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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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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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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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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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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 큰일 (3)

DUMMY

25. 큰일 (3)


보통 어인이라고 하면 물고기 머리에 몸은 인간 같고, 삼지창이나 들고 다니는 바닷속 신비한 종족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이었지만.

이세계에서 넘어온 그들의 ‘진짜’ 모습은 사뭇 기대와 달랐다.


“크르르······.”


침을 질질 흘리는 아가리.

목에서 폐까지 상처처럼 이어진 아가미.

분명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얼굴 전체에 달린 따개비나 해양 생물로 보이는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은 채였다.

그들은 또 양서류의 하체를 가진 채였는데, 등이 굽었어도 덩치는 인간보다 컸다.

발달한 상반신은 상어의 그것처럼 흉악하기 그지 없었다.

말하자면 바다에 사는 창백한 오크 같달까.


“물건은······?”

“······.”


물건을 그저 들어서 보여 준 천 실장은 눈앞의 어인들을 보고 쪼는 기색 하나 없긴 했지만, 이우람을 포함한 다른 놈들은 꽤 긴장한 티가 났다.


“와······.”


아니, 그들은 어인을 보고 긴장한 게 아니었다.


쿠구구구구-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티도 안 날 정도로 큰.

그저 먼 바다의 검은빛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해무를 벗고 그 정체를 드러냈다.


“시발······.”


말도 안 되게 큰 화물선, 그것도 다 스러져가는 터라 유령선처럼 보이는 화물선이 나타났다.


‘완전히 잘못 생각했어.’


거래 장소는 이 배가 아니라 저 배다.

청두파를 뿌리 뽑기위해 그저 천 실장과 떨거지 몇 처리하겠다는 간단한 목표가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그럼 승선하지······.”

“좋다.”


그렇게 어인을 따라 천 실장과 이우람이 이동하고, 이번에도 넷만 남긴 뒤 남은 청두파가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대리님?”

“모르겠어.”


솔직히 저 큰 배에 어떻게 오르는 건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간단한 일이야.”


어차피 슈트를 입고 배에 침입하는 건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할 일은 똑같아. 앞에 있는 화물선인지 유령선인지에 타서, 거래 장소를 파악하고 도착하면 신호기로 경찰에 연락하기만 하면 돼.”


물론 어떻게 침입해야 하고, 어떻게 거래 장소를 파악하며, 후에 올 ‘반장님’을 무사히 따돌리고 보낼지는 생각해야 하겠지만.


“후우.”


아직은, 그래도 아직은 간단한 일이라 나를 북돋웠다.


“다시 바다로 가자. 쟤들이 가는 통로는 당연히 들어갈 수 없을 테니까 우린 갑판 위에서 침투하는 걸로.”

“예.”


그래, 간단한 일이다.


#


어인, 그러니까 삼합회 잔당이 세운 그 이계인 조직 ‘삼해’의 화물선은 진짜 유령선과 다를 바 없었다.

배 전체를 휘감은 따개비야 당연하고.

군데군데 녹이 슬고 찢기고 부서진 철판을 타고 오르자면, 이게 어떻게 바다 위에 떠 있는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어인들의 스킬 같은 거 아닐까요?”

“하긴, 어인들은 그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


우리 세계로 온 이계인 중 가장 인간의 제약과 벗어나 있는 이계인이 누굴까?

어인이다.

바다는 원래부터 인간의 불가침 영역.

어인들은 그곳을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삼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기에 숨었고, 잘 나오지도 않아 그들의 존재 역시 잘 모르는 이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더 위험하지.”


암벽 등반을 하는 것처럼 배에 오르던 중에 멈칫했다.

진짜 산이라도 타는 것처럼 이렇게 높이 오르다 보니 갑판 위까지 닿았을 때.

생전(?)엔 컨테이너를 옮기는 용도였는지, 갑판은 처음부터 끝까지 컨테이너로 가득했다.


“제가 들어가 볼까요?”


차혜정이 물었다.

사실 아까 구멍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 구멍이 없더라도 차혜정의 스킬만 사용하면 쉽게 침입할 수 있었을 터였다.

지금과 같이 컨테이너가 가득한 상황에선 차혜정의 스킬이 반드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우선 스킬 사용은 최대한 줄여.”

“예.”

“스킬에 너무 의존하지도 말고.”

“알겠습니다.”


나도 안다. 간단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거.


“우선 컨테이너 중심까지 최대한 비집고 가보자.”


하지만 그저 스킬에 대한 반발심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자면.

상대는 어인이고 그 규모 역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

만약 삼해가 이 배를 거래 목적만으로 쓰는 게 아니라, 일종의 거점으로 사용하는 거라면.

차혜정의 스킬로 침입하는 것보다 발각되는 게, 사방에서 둘러싸이는 게 훨씬 더 빠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게 반장님과 차혜정이 만나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거고.’


혹여나, 차혜정이 반장님과 우리 식구를 발견하게 되면 먼저 공격할 게 뻔했다.

그리고 그 공격이란 게, 상대를 기절시키는 게 아니라는 건 아까 확실했고.


‘떨어뜨릴 수는 없어.’


“대리님.”

“으, 응?”

“중앙이 보입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중앙부까지 온 모양이었다.

확실히 거래에 쓸 자리를 일부러 만든 요량인지 컨테이너들은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신호기 작동시키겠습니다. 이 새끼들, 깡패 주제에 무슨 영화 찍나······.”

“잠깐.”


마스크를 통해 적외선으로 볼 수 있으니 어두운 곳도 잘 보이긴 했는데, 컨테이너 틈에서 천 실장과 이우람이 나오는 게 보였다.

