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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85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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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 혈석 (4)

DUMMY

19. 혈석 (4)


힘 자체가 다르다.


“컥!”


순식간에 휘두른 주먹에 맞아 멀리 나가떨어졌다.


“크흑!”

“마지막 가는 길 동정이라도 좀 베풀려고 했더니만 왜 일을 번거롭게 해?”


문고리 철퇴를 묶어 뒀던 오른팔이 부서졌다.

앞으로 오른팔을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긴 했는데, 이상하게 극심한 고통까진 느껴지지 않았다.

또다시 고통으로 인한 날카로운 각성이 일어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거든······.”

“응? 잘 안 들리는데?”


오크는 쓰러진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죽이기 위해 발을 들었다.

오크가 인간을 죽이기 위해선 딱 그 정도만 해도 될 테니까.


“이 새끼가······.”


그러니 팔 하나, 어차피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아니었다.


‘오크가 있다면 의미 없는 주먹질보단 칼을 드는 게 확실하지.’


그래서 저 멀리 버려둔 칼을 집기 위해 팔 하나 버릴 생각으로 공격을 피하지도 않고 날아가, 방심하게 만들고, 소리로 유인해서, 틈을 노렸다.


푹-


상대의 사타구니 깊숙이 칼을 쑤셔 박히는 게 손을 타고 그대로 느껴졌다.


“끄아아아아!”


발목을 끊는 것이 편하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라면 저 커다란 오크가 쓰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개새······.”


쿵-


잠시 한쪽 무릎을 꿇은 것뿐이다.

틈을 준다면 곧장 다시 일어나 날 죽이려 달려들 게 틀림없다.

나는 곧장 붕대를 왼손으로 갈아끼고, 철퇴를 빙빙 돌렸다.


휘리릭-


“너희 오크 새끼들은 덩치만 더럽게 커서 지 힘 믿고 설치기나 하지. 어차피 칼 맞아 죽는 건 똑같은 놈들이면서 말이야.”


그러니 또 딱 한 대.


“아, 이건 칼은 아니지만.”


오크를 제압할 땐 가능한 한 빨리 상대의 눈높이를 낮추고, 머리에 한 대 꽂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이 인간 새끼가!!!”


그대로 다시 철퇴를 내리쳤다.


“이런 씨!”


쾅!


제길,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 오크는 그 두꺼운 팔을 순식간에 들어 머리를 막았다.

내가 그를 방심하게 만든 것처럼 나 역시 방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죽어!”


오크가 주먹을 내지를 때 다시 한번 철퇴를 휘둘렀다.


휙-


‘아······!’


철퇴가 공중에서 빠져버렸다.

방금 오크를 내리찍으면서 묶어 놓은 게 풀린 탓이었다.

보기 좋게 날아간 문고리, 그리고 남은 건 내 머리통보다 큰 주먹이었다.


콰직- 쿵!


“컥!”


어차피 오른팔은 버리기로 했으니 오른쪽 어깨를 돌려막긴 했지만, 이제는 어깨뼈를 넘어 가슴뼈까지 가루가 된 모양인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아, 하아······.”


챙-


“후우, 하여간 인간 놈들은 틈을 못 주겠다니까.”


망할 오크 자식들. 나는 이렇게 주먹 한 방에 죽어가는데 상대는 벌써 기력을 회복한 건지 사타구니에 찔러 넣은 칼을 빼고 일어섰다.


‘끝인가.’


명백한 죽음이 나를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이번엔 결단코 방심하지 않은 채로.


“자, 잠깐!”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정신을 차린 오크를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시라도 혀를 굴리는 것뿐일 테니까.


“너, 적송에서 나온 거지?”

“할 말은 그게 끝이고?”

“나, 나는 청두파가 아니야! 일종의, 배신을 당했어. 가장 똑똑한 놈, ‘김상태’를 마무리하러 가야 해······.”


가장 똑똑한 놈이라는 말을 듣자 생각한 대로 오크가 멈춰 섰다. 생각할 틈을 줘선 안 된다.

저놈이 여기 온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우리가 싸울 이유가 없어. 난 반장 밑에서 일해. 너도 들어봤을 거 아니야? 청두파 말단 간부들 다 박살 내고 다니는 인간 하나 있다고.”

