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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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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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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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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6. 입단(入團) (4)

DUMMY

36. 입단(入團) (4)


“···예, 알겠습니다.”


차혜정은 통신기를 두드리고 노트북을 딱딱한 사각형 가방에 챙겨 넣었다.

곧이어 바로 카센터 내부 사무실을 개조한 간의 탈의실에서 슈트를 착용했다.

물론 딱 달라붙는 검은색 디자인은 같지만, 지난번 때와 달리 단순 잠수복과는 기능적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총을 수납할 수 있는 총집이나, 단검을 허리춤에 찰 수 있는 띠도 그렇고, 아무쪼록 잠입, 암살에 특화된 모양이랄까.


‘대리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사실 차혜정은 이 슈트를 이번 일에서 꺼낼 생각이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이 장비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었다는 게 외려 맞는 표현이리라.

자신은 결국 이계인 전담팀, 사무직. 현장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보니 장비를 요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대리님을 구해야 해.”


하지만 지난번 삼해 어인들과 충돌 이후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후회했던 차혜정은 자신의 스킬과 맞는 커스텀 슈트를 제작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지이잉-


지금, 슈트의 전기 신호 불빛이 마치 범의 줄무늬처럼 보이는 이 모습이 그 결과였다.


“이거면 충분할 거야.”


이계인 대응용 개인 커스텀 슈트를 착용한 상태로 기척을 지우는 것은 물론, 바닥에 행어를 고정하고 허리춤의 띠와 연결, 아래층을 넘나들며 각종 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

말하자면 지금 정우가 하려는 일에 그녀가 필수적이란 뜻이었다.


왜 그녀의 스킬은 ‘사물 동화’ 즉, 잠입, 암살에 특화된 능력이 아니었던가.


“지하실.”


그녀는 새림 아파트 내부 평면도를 다시 확인했다.

현장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나가게 되었으니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서였다.


‘무슨 생각을······.’


그녀는 지도를 훑으며 정우의 생각을 짐작했다.

지난밤 이우람이 있을 때 정우와 눈이 마주치고서 어쩌면, 어쩌면 자신이 이번 일에 직접 투입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암살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새림 아파트 단지 지하에 있을 수도 있는 ‘청두파 혈석 실험 관련 정보’를 몰래 얻을 생각이었으니까.


“대리님은 분명 그런 뜻으로 내게 신호한 거 아니었나?”


지난밤엔 그와 그녀의 생각이 일치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방금 정우의 목소리에서 느껴진 위화감, 그 급한 목소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그녀를 ‘떨어뜨려’ 놓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무언가 비밀이 있나?


스슥-


아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리고 정우가 생각한 것처럼 이우람이 없는 동안 자신의 일, 이세계 전담팀의 일만 착실히 수행하면 될 테니까.


“여기.”


그렇게 다시 지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중앙에 있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선 갈 수 없게 고립되어 있는 왼쪽 동 지하실.

거기에 이계인 탐지 장비를 설치하고 곧장 그 주변을 수색해서 혈석 관련 정보만 얻으면 될 테니까.


손가락의 끝은 수신기로 향할 따름이었다.


“투입하겠습니다.”


정우와는 다른 방향, 다른 길을.


“가자.”


그녀는 그렇게 아래로만 향했다.


#


다다다다다-


계단을 통해 위로 달리는 동안 다른 청두파 떨거지는 보이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가지만 않으면 돼······!’


아직 마감을 치지 않은 건설 현장을 가 본 적이 있는가?

공사 중이라면 건물 외벽에 설치한 호레이트, 혹은 전기 작업을 먼저 끝내고 내부 엘리베이터를 쓰는 게 좋겠지만.

공사가 이렇게 중단된 상태라면 계단 쪽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위험하다.

또 문이 없기 때문에 내부에서 확인하기도 쉽게 뚫려 있는 상태고.


“즉, 누가 움직이든 말든 신경 안 쓴다는 거지!”


위험하고 확인도 쉬우니 굳이 이곳을 기웃거리거나 확인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다다다다다-


역시 생각한 대로다.

