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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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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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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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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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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 입단(入團) (2)

DUMMY


34. 입단(入團) (2)


적송은 과거 딱 한 번, 공사를 중단한 적이 있다.

대통합의 계절이 선포되고 말 그대로 황폐해진 나라를 오크들의 힘으로 밀어붙여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재건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힘을 얻었고, 돈을 얻었다.


‘무슨 더러운 수를 쓰든, 결과적으론 국토 재건 사업의 큰 축이긴 했으니까······.’


그렇게 그들이 밀어붙이지 못할 일은 없어 보였으나, 딱 한 번.


“후우······.”


현장의 ‘잡음’이 너무 심해 공사를 전면 중단한 이 ‘새림 아파트 단지’가 그 딱 한 번의 경우였다.


칙- 치직-!


이번 현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꼭 유령 도시처럼 느껴졌다.

도시의 기능은 전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서둘러 다 떠났고.

지금 이곳에 남겨진 건 적송이 중단하는 바람에 반쯤 지어진 건지 아니면 무너진 건지 모를 새림 아파드 단지뿐이라 그랬다.


“잡음이라.”


경찰 내부에도 알려진 바 없는 정보였다.

말하자면 임해찬이 내게 말해 준 이 ‘잡음’의 정체는 적송이 숨기려고 했다는 뜻이다.

그들의 하나뿐인 오점이니까.


스슥-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차 안으로 올랐다.

조수석에 있는 봉투를 꺼내 임해찬 부장이 내게 넘긴 정보를 다시 한번 살폈다.

건설 현장 내부 평면도, 안전 가옥처럼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지하실, 그리고 하늘까지 오르려다 멈춘 마지막 꼭대기 층.


“이 세 곳 정도가 청두파 새끼들이 정산을 가둬 둔 곳 후보라는 뜻이지.”


적송의 오점.

그건 이곳의 공사를 멈추게 한 잡음을 일으킨 자들이 청두파라는 것에 기인한 사실이다.

말하자면, 적송은 딱 한 번.

청두파에게 ‘패배’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패배의 대가로 이곳의 공사는 멈춘 뒤 청두파에게 권한을 넘겼다.

물론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건 없기 때문에, 또 청두파 보스인 박경석이 경찰 쪽과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추론하자면.


“여길 어떻게 잠입한다?”


이곳이 바로 표면상으로 점조직인 청두파의 거점이자, 나와바리란 뜻이었다.


‘거기서 정산 사장님의 소재는 끝내 파악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곳을 청두파와 연류된 경찰이 훑었고 정산 사장님을 발견했다면, 거기로 데려갔을 거야.’


그리고 이곳에 정산이 있다.


“후우.”


나는 핸들에 손을 올리고 다시 차를 몰았다.

새림 아파트 단지를 무턱대고 들어갈 순 없으니, 나도 나만의 거점을 만들어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송도 외곽에 있는 폐차장까지 잠시 달렸다.

임해찬 부장이 마련해 준, 말하자면 내 ‘사무실’인 셈이었다.


‘물론 반장님 때처럼 감시하기 위한 공간이긴 하겠지만.’


지금 내가 그곳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건 떳떳하지 못하다는 증거일 테니까.

임해찬은 내게 의심을 거둔 적이 없다.

이번 일 역시 테스트에 불과해.

하지만.


‘정산이 살게 되면 모두 다 끝이다.’


끼이익-!


“후우.”


그렇게 차에서 내려 폐차장을 살폈다.

역시나 임해찬 부장의 말 대로 아무도 없었다.

나는 마치 바싹 쥐어짠 걸레처럼 구겨진 폐차 더미를 지나, 카센터처럼 생긴 건물까지 걸었다.


“흐음.”


사무실 내부를 살펴보니, 한때는 진짜로 폐차장의 역할을 했던 모양인지 각종 서류와 공구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시발.”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 큰일을 겪고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제는 나를 이 바닥에 끌어들인 반장님도 유 팀장도 없지만, 바로 이곳에서부터 나는 적송으로.

본사로 올라간다.

