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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02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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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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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1. 전쟁의 서막

DUMMY


31. 전쟁의 서막


- 긴급 속보입니다.

- 정부는 이계인과 스킬에 관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겠다, 공표했습니다.

- 이는 지난 23일에 있었던 서해 폐화물선을 무단 점거했던 중국계 조직 ‘삼해’의 이계인, 즉 어인들이 일으킨 일련의 폭발 사건 때문이었는데요.

- 사건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현장에 있는 주 기자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주 기자?


경찰은 그날 항구에 ‘대기’만 했다.

청두파 보스인 박경석의 제보로 이미 미사일을 쏠 생각이었고, 일이 잘못되더라도 삼해든, 적송이든 큰일과 관련된 이계인의 탓으로 전부 책임을 돌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야 기자까지 대동한 채 화물선에 오른 그들은, 이계인 폭력 조직 간의 전쟁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음을 강조했다.


- 아직까지 내부에 생존자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제보를 통해 오크 건설사 ‘적송’의 사장인 ‘정산’ 사장마저 행방불명된 사실을 파악했고.

- 당국은 그가 이 사건에 연관되어 있음을 전제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가 봤던 그 오크, 적송의 큰형님이자 사장인 ‘정산’이 행방불명되었다.

내 스킬의 여파로 거기 깔려 죽은 거겠지.

아무쪼록 경찰은 이번 일을 통해 ‘적송’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아니, 적송을 포함한 이계인 범죄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 감사합니다, 주 기자.

- 현재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 경찰 당국은 이에 ‘이계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 이계인과 스킬에 관한 새로운 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미리 그들이 생산하는 마약과 무기들을 압수할 방침을 전했습니다.


경찰은 온 거리를 들쑤시고 있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이번 일과 관련된 모든 걸 뿌리 뽑을 생각인 것이다.

왜냐?


“혈석 제조법은 확보하지도 못했고, 청두파와 경찰이 내통한 걸 알릴 순 없을 테니까······.”


나는 허름한 모텔 TV를 껐다.

항구로 돌아와 차를 타고 사무실에 왔고, 엘리에게 치료를 받은 후 바로 이 모텔에 들어온 뒤 일주일 동안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다.

집에도 들어가지도 않았다.

혹시나 유 팀장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랬다.


“경찰이 거리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어.”


경찰은 그 뒤로 스킬 사용자와 이계인들을 잡아 무조건적인 조사를 감행했다.


“적송도······.”


게다가 적송에서조차 오크들을 풀어 경찰들과 마찰까지 빈번히 일어남에도 거리를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범인을 찾고 있었다.

그날, 화물선의 모든 생물을 굴복시키고 자신들의 큰형님마저 묻히게 한 범인을.


“후우, 시발.”


범인인 나는, 정산을 다시금 떠올렸다.


‘총을 사용할 수가 없었어.’


총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정산.”


쏘면 죽는다.

모든 것이 끝난다.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결국 이계인의 스킬을 사용했다.


“죽어도 안 쓴다, 총에 맞아 죽을 같으면 쓴다, 총으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쓴다. 기준이 한없이 내려가기만 하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걸까.

이 바닥에서, 다시 한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언더커버 요원으로 돌아가야 할까?

아니, 날 본사로 반드시 올리겠다는 유 팀장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날 속였으니까.

그날, 미사일에 잘못 휩싸였다면 난 죽었다.

나는 그저 버리는 카드에 불과했을 테니.


‘유 팀장도 내가, 두려웠을 지도······.’


대규모 집단 자살을 일으키는 스킬을 혀에 품은 단 한 사람.

그게 지금의 나였다.


“진짜 존나게 고독하네 시발.”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 흐려지는 느낌, 멘탈이 박살난 채 이 1평 남짓한 방에 갇혀 애먼 술만 마셨다.


“하아.”


언제가 밝은 낮인지, 또 언제가 어두운 밤인지 모를 시간이 마치 저 회색 커튼처럼 일렁거리고 있었다.


띠리링-


그때,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이우람인가?”


그는 며칠 전부터 임해찬 부장의 보호를 받으며 우리 사무실을 인계받아 직접적인 접촉은 피한 채 메시지만 보내오고 있었다.


띵-


“음?”


하지만 이번 메시지는 처음 보는 번호였다.


“이런······.”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도 잡지 않은 내가.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거기 담겨있었다.


#


“유 팀장이 보냈어?”


다 불타고 뼈대만 남은 성동병원의 기둥 뒤에 숨어 물었다.


“아니요, 그래서 바로 연락드렸고요.”


차혜정은 웃으며 답했다.

사복으로 단독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지, 모자부터 가죽 자켓, 청바지까지 전부 검었다.


“유지혁 팀장님께선 상부 지시에 따라 움직이실 수 없는 상태라, 청두파 잔당을 조사하기 단독으로 움직였습니다.”


차혜정은 단독으로 이곳에 일어난 화재를 수사 중이었다.

말하자면 지금 그녀는 경찰보다 내게 더 먼저 연락을 한 상황이란 뜻이었다.


“이런 시기에 혼자서 돌아다니길 내버려두다니. 뭐, 그쪽도 개판이라는 거네.”

“그런데, 왜 숨어 계십니까?”

“윽!”


차혜정은 기둥을 넘어 내게 물었다.


‘아이 씨 순간 때릴 뻔했네.’


