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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96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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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 삼거리 전쟁 (3)

DUMMY

43. 삼거리 전쟁 (3)


내가 본사로 들어와 진짜 깡패 짓을 하고 처음 제대로 한 일이 내가 수족처럼 부릴 부하를 찾은 것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깡패라면, 그것도 바닥부터 시작하는 생활이라면 응당 그래야 하니까.

식구를 늘리고 실적을 쌓고 더 높이까지 올라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


그래서 그 역시 예상했으리라.


“진짜로 집 열쇠가 하나 더 있었어요?”


그래서 날 찾아왔으리라.

나는 유 팀장의 술잔 앞에 집 부엌에서 발견했던 메모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거기엔.


- 술 한잔하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단골


이라 적혀 있었다.


“열 장 중에 이거 하나만 가져오신 겁니까?”

“열 번이나 왔었으면 정성을 봐서라도 다 가져올 걸 그랬네.”


메모를 흘끗 본 유 팀장은 다시금 피식 웃었다.

나 역시 그를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 예상했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둘 다 허탈하기 짝이 없는 공허한 웃음이긴 했지만.


“본사로 들어가면 다시 볼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런 식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분명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볼 것이라 생각했다.

적송에 무사히 들어갔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적송의 정보를 빼돌리고 그에 맞춰 많은 돈을 벌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유 팀장 사이엔 너무나 거대한 벽이 있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서로에게 모든 걸 내비칠 수 없도록 가로막힌 ‘불신’이 바로 그것이었다.


“뭔가 달라지셨군요.”


그는 당연한 듯 내 변화를 눈치챘다.

더는 경찰 동료로 보고 있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점점 이 세계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자신의 무능력함을 탓하고 있는 눈이었다.


“무슨 일을 독단으로 꾸미고 계신······.”

“이제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는 거 아닙니까?”


내 물음에 그는 멈칫했다.

그 역시 내 말뜻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차혜정 주임이 가져온 보고서, 역시 보셨군요.”


비밀로 하려 했을 것이다.

내가 그 보고서를 보는 순간, 그에게 몹시도 실망할 거란 걸 알았을 테니까.


“그렇다면 1세대를 만든 것에 적송이 관여된 걸 알았겠네요.”

“그리고 당신이 내게 그 사실을 숨긴 것도 알고 있지.”


내가 유 팀장에게 실망한 이유.

그래서 아무런 도움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내가 적송이 운영하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스킬 사용에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알았을 것이고.

그런 내가 적송에게 복수심을 품어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적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내가 아이들을 뽑은 것처럼.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상하리만치 내게 확신을 가졌던 그였다.

그 기이한 확신의 이유를 알고 나니, 역설적으로 나는 그에게 그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었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개소리 집어쳐.”

“진심입니다. 당신을 이용할 생각 따위는, 절대 없었습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몰랐다고 치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깨달았으리라.

내가 반장님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결국 혈석 실험까지 닿았을 때 느꼈으리라.


만약 내가 이 사실들을 전부 알아내고 유 팀장이 나를 이용했다는 분노에 미쳐 날뛰거나, 그것도 아니라 진짜 적송이 기른 아이들의 목적에 따라 깡패가 되겠다고 한다면, 통제할 수 없다고.


두려워했으리라.


“그래서 미사일을 쏜 겁니까?”

“그건 정말로 아닙니다.”


증거가 없는 허실이다.

게다가 그는 내게 또 무언가 숨기고 있다. 그래서 지금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이렇게 병신 같은 표정이나 짓고 있는 거겠지.


이제 거짓이든 진실이든, 더는 속지 않는다.


“상관없습니다. 이제 제가 하려는 일엔······.”


그리고 나 역시, 이제 내가 하는 일을 다 알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청두파를 무너뜨리고 적송마저 무너뜨릴 거라는 걸.

바로, 박경석이 경찰로 출두하는 그날에.


“당신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아직도 필요합니다.”

“개소리······.”


“그렇기에 연락했는데, 만약 제가 더는 필요하지 않으신 거라면 여긴 왜 나오신 겁니까?”


이건 그의 말이 정확했다.

나는 그가 필요하다. 아니, 나의 팀은 그가 필요한 게 맞는 말이긴 하지.

나는 그에게서 받은 열쇠를 술잔 안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제 복사한 키 말고 이거 쓰세요. 어차피 거처는 구했으니까.”

“······.”

“단, 거기 아이들이 있습니다. 걔들, 책임지고 좀 지켜주세요.”


조직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던 내가 내 팀으로 뽑은 녀석들을 유 팀장에게 넘긴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이 녀석들은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이제 더는 어둠 속에 숨어 살지 않아도 되도록, 떳떳하게, 그러려면 경찰이 낫지.

둘째, 어찌 되었든 내가 이 판에 들어온 건 유 팀장 덕이니 유 팀장에게 나 대신이라 생각하고 넘긴 것이다. 빚을 진 느낌은 지울 수 있도록.


마지막 셋째, 조직적으로 움직일 필요를.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없앨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뭐죠?”

“지금까지의 정이라곤 뭣하지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나는 유 팀장의 술잔을 채우며 물었다.