여기가 나의 진짜 ‘시발점’이란 뜻이었다.


“무리지.”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혼자 지금의 일들을 감당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혼자, 경찰도 깡패도 아닌 채로, 혼자.

정산을 처리하고, 청두파를 무너뜨리고, 적송 본사까지 올라야 한다.


“···이제 나와도 돼.”


그래서 나와 같이 ‘혼자’인 녀석 ‘둘’을 불렀다.


“대리님, 안까지 싹 다 뒤졌는데 수상한 건 없었습니다.”


먼저 차혜정이었다.

그녀 역시 지금 나처럼 혼자인 상태이니, 그래서 더 믿을 수 있었다.


“그렇지, 임해찬 부장님 성격에 그렇게 내놓고 감시를 하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또 한 명, 사무실 근처에서 소변이라도 보고 온 것인지 손을 털며 등장한 이우람이었다.

그를 차혜정처럼 믿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린 너무도 닮았기에 형제이지 않았던가.


“또 늦었냐?”

“시발 내 사무실 놔두고 따로 또 사무실 오는 게 좆같아서 늦었다.”

“현장 나갈 때보단 낫잖아?”

“옘병.”


등을 맞댈 수 있는 식구라면 충분하다는 거지.


“왔나, 반 오크?”

“저저, 꼭 지 같은 여자만 불러가지고. 그 고아원에서부터 이어진 인연 중에 다른 여자는 없냐?”

“조용히 해라 깡패, 일만 아니었어도 당장······ 후.”


이우람도 내 사무실에 나올 거라고 들었던 차혜정은 이를 쉽게 수긍했다.

어차피 임해찬이 직접 나를 관리할 것도 아니고, 이 사무실에 자주 오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수족처럼 부리는 이우람을 통해 날 감시할 테니까.

그런 감시역인 이우람을 더 가까이 두는 것에 찬성한 것이었다.

왜, 형제는 가까이.

감시자는 더욱 가까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저 여자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거 진짜 맞냐? 아무리 네가 신원 보증한다지만 이건 적송 내부 일인데. 엮이면 저 여자도 안 좋아.”

“이계인 관리국에서 날 전담으로 관리하느라 다시 만났는데, 믿을 만해. 그리고 또 반장님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어.”

“아무리 그래도 이계인 관리국 사람이 나는 영······.”


물론 이우람은 차혜정의 존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아무리 내가 일을 위해 끌어들였다고는 하나, 차혜정의 위장 신분은 유 팀장과 마찬가지로 이계인을 관리하는 공무원.

이계인의 피가 반쯤 이어진 상태로 스킬을 마구 쓰며 깡패짓이나 하는 이우람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피할수록 좋은 위치였으니까.


“그럼 또 독고다이로 갈까?”


나는 차혜정이 가져온 장비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이우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 찢어진 허름한 소파에 앉을 따름이었다.


“시발, 이래서 인간들은······.”


처음 이우람에게 차혜정의 합류를 설득할 때 꺼낸 카드가 바로 저 소파 주변에 쌓아 둔 장비들이었다.

물론 이세계 전담팀에서 유 팀장의 요청으로 받은 장비이긴 했지만, 아직 프로토타입의 시험 용들이라 따로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차혜정 개인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계인을 상대로 만들어진 장비들,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엔 꼭 필요하니까.”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던가?

나는 그 큰일들을 겪으며 절실히 느꼈다.

내 스킬이 없으면 나 따위는 스킬을 가진 인간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렇기에 새로 시작하는 이 시발점에서 나는 차혜정에게 장비를 제공받는 것으로 입을 맞췄고 이우람은 그녀가 ‘현장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걸 조건으로 쉬이 받아들였다.

물론 그녀가 가진 장비들도 쉬이.


“인간들은, 참 대단하다니까?”


이우람은 바로 옆에 놓인 장비 상자에서 방탄복을 꺼내며 씩 웃었다.

단순한 놈, 아무래도 내가 왜 이계인 관리국에서 직접 관리를 받는 것으로 입을 맞췄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좋아. 어차피 서로 어울리는 게 알려져서 좋을 것도 없으니까 통성명은 하지 않아. 이름으로 부르지도 않아. 대신 ‘직급’으로만 부르자고. 내가 대리, 너는 소장. 그리고······.”

