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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88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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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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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 입단(入團) (6)

DUMMY

38. 입단(入團) (6)


차혜정이 돌입하기 전, 이우람은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캬, 이제 좀 추워지는 것 같은데 말이지.”


겨울이 오고 있다.

몸은 굼떠지고 작업 효율은 낮아지며, 밤이 길어진다.

이 작은 사무실로 오는 오크들의 터전이자 일터인 현장의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란 뜻이었다.


‘날도 춥고, 갈 곳들도 많고, 일은 시발 같고.’


칙- 치직-!


“후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냈다.

새로 산 가공 유리 재떨이에 재를 털며 서류를 확인했다. 이 사무소에 속한 식구들의 이력서 같은 것이었다.

또 서류를 넘겼다. 본사에서 매달 받았던 돈과, 개인 계좌로 본사에 넣은 돈이 쓰여 있는 가계부 같은 것이었다.


“반장님 참 어렵게 사셨네.”


반장은 돈을 주고 오크를 말 그대로 사 왔다.

던지기 용으로 몇몇 인간을 보내며 받은 돈도 있었다.

복잡하고, 더럽게 느껴졌다.


“후우, 어렵네.”


사락-


반장의 일을 자신이 이어받은 것은 순전히 임해찬 부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처럼 어리고, 현장 겸험도 모자라며, 진짜 오크도 아닌 자가 반장으로 있어야. 이 작은 사무소, 즉 반장의 터전이자 일터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생각한 것이라는 걸.


반장이 돌아올 곳이 사라진다는 걸.

이우람도 알고 있었다.


‘우리 식구는 날 따르지 않을 테니까······.’

“후우.”


하지만 어려워도 해야겠지.

이게 반장이 짊어지고 있던 ‘무게’일 테니.

그는 다시 서류를 넘기며 담배 연기를 피웠다.


사라락-


반장의 자리였고 그가 존경하던 ‘위’이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구멍에 처박힌 느낌만 들었다.

이우람은 서류를 내려놓으며 읊조렸다.


“왜 또 이런 기분이 들지?”


임해찬 부장의 눈 밖에 나서 거지 같은 카센터에 사무소를 차린 정우보다.

왜인지 또 자신이 속한 이 건물 꼭대기 사무소가 더 낮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 정산 사장님을 구한 게 정우 새끼가 되면······.’


치익-


이우람은 담배를 껐다.

재떨이를 치우고 보니 그가 마지막으로 봤던 서류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그는 그 ‘마지막 장’을 다시 흘끔 봤다.


“반장님······.”


그건, 임해찬 부장이 넘긴 반장의 사진이었다.


“후우.”


담배도 피우지 않았는데 숨이 회색인 것 같았다.

후회가 가득 담겨 더 그런 모양이었다.


“이게 맞나?”


그는 처음부터 임해찬 부장에게 이번 현장에 반장 역시 구금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자신과 정우의 ‘입단(入團) 시험’이라는 것도.


‘현장에 반장님과 정산 사장님 둘 다 있다는 걸 말해줬을 때, 임해찬 부장님은 내게 명령했다. 반장을 죽이라고.’


하지만 그는 결국 현장을 정우에게 맡긴 채 떠났다.

그럴 순 없었으니까.


“매도 먼저 맞아야지.”


그렇게 자신의 입단 테스트는 실패했다는 걸, 아니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음을 보고하기로 결정하고.

그는 곧장 임해찬 부장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덜컥-


차를 타고 평평하고 시원하게 뚫린 길로 달렸다.


‘새끼, 나 없는 동안 사고나 치지 말아라.’


정우와는 다른 방향, 다른 길을.


“가자.”


그는 그렇게 이리저리 향했다.


#


반장이 현장에 있다.

아니, 지하실에 있다.

처음부터 임해찬 부장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발······.”


하지만 왜 반장님을 이곳에 구금한 거지?

도대체 뭘 얻을 수 있다고?