“아, 네가 그놈이구나?”


됐다.

뭔지는 몰라도 상대가 나를 안 다면 타계할 방법이 있을 테니까.


“마, 맞아. 그러니까 크게 보면 우린 같은 식구······.”

“식구?”


하지만.

일은 내 예상과 너무 다르게 흘러갔다.


“식구 같은 소리하네. 그 퇴역 새끼가 우리 본사까지 와서 그 난리를 치고 갔는데, 식구?!”

“어?”

“시발, 그래도 한때는 대전사였다 이거지. 부상만 아니었으면 몇 놈은 거기서 바로 죽었을 거다.”


반장이 ‘이미’ 부상을 입은 채였다?


“본사에서 난 싸움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퇴물이 무슨 싸움을. 다짜고짜 무릎 꿇길래 끌어 내려 했다가 소동이 일었던 것뿐이야. 큰형님 지시가 아니었으면 손가락이라도 하나 자르려고 했는데. 그 인간 가진 스킬이 워낙 쓸모있다 보니까 살려둔다니, 큰형님께서도 참.”

“반장의 스킬······ 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고통 나누기라고 했었나, 오크들에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저주 같은 거야. 대상자의 상처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게 가능······ 아니, 내가 왜 이런 걸 너한테 알려 주고 있냐?”


반장이 있는 현장에 사고는 나지 않는다.

고통 나누기, 대상자의 상처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스킬이 있었으니까.

여기서 ‘대상자’라는 건 분명 나였겠지.


“아.”


‘솔직히 ‘반장의 스킬’을 물어보실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저도 걱정은 좀 덜었네요.’


상대에게 고통을 가져오기만 할 수 있는 능력.

그가, 조직에서 무슨 취급을 받았겠는가?


“나처럼.”


실로 저주와 같은 스킬이었을 거고, 반장은 나를 위해 내가 느끼는 그 고통을 기꺼이 감내했다.

그래서 유 팀장님은 내가 그의 스킬을 알고,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던 거고.

저주라고 생각하더라도 현장에서 제 식구가 사고를 당하면 주저 없이 스킬을 썼을 거고.

그 스킬의 여파가 지금 남아 있어서 내가 크게 다치지 않는 거고······.


‘지금의 오른팔도 쓸 수 있는 거겠지.’


바꿔 말하면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은 지금도 역시 반장에게 직접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식구, 인 건가······.”

“아니라니까 이 인간 새끼야. 어떻게 오크랑 인간이랑 식구가 될 수 있겠냐?”

“맞아, 너랑은 안 되지. 너 같은 오크 새끼하고는 안 돼······.”

“뭐?”

“너 같은 오크 말고. 진짜 오크랑은 식구가 되지. 아니, 내가 그 밑에 있는 ‘사냥개’가······.”


나는 회복된 오른팔을 잡고 일어났다.


“안 되겠다. 나가기만 생각하기로 한 건 취소.”


지금도 내가 다치면 반장이 그 고통을 온전히 받는다는 생각에 빨리 끝내기로 했다.

그의 사냥개로서.


“간다.”


나는 그대로 뛰어 오크와 거리를 붙였다.

놈은 이제 방심하지 않는 상태였고 다시 왼팔을 휘둘렀다.

내가 오른쪽이 박살 났으니 당연히 그렇게 노릴 것이고.


“그건 이미 예상했어.”


나는 몸을 내리며 녀석의 사타구니에 난 상처를 왼손으로 찍어 눌렀다.


“끄아아아악!”


놈은 내 목을 그대로 내려찍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상처를 찍어 누른 덕분에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였고, 지금 내 오른손은 바닥에 있던 손잡이를 이미 잡은 채였다.


“이 개······.”


크게 내려찍는 걸 피하기만 하면 무너지고.

그대로 벌린 입에 손잡이를 넣은 뒤.


“으르롹!”


머리채를 잡아, 턱을 무릎으로 갈긴다.


콰직-!


놈의 송곳니가 부러지며 턱뼈를 뚫고 나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아직, 한 번 더.


콱!