“주임 정도가 좋겠네요.”


아무쪼록 차혜정은 경찰이기에, 이 일에 엮인 이우람을 경찰에 보고하지 않는다.

이우람 역시 반장님의 식구이기에, 그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차혜정의 존재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적절히 저 둘을 섞고, 또 떨어뜨리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 작전을 짜볼까?”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서로 또 숨긴 채인 우리 셋이면.

충분할 터였다.


“그럼 일단 지도 걸고 말하자고.”


나는 한쪽 벽면에 새림 아파드 단지 내부 평면도를 쭉 펼쳤다.

A4용지로 여러 장 띄엄띄엄 붙이고 보니 무슨 탐정 사무실처럼 된 느낌이긴 했다.


- 새림 아파트 단지 내부 평면도

– 소장 : 서승범


“여기가 바로 청두파의 나와바리야.”

“맞아. 임해찬 부장님 말로는 우리 반장님 소관이었다고 했는데,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 일을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나셨다고 했어. 청두파와 무슨 일이 있었겠지.”

“소장 말처럼 이 일대는 청두파라는 인간 조직 폭력배의 목격이 잦은 곳입니다. 물론 삼거리처럼 대놓고 활개 치고 다니진 않지만.”

“넌 그런 걸 어떻게 아는 거냐, 주임아? 그리고 난 소장‘님’이라고 불······.”

“이계인 관리국 내부 자료에 의하면 이 공사 현장을 주도했던 게 오크들과 1세대 스킬 사용자들이었으니까요, 소장.”


일을 시작하자마자 이우람과 차혜정은 서로 으르렁거리기 바빴다.

하긴, 경찰로서의 나와 깡패로서의 나처럼 서로 섞일 순 없는 부류이긴 했지.


“자자, 중요한 건 여기가 과거에 어떤 곳이었던지 간에 우리가 여기서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거야.”


나는 섞이지 않는 둘의 연결고리이자 정리자로서 확실한 목표를 제공했다.


“우린 여기서 적송의 사장인 ‘정산’의 신변을 확보해야 해.”


물론 차혜정도 이우람도 얼굴이 드러나선 안 되니 나 혼자 들어가야 하긴 하겠지만. 혼자선 부족하다.

난 이 둘, 나의 오른팔이고 왼팔인 둘에게 도움을 받을 작정이었다.


“그러면 일단 어디 갇혀 계신 건지 봐야겠네.”

“맞아, 후보는 총 세 곳. 여기, 여기.”

“지하실, 그리고 꼭대기 층이로군요? 나머지 한 곳은요?”

“솔직히 저 둘이 아니면 이 단지 전체를 다 뒤져야 해서, 셋.”


나는 지도를 보며 지금부터 정산 사장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 설명을 이었다.


“첫째, 일단 저 세 구역 중 정산 사장이 어디 있는지 파악한다. 둘째, 자주 하던 양동 작전으로 주위를 돌린다. 셋째,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구한다.”


내 말에 차혜정과 이우람은 무엇이 불가능하고 가능할지를 가늠하느라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동시에.


“불가능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다.

잘 맞는 거야, 아니면 안 맞는 거야?

나는 먼저 이우람에게 물었다.


“뭐가 불가능한데?”

“양동 작전, 내가 복면을 쓰고 정체를 가리면 청두파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저 현장에 간다는 걸 임해찬 부장님께 말씀드려야 해.”

“그렇다면······.”

“임해찬 부장님이 너 혼자 하라고 했잖아. 내가 끼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단순하긴 해도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양동 작전은 포기하고 최대한 몰래 잠입할 수밖에 없나?

아니, 일단은 다른 쪽 의견도 들어봐야지. 나는 다시 차혜정에게 물었다.


“그럼 뭐가 가능한데?”

“새림 아파드 단지 내부 정산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 이 장비가 있으면 바로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쌓여 있는 장비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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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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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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