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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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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3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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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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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 휘몰아치는 (2)

DUMMY


27. 휘몰아치는 (2)


함께여서 가능했다, 뭐 이런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야이 개 같은 반 물고기 새끼들아!”

“네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이 오크 땅······.”

“쓸어버려!!!”


이우람과 함께 하니 어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인 나 혼자였을 때는 몰랐지만, 어인들은 지상에서 조금이라도 ‘힘의 우위’를 점거할 수 있다면 꽤 쉬운 상대였으니까.


“다 덤벼!!!”


꽈드득-!


전투가 이런 양상을 띨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의 ‘피부’였다.

‘워크라이’를 통해 덩치가 오크만 하게 커진 이우람은 그들의 피부를 마치 물에 젖은 종잇장처럼 쉽게 찢어버릴 수 있었다.

‘칼로 베는 것도 어려웠는데······!’

저들보다 힘이 약한 나, 즉 칼을 쓴 공격이든 무릎으로 찍어 누르는 공격이든, 인간의 힘으로 어인의 피부, 즉 작고 촘촘한 비늘을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고기의 살점은 여려도 비늘이 있는 상태로 회를 뜰 수 없는 이치와 같았다.

하지만 오크라면.

마치 곰이 뭍에 올라온 물고기를 뜯듯, 그들의 비늘째로 쥐고 터뜨려 뜯어버릴 수 있었다.


콰드득!


“캬!”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이우람이 또 한 어인의 어깨를 찢었다.


“이런······.”


지상에서 오크를 맞닥뜨린 저 병신같은 어인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스물스물 검고 깊은 물처럼 진 그림자 속으로 숨기 시작했다.


“왜? 쫄았냐! 다 나와 이 새끼들아!”

“됐어.”

“야, 너 새끼. 이런 놈들 가지고 왜 그렇게 오래 걸리고 있었던 거야? 이 형님 봐라! 내 말이 맞지? 또 혼자 두고 갔으면 진짜로 이번엔 죽을······.”

“알겠으니까. 좀 닥치라고. 아까 한 말 잊었어? 천 실장 놈이 우릴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가야 한다니까!”


거의 중반쯤 내려온 것 같은 시점.

천 실장은 ‘나’를 쉽게 해치울 수 있다는 확신 같은 게 있는 모양이었지만, 내가 이우람과 함께 다닌다면 다음 기회를 엿볼 게 틀림없었다.


‘자기 생각보다 일이 훨씬 더 꼬였다고 생각할 게 뻔하지.’


이우람이 천 실장을 배신한 게 되고, 이우람이 속한 적송 세력이 이 거래에 개입했다는 걸 눈치챌 테니까.


“그렇게 되면 다시 숨을 거고, 이번 일에 대해 보고하다 자신의 배신마저 들킬 생각에 더 숨을 거고, 2인자가 없어지니 청두파 보스도 숨을 거고.”


그러면 청두파 소탕은 물 건너 간다.

그건 경찰로서도, 깡패로서도, 그리고 나라는 인간 한 명으로서도 결단코 막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지금 도망치기 전에 이 배 안에서 끝내야 해!”


그렇다면 천 실장은 어디쯤 갔을까? 내가 어인과 싸우는 동안 어인 간부가 이용했던 그 해치를 다시 열고 들어왔다면 아무래도 우리보단 빠르리라.


‘그래도 이우람 새끼가 큰소리를 내면 들릴······.’


아, 설마.


“···열 오르는 거 가라앉혀, 어인들도 다 패, 그래도 지랄이야 이 새끼는.”

“야, 잠깐만 들어봐.”

“뭐?”


상대 어인들이 이 넓은 배 안에서 어떻게 우리 위치를 알고 몰려드는 것일까.


“이 새끼 때문이었네.”


어인보다 병신 같았다.

이런 식으로 갔다간 상대가 먼저 알아차릴 게 뻔했다.


“너 때문에 지금 어인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 거라고!”


아까 봤던 어인들은 눈이 좋지 않았다.

