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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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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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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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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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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 휘몰아치는 (3)

DUMMY


28. 휘몰아치는 (3)


천 실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 폐화물선에서의 거래, 그것을 먹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처음부터 간파당해.

일이 모조리 틀어졌다.

그렇다면 얼른 이 장소를 뜨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그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니까


“한꺼번에 덤벼.”

“어, 그럴 거다 이 시발 새끼야!!!”


하지만 나와 이우람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봐야겠지.

경찰이든 적송이든, 이 일의 처음부터 우린 너무나 깊게 관여되어 서로를 속이고 또 굴렀다.

결국 거래 현장까지 둘 모두가 잠입했다는 쾌거를 이루긴 했으나, 가장 중요한 ‘혈석 제조법’과 그 샘플인 물건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서둘러 꽁지가 빠져라 반장님에게 돌아가 뭍으로 올라야 할 것이다.

그러는 게 또한, 당연히 합리적이니까.

하지만.


“야! 이우람!”

“알겠다 시발!”


끝장을 보자.

이우람은 자신을 찍어 누르려는 듯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린 천 실장을 향해 워크라이를 썼다.


“함께여서 몹시도 더러웠다 이 새끼야!!!”


쿵-!


그렇게 덩치가 천 실장보다 커진 이우람은 내리찍는 걸 머리로 온전히 받아 쳐들고 복부에 강력한 훅을 날렸다.


“다시는 볼 수 없도록 이 바다에 묻어주지!”


하지만 천 실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콰드득-!


“크흑!!!”


분명 비어있어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공격이었지만, 왜인지 공격을 했던 이우람이 더 아파하는 꼴이었다.


“뭔 몸덩이가 돌덩이처럼······!”


이우람은 날렸던 주먹이 부러진 것을 느끼며 뒤로 주춤했고, 천 실장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이우람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컥, 시발! 맨날 이렇게 잡히냐!”

“처음부터 네가 적송 쪽 끄나풀이란 건 알았어. 그래도 직접 내 옆에 뒀다. 큰형님을 견제하기 위해서 내가 이용한 거란 말이다······!”

“크흑!”

“모두 내 계획 안에 상정된 경우였단 말이야!!!”

“커허어어억!”


이우람이 바둥거리는 꼴을.


“야, 구해 줘 새끼야······!”


당연히 나는 보고 있었다.

그것도 서둘러 천 실장의 뒤를 잡은 후에.


다다다다다-


“으아아아아!!!”


이놈의 스킬이 뭔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외피를 경화한 인섹터든, 어인이든 오크든.


푸슉-!


제대로 칼을 꽂으면 상처를 입을 테니.


끄드득-!


“흐아아아아!!!”


오른손으로 칼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받쳐서 더 힘을 줘 찌르고, 비튼다.


“흡!”


비정상적이게 단단하긴 했지만, 확실히 그의 오른쪽 폐를 노린 공격이라 뼈가 긁히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 벌레가!”


하지만 그게 다였다.


부웅-!


“쳇!”


이우람을 잡아 뒤로 곧장 던진 탓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 천 실장과 거리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쿵-!


“하아, 괜찮냐?”

“어, 이래 봬도 트롤한테 맞았을 때도 살았다. 튼튼하다고!”

“구해달라고 할 땐 언제고 시발.”


몸은 풀렸다.

상대의 강함도 눈치챘다.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바로 탈출하지 않는 거지?’


그는 차도선을 우리에게 빼앗겼다 생각하지 못할 테니, 그냥 나가도 상관없을 텐데.

물론 차도선이 없더라도 지나가는 어인 하나 잡아 뭍까지 갈 수도 있겠지.

그의 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피를 쏟고 나서도 그는 바깥으로 빠져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아, 그런가?”

“뭐가?”

“저놈이 왜 여길 안 떠나는 건지 알 것 같아.”


또각-


“마지막 수가 있는 거지?”

“······.”


강하기에, 오만할 수 있고. 살아남았기에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일이 틀어졌군.’


그저 일이 틀어졌고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겼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그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었다.


“그래.”


언제나 뒤통수를 칠 생각만 가득한 놈이 마지막 수를 준비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그는 분명 ‘그걸’ 가지고 있을 테니.


“우리 같은 이름도 없는 놈들은 그저 벌레 정도로 생각할 테니까, ‘그걸’ 쓰기는 아까웠을 거야. 하지만 잘 생각해. 여기서 일이 더 틀어지긴 어려워, 천 실장.”