오크는 맥없이 쓰러졌다. 죽었다.


“후우······.”


적송의 오크를 죽였다.

내가 언더커버로 들어가려고 하는 조직의 오크를.


“아니지.”


이놈은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할 수단조차 없으니 상관없을 터였다.


“청두파가 뭘 하려고 하는지 조사하러 온 느낌이었으니까, 나중에 발견되더라도 청두파에게 당했다고 생각할 거야. 상대는······ 아!”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적송은 원래부터 ‘우리 쪽’이 아니라 ‘상대 쪽’이었다.

내가 경찰 쪽이든, 깡패 쪽이든.


“식구는 반장이니까.”


그렇게 나는 청두 조직원의 정장을 빼앗아 입고 문을 열었다.

아래로 내려갔다.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


다다다다다-


조용히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보다 빠른 속도로 층을 달렸다.


“큭!”


고통이 밀려온다.

반장의 스킬로도 오크를 상대하는데 입은 부상을 다 치유하는 건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다시 내려갔고, 바로 막혔다.


“이런 시발!”


병실을 나섰을 때 봤던 통로처럼 계단을 막으려고 했던 것인지 잡동사니가 쌓여있었다.


‘여길 뚫는 건 무리야.’


하지만 분명 청두파도 적송의 오크 놈도 이곳으로 올라왔다.

그렇다는 말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해.”


다시 병동 내부로 이동해야 했다.

문을 열고 보니 누군가 부수고 뒤진 흔적이 완연했지만, 위층처럼 장애물이 쌓여있진 않았다.

프론트 책상에 붙은 비상 대피 지도가 있었다.


“여긴 뭐지?”


중앙 통로를 따라 반대편 동과 이어진 구름다리를 지나 구름다리를 지나서 그쪽 로비를 끼고 왼쪽 구석,

병실 세 개는 거뜬히 합친 것처럼 큰 공간이 하나 있었다.

표시가 되어 있기로, ‘조제실’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지하로 내려갈 순 있겠지. 조제실로 가면 혈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고.”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리고 곧장 조제실로 돌아섰다.


“지금의 난 사냥개로서 여기 있는 거야.”


그렇게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뛸 필요도 없다.

지금처럼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대가 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게 더 유리할 테니.


스륵-


하지만 지나치게 조심할 것도 없다.

문고리는 작살났어도 아직 칼이 있으니까.

짧은 칼을 손에서 이리저리 굴렸다.

다행히 손가락의 감각은 병자의 것보다 죽기 직전 발버둥 치는 자의 것처럼 날카로웠다.


뚜벅-


“응?”


구름다리 쪽으로 가자, 대기하고 있던 놈들이 셋 보였다.


“넌 뭐냐?”


상대는 다행히 쥐를 모는 고양이의 여유를 가진 것처럼 날 조금의 위협으로도 생각지 않는다. 칼을 들고 있어도 그랬다.


“위에서 내려온 놈인가?”


‘아, 나도 이쪽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난 지금 실험체의 옷이 아닌 저들의 옷을 입고 있다.

저 반응으로 보아 점조직이다 보니 일일이 서로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진 않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예, 정리하고 내려왔습니다.”


뚜벅-


“그래? 원래 둘 가지 않았어?”

“네, 생각 외로 아직까지 살아있던 놈이 있어서요.”


뚜벅-


“그러냐, 이제 불 지르고 빨리 날려 했더니만.”

“형님, 그 위층에 남아있다던 실험체 놈이 그놈 아닙니까?”

“누구?”

“왜 있지 않습니까, 하프 오크 놈이 하나 데려왔다는데······.”

“아, ‘천 실장님’이 꼬셨다고 했던?”


뚝-


총 셋, 그중에 구름다리 끝에 있는 놈이 이쪽으로 오기 전에 둘을 끝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노려야 하는 건.


“아아 맞아, 그 하프 오크는 오늘 천 실장님 오실 때 같이 온다고 하지 않았었냐?”


위계가 제일 높은 쪽.


푹-


“컥!”


나는 주저 없이 그놈의 배에 칼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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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4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2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0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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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입단(入團) (1) 24.08.16 30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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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1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1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6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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