건설 현장은 이미 익숙하니까.


‘어차피 관리하는 놈도 없겠다. 어디 구석에서 퍼질러 자고 있을 거야······!’


또한 청두파 떨거지들 역시 익숙하다.

이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그저 명령이 떨어질 때나 움직일 따름이다.

또한 체계가 없으니 상위 통솔자의 개념도 없는 오합지졸.


지금 여기 현장에 있는 인력들이 능동적으로 침입자를 수색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


다다다다다-!


“쳇!”


하지만 역시나, 지금처럼 내부로 들어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다.


아무래도 손잡이나 계단 받침 같은 게 없이 오래 방치된 터라 무너진 모양인지, 위로 가는 길이 무너져 보이지도 않았다.


“후우.”


하지만 또 역시나, 예상 범위 안이다.


“예전에 노가다할 때 생각나는데?”


분명 반장님의 눈에 들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도 이런 구역이 있었으니까.

사뭇 철근을 옮기던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와는 너무나 달라진 것처럼 느껴져 그랬다.


“좋아.”


나는 계단 틈 사이로 내가 올라온 높이를 확인했다. 꽤 높았고, 이제는 내려가거나 돌아가긴 글러 먹은 상태였다.


“가자.”


그러니, 정면 돌파다.


“뭐야?”


18층, 일종의 경유지. 내부로 들어와 반대쪽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는 더 올라갈 수 없는 터라 누군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는데.

확실히 경유지인 이 층에 대기하는 청두파 인원이 있긴 했다.


“그러게.”

“여기까지 누구 온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


하지만 단 세 명.


이 넓은 층을 셋만 쓰고 있다는 게, 이놈들이 꽤 높은 위치에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즉 이곳부터는 청두파의 관리하에 있다는 뜻이고, 누군가 몰래 들어와 장비를 설치하게 그냥 두진 않는다는 말이겠지.


“누구냐?”

“나? 위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긴 한데······.”


하지만 단 세 명.


“올 거면 한 번에 와.”


충분했다.


“원희 형, 일단 내가 좀 볼라요.”


세 놈이 함께 오라는데 굳이 한 놈만 먼저 나섰다.

셋 다 덩치는 상당했지만, 그중에 가장 호리호리한 녀석이었다.

이에 그의 말을 들은 원희, 아무래도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쪽이 고개만 까닥했다.


“아무래도 적잖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데?”

“무시가 아니라, 배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그짝도 좀 쉬어야지. 누군지는 몰라도.”


먼저 튀어나온 놈은 허리춤에서 단도를 하나 꺼내 들며 말했다.


“나 전주 박나성이오.”


역시 칼잡이였나.

아래층에 있던 놈들은 확실히 무기도 없고 싸움도 해본 적 없는 느낌이었는데,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프로네.’


각기 어디서 이름 좀 날린 놈들이란 뜻이었다.


“이쪽에서 소개를 했으면 그쪽도 존함 정도는 말해 줘야지?”

“그럴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볼일만 보고 바로 나갈 거거든.”


하지만 칼잡이면 어떻고 이름 좀 날렸으면 어쩌라는 거냐. 나는 자세도 잡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흐미, 미친놈인갑소.”


또각- 또각- 또각-


그렇게 세 걸음 지나자 상대가 먼저 칼을 휘두르며 들어왔다.

내 예상대로.


휙-!


“흡!”


칼잡이를 상대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거리를 벌리는 것이다.

그들은 작은 칼을 마치 손톱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손이 닿는 범위라면 어떤 방향에서든 공격할 수 있다.

마치 ‘인섹터’처럼.


‘그리고 인섹터를 상대할 때 거리를 벌리는 건 자살 행위지!’


그러니 오히려 거리를 좁힌다.


퍽-!


좁혀서 손톱 쪽이 아닌 팔을 막는다.

힘으로 찍어 누른다.


퍽-!


칼의 범위를 파악해 순간 거리를 좁히고 팔로 팔을 막은 뒤 머리로 찍어 누른다.

유려하게 흘러간 동작.

