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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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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3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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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 휘몰아치는 (5)

DUMMY


30. 휘몰아치는 (5)


“성동병원, 겨우 오크 한 놈 죽었다고 여기까지 왔다고요? 그걸 제가 믿으란 겁니까?”


천 실장은 당황하기보단 허탈한 것처럼 입박으로 진흙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거대한 몸에는 생기라곤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이제 원래의 인간처럼 돌아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


“하, 마지막 수 싸움에서만 진 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계획은 본디 이러했다.

거래를 위해 삼해의 화물선 중심부까지 들어가고 거기서 자신만의 새로운 거래 루트를 튼다.

그게 실패할 경우,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흡수, 폭주하여 정리하고 자신의 보스이자 청두파의 대가리인 박경석을 친다.

청두파를 흡수하고 새로운 거래 루트를 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하지만 그의 계획은 단 한 인간 때문에 꼬여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경찰 헬기가 미사일을 발사했고, 샘플이 들어 있었을 상자를 열고 보니 처음부터 물건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여기서부터 계획을 바꿔 삼해의 어인들을 흡수했다.

본디 생명체인 그들을 흡수 자체로 죽일 순 없지만, 폭주 후 그들 몸에 박힌 여러 잡동사니를 억지로 흡수하면 어인들은 ‘무너져’ 내리니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 운반책을 죽이며 어인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었던가.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겁니까?”


그렇게 어인들을 마구잡이로 흡수, 갑판도 흡수, 중심부까지의 철들도 흡수.

닥치는 대로 집어삼켜서.


카드득-!!!


말 그대로 무엇이든 짓밟을 수 있는 거인이 되어 중심부까지 닿았다.

말 그대로 천 실장 자체가 삼해(參海)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묻지.”


그런데 왜.

그런 자신의 앞에 ‘적송 그 자체’인 남자가 있는 것이란 말인가?


“누구야?”


#


“성동병원에 제가 부른 오크는 일 다 보고 돌아갔습니다. 청두파 잔당이 병원 내부에 있었으니, 당신이 말한 그 오크 한 명은 청두파 잔당이 죽인 거겠지요······.”


천 실장의 말에 내 마음이 요동친다.

아니, 휘몰아친다.

기억인지 모를 것들이 역하게 휘몰아쳐 심장을 때렸다.


“하지만 결국 성동병원에서부터 꼬인 거란 말이군요. 당신만 오지 않았어도 경찰이 움직일 필요도 없었을 테니······.”


손이 떨렸다. 고통 때문은 아니었다.

일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가늠하기가 도무지 어려워 그랬다.

적송의 세력은 분명 항구 쪽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적송이 직접 이 화물선까지 왔고, 직접 사태를 정리하는 중이다.


“그래, 그 마스크 쓴 인간 놈. 그 인간 놈이 당신 때문에 움직인 경찰이겠지······!”


그리고 천 실장은 나를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적송의 사장인 당신이 오크 하나 죽은 것 때문에 오지만 않았어도······!”

“······.”

“왜 그 이름도 모를 오크 놈 때문에 당신이 여기까지 직접 온 거냐고!!!”


쿵!!!!!


그렇게 천 실장은 적송의 사장이라는 오크의 마지막 일격에 죽었다.


“식구니까.”


그는 무표정했다.

안에 베스트까지 챙겨 입은 터라 오히려 중후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 그에게 다른 정장 오크가 하나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며 말했다.


“경찰이라, 이 일에 낀 걸 보면 성동병원에서의 일도 경찰과 연관된 건 아닐까요?”

“······.”

“고작 청두파 인간 나부랭이가 우리를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총을 가진 경찰이 나선다면 또 몰라도.”


성동병원에서 오크를 죽인 건 ‘나’다.

그 오크 하나 죽여서 일이 모두 꼬여버렸다.


“가지.”

“예, 큰형님. 그럼 여기 숨은 삼해 어인들이나 반장 쪽 잔존병력은 어쩔까요?”

“처음 내가 이곳에 와서 명령했던 그대로.”


오크들이 품에서 칼을 꺼냈다.


“예, 처리하겠습니다.”


그들은 반장과 다른 오크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대로라면 전부 죽으리라.


“자, 잠깐!”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섰다.

나는 총을 손가락에 건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


적송의 사장이자 큰형님은, 마치 범인을 찾은 것처럼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적송이, 나를 본다.


“너는 누구지?”


나는 지금 누구일까.


네가 누구인지 잊지 마.


아니, 진짜로 나는 누구지?

경찰?

아니면 오크 조직의 막내?

반장의 사냥개이거나 언더커버 요원?

그것도 아니라면, 그날 성동병원에서 오크 한 명을 죽인 인간 나부랭이?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적송의 사장이자 큰형님인 오크가 나를 돌아본 것만으로도 잔해에 있던 부하들이 전부 방향을 돌려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처리할까요?”


부하들은 큰형님의 명령을 기다렸다.

모두 금방에라도 달려들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자, 잠깐만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생각해라, 나는 지금 누구여야만 하는지를.


“저, 저는 경찰이 아닙니다! 그냥 청두파 식구일 뿐이고, 화물선이 폭발하고 나서 혹시 뭐라도 있을까 온 것뿐입니다.”


이게 아닌가?

맞다, 이건 아니다. 이래선 반장님을 데려갈 수 있는 명분이 없으니까.