천 실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는 말이군.”


그리고, 그의 ‘손’에서 혈석 덩어리를 하나 꺼냈다.

말 그대로 손바닥에서 마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그게 마치 뼈를 뽑아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역시······.’


“여기서 잃은 손해가 너무 많다. 그걸 메꾸기 위해 힘을 동원해야 한다면 뭐든 이용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고작 너희 같은 놈들에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는 혈석처럼 붉게 물든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했다.

내가 찌른 상처에 피가 벌컥벌컥 쏟아져 더러운 바닥을 더욱 더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후우······.”


그는 곧장 혈석 덩어리를 입에 가져갔다.


“흡!”


까드득-!


“야, 그냥 내버려둘 거야? 어쩌려고 도발을 해?”

“괜찮아.”


천 실장이 혈석 덩어리를 먹을 것이라는 건.

가장 똑똑한 놈인 김상태를 칠 때, 거래를 엎을 생각이었으니 이미 얻을 정보는 다 얻었으리라 추측하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까드드드득-!


“저걸 어쩌려고 미친놈아!”


지금도 둘이 어쩌지 못하는데 김상태처럼 폭주까지 하면 도저히 당해낼 수 없겠지.

하지만.


“이제 넌 바로 반장님한테 가.”

“어?!”

“저거 어차피 못 막아. 하지만······.”


쿵-


“마지막까지 남겨둔 수는 저 새끼만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그대로 변태 중인 천 실장에게 달려 나갔다.


“이런 시······!”

“빨리 가!!!”


그리고 또 휘둘렀다.

정확히 부풀어 오르는 그의 목에 칼을.


깡-!


하지만 역시나.


‘여기서 더 단단해진다고?’


칼날에 부딪힌 목에서 불이 튀길 정도로 천 실장의 피부가 딱딱해진 상태였다.

아니, 잘 보니 피부 위로 바위가 솟아나는 듯했다.


‘이대로 이계인 뭐라도 되면, 그때는······!’


쿠웅-!


“커헉!!!”


천 실장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손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당연히 보일 리가 없지.


꾸드드드득-!


그건 더 이상 손이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자라난 바위와 철근이 마치 나무뿌리처럼 자라나고 있었으니까.


“박쥐 새끼 같은 놈이 달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우람은 다행히 떠났다.

매정한 새끼, 그래도 한 대는 같이 쳐 주고 갈 줄 알았더니만.


“병, 병신같기는 해도······ 생각이 아예 없는 놈은 아니라 말이지.”

“뭐?”

“당연하잖냐. 어차피 우리 둘로는 상대가 안 되니까······ 식구들 부르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 거야.”


이우람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천 실장이 이 지경이 된 걸 보고 반장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겠지.


“이런!”


그렇게 천 실장은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이우람이 사라진 방향을 살폈다.


“벌레 몇 더 온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적송 전체가 와도 지금의 날 감당하진 못해!”


꾸드드드득-!


“이런, 시발······!”


바위가 무겁게 내 몸을 짓누른다.

천 실장의 어깨에서 자라난 철근이 내 머리를 향한다.


“여기서 네 놈을 죽이고 적송 오크 새끼들도 다 죽이고······!”

“흡!”

“박경석 그 새끼까지······!”


그래, 잘해 봐라.

너는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까.


“하, 하나 잊은 게 있는데.”

“뭐?”

“깡패들 생각하기 전에 생각했어야지······.”


이미,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신호기’를 작동시켰으니까.


삐- 삐- 삐-


“경찰은 노냐?”


내가 천 실장이 혈석 덩어리를 씹어 먹는 걸 보고도 이우람을 멀리 떨어뜨린 이유.

내가 일이 틀어졌어도 이 거지 같은 배를 떠나지 않았던 이유.

아니, 처음부터 내가 이 배로 올랐던 이유.


“너 이제 좆됐다고 임마······!”


경찰이 거래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그 말인즉, 현재 이곳으로 무수히 많은 경찰이 출동했다는 뜻이었다.


“이 바닥까지 내려와서도 박쥐 새끼들 천지구나······!”


천 실장은 당황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인 것인지, 또 얼마나 일이 틀어진 것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자신이 벌레처럼 짓눌러 죽이려는 바로 ‘나’의 존재 때문이다.


“죽여버리겠다.”

