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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01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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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0. 혈석 (5)

DUMMY

20. 혈석 (5)


칼을 쑤셔 박는 것에 더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의 내 뒤엔 반장이 있으니까.


“이, 이 새끼가······!”


이제 당연히 부하 쪽이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형님이 죽은 것인지 정확히 모르니 크게 들어올 순 없다.

그러니 끽해야 대충 주먹질 정도일 거고.


“뭐 하는 놈이야!”


그 궤도는 쉽게 예측된다.


훙-


크게 휘두른 주먹을 빼기 전에, 허리를 숙여 피한 내가 이놈 배때기에 꽂은 칼을 빼는 게 먼저다.

철퇴를 쓰진 않는다.

인간에겐 칼이 더 잘 드니까.

깊숙이 찔러 비트는 게 아니라 약간만 틀어 그대로 올려 벤다.

아니, 저 큰 덩치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도록 목에 꽂는다.


푹-!


“컥!”


순간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두 놈이 동시에 쓰러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되지.

곧장 쓰러진 놈의 목에서 칼을 뽑아, 던진다.


휙- 푹!


이에 구름다리 끝에 있던 놈이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스르르 무너졌다.


“하아······.”


확인 사살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그렇게 난 곧장 구름다리를 건너 조제실로 향했다.

사람이 없다는 걸 파악하자마자 달렸다.

그렇게 곧장 조제실에 닿았고, 손잡이를 당겨 문을 열었다.


덜컹-!


“뭐, 뭐야······?”


분명 비상 대피 지도에서 보기엔 ‘조제실’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문을 열고 내 눈에 들어온 건 마약 제조를 위해 만든 ‘작업장’이었다.


“혈석.”


코를 찌르는 비릿하고 또 메케한 향, 받아 놓은 물은 피처럼 붉었고 결정을 이루고 거름종이에 작은 알갱이가 뭉쳐 있다.

그 붉은 빛을 내는 물체의 정체는 분명 혈석이었다.


“여기가 실험을 했던 곳이구나?”


나는 우선 마스크 팩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무슨 실험을 했든지 간에 이건 일단 마약이니 호흡기를 통해 내 몸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

그렇게 제대로 주변을 돌아봤다.

혈액을 뽑는 주삿바늘, 피가 흥건한 의료 침대, 각종 철로된 기구들.

의료 시설이라기보단 흡사 고문실에 가까웠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살아 돌아간 놈은 없다.’


“미친놈들이 여기서 혈석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실험을 했던 거지?”


물론 이곳에서 혈석 제조를 해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제조법 같은 걸 남겨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단서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고개를 돌렸을 때,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다.


- 미팅 : 8시

- 장소 : 1층 로비


의사복인지 도축용 작업복인지 모를 것 앞에 있는 이 작은 메모.

그리고,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그 실험체인 날 찾아왔던 청두파 놈들.


“가장 똑똑한 놈, 김상태는 누군가에게 혈석 관련 실험을 보여주려고 했던 거야.”


여기서 그 누군가가 진짜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딴 실험을 참관하러 오는 새끼라면 같이 치는 게······ 큭!”


순간, 밀려오는 역한 기운에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면대 쪽에 있는 거울을 봤다.

머리카락에 붉은빛이 돌고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입을 틀어막았다.


‘혈석에 영향을 받으면 스킬에도 이상이 생기는 건 틀림 없어. 그런데 만약 그 이상이라는 게, 증폭되는 느낌이라면?’


혈석으로 인한 스킬의 효능 증폭.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얼추 말이 됐다.


‘반장이 나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유지되게 스킬을 사용한 것도, 반장의 치료를 위해 엘리라는 여자가 혈석을 준비한 것도······.’


다시 감상적이 되는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는 혈석 부스러기만 있었고 이 이상의 정보를 얻기는 어려우리라.


“가자.”


그저, 청두파 놈들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확실하다는 걸 되뇌이며 모두 씹어 먹겠다고 확실히 되새길 뿐이었다.