잠시 무슨 대화를 나눈 채 이우람은 어둠 속에 대기했고, 천 실장만 물건을 들고 중앙으로 나섰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뭐?”


이우람이 혼자 남은 것을 보고 차혜정은 곧장 컨테이너를 무슨 날쌘 토끼처럼 뛰넘어 더 높이 올라갔다.


“차혜정, 그럴 필요 없어.”

“예? 대리님이라면 분명 대기 인원이 혼자 남았을 때를 노렸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맞지만······.”


내가 만약 경찰이라면 그렇겠지.


“그리고 높은 고지를 점령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총을 가지고 있으니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움직이겠습니다.”


어쩜 저렇게 맞는 말만 하는지, 나는 그녀가 납득할 수 있게 이우람을 왜 놓아줘야 하는지 설명할 거리를 찾았다.


“저놈은, 그러니까······.”

“목표 확인, 어딘가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어느새 벌써 이우람의 위.

정확하게 조준하고 칼을 뽑아 든 차혜정은 내 명령만 기다렸다.


‘이우람 이 손 많이 가는 새끼.’


“내버려둬.”

“예?”


나는 이우람을 살피며 웃었다.


“우리 편이니까.”


차혜정은 왜 깡패 하나를 우리 편이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하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내 말을 따라 곧장 멈췄다.


“복잡한 일이긴 해.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우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만 봐.”


그렇게 나도 천 실장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컨테이너 하나하나마다 습기가 가득 차 있어 미끄러웠다.


“후우······.”


그렇게 겨우 다 다가갔을 때.


“물건 좀 먼저 확인해 볼까······?”


삼해 쪽 대표로 나온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등 뒤엔 상어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었는데, 얼굴은 물에 불린 시체처럼 흐물거리고 두 눈자위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또 대머리에 칼자국이 죽, 아가미까지 이어져 있는 채였고, 검은 목폴라와 검은 양복을 입은 상태였다.


“물건은 확실하니까, 우리도 ‘중앙’에 가서 얘기하고 싶은데?”

“천 실장, 아마추어같이 굴지 마. 우선 물건 확인부터 하고 심해로 가서 거래 진행할 거니까.”


이런, 밑으로 들어와서 여기 위까지 오른 다음 다시 내려가겠다고?

무슨 놈의 거래가 이렇게 복잡하게 진행되는 건지.


‘분명 간단한 일이었는데······.’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일은 계속해서 복잡해지기만 했다.


“대리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

“통화 내용 감청했습니다. 이곳으로 반장의 세력이 들어왔고, 이제 곧 하부 구멍을 통해 진입한다고 합니다!”


잠깐, 잠깐, 잠깐.

반장님이 벌써 도착했다고?!


‘정확한 거래 시간도 몰랐으면서 아주 제대로 짚었네······!’


“물건을 확인한 뒤, 혈석 제조법을 거래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면 그때를 노려 덮친다고 합니다!”


이우람 이 새끼는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하는 건지.


“우선 대기해.”

“제가 내려가면 더 빠릅니다.”

“알아, 하지만 천 실장이 물건을 건넬 때 낚아채면 쓸데없는 충돌도 없을 거야!”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계산이 섰다.

신호기로 신호를 보내고 이 난장을 경찰에 넘기는 것보다,

샘플을 확인하고 혈석 제조법 거래를 위해 더 깊은 곳에 들어가기 전에 샘플을 훔치면, 거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망친다.

그러니 지금 천 실장의 물건만 가로채면 될 것이다.


‘그래, 아직까지도 간단한 일이야······!’


“차혜정, 엄호 부탁해.”

“예?”

“어인 어깨를 조준하고 있어.”


그렇게 나는 천천히 그림자에 숨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인의 덩치 때문에 천 실장은 내가 있는지 확인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가까이 갈수록 목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아마추어같이 구는 게 누구지? 너희 삼해 거점인 이 배 깊숙이 들어가서 내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다고?”

“네 스킬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된다······.”

“샘플만 보고 거래를 끊을 생각인가? 나는 너희 보스와 직접 얘기하고 싶은데.”

“직접······?”

“그래, 난 여기 아래로 가면 외부와 통신이 끊긴다는 걸 알아. 그리고 ‘통신이 끝났을 때’에만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어인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천 실장은 아직도 배신 중이다.


‘이 병신 같은······!’


아래로 내려간 뒤 삼해 보스와 자신이 직접 거래를 트고 청두파 보스를 나가리 시키려는 게 틀림없었다.


“자, 설명 끝났으면 어서 해치 문을 열어 줘.”

“그렇다면 잠깐 기다려라······.”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내 목적은 거래를 막는 것, 그리고 만약 저 해치가 열리고 천 실장이 어인과 함께 이곳의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면 그 뒤로는 손도 쓰지 못한다.


‘직접 내려가면 이건 더 이상 청두파의 거래가 아니라 천 실장 혼자만의 거래가 되는 거니까······!’


그가 혈석 제조법을 통해 뭘 할지는 몰라도, 샘플까지 직접 옮겨 이곳까지 온 거라면.

더는 시간이 없다.


“차혜정 쏴!”


내 명령을 들은 차혜정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인을 향해 총을 쐈다.


팅-!


“큭······?”


다다다다다-!


어인이 총에 맞아 뒤틀렸을 때, 나는 천 실장 쪽으로 뛰어가 곧장 가방을.

가방을······.


“뭐, 뭐야?”


밤 11시.

천 실장의 손에 있던 가방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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