“하, 하지만 적송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더 큰물에서 놀고 싶습니다! 시발! 여기 쓰러진 저놈, 반장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저 밑바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결단코 올라가겠습니다! 그러니 저놈들만 데리고 조용히 사라질 테니까!”

“······.”


횡설수설한 내 말에.

적송의 큰형님은 우산을 들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딱 한 마디만 했다.


“그래.”


명령이 떨어졌다.

오늘, 새벽 1시 30분.

간단했던 일이 너무 꼬여버렸다.


“시발······.”


어떻게 이렇게까지 지랄 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좆같은 비만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이우람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상대들은 내 쪽을 향해 사시미 칼을 들고 무겁게 걸어왔다.

정말 이대로 끝인 건가?

고작 언더커버 생활의 첫 시작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로.

이대로 죽는다고?


‘죽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멈춰.”



난 스킬을 사용했다.


#


중심부를 향해 다가오던 어인들은 천 실장이 쓰러진 걸 보고 슬금슬금 기어 나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물론 천 실장에게 구조물들이 흡수된 놈들은 살아나지 못했지만, 천 실장이 바닥에 떨어지며 함께 깔려 있었던 어인들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몸이 흉측하게 뒤틀려 빠르게 기어 나가다 보니, 꼭 시체가 파묻혀 벌레가 들끓는 바위틈을 들어 올려 밝게 비추자 벌레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이끌고 있는 건, 반쯤 찢어진 삼해 간부였다.


“내가 신호하면 전부 덮쳐라······.”


천 실장의 거대한 손아귀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그는 신호를 준비하고 있었다.

거래가 끊어졌고 모든 일이 엉망진창이 됐다. 저들을 터전에 들이는 게 아니었다.

우린 모든 것을 잃었고 이제 그 분노를 터뜨릴 준비를 하리라.

해일이 되어 전부 쓸어버리리라.


“전부 죽여······!”


그리고, 순간 그는 ‘명령’을 들었다.



“멈춰.”



쿵-!


“어······?!”

그렇게 그는 멈췄다.

그를 둘러 싸고 있던 모든 어인들이 멈췄다.

아니, 멈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걸음을 멈추고 완전 복종의 의미로 이 작은 무릎을 꿇는 것이 족한가?

아니다.

깊은 바다가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끊임없이 대류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멈춰야 한다.

어인들은 피를 공급하던 자신의 팔과 다리를 직접 뽑아 꺾었다.

수십, 수백의 어인들과 삼해 간부는 무너지는 몸을 억지로 산산조각 냈다.

자신의 아가미를 뜯어 마지막 숨을 빼내는 것으로, 그는 혈액을 공급하던 심장마저 멈췄다.



“멈춰.”



폐화물선 내부는 마치 거대한 굴처럼 뚫린 채였고, 목소리는 잔해를 때려 더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모든 것들이 멈췄다.

무너진 화물선 반경 30M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고작 한 명의 인간 목소리에 굴복한 채 저마다의 의지를 멈추고, 몸을 멈추고, 생명을 멈춰 정지했다.

벌레도, 물고기도, 풀도 전부 사그라졌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춘 채 몸을 굴려 죽었다.

사그라졌다.



“멈춰.”



그리고 그건 오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쿵-!


그 하나하나가 어인 스물은 거뜬히 죽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정예였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의 큰형님이 아닌 다른 이를 향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착란이 온 자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졌고, 기절을 버틴 자들은 스스로 허벅지에 칼을 꽂아 고꾸라졌다.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철이 녹슬어 폐화물선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난생처음, 적송의 사장은 남에게 무릎을 꿇었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진 반장과 그 식구들을 묵묵히 옮기는 한 인간을 똑바로 쳐다볼 수는 있었다.


두근-


말 그대로 대규모 집단 자살 명령에 심장이 멈출 지경이라 그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무언가, 자신보다 더 큰 힘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무릎 꿇리고 있었다.


“인간······!”


그 굴욕을, 정우의 얼굴을.

그는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비와 피와, 물의 비릿하게 휘몰아치는 냄새로 확실히 기억했다.


#


“하아······.”


어선에 모두를 옮기고 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다행히 완전히 기절해 있던 상태라 다들 내 스킬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니 내가 스킬을 썼다는 것도 알지 못하겠지만.

몇몇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이우람의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하나 물고, 불을 붙인 뒤 죽은 이들에게 물렸다.

그리고 나 역시 담배를 물었다.


칙- 치직-!


“후우······.”


도무지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킬을 써서 그런지 혀가 찢어져 피 냄새만 입안에 가득했다.

그렇다면 아직 스킬의 여파가 남아 있는 것일 터.

나는 구석에 쓰러진 이우람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후우······.”


조용히 읊조렸다.


“일어나, 가자······.”


이우람은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저었다.

아직 자기 자신이 무슨 상태인지, 또 무슨 일을 겪었던 건지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너, 너 이 새끼······.”


피떡이 된 채로 나는 담배를 피기만 했다.

재가 그대로 떨어졌다.


“······.”


이우람은 그 꼴을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어선을 몰았다.

시동이 걸리고, 조그마하게 움직였다. 파도에 밀리듯 천천히 오크들 여럿이 섞여 만선인 상태로.

우리들은 돌아간다.


“후우······.”


당연히 이번 큰일을 통해 무언가 더 크게 뒤틀렸다.

이제부턴 더 큰일들이 벌어질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너무나 피곤했고,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잠잠하기만 했다.


#


- 긴급 속보입니다.

- 정부는 이계인과 스킬에 관한 새로운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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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7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7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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