예?”


김세린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는 곧바로 민우의 의도를 알아챘다.


“저희는 작전을 수행하러 온 거지, 놀러 온 게 아니니까요.”

“...아.”


민우가 열어 둔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 때문이었을까.

괜히 민우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그럼 일단 그렇게 전달해놓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일단 우리 밥부터 먹을까요?”


-꼬르륵...


과음한 탓에,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출발했던 김세린의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민우는 일부러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외면했다.


“이따가 로비에서 만나요, 금방 내려갈게요.”


김세린은 민우에게 인사를 하고서 후다닥 방을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연신 자기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하면서, 왜 그랬냐는 식으로 질타를 했다.

김세린을 돌려보낸 민우는 눈을 감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 숨고 나와도 돼.”


그러자, 옷장에서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셀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히히, 우리 민우 인기 많은데?”


셀마는 재밌다는 듯이, 손으로 민우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근데 지금은 진짜 곤란한 타이밍이야.”

“뭐가?”


셀마가 사람들 눈에 띄었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여자친구라고 속일 수도 없었다.


“하, 나도 모르겠다.”


그대로 침대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대신 다른 사람들 눈에는 띄면 안 돼, 절대로.”

“왜? 저번처럼 여자친구라고 하고 돌아다니면 안 돼?”

“안 되지! 지금 나는 중요한 일을 하러 온 거라고.”


셀마는 창가에 턱을 괴고서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알아, 나도.”

“알아, 너도?”


바다를 보면서 싱긋 미소를 짓는 그녀.

셀마는 고개를 휙- 돌리고선 민우를 쳐다봤다.


“내가 모르는 게 있을 거 같아?”


하긴, 순간 셀마가 악마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녀는 바다가 있는 쪽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있는 저거 아냐?”

“어디?”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바다 한가운데였다.


“바다밖에 없는데 뭐.”

“아니, 저길 잘 보라고 멍충아.”


그러고는 와락 민우를 끌어안고선 창가로 데려가는 셀마.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촉감이 민우의 볼을 뜨겁게 만들었다.


“자, 이제 보일 거야.”


셀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짓말처럼 바다 한가운데에 거대한 던전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바다 위에 또 다른 섬이 있는 듯.

그 모습은 민우가 본 것 중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의 게이트였다.


“인간들이 잘 숨겨놨더라고.”

“숨겨놔?”


아마도 관리국 쪽에서 손을 썼던 모양이다.

가끔 저렇게 너무 거대한 게이트는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두기도 했었다.


“...게이트를 숨겨놓을 정도면.”


배은호 국장한테서 전해 듣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나 보다.


“내가 잘 아는 놈이야.”

“뭐가.”

“이번에 네가 들어가는 던전. 그 집 주인을 내가 잘 안다고.”

“엥?”


셀마는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저럴 때 보면 애 같다니까.’


하지만, 그도 잠시 그녀의 몸매는 귀엽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크라켄에 대해서 들어봤어?”


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에 나오는 바다 괴물 크라켄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바다 괴물이잖아.”

“그 크라켄을 만든 놈이 이번 저 집 주인이야.”


크라켄을 만들다니,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악마는 말이 될까 싶었다.


“원래 인간계에 발을 들이면 안 되는 놈인데, 이번에는 왜인지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는지 모르겠어.”

“그럼 악마.. 라는 소리야?”

“그치.”


셀마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 그래도 저번에 벨리알 사건 때문에 루시퍼한테 직접 갔다 왔거든.”


민우는 자기 인벤토리에 있는 또 하나의 암흑 결정의 조각이 생각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어쩌면 벨리알이 하는 짓은 애들 장난일 수도 있어.”


한순간 심각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표정이 다시 밝아지는 그녀였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겠지.”


셀마는 창가에서 몸을 일으키고선 침대에 걸터앉았다.

저번에 입어봤던 옷이 마음에 들어서였던지, 웬일로 평범한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리치한테 갔다 왔다며. 어때, 진전은 좀 있는 거 같아?”

“조금 강해진 것 같긴 한데.”


민우는 뭔가 떠올랐다.


“스킬을 배웠어.”


[스킬 발동: 소울 리바이브]


민우의 손끝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던 연기가 다크엘프의 형체를 만들어냈다.


“오? 이제 소환도 할 수 있네. 생각보다 빠른데? 리치는 뭐래, 아무 말 안해?”

“뭐 별말 없던데?”

“히히히, 지금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셀마는 민우의 손을 잡아당겼다.


“원래는 리치의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사용자의 영혼은 타락해야 되거든.”


그러고는 민우의 목에 있는 목걸이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십자가 모양으로 된 금목걸이가 한 바퀴 핑그르르 돌았다.


“그런데, 이것들이 너를 보호해주고 있으니까 말이지.”


‘역시.’


악마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더욱 환하게 빛났던 이유가 있었다.

타락하려는 나의 영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절대로 지옥으로 갈 때 이것들을 끼고 가면 안 돼, 알았지?”

“알았어. 그건 그렇고, 그 집주인에 대해서 좀 알려주라.”


셀마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떤 거?”

“예를 들면 약점이라든지, 뭐 그런 거 있잖아.”


민우의 물음에 셀마는 입꼬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기의 얼굴을 민우에게 가까이 들이댔다.

그러고는 귀에다가 대고.


“원하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겠지?”


지금 귀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바람은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뭐, 뭘 달라는 건데.”


당황한 듯이 빨개지는 민우의 얼굴.

셀마는 쿡쿡거리면서 계속해서 귀에다가 대고 속삭였다.


“내가 뭘 원하는지는 네가 잘 알 텐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그녀의 목소리에 홀려버리고만 말 것 같았다.


‘서큐버스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셀마는 점점 몸을 민우에게 밀착시켰다.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몸매.

민우는 눈을 가만히 감고선, 머릿속으로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부르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그런 거.”


하지만, 그녀의 유혹은 인간이 견디기에는 너무 강렬했다.

그녀의 입술이 민우의 귓불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신에 밥 먹으러 가야 하니까, 빨리 끝내야 돼.”


민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런 그를 보고선 씨익 미소 짓는 셀마.


“좋아.”


그녀의 손짓 한 번으로 열려있던 창문이 닫히고 커튼이 햇빛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해, 여긴 집이 아니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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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26. 해치웠나? (1) 22.09.20 144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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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2) 22.09.15 172 7 13쪽
59 #23. 아무도 그를 말릴 수 없어 (1) 22.09.14 19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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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2. 3대 3 한미전 (1) 22.09.09 21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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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네가 왜 거기서 나와 (1) +2 22.09.07 22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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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20. 한미 연합작전 (2) 22.09.05 216 9 12쪽
52 #20. 한미 연합작전 (1) 22.09.04 238 11 12쪽
51 #18.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제 2장 끝. 22.09.03 24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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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8. 다크엘프 군단과 주작길드 (1) +1 22.08.31 24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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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7. 신세 좀 지겠습니다 (1) 22.08.28 238 10 12쪽
45 #16. 권모술수 (2) 22.08.27 252 10 14쪽
44 #16. 권모술수 (1) 22.08.26 250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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