확실히 힘을 쓰는 타입이 아닌 칼잡이라면 이렇게 상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아따, 너 어디서 구르던 놈이냐?”


하지만 상대는 프로. 내가 머리로 찍어 누르는 걸 보고 칼을 돌려 잡고 다시 휘두르는 게 아닌 거리를 벌리는 쪽을 선택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놈은 그제야 칼을 돌려 잡아 주먹 아래로 쥐었다.


“넌 안 돼 쓰겄다.”

“내래 나가겠소.”

“응? 넌 왜 갑자기 그러냐 막내야?”


그렇게 이번에 또 한 놈이 다가왔다.


뚜드득-


그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먹을 풀며 말했다.


“내래 이북에서 왔다. 신의주 리춘삼.”


말수가 적어 보이는 놈까지 이름으로 소개를 하는 걸 보고 나도 그래야 하나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하아.”


시간 없다니까.


“이제 내가 간다.”


이번엔 나도 자세를 고쳐잡았다.

상대 역시 나를 혼자 잡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둘 다 자세를 잡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빠른 놈과 힘이 센 놈. 그 둘 중에 내가 먼저 노려야 할 곳은?


“당연히······!”


나는 먼저 칼잡이 쪽을 향해 파고들었다.

일전에 이우람과 함께 천 실장을 잡아야 했을 때. 천 실장은 무턱대고 우선 이우람 쪽을 공격했다.


‘그쪽이 더 무거워 보이니까.’


하지만 그 결과 내가 뒤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경우 가장 상책은 빠른 놈을 공격하되 힘이 센 놈과 거리를 띄우는 것.

그리고, 확실하게 한 놈씩 끊어 잡는 것.


“야야!”


자세를 낮게 잡자 칼잡이 역시 자세를 낮게 잡았다.

피할 줄 알았는데, 맞서려는 것은 칭찬하지만 같은 라인에서 싸운다면 이쪽이 힘은 더 강하단 말이지.


휙-!


이번엔 칼을 찌르는 걸 선택한 상대를 보고 몸을 한바퀴 구른다.

칼이 들어오는 것보다 더 빨리 구른 상태 그대로 다리를 내려찍는다.


쿵-!


하지만 상대 역시 피했다.

또 하지만 난 힘만 센 게 아니라 빠르기도 하니까.


“흡!”


이북에서 왔다는 놈이 내게 축구공 차듯 발을 휘두른다.

막을 필요도 없다. 자세를 낮춘 건 어차피 발차기를 유도하기 위함이니까.


“합!”


순간, 바닥을 튕기듯 몸을 옆으로 돌려 한 바퀴 다시 구르고, 틈을 주지 않고 힘이 센 놈과 더 떨어지게 공격을 밀어붙인다.


“이 새끼가!?”


확실히 자신이 목표인 것을 알게 된 칼잡이는 이번엔 거리를 더 벌리려 할 것이 분명하지만.


후웅-


내 팔을 벗어나긴 어렵다.


“누워 있어······!”


그렇게 놈의 면상을 잡아 바닥에 떨구려고 할 때.


쿵-!!!


뭔가가 날 때렸다.


“커헉!”


분명 이북에서 왔다는 놈이 들어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투둑-


“하아. 이제야 셋이 함께 오는 거야?”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저 멀리 있던 ‘원희’라는 놈 짓이다.

그는 주먹을 매만지며 일어났다.


“합이 잘 맞을까 모르겠지만.”


그는 다른 두 동생의 앞에 서며 말했다.


“셋이 한꺼번에 간다.”


물론 여기까지도 예상 범위 안.

아니, 오히려 내가 노리던 상황이긴 했는데 문제는 이다음이었다.


“둘 다 스킬 써.”


드드득-!


“연장 준비 됐지비.”


캉!!!


“아이고, 알겠소 성님.”


추욱-


탁!


“좋아.”


이 셋 모두.

스킬 사용자였다.


“하, 시발. 18층부터 쉽지가 않냐!!!”


나는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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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7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8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 36. 입단(入團) (4) 24.08.19 26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4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8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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