“지랄······!”

“널 죽이고 또 하나하나 처리하면 돼!!!”


그래, 그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지.

하지만 난 네가 쓰는 스킬의 정체가 뭔지 확인하고, 네가 이세계인으로 변한 뒤 대응하면.

그래서 경찰이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거야.


쿠구구구궁-!


“어디 해보자, 새끼야!!!”


끝장을 보자.

나는 몸을 움직여 천 실장의 손 틈에 밀어 넣고 손가락 사이로 손을 빼냈다.


“이제 너만 처리하면 청두파 대가리도 치워버릴 수 있거든!!!”


끼긱-!


내가 들고 있던 단검이 천 실장의 바위 틈을 찌른다.

아파하는 기색 따윈 없었지만 틈을 벌리려 할수록 손끝에 가시가 깊게 박힌 것처럼 움직임이 굼떠지고 있었다.


“너희 같은 개새끼들, 쓰레기 새끼들을 거리에서 남김없이 뿌리 뽑는 게······!”

“경찰이 혈석 조사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킬 같은 거, 이계인들 놀음에 놀아나지 않는 게······!”

“고작 네 놈 한 명이 뭘 할 수 있다는 거냐!!!”

“내가 인간으로서 할 일이야!!!”


콰드득-!


“흐아아!”


천 실장의 다른 한쪽 손 역시 점차 변형되고 있었다.

저걸 맞으면 죽는다.

그렇다면.


“이 괴물 새끼!!!!!”


나는 천 실장의 손을 찌르던 칼을 잡아 그의 눈에 던졌다.


틱-!


“제길!”


마지막 노림수였으나 천 실장은 고개를 살짝 돌리는 것으로 칼을 튕겨냈다.

고작 피 한 방울, 그의 눈에 흐르게 하는 게 전부였다.


“죽어라.”


그는 손을 높이 들었고, 순간.


콰과과과광!!!!!


선체 전부를 뒤흔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천 실장이 폭발에 휘말려 날아간다.

나 역시 거스를 수 없는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저 멀리로 날아갔다.


콰과과과광!!!!!


뚫린 벽 바깥까지 튕겨 나간 나는 곧장 바다로 추락하며 폭발의 원인을 봤다.


“경찰이······.”


헬기, 경찰 헬기가 내 신호를 받고 미사일을 쐈다.


‘왜······.’


두두두두두-


‘우리 모두를 죽일 생각이었나?’


나는 저 먼바다로 떨어졌다.

깊은 곳까지 하염없이.

추락했다.


#


상다리가 휘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채는 사람이 누굴까?

그건 당연히 상 위에서 젓가락질하던 놈일 것이다.

이제 좀 맛있는 반찬이 차려졌고 메인디쉬까지 준비되려는 참이라, 에피타이저는 다 끝내고 술까지 미리 시켜뒀는데, 상이 기울어지고 있다.

차례차례, 상다리가 부러지는데······ 이런.

처음부터 ‘상 자체가’ 썩어있었네?


“흠······.”


2인자인 천 실장의 배신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가 간부를 만나러 갔다가 일에 휘말려 운반책을 죽이고 샘플을 가져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물속에서도 살 수 있는 인섹터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천 실장 자신이 직접 움직이겠다고 했을 때도 알았다.

그러면서 웬 하프 오크 하나를 대동한 채 병원에 갔을 때도, 적송 오크가 불을 질렀을 때 역시 알았다.

거래 장소로 예정되어 있던 성동병원이 불타자, 우리 쪽 책임을 지기 위해 바다로 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았을 때까지도.

계속.

그래서 ‘그’는 전화를 한 통 걸었다.


“나, 청두파 ‘박경석’이란 사람인데······.”


청두파 1인자, 박경석.

그는 직접 경찰에 거래 장소에 관한 정보를 흘렸다.

거래 장소의 구조 역시 흘렸고, 거래 방식에 대해서도 퍼 주었다.

상에 차려놨던 것들이 쓰러져 떨어지기 전에 직접 버렸다.

그 대신 딱 하나, 상을 날려 버릴 수 있는 헬기 하나만 경찰 수뇌부에 긴밀히 요청했을 따름이었다.


“혼자 먹어서 그런가, 영 맛이 비리네?”


그는 먼바다를 바라봤다.

잔잔히 빛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파랗게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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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7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4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8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6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4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40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8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8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7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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