나 역시 미팅에 참관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


다행히 1층 내려오는 동안 다른 인간이든 오크든 만나지 않았다.

1층 로비로 보이는 곳에 청두파의 세력이 모여 있었다.


화르륵-


“그러니까 우린 그냥 있기만 하면 되는 거지?”

“기다려라, 천 실장님 오시면 거래 시작이니까.”

“뭐? 네가 시발 내 상관이냐?”


드럼통에 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모인 꼴을 보니 왜인지 금방에라도 서로 충돌할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거래를 한다는 거야?’


그렇게 나 역시 금방에라도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청두파 쪽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라는 거지?”


이마가 넓고 삐쩍 마른 인상, 입 주변의 흉터.

청두파의 말단 간부 가장 똑똑한 놈, ‘김상태’가 틀림없었다.


“너희들, 기다리는데 심심한 건 알겠지만 그래도 나름 우리 조직 ‘2인자’가 오는데 조용히 좀 해야지.”


잠깐, 2인자가 천 실장이라는 놈이고 김상태가 그와 거래를 한다고?

분명 뭔가가 있다.

그런 내 생각을 증명하듯 김상태는 또 주절주절 촉새처럼 말을 이었다.


“천 실장님이 우리 쪽에 손을 내밀어 주셨으니, 우리 역시 그 일에 가담하려면 좀 진중한 모습 보여야지, 안 그래?”

“예, 형님!”


그렇게 시간은 8시.


끼이익-


검은 차 한 대가 유리문 너머로 보였고 거기서 내린 건, 내가 봤던 청두파의 2인자.

즉, 천 실장이라는 놈이었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로비 가운데에 섰다. 청두파 잔당은 그런 그와 김상태를 둘러싸고 험악한 분위기를 뿜었다.


“이건 다 뭐지?”

“아, 제가 다른 멍청한 놈들이랑은 달리 준비성이 철저해서. 또 천 실장님께서 제안해 주신 사업을 준비하려면 병력도 필요하니까요.”


천 실장은 노골적으로 그들을 무시했다.

마치 이 정도는 자신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비즈니스 얘기 좀 할까요?”

“좋지, 실험 결과는?”

“아, 천 실장님께 직접 보여드리려고 위층에서 준비 중입니다.”


이건 분명 나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젠장, 이대로 위층으로 가면······.’


“하지만 그 전에.”


김상태는 드럼통 옆 의자에 앉았다. 물론 천 실장은 세워 둔 상태였다.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뭘?”

“천 실장님께서 대가리 치는 거, 제가 그쪽을 돕는다는 것을요.”


배신.


운반책 인색터가 말했던 바로 그 배신이 천 실장이 청두파의 대가리를 치고 그 자리를 먹는다는 뜻이었다.


“물론이다. 네가 한 실험 결과가 없었다면 나도 움직이지 않았겠지.”


그러기 위해선 김상태가 했다는 혈석 실험 결과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혈석 제조법이겠지.

제조법이 있는데 밑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그걸 기반으로 자신만의 사업을 구축한다.

그게 바로 배신의 이유였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바로 그 점입니다.”

“뭐?”

“대가리를 치는 건 제가 돕고, 우리 새 사업은 천 실장님이 저를 돕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가장 똑똑한 놈이 ‘갑’이다.

천 실장의 배신은 대가리를 갈아 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어차피 운반책을 죽인 것도 천 실장님 아니십니까? 그래야 저랑 ‘큰일’ 전에 이런 비즈니스 얘기를 부탁하실 수 있었을 거고. 자! 아무쪼록 관계는 이렇게 정립하면 될 것 같은데.”

“······.”


천 실장은 애써 무시하던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그리고선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생각이 많은 것들은 같이 일하기 힘들지.”

“논리적이라고 해두죠.”