“흠, 먼저 연락해 준 건 고맙지만, 너도 나한테 먼저 연락한 거 보면 알 거 아니야? 그날, 우리 경찰에게 버려졌던 거라고. 유 팀장한테.”


나는 가장 똑똑한 놈인 김상태가 팔을 뽑혔던 그곳으로 걸어가 주변을 둘러봤다.

오크가 휩쓸고 간 자리, 천 실장의 얼굴, 왜인지 화물선 때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우리는 버리는 카드였어. 그래서 너도 경찰 내부에 알리기보다 나한테 먼저 제안한 거 아니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응?”

“유 팀장님께서 지금 돌아다니시지 못하는 이유, 우리 때문입니다.”


나는 그 말에 씁쓸하게 웃었다.

차혜정의 말을 믿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후우.”


사실 처음부터 한 가지 가능성으로 생각해 놓긴 했었다.

유 팀장은 자신의 팀원 둘을 미리 움직여 보냈는데, 경찰은 미사일을 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몰랐다는 거지?”


처음부터 일이 꼬였던 것이다.

유 팀장 쪽도.


“예, 상부는 내부 첩보를 받고 미사일을 준비했지만, 저희 쪽에 알려 주진 않았습니다. 이에 유 팀장님이 항의했고······ 지금은.”

“거기까지. 알겠어, 어차피 내가 믿든 안 믿든 크게 달라질 건 없으니까.”


지금은 유 팀장과의 신뢰를 생각하기엔 다른 일들이 너무 바빴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해서 한가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그러니, 차혜정이 내게 답을 주었으면 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넌, 나를 믿어?”

“예?”

“내가, 그날 어떻게 그 폐화물선을 탈출했는지 알아?”


내 물음에 차혜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날, 내 스킬을······.”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대리님에 대해 많이 알수록 좋은 건 없습니다.”


차혜정은 단호하게, 하지만 상냥하고 믿음직하게 미소 지었다.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분했고,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

“대리님만 혼자 남겨두고 온 것 같아서요.”


진심이다.

차혜정은 나를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 테니까.


“그러냐.”


‘하지만, 너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도 똑같을까?’


“하지만 나는······.”


아무짝에도 연관되지 않은 오크 하나를 죽이는 바람에, 내가 스킬을 써서 화물선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을 죽였고, 이 사단이 난 걸 알아도?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저 믿음에 속아 이야기했다간 그날 있었던 일이든 내가 살아 꾸역꾸역 버티며 구르던 시간이든 전부 다 쏟아낼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차혜정이 말했다.


“대리님이 어떻게 그 배를 탈출하셨건, 그날 대리님께서 무슨 짓을 하셔서, 저쪽에서 어떻게 보이든지, 경찰에서는 또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대리님은 제 목숨을 구해주셨고 좋은 일을 하신 것이니까요. 저는 그런 대리님을 믿습니다.”


하긴, 넌 그런 녀석이지.

내가 만약 경찰이 되었더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했던.


“그러니 다른 누구는 몰라도 저에게는 숨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로하려 한 말은 아닐지라도, 그게 참 위로가 됐다.


“그러냐.”

“예.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그녀는 이제 이런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일이나 하자는 식으로 바로 말을 이었다.


“대리님은 뉴스, 보셨습니까?”

“응, 뭐 이계인 범죄와의 전쟁을······.”

“중요한 건 그 내막입니다.”

“응?”


차혜정은 휴대폰을 꺼내 내게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경찰 내부 공문을 카메라로 찍은 모습이었다.


“이건······.”


거기에 있는 건 청두파의 두목, 박경석이었다.


“이제 마지막 한 놈 남았습니다.”


차혜정은 또 씩 웃었다.


“그놈이 경찰에 직접 출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가 기회입니다!”


#


상은 이미 엎질러졌다.

판을 새로 짜야 하는 것에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박경석은 확실하게 하나 깨달은 점이 있었다.


“내 몸값이 꽤 높아졌다는 거지.”


그는 다시 술 한잔을 마시고, 가방에 있던 작은 혈석 조각을 꺼내 갈아서, 회에 뿌려 먹었다.


“으음, 좋아. 역시 회는 비싼 게 최고라니까?”


이전 판은 엎어졌고, 자신의 몸값은 커졌으니.

판을 새로 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더 크게 키워야 한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이제 적송이나 집어삼켜 볼까나?”


그는 킥킥거리며 바다를 바라봤다.

여전히 고요했고, 그게 꼭 전쟁이 닥치기 전에 오는 망중한 같이 느껴졌다.


“전쟁을 하려면, 범죄가 아니라 이계인들이랑 해야지! 우리 같은 인간인데. 안 그러십니까?”


그의 물음에.

인천경찰청장 ‘이원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진 출두한다는 건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번 일 때문에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어.”

“거기까지가 우리 계획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이계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게 너무나 무서웠던 저는 경찰에 협조적으로 가는 거고. 힘 실어 주는 거고.”


청두파는 경찰 쪽에서 박경석과 2인자인 천 실장을 빼고는 파악하기 어려운 점조직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경찰은 박경석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혈석 관련 사업을 남몰래 이어가던 적송은 다 때려 부수는 거고.”

“그때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박경석은 다시 한번 회를 맛있게 먹었다.


“그래요, 이번에 이계인들 싹 다 잡아서 처넣고 청장님은 더 위로 가시고! 하하하.”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자, 전쟁이다.”


만족스럽게 웃고 있긴 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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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십니까, 연재 업로드는 주 7일 19시 입니다. 24.07.17 50 0 -
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7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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