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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92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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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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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6. 휘몰아치는 (1)

DUMMY

26. 휘몰아치는 (1)


“넌 누구지?”


다다다다다-


빗소리에서도 천 실장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움직일 수가 없어.’


천 실장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총을 쏜 차혜정과 총에 맞은 어인 간부 역시 우리 둘의 움직임을 살피고만 있었다.


“······.”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나 역시 시선에 짓눌린 지금.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주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천 실장은 이 침묵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오만하게 증명이라도 하듯 내게 말을 던졌다.


“이런 중요한 일에 왜 나 혼자 있어도 괜찮은지 알고 있나? 내 스킬이 있으면 물건을 빼앗길 일이 없기 때문이지.”

“······.”

“그러니 오직 나만, 빼앗을 수 있는 거야.”


스킬, 천 실장의 스킬이 뭐였지?

아니,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다.


“아마추어는 역시 그쪽이었군······.”


쿵- 쿵- 쿵-


정신을 차린 어인 간부가 손을 올리자 어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꼬리를 밟히다니······.”

“잠시 소란이 있었을 뿐이다.”

“거래는, 없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확실히 자신이 아래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학습하고 거래를 끊어 버린 어인 간부가 손을 내리자, 그의 부하들은 나와 천 실장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너 하나 때문에 일이 틀어졌단 말인데, 넌 누구지?”

“······.”

“말할 생각은 역시 없나.”


대답할 틈, 그 틈으로 어인 간부는 갑판에 있던 해치를 열고 내려가는 게 분명히 보였다.


“이런.”


그쪽을 향해 천 실장은 겉옷을 벗으며 말했다.


“돈, 준비해 놔. 금방 내려갈 테니까······!”


여길 다 정리하고 내려갈 생각인가?!

이 수많은 어인들을!?


“제길!”


천 실장은 나를 향해 그 무지막지한 주먹을 휘둘렀다.


‘이건 피할 수가······!’


쿵!


마치 트럭에라도 부딪힌 것처럼 크게 맞아 나가떨어졌다.


“커헉!!!”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간 충격.


“다시 한번 묻지. 넌 누구야? 경찰인가? 아니면 큰형님께서 시키셨나?”


천 실장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인들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직 나만 바라보고 걸어왔다.


“시발.”


그를 피해 가까스로 일어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천 실장에게 죽는 것보다 어인들에게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흡!”


어인이 내려친 주먹을 피해 옆으로 구른 뒤 바닥을 짚고 무릎만 꿇었다.


‘어인에 대한 정보는 없어.’


하지만 오크처럼 상체가 발달하고 하체는 부실하니, 자세를 낮춰 하체만 노린다.

아니!

하체를 노리는 게 아니라 아래쪽 빈 공간을 노려 컨테이너 사이로 몸을 피한다!!!


“비켜!”


자세를 낮춘 뒤 어인들의 사이을 스쳤다.

당연히 그들의 우악스러운 주먹들이 나를 향해 쏟아졌지만, 다행히 이놈들은 물 위에선 너무나 느린 상태였다.


쿵- 쿵- 쿵-


몸을 구르고, 뒹굴고, 또 구차하게 쓰러지듯 피한 뒤 겨우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곳까지 다시 갈 수 있었다.


“도망인가?”


천 실장은 어인들에 휩싸인 상태, 그리고 어인들은 컨테이너 틈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위로 오르고 있는 지금.

나는 가장 먼저 차혜정에게 명령했다.


“차혜정, 내 말 들려?”

“대리님!”

“너 배 몰 수 있어?”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쾅!!!


“하아······.”


천 실장이 컨테이너 째로 부수며 어인들과 파편을 날리는 중에 비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하아, 하아!”


상황을 정리하자.

아주 잠깐이면 돼.


‘천 실장의 스킬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물건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었어.’


“하아.”


‘하지만 그는 배신 중이고 아직 거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그의 거래를 막아야 하는 내 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빗속에서 확실하게 떠올랐다.


“좋아.”