뭘 시험하고 있는 걸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위로도 아래로도 향할 수 없는 상태로 나는 계단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어진 차혜정의 보고로 이내 생각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리님, 대리님께서 가진 장비도 확인했습니다.”

“범위에 들어온 거구나.”

“예, 19층. 정산 사장으로 보이는 오크도 있습니다.”

“정산이, 있어?”


이런 제기랄.

임해찬이 깔아둔 덫.

아래엔 내가 구해야 할 반장이 있고, 위에는 내가 죽여야 할 정산 사장이 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으로 청두파 병력이 전부 집결하고 있습니다. 저는 나설 수 없을 것······.”


게다가 시간도 없다.

아마 내가 일으킨 소란 덕에 반장님을 죽이러 가는 거겠지. 차혜정은 이번 현장에 나왔다는 걸 이우람에게조차 말할 수 없다.

나는 겨우 입을 뗐다.


“혼자······.”

“혼자라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수색 장비가 있는 지하 주차장 쪽으로 이동해서······.”

“아니, 위층에 있는 정산은 혼자야?”

“예?”


아래로 가면 반장님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산 사장은 살 것이다.


‘처음부터 임해찬, 이 새끼의 덫이었어.’


안일했다.

그를 믿은 적도 없지만, 매 순간 의심을 거두지 말았어야 했다.


“아닙니다. 다른 오크 다수도 보입니다.”


처음부터 임해찬 부장은 이곳, 청두파 나와바리에 반장님을 팔아넘겼다.

그렇게 반장님이 이곳에 있다는 걸 내가 알면 그를 구하기 위해 소란이 벌어질 거고. 그 사이, 어떻게든 오크들을 투입해 정산 사장을 구하려고 했겠지.


“시발.”


처음부터 나랑 반장님을 한꺼번에 팽시킬 생각이었나.

아니, 이우람도다.

하지만 이우람이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그렇다면 차혜정은?

임해찬의 계산에 차혜정은 없었다.


“차혜정.”

“예?”

“지금부터 넌 빠져나가.”

“그렇지만, 그러면 반장은······.”


나는 걸음을. 위로. 향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반장을 발견한 적이 없는 거야.”

“······!”


처음부터 덫에 걸린 상태였다.

차혜정이라도 빠져나가게 둬야 한다.

비록, 차혜정을 구하느라 반장님은 여기서 죽게 두더라도.


“···알겠습니다. 층의 가장자리, 깊숙한 곳에 있는 트레일러입니다.”


삑-


그렇게 차혜정과의 신호를 끊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무슨 결심을 했는지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자.”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가자.”


칼을 꽉 쥐었다.


“가자.”


결심을 바로 세우고, 더 위로.


쾅-!!!


유독 이곳만 더 특이한 구조라고 생각됐는데, 건물을 올릴 때 쓰는 거대한 장비들과 컨테이너, 그리고 가벽과 격벽으로 꼭 미로처럼 꾸며둔 곳이었다.

모든 벽이 막힌 상태로, 저 멀리 빛이 점등하는 것만 보였다.


시선을 그대로 올린 그때 빛 위로는 자재를 쌓아 둔 간이 선반이 눈에 들어왔다.

‘저 위까지.’


몸을 낮추고, 벽에 붙고, 사다리를 올라 난간까지 올랐다. 다행히 상대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흡!”


곧장 자재 더미를 밀어 그 아래 있는 놈들을 깔아뭉갰다.


“아아악!!!”

“뭐, 뭐야?!”

“입구가 막혔어!”


모두 깔리진 않았지만 다행히 놈들의 움직임을 묶을 순 있는 모양이었다.


‘환풍구를 타서 넘어가야 해.’


행동을 멈추진 않는다.

시간이 없으니까.


텁-


그렇게 환풍구를 타고 더 위로 올랐다.

바짝 기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좁은 통로였지만 열심히 꿈틀거리며 반대쪽을 향해 갔다.


“후우.”


산소가 부족한 모양이라 숨을 몰아 쉬었다.

숨이 폐로 차오르는 게 느껴질수록 죄책감 비슷한 것도 차올랐다.

