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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89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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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 삼거리 전쟁 (1)

DUMMY

41. 삼거리 전쟁 (1)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든다.

지금이 딱 그랬다.


물론 하늘은 우중충한 터라 보랏빛으로 물든 건 이 바닥, 네온사인이 비친 물웅덩이 가득한 이 밤길뿐이었지만.


“후우, 그럼 또 가 볼까?”


스슥-


담배를 비벼 끄는 동안 검정색 양복 카라 부분이 반짝거렸다.


‘그렇게 굴러서 적송의 배찌를 차고 돌아왔지만, 이 길바닥에 변한 건 없네.’


이계인들, 혹은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 서로서로 돕거나, 빼앗거나.

나를 무서워하며 비키거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오직 달라진 건 내가 지독하게 ‘혼자’라는 사실 뿐.


또각-


차혜정도, 이우람도 없다.

난 지금 흰색도 검정도 아닌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키는 대로 그저 달려들었던, 경찰도 깡패도 아닌, 그저 중간에서 딱 하나의 정보만을 가진 상태.

내가 가진 정보, 혈석 연구와 연결된 그 진실을 가진.


‘적송의 새로운 실장.’


그게, 지금의 나였다.


끼익-

그렇게 온 도박장.


“뭐야 이 시발 새끼는?”


청두파 잔챙이 여럿이 날 노려봤다.

다들 연장을 든 걸 보니, 어디 산책이라도 나갈 생각인 듯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박경석, 언제 기어 나오냐?”


다들 질문에 대답할 생각은 없는지 연장을 챙겨 일어났다.

그래, 좋아. 이제부터 앞으로의 일을 차분하게 몸 좀 쓰면서 정리해 보자고.


“좀 좁으니까 내가 먼저 들어갈게.”


정강에 의해 본사로 들어온 뒤.

그가 내게 명령한 건 ‘박경석이 경찰로 출두했을 때를 노려 죽이라는 것.’이고, 말하자면 난 던지기용으로 급하게 들여 쓴 뒤 사라질 소모품이란 뜻이었다.


연고도 없고, 쓸 만하고, 또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니까.


정강의 측면에서 보면 다가올 일에서 그의 장단에 확실하게 칼춤을 출 미친놈이 하나 필요할 테니.

청두파와의 정산을 목을 걸고 한 거래 같은 쇼를 부려서라도 데려와야 했으리라.

나만 한 인재가 없을 테니.


“흡!”


굳이 내가 들어가겠다는데 의자를 집어던진 놈의 면상에 주먹을 꽂았다.

당연히 뒤에선 의자에 맞아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 파편이나 깨진 무언가를 집어 싸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고개를 돌리진 않는다.

연장은 앞쪽에 더 널렸으니까.


“저 새끼 적송이다! 다 쳐!”


뭔가 또 뒤가 구린 채 자신만의 더러운 짓을 꾸미고 있을 임해찬 부장도 이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차피 다루기 어려운 칼이라면 자신의 아래 두기보단 껄끄러운 상관 손으로 직접 처리하게 두는 게 더 좋을 테니까.


그래서 날 직접 본사 아래로 두었고, 지금처럼 박경석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청두파 잔당이나 조지며 소재를 파악하라는 일을 시킨 거겠지.

당연히 이런 잔챙이들을 조져봐야 소재를 파악할 순 없을 테지만.


휙-!


“너도 칼을 더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

“뭐?!”


한 번에 다 달려들 것처럼 굴었지만, 서로의 연장 때문에 더 가까이 뭉치진 않는다.

한 놈씩 달려들어 서로가 가진 연장을 마치 자랑하는 것처럼 휘둘렀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소리지.


까드득-!


순간, 칼을 뻗은 손을 잡아 꺾어 칼을 떨어뜨리고, 그걸 받아 저 멀리 있는 놈에게 던졌다. 칼을 놓친 놈의 목을 쳐 기절시키고 그 사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는 놈에게 던진다.


땅-!


그립감 좋은 쇠 파이프를 주우며 다시 생각을 이었다.