“논리? 내가 알기로 자기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하는 놈들은 전부 지가 무례하다는 걸 포장하기 위해 논리를 들먹이지.”


천 실장은 장갑을 꼈다.


“실제론 이게 관계 정립의 기본이다.”


천 실장이 저렇게 나올 줄 예상했다는 듯 비릿하게 웃는 김상태.

여기 있는 모든 걸 지우고 자신 혼자서 제조법을 탈취하면 그만이라는 천 실장.


“저를 죽이면 혈석 제조법은 가질 수 없을 텐데요?”

“실험실을 뒤져보면 뭐가 나오겠지. 그리고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박사들은 우리 아래 있으니까 상관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만들면 그만이야. 이미 해봤으니 더 빠를 거고.”

“퍽이나 논리적이시군요?”

“준비한 건 이게 다 인가? 전쟁을 하기 위해선 부족해 보이는데.”

“총도 좀 있고. 칼은 많고.”


일촉즉발의 상황.


‘어, 어떻게 하지······?’


서로 싸우다 공멸하면 가장 베스트이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일촉즉발이라,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청두파 2인자의 배신,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이어진 내부 분열.

여기서 나는 어디 서 있어야 하는 거지?

그때였다.


콰이이이앙-!!!


거칠게 병원 정문을 부수고, 장갑차 하나가 로비를 뚫었다.


“천 실장 너 이 미친 새끼······ 설마?!”

“그래, 이이제이라고 하지.”


장갑차에서 내린 건 적송의 오크들이었다.


“이 개새끼!”


그에 맞춰 김상태는 총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김상태가 아무리 총을 들었어도 천 실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내가 배신한 건 대가리가 아니라 청두파 자체거든.”


푸드득-


그는 김상태의 팔을, 뽑았다.


“개새끼가아아!!!”


압도적인 폭력.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오크들이 달려 나섰다.

짐짓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인원이었고 상대는 칼을 든 상태였지만.


“전쟁은 지금부터야.”


퍽-


전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쟁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일방적인 폭력이 이어졌다.

칼에 찔리고 무기에 맞고 하더라도 오크는 다시 일어섰다.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는 듯 달려들어 상대의 목을 움켜쥐었다.


까드득- 퍽퍽퍽!


이미 끝났다.


“나머지는 알아서 정리할까요?”

“그럼 난 실험실에 가보겠다.”


오크에게 명령하는 인간 천 실장은 정장을 여미고 등을 돌렸다.

이런, 천 실장이 그렇게 자리를 뜨려 하고 있었다.


탕!


“······?”


그때, 바닥에서 쏜 총알이 천 실장의 어깨를 관통했다.


“하,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이 개새끼야······!”


김상태는 찌들 만큼 혈석을 많이 이용한 상태.

즉, 이미 이계 인자가 발현되어 ‘스킬’이 있었다.

그는 마치 뱀이 탈피하는 것처럼 거죽을 벗어내고 팔이 다시 자라난 채로 다시 일어섰다.


“내가 준비한 통수는 아직 한 대 남았거든!!!”


탕! 탕! 탕!


그는 위협사격을 가하며 물러섰다.

물론 그건 천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그렇게 천 실장은 정문 쪽으로 달렸고 김상태는 로비 안쪽으로 달렸다.

그걸, 나는 어둠 속에서 똑똑히 봤다.


“후우······.”


예측불허의 상황이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펼쳐진 것인지.

누가 누구를 배신하고 나는 그 중 어디 서 있는 건지, 난 왜 살아있는 것인지 모든 게 다 뿌옇게 흐리다.

마치 불이 붙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화르륵-


“이 새끼들이 불을 질렀어!”

“밖으로 나가!”

“상태 형님이 아래로······!”


가장 똑똑한 놈, 김상태를 정리하지 못하면 사냥개로서의 일을 마무리할 수 없다.

또다시 실험이 이어지고 혈석이 세상에 풀린다.

그것만이 망설일 필요도 없이 날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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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7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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