반장님을 버렸냐고? 아니, 반장님은 어떻게든 살아남으실 것이다. 믿는다, 라는 식의 자기기만도 했다.


“하아.”


통로는 점차 좁아졌고 숨을 쉬기 버거웠으며, 무언가 나를 짖누르는 게 심해져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더 위로.


깡-


그렇게 환풍구 끝에 있는 철책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밑쪽에 있던 오크 하나를 칼로 찔렀다.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거대한 덩치가 쓰러졌다.


“뭐, 뭐야?!”


컨테이너 문을 따고 있는 것인지, 마치 지키는 것처럼 두 놈이 서 있었는데. 방금 한 놈을 찔렀으니 다음 놈을 처리해야 했다.


“넌 누구지?”


당황한 오크는 곧장 자세를 취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흡!”


칼을 뻗어 그었다.


쉭-!


이런, 어두운 터라 얕았다.

하지만 괜찮다.

틈을 주진 않는다.


쉭-! 쉭-! 푹-!


오크를 상대할 땐 분명 한 번에 끝내야 하는데. 왜인지 손에 힘이 자꾸만 빠졌다.


“너 누구냐고 새끼야!”


당황한 오크가 나를 향해 그 커다란 발을 찼다.


쾅!


막긴 했지만 저 멀리까지 날아 가버렸고,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또 하지만, 일어나야 한다.


“크흑······.”

“청두파냐?”

“알 거 없어.”


녀석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붉다.


“이 인간 새끼가 어딜 기어서······.”


상대는 내가 인간이라는 걸 파악했고, 방심했다.


휙-!


날아오는 주먹은 쓰러지듯 피한 뒤, 녀석의 구두에 칼을 박아 넣었다.


콰직-!


“끄아아아아!”


뼈째로 썰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가까운 급소인 사타구니를 노리는 게 큰 한 방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당황했고, 고통받았으며, 오크다.


“이 새끼······!”


그러니 ‘워크라이’를 쓰려할 것이다.

소리를 치고 무리를 모을 것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확실히 알리려 할 것이다.


그러니 턱에.


푸욱-!


“컥!!!”


확실히 쑤셔 박았다.


쿵-!


“하아.”


하긴, 소리를 질러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임해찬 부장이 깔아놓은 덫에 걸렸으니, 여기서 나가더라도 그를 통해 적송 본사로 갈 순 없을 테니.

그러니 여기서 확실히 정산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임해찬 부장까지 전부 밑바닥으로 끌어 내릴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들을 발판 삼아 올라갈 것이고 내가 이루려던 걸 반드시-

잠깐.


“내가 하려던 게 뭐였지?”


흙먼지가 뿌옇게 흐리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체력이 다 달았고, 이우람과 차혜정이 무사할지는 알 수 없다. 반장님은 버려둔 채다.

생각을 잇기가 도저히 어려운 상태였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하.”


고독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정산을 무사히 죽인다면, 나는 경찰로서 그를 죽인 것인가?

아니면 깡패로서 그를 죽인 것인가?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떳떳하게 살기 위해 여기까지 올랐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모두가 나를 떠 밀어 올렸다.


“아니.”


그러니, 남는 건 생각하지 말자.

미래도 생각하지 말자.

그저 충실하게.

죽이자.


끼이익-


그렇게 나는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정산······.”


멋들어지게 슈트를 차려 입은 붉은 피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은 채로, 그것도 굉장히 편한 상태로.


“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산이 아니다.

정산과 닮았지만 확실히 그날 봤던 그 오크가 아니야.


“이야, 이거 반장이 사냥개를 기르고 있었네?”


놈의 컬컬한 목소리와 함께 컨테이너 안쪽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큭!”


한쪽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한쪽 손으론 칼을 잡아 올렸다.


틱-


하지만 그 칼끝에 닿은 건 상대의 목 같은 게 아니라.


“너, 누구냐?”


상대가 날 겨눈 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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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4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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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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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1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1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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