“하지만 임해찬이 놓친 게 하나 있어.”


내가 칼을 숨기고 있다는 것.

그렇게 이용하기 쉬운 쪽은 아니라는 것.


‘내겐 이 정보가 있으니까.’


차혜정이 내게 남기고 간 정보는 ‘혈석 연구 결과’ 보고서였고 이를 좀 더 파면 가장 똑똑한 놈들 모아서 혈석 제조법을 만들 수 있는, 어떤 실험 보고서 종류의 것이긴 했다.

하지만 혈석에 관한 실험은 차치하고, 나는 이 정보를 통해서.


적송이 청두파와 한때 ‘협력 관계’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쿵-!


쇠 파이프를 내려찍자, 상대는 그걸 마치 검도라도 하듯 막았다.

병신, 이게 뭐 영화라도 되는 줄 아나. 막는 것과 동시에 쇠 파이프는 놓고 발로 차 넘어뜨렸다.

병신들, 자세가 큰 공격이다 보니 두 놈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둘 중 누구를 칠까?

정답은 게임기를 타 넘고 칼 든 놈을 친다.


“커헉!”


엄밀히 따져서 적송과 청두파가 협력 관계였음을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지금은’ 없다.

이걸 뭐 신문사에 고발한다고 내가 박경석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딱 한 가지.

이건 1세대 스킬 사용자들을 거리로 풀었던 ‘혈석 실험 결과’ 보고서니까.

정강의 주도로 이뤄진 그 실험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첫째, 1세대라는 인간 스킬 사용자의 시발점이 만들어졌다.

- 둘째, 1세대로부터 파생된 아이들에게서 스킬이 자연 발생 된 2세대가 나타났다.

- 셋째, 아기인 내가 ‘완전 명령’을 사용하고······ 보육원에 처박혔다, 시발.


솔직히 적송에 대한 악감정이라곤 별로 없었다.

내가 마주한 적송이란, 반장님과 같은 사람들이었고, 굳이 따져서 나쁜 놈들이고 또 나쁜 짓 하는 것도 봤지만.

그냥 TV에서 나오는 이계인 깡패들과 다를 바 없었달까.

굳이 따지면 청두파가 더 무너뜨리고 싶었던 존재였지.


“그렇게 무뎌졌어. 하지만······.”


푹-


‘나를 이렇게 만든 스킬을 이 세계에 푼 놈들.’

‘그렇게 실험을 통해 괴물을 만든 놈들.’

‘내가 괴물이 될 가능성을 만든 그 모든 근원을 끊는다.’


이렇게 혼자인 채로, 본사에 들어간 채로 아무 놈이나 잡아 패고 쫓아낸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깡패도, 경찰도 아닌 상태로.

혼자 날카롭게 벼렸다.


푹-!


칼을 뽑아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나 나를 무서워하며 비키거나 이미 도망친 후였다.


“박경석은 언제 기어 나오냐고?”


또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말이 없으니 그 잠시나마 마지막 정리를 이을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후우.”


경찰도 깡패도 아니지만.

그런 나이기에.


“다 없애버릴 거야.”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다.

그러니, 혼자가 되었을 때만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뭐, 정산이 죽으면 사장 둘도 없으니 적송도 알아서 무너지겠지.”


이 세계의 악의를 뿌리 뽑기 위해선 청두파도 적송도 반드시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박경석의 출두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칙- 치직-!


“그러니 목 닦고 기다려라.”


나는 지금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정강과 박경석이 한 자리에 모이는 그때를.


“후우······.”


여기까지 정리를 하고 보니 다른 것은 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생각이 지워진 자리엔 혐오와 분노만이 자리했다.

이 미친 혈석 관련 실험의 배후에 있는 적송, 청두파, 경찰, 오크, 인간들 모두 씹어 먹고 싶다는 생각.


얼른 사냥개가 되어 칼춤이라도 추고 싶다는 그 욕망이 커지고 있다.

그러니 어서.


“대답할 생각 없으면 한 번 더 가고.”