그런즉, 소리나 빛 같은 것에 민감하고 그걸 통해서만 방향을 잡고 있다는 거겠지.


“그럼 어떻게 해? 스킬을 안 쓰면 상대가 안 될 텐데.”

“그건······.”


지금이라도 이우람은 반장님 쪽으로 보내고 나만 진입하는 게 가장 최선.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내가 ‘스킬을 쓰지 않고도 천 실장을 제압할’ 수 있나?

아니, 절대로 안 된다.

그러니 지금은 ‘차선’을 생각하는 수밖에.


“이제부터 스킬 쓰지 마.”

“왜? 내가 스킬 써서 어인 놈들 치는 게 질투 나냐?”

“아니, 시발 그런 게 아니라 좀! 어차피 지금 이 어인들이 우리를 신경 쓰겠냐? 스킬을 안 쓰면 그냥 천 실장이 데려온 인간 둘 정도로 생각할 텐데?”


삼해의 어인 입장에선 갑자기 틀어진 거래 때문에 천 실장을 상대하기만도 벅찰 것이다.

그런데 총도 들지 않은 고작 인간 2명이 이 폐화물선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따로 병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병신들 같긴 해도, 직위 체계가 있고 명령을 들어. 그러니까 잠깐 몸을 숨겼다가 올라오는 놈들보다 빨리 내려가면······.”

“길이 엇갈려서 우린 무시할 거다?”


통로가 넓고 큰 지역만 있으니.

한 차례 어인 놈들 무리가 지나고 나선 몇 놈 있지도 않을 거고, 소리나 빛으로 움직인다면 보다 밝은 갑판 위쪽이나 길을 뚫고 있는 반장님이 있는 선박 왼쪽, 즉 오크들이 있는 곳을 뒤질 테니까.


“우리 쪽 오크들이라면 무사할 거야.”

“식구가 또 버티고 있는 건가? 그건 약하디 약한 인간치고는 좋은 생각이야.”


스킬을 쓰지 않고, 인간인 상태로 중앙까지 간다.

다행히 이우람은 내 작전을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가자.”


그렇게 우리 둘 역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겨 천천히 이동했다.


#


“크르······.”


삼해 본거지 폐화물선 중앙, 심층부를 지키던 어인은 지금의 사태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왜 이곳을 점거했던가?


“원시적인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바다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꾸려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어인들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없다.

그러니 지구를 지배하며 그 드래곤마저 죽인 인간들에게 배우기 위함이었다.


“힘의 논리가, 본능이 아닌, 거래를 통해······.”


어인들은 그 방법으로 혈석 제조법을 택했고 기꺼이 자신들이 활개 칠 수 있는 바다를 버린 채 폐화물선을 점거한 뒤 물 밖으로 올랐다.

혈석을 제조하는 법만 알아낸다면 물에서도 뭍에서도, 그들은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을 터.


“그런데······.”


그런데 왜?

지금 자신의 뒤에 있는 거대한 문을 통해 들어간 그 천 실장이라는 인간 놈은 거래를 위해 마련한 갑판이 아닌, 이 아래 심층부까지 무력으로 뚫고 내려왔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과 같은 포식자, 어인들의 피를 뒤집어쓴 상태로.


“후욱······.”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인간 하나가 심층부, 어인의 보물들이 쌓여 있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 자신의 간부를 쳐 죽일 위기임에도.

포식자를 피하는 피식자의 본능.

그 원시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사히······.”


그는 그저 지금 이곳에 휘몰아치는 폭풍이 얼른 사라지고 무사히 거래를 끝내길 바랄 따름이었다.


푹-


그리고 그게 이 어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한 바람이었다.


쿵-


“아아······.”


그는 자신의 뒤로 돌아 아가미 끝까지 칼을 꽂아 넣은 인간을 봤다.

인간들도 결국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생물체였단 말인가?


“또한 간악하기까지 하고······.”

“뭐라는 거야, 왜 얘들은 말을 이렇게 느리게 하냐?”