차혜정이 배로 내려갔으니 어떻게든 물건을 찾아 거래를 막고 바로 뜨기만 하면 될 터.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떨어지려 하는 어인들 속으로 몸을 던졌다.


“흡!”


파도처럼 밀려드는 다수의 적을 타파할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밀려드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이런 시발!!!”


하지만 지금 뒤로 갔다간 천 실장이든 어인 대장이든 찢어 죽이려 들 뿐일 터.

어쩔 수 없이 파도에 무릎을 날리는 것뿐.


퍽!


가장 앞에 있던 어인은 쓰러지기는커녕 내 무릎이 부서질 지경이었다.


‘바위처럼 단단하잖아······!’


하지만 굳이 발차기가 아닌 무릎으로 민 이유는 있다. 컨테이너 틈 사이가 좁기 때문에 상대가 밀리진 않아도 끼어서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흡!”


그렇게 상대 어인의 아가미에 손가락을 박아 넣고.


“크아아아아······!”


어깨에 올라타, 뛰었다.


붕-


컨테이너 아래에 있던 우악스러운 손들이 나를 잡기 위해 산호처럼 뻗어 올라온다.

하지만 왜인지 허우적거리고 버둥거릴 뿐이었다.


‘잘, 안 보이는 건가?’


그렇다면, 이놈들은 하체가 부실했으니까.


“줄줄이 있었으면 안 됐지!”


나는 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한 어인의 어깨에 착지함과 동시에 그를 뒤로 밀 듯 발로 찼다.

뒤로 찬 발차기에 나는 앞쪽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내 뒤에 있던 녀석 역시 고꾸라진다.


쿵-


하지만 컨테이너 사이 일자로 쭉 이어진 저 손들이 다시 나를 붙잡으려고 하기 전에.


스스슥-


발목을 하나하나 베어가며 다리 사이를 기었다.


치지직-!


어인들은 갑자기 위에 있던 놈이 아래로 온 탓에 나를 눈치 채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키기긱-!


하지만 벤 건 단둘.

저 멀리 이 행렬의 끝에 다시 한번 손이 느껴졌고, 난 그중에 익숙한 것을 잡았다.


꽉!


“다 꺼져라아아아!!!”


워크라이와 함께 이우람은 어인들을 밀어 넘어뜨리며 나를 잡아 올렸다.


“하! 어떻게 난 줄 알았어?”

“시끄러, 시발! 얼른 내려가자고!”


이우람이 이렇게나 든든할 때가 있다니.

감개가 무량도 했지만, 지금은 해후를 나누고 있을 틈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쓰러진 어인들이 일어나기 전에 컨테이너의 틈으로, 또한 이우람과 천 실장이 올라왔던 갑판 틈으로 몸을 던졌다.


쿵-!


“하, 더럽게 아프네.”

“그러니까 쉬고 있으란 놈이······ 시발, 그래도 존나게 반갑더라.”

“그래, 나도!”


이우람은 날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반장님 부르고 난 뒤에 올라와 보니까. 도무지 내가 쨀 각이 안 나오는 거야. 그런데 검은 놈 하나 튀어나오는 거 보고, 아 저 새끼 너 새끼구나 바로 알겠더라. 근데 이런 장비는 어디서 났냐?”

“빌렸어.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야?”


나는 우선 이 폐화물선 내부 주변을 확인했다.

온통 시커멓기만 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어인들이 생활하는 공간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나갈 길은?”

“나갈 길은 당연히 반장님이지.”

“아, 맞다. 반장님은 왜 이렇게 빨리 도착한 거야?”

“나야 알겠냐 시발?”


머릿속으로 폐화물선의 지도를 그렸다.

폐화물선의 오른쪽 측면엔 내가 타고 온 차도선이 있고 거긴 차혜정이 정리 중이다.

폐화물선의 왼쪽 측면엔 반장님이 잠입을 위해 길을 뚫고 있다.

폐화물선의 선두 쪽엔 갑판과 이어진 해치를 타고 중앙까지, 천 실장이 물건을 들고 오는 중이고.