나는 칼을 꺼내든 채 남은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전의를 잃었지만, 상관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모두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니까.


모두 죽여-


#


“후우.”


다시 돌아온 사무실은 역시나 텅텅 비어있었다.

사무실이 생기고부터 유 팀장이 준 집이나 반장님이 자주 가던 고깃집이나 전부 간 적도 없어 모든 의식주를 이 허름한 공간에서 해결하고 있긴 했지만.


“한 가지.”


한 가지 변한 점이라면, 이곳에서 작전을 계획할 때 당시 썼던 벽면이 가득 채워졌다는 것에 있었다.

거기엔 지금까지 내가 모은 정보와 세력도, 그리고 앞으로의 일을 위해 청두파 잔당이 있을 만한 곳들이 체크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 중 오늘 갔던 도박장에 ‘X’ 표시를 했다.


‘이대로라면 너무 오래 걸려.’


당연히 잔챙이들만 처리한다고 해도 박경석이 출두할 날짜 같은 건 알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지금 내가 조지고 다니는 잔챙이들보다 이 거리에 새로 모이고 있는 잔챙이들이 훨씬 많았다.


“흠.”


나는 다시 한번 지금 사건들의 흐름을 정리했다.

정강은 나를 그의 칼로 쓰고 있긴 하지만, 나 혼자서 경찰로 출두하는 박경석을 치는 건 무리인 걸 알고 있다.

정강 역시 경찰서로 출두할 것이다.

그래서 임해찬을 시켜 청두파 병력을 줄이고, 오크들을 모으고 있다.

그 말인즉.


‘그날, 전쟁은 반드시 일어난다.’


박경석이 경찰로 출두하는 삼거리. 한쪽엔 청두파 잔당들이 진을 칠 거고, 반대쪽에선 적송의 오크들이 나올 거다.

보스의 목을 지키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서 경찰서는 경찰이 지키고 있다. 박경석이 나옴과 동시에 전쟁이 벌어질 거고 경찰은 이를 막기에 급급하여 소란이 생긴다.


그리고 그때, 삼거리 중 중앙.

본래 반장이 관리하던 쪽에서 내가 진입한다.


하지만 나 혼자선 오크와 청두파를 뚫기는 무리.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해.”


이제는 나 역시 조직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일을 위해 구르다 보니 혼자로선 부족하다는 걸 더 여실히 깨달을 따름이었다.

“이런 시발······.”

‘이럴 때 차혜정과 이우람이 있었더라면······.’


둘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만약 둘이 있었다면 이우람에겐 정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차혜정에겐 경찰 내부 자료로 박경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유 팀장과 반장님은······.’


하물며 그 둘이 있었더라면.

아니, 아니야.

이건 혼자 처리할 문제다.


툭-


다 뜯어진 소파에 누워 담배나 하나 물었다.

저 멀리 동이 터 오고 있다. 하늘은 다시금 보랏빛으로 물든 상태였다.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든다.

예전에 공부할 때 들었던 건데, 빛이 뭐 산란하고 이러면 반사되는 빛이 보랏빛밖에 없다고 했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후우.”


하지만 딱 한 가지.

빛이 반사된다는 건 기억난다.


반사가 된다는 게 기억난다는 게 아니라. 반사를 위해선, 빛깔을 띠기 위해선 빛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로새겨져 내 안에 남았다.


빛이 없다면 그 어떤 색도 없이, 온통 회색으로. 지금의 나처럼 되어버릴 테니까.

혼자가.


삐빕-


하지만 만약 이런 상태에서 어둠이 드리운다면 어떨까?


“여보세요?”

“나다, 일하는 데 손 좀 필요하지?”

“예?”


정강은 내게 이어서 말했다.


“장소 보내 줄 테니까 보육원 출신 중에 쓸 만한 놈 좀 솎아서 데려다 써라.”


태풍이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이라는 태풍이 나를 더 어둠 속으로 쳐 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내가 시작됐던 그 어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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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십니까, 연재 업로드는 주 7일 19시 입니다. 24.07.17 50 0 -
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7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0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7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1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1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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