“낸들 아냐? 어인인데. 야, 그래도 잘 봐. 여기가 입구인 것 같아.”


나는 쓰러진 어인 경비의 옷을 뒤졌다.

열쇠조차 따로 없는 걸 보니, 정말로 이 어인들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따로 보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그렇게 오만하게 생각했겠지.”

“인간 두 놈한테 뚫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을 거고, 그치?”


이우람이 자신을 인간이라 표현할 만큼, 내 작전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만난 어인들은 우리가 몸을 낮추기만 해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

몇 번이나 어인 무리가 우리를 스쳐 지나갔고, 결국 지금.


“그럼 들어간다?”


우리는 무사히 심층부에 다다랐다.


“잠깐, 그러니까 여기가 어인들이 창고로 쓰는 곳이라는 거지?”

“맞아, 그래도 이 존나게 큰 배 바닥 부분은 아니긴 한데. 천 실장 말로는 바닥부터 물건을 쌓아 놓다 보니 천장을 뚫고 여기 위까지 올라온 거라고 하더라.”


어인들의 생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하지만 혈석 제조법씩이나 되는 걸 거래하려고 했으니,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금전적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정도의 보물이 쌓여 있을 거란 뜻이었다.


“이우람, 이번에도 눈 돌아가면 뒤진다. 진짜.”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여기 보물이 쌓여 있어도 내가 그걸 혼자 어떻게 들고 나르겠냐? 이 망망대해에.”

“시끄럽고. 그럼 연다.”


그렇게 나는 칼을 든 채, 철문을 밀어 열었다.


끼이이이익- 쿵!!!


“야, 천 실장 이 개새······.”


바로 칼을 던지거나 찌를 각을 볼 생각이었는데.


“끼야?”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천 실장은 아까 사라진, 물건이 담긴 브리프 케이스를 든 채 쓰러진 어인 간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다라고?”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인들이 준비한 혈석 제조법의 값. 그건 온갖 쓰레기 더미뿐이었으니까.


“거래 조건은 지켰다······.”

“이 고물들이 금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너희 청두파 보스는 이 거래를 수락했다······.”


고작 이 해저에서 건진 쓰레기를 대가로 거래를 수락했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어도 별 수 없었다.

경찰도, 적송도 이 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한 건 혈석 제조법이 풀린다는 것 때문이었지, 대가로 얼마를 받을지는 파악하지 않았었으니까.


“이게 그가 요청한 것의 전부다. 개인적인 청소에 쓴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지금 눈앞에 있는 천 실장이 배신할 정도의 규모인, 말 그대로 ‘큰일’이었지 않은가.

그래서 그 사단이 난 거고 지금까지 내가 죽도록 구른 것이 아닌가.


“개인적인 청소라.”


‘설마?’


남은 건, 딱 한 가지 시나리오만 가능할 텐데······.


딸깍-


천 실장은 어인 간부에게서 빼앗은 열쇠로 브리프 케이스를 열고 물건을 확인했다.


“···하.”


역시나 비어있었다.


“배신을 알아차린 거겠지.”


청두파 보스가 천 실장의 배신을 눈치채고 그를 처리하기 위해 처음부터 보상도, 물건도 없이 거래를 진행했다.


“시발.”


욕지거리를 뱉은 천 실장은 가방을 다시 덮고, 쓰러져 있던 어인 간부의 머리에 처박았다.


콰직-!


“일이 꼬였군.”


그리고 나와 이우람을 바라봤다.


“여간 기분이 나쁜 게 아니야.”


그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마치 지금 자신의 안에 가득 찬 화를 풀고 싶다는 것처럼 나와 이우람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 빡친 건 너 혼자가 아니란 거 알지?”


나와 이우람 역시 속에서 천불이 끓어오르긴 마찬가지였으니.


“야, 이제 스킬 써도 되지?”

“어, 무조건 써.”


나는 칼을 잡고 천 실장을 향해 내달렸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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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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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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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8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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