“박경석, 언제 기어 나옵니까?”


그는 내 마지막 질문에 답을 골랐다.

어떤 말을 할지 속에서 구불거리는 꼴이 꼭 토하기 직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전에, 저도 묻고 싶습니다.”


그는 대답 대신 질문을 골랐다.

나는 그게, 여기까지 와서도 참 유 팀장스럽다고 생각했다.


“돈 때문입니까?”

“뭐? 내가 지금 시발 돈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한 가지 확실하겠군요.”

“뭐가요?”


“복수.”


그는 자신의 술잔을 남김없이 비웠다.


“담배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

“아, 달라는 건 아닙니다. 여긴 금연이라.”


그는 처음으로 헝클어진 표정이 되어 덤덤하게 이야기를 뱉기 시작했다.


“당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건 경찰로선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되는 부류겠죠.”

“왜? 이것보다 더한 것도 시켜놓고.”


“그것 역시 압니다. 그래서 저 역시 지금, 절대로 용납되어선 안 되는 부류의 일을 하고 있거든요.”


아직도 숨기고 있는 건가.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그게 도대체 뭐랍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나보더 더 중요한 게 또 있습니까?”

“벌목 작업은 경찰과 이계인들,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제 개인적인 숙원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

또 하지만 이다음 그가 꺼낸 말은 내가 상관할 바이긴 했다.


“저도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차혜정 주임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력함을, 그래서 경찰로서는 해선 안 되는 일을 막지도 못 하는 자신을 후회했다.

그리고 마지막 미련으로, 마지막 목줄이자 경찰과의 연결고리로 차혜정을 들이밀었다.


‘역겹네.’


이런 사람 밑에서 일했다니.

치가 떨려 도저히 이 자리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할 말 없으면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담배를 물었다.

이에 유 팀장이 내 뒤에다 대고 말을 이었다.


“박경석의 출두 일은 잡히자마자 차혜정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끝까지······.”


“회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에 저도 할 일이 있어서, 차혜정 주임을 다른 곳에 보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 부탁하는 겁니다. 마지막 정으로······.”


아, 그러고 보니. 처음 유 팀장을 만났을 때도 이렇지 않았나?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그는 내 뒤에다 말하고. 나는 다시 앉고.


칙- 치직-!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그저 나설 따름이었으니까.


“후우.”


거리에 아무렇게나 재를 털었다.

서로 이용할 거 다 이용했고 털 거 털고.

그렇게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


그 후로는 곧장 청두파 잔당이 있는 곳을 털었다.

식당, 가게, 오락실이나 클럽. 며칠간 닥치는 대로 깨고 부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차올라 그랬다.


‘분노? 그런 건 아니야.’


그렇다면 이 감정은 뭘까.

클럽에서 한 10명 조지고 숨이 벅차 쓰러졌을 때였나.

아니면 힘깨나 쓰는 놈이 뒤통수를 후려쳤을 때였나.


“아.”


그래, 이건 자부심이다.

나는 뒷세계에서 주먹 쓰는 깡패라는 자부심.

그런 것들로 지금까지의 경찰로서의 일을 털어 내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기억하는. 자부심, 혹은 자기혐오.


나는 그런 것들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래,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그렇게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연히 혼자였고, 변한 것은 없었지만 지도에 표시한 ‘X’자가 빼곡히 늘어갈 때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전쟁에서 박경석과 정강을 친다.


뭣하면, 스킬도 사용한다.


빛은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이 고요한 밤처럼, 그저 돈 많이 벌고, 떳떳하게만 살고자 했던 삶은 이제 더는 내 안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 뒤가 있을까?’


담배를 하나 물고 생각했다. 과연 그 뒤가 있을까.

내가 성공적으로 박경석과 정강을 처리하면, 그 후는······.


“아니, 쓸데없는 생각으로 일을 그르쳐선 안 돼.”


딱 거기까지.

삼거리에서 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뛰어들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니까. 오로지 다음.


다음 ‘X’자 자리만 보고 가는 거야.


“다음은······.”


그때였다.


삡-


차혜정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


차혜정은 왜인지 나를 이 익숙한 장소로 불러냈다.

그녀는 이전과 뭔가 달라진 상태로 내게 말했다.


“들어가 보세요.”


박경석이 언제 출두하는 지만 알면 되는데, 뭐 밥이라도 한 끼 하자는 건가.

하긴 마지막이라면, 그렇게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빛이 날 반겼다.

아주 익숙한 냄새와 주황색으로 따듯한 불빛이.


“왔니?”


하필 불러낸 곳이 또 이 삼겹살집이라니,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이모에게 뭐라도 실증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이모의 특별한 마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오히려 여기가 더 나을 수도 있지.’


그렇게 자리를 두리번거리다.


“밥 먹어라, 꼴통.”


반장님을 봤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다. 아니,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눴던 게 이곳이라 그런가, 이곳에 계속 있으셨던 느낌마저 들었다.


아니, 또 아니.

그런 것보다 지금 도대체 왜?


“새끼, 출세했네.”


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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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십니까, 연재 업로드는 주 7일 19시 입니다. 24.07.17 50 0 -
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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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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