“지금 우리는 후미지?”

“그래. 나랑 천 실장 놈이 들어온 곳이 이쪽이야.”


그렇게 지금 이 후미 통로.

마치 거대한 부엌이나 선실이 있는 것처럼 널찍한 공간의 무너진 벽면, 저 멀리 불빛이 올라오는 걸 보니, 천 실장이 말했던 해치 안쪽도 이곳을 통해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후미와 선두 아래로 쭉 이어져, 언젠간 만나는 지점이 있어. 거기가 바로 거래 장소일 거야······!’


“일단 내가 내려간 곳으로 가면 반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우린 그걸 타고 가면 되고!”


옆쪽으로 돌아 나가는 길은 이우람이 알고 있다.

이제 그 길 따라 그대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될 터였지만.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새끼야! 정신 차리고 형님 말 좀 들······.”

“아직 일 안 끝났어!”


생각을 정리할 틈 역시 없다.

우리가 떨어진 틈으로 어인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무슨 소리야?”

“천 실장은 거래를 계속하려고 해. 지금 우리가 사라진 걸 알면 곧장 중심부까지 갈 거야. 하지만 우리가 함께 다니는 꼴을 보면 다음 기회를 노리려고 할 테니까, 서로 나눠져서······.”

“좀 진정하고 말해!”

“우선 네가 먼저 반장님한테 가 있어. 반드시 그쪽으로 돌아갈 테니까.”


나도 안다. 혼자서는 위험하다.


“야 새끼야, 그게 무슨 시발 같은······.”

“하.”


하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다.

이제 곧 경찰이나 적송이 움직이기 시작할 거고, 천 실장은 새로운 거래 루트를 짜서 배신을 완료한 뒤 어디론가 또 사라져 버릴 게 틀림없었으니까.

이번이 기회다.

경찰도 깡패도 다 우루루 몰려오기 전에.

천 실장 역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배신을 포기하지 않은 바로 이 지금.

그러니까 내가 가서 반드시······!


“야.”


그때였다.

이우람은 지나치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목을 풀며 담배 하나를 내 입에 물렸다.


“힘 좀 빼.”


칙- 치직-!


“시발 불도 안 붙네.”


그는 담배를 저 멀리 버린 뒤 목을 마저 풀며 말했다.


“이번에도 네가 앞이지?”

“어?”

“형님이 뒤쪽 막으면서 갈 테니까 같이 가자고.”


그는 내 등을 맞댄 채 떨어지는 어인들을 향해 돌아섰다.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이 잠시 또 이어졌다.

이우람은 이 침묵을 깰 사람은 나라는 듯 여유롭게 기다려 주고 있었다.


“후우.”


망할 이 단순한 새끼.

하지만 그 멍청하리만치 단순하고 큰 등에 잠시 기대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툭-


넌 누구냐?

천 실장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경찰, 청두파, 삼해, 반장의 세력까지 이 배에 휘말린 지금, 나는 경찰, 깡패, 어디 쪽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니까.


“···그래.”


하지만 또 바로 지금.


“됐지? 그럼 이제 안 가냐?”


그래서일까, 약간만 기댈 수 있는 그 틈이 너무나 반가워 미칠 것 같았다.


“그래, 가자!!!”


#


하지만 정우는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경찰, 청두파, 삼해, 그리고 반장의 세력 말고도.


“가자.”


또 한 세력이 이 큰일에 휘말렸다는 것을.


“여기 다 쓸어버리면 되는 겁니까, 큰형님?”

“···그래.”


12시 정각.

지금, 붉은 피가 도는 적송의 오크 정예 전투원 총 10명과.


“수십이든 수백이든.”


적송 건설 사장이자 오크로 이뤄진 국내 최대 조직폭력배 두목, ‘산’ 삼해 본거지 도착.


“전부.”


큰형님을 따라.

적송 본사에서 온 붉고 검은 것들은 그렇게 승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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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7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7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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