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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08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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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1. 혈석 (6)

DUMMY

21. 혈석 (6)


“후우······.”


잠깐이라도 쉰 덕에 컨디션이 좋아진 게 여실히 느껴졌다.

몸이 가볍다. 바로 죽일 수 있을 정도.


“넌 뭐야!”


오크 하나가 달려들었지만 싸우지 않고 피했다.

나를 청두파로 보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청두파 틈에 섞여야겠지.


“제,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내 어쭙잖은 연기에 남은 청두파도 나를 저들의 식구로 생각한 건지 저지하지 않았다.


“죽을 각오로 막아!”

“상태 형님이 떠나시기 전까진 한 놈도 내보내선 안 돼!”

“다 쓸어버려!”


저렇게 필사적이어도 오크에게 금방 뚫릴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지하로······!’


나는 가장 똑똑한 놈이 내려간 곳을 따라 더 깊은 곳을 향해 몸을 던졌다.


#


지하에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향하던 김상태는 생각했다.


‘이 미친 새끼가······!’


고작 청두파를 친다는 생각으로 배신한 천 실장은 결국 오크들의 조직인 적송과 손을 잡았다.

인간이, 그 이계인과 말이다.


“혈석으로 뭘 이룰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는 통칭 ‘가장 똑똑한 놈’으로 불리던 인간이다.

말 그대로 이 폐병원에 자행된 모든 실험의 감독이었으며, 그 모든 실험 결과를. 혈석이라는 마약의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제 주인을 물 생각만 하고 있는 개새끼는 죽이고, 병신 같은 오크들은 언젠가 전부 혈석으로 갈아 마셔주마.”


그는 품에서 혈석 덩어리를 꺼냈다.

그가 실험을 통해 파악한 혈석의 능력은 총 세 가지였다.


- 첫째, 이계 인자를 발현하여 인간에게 스킬을 생성한다.

- 둘째, 이계 인자가 활성화된 자들의 스킬을 강화한다.

- 셋째, 이계 인자에 반응하여······.


“이것만 있으면!”


그는 더 깊은 어둠으로 사라졌다.

그가 남긴 핏자국보다 더 짙은 붉은 빛이 잔상으로 남았다.


#


지하 통로의 어둠은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붉은빛과 혈석의 향이 그 좁은 통로에서 등불처럼 방향을 제시했다.


‘병원 폐기물을 치우던 곳을 통로로 만든 것 같은데, 만약 내가 본 지하실 입구와 이어져 있다면 분명 여기에······.’


팍-


“있다!”


그렇게 지하실 문을 열었다.

이곳의 비밀 창고로 쓰고 있던 모양이었는데, 자재는 없었지만, 각종 자재를 담아놨던 거대한 철 선반이 어지러이 얽혀 있었다.


‘저기다.’


그렇게 기둥과 철 선반 사이로 정산이 들어갈 만한 틈은 중앙 통로뿐이었다.

아무래도 김상태가 지나고 퇴로를 막기 위해 선반을 무너뜨린 모양인지 막혀있었다. 그 잔해를 오르려면 꽤 시간이 걸리긴 할 것 같았다.

또한 무너진 선반 때문에 안쪽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이 중앙 통로 너머에도 공간이 있었다.

게다가, 이건······.


“바람?”


어째서 지하실에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미풍이 불어왔다.

이미 김상태가 이곳을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이런······!”


시간이 없다.

김상태가 이곳을 나간다면 청두파든 적송이든 또 우리든, 결국 혈석과 얽힌 모든 자들이 영영 그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흡!”


그렇게 부서진 선반을 타고 넘어 위로 올랐다.

저 멀리, 김상태의 뒷모습이 보였다.


“야 김상태!!!”

“넌 뭐야?!”


김상태는 재빨리 몸을 낮춰 뱀처럼 기어서 기둥의 뒤를 잡았다.

그러는 동안 나 역시 이곳의 중앙까지 올 수 있었다.

큰 차들이 여럿 있다.

흡사 주차장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벽 한쪽이 하차장인 걸 보니 아무래도 이곳이 실험의 ‘재료’를 받고 또 옮기는 곳인 모양이었다.


탕!


“크흡!”


재빨리 몸을 날려 트럭 뒤로 숨었다.

그런데, 저건 뭐지?


“총알도 다 쓴 거 아니야?”

“큭······ 미친, 이제 일개 용역이 날 쫓는 거야? 왜 다들 미쳐서 안달이 난 건데!!!”


바로 그때.

김상태가 하차장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래도 쉽게는 못 죽지!”


엘리베이터 옆 하차장 입구는 이미 조금 열린 상태였다.

내가 처음 이곳에 잠입하기로 계획했던 루트였는데, 이제는 상대가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는 생각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렇게 둘까 보냐!”


나 역시 그를 쫓아 달렸다.

아무래도 지금 손이 움직이는 방향에 있는 게 하차장 게이트를 여는 스위치인 모양인데, 그래도 천천히 올라갈 게 뻔하다.

그렇다면 그가 문을 다 들어올리기 전에, 서둘러 잡아야······!


삑-!


“어?”


철컹!!!!!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김상태는 하차장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크, 크큭······!”


그리고서, 웃었다.


“크하하하하! 달려들 줄 알았지. 얼굴 보니까 좋네. 아, 이제야 생각났다! 너 그 실험체로 잡혀 온 놈이구나!”


그는 마치 약에 쩔은 것 같은 붉은 눈이 되어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품에서 그 눈보다도 더 붉은 혈석을 꺼냈다.


‘저렇게 큰 건 처음 보는데······?’


“뭐, 뭔데?”

“이제야······ 크큭! 이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간 건지 알 것 같네. 시발, 천 실장 이 개새끼는 처음부터 네놈을 여기 넣어두려고 재료로 가져온 거였구나?”


왜 도망치지 않는 거지?

문이 열리는 속도를 계산해서 맞서 싸우기로 한 건가?

하지만 총알도 없는 상태일 텐데?

여러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중에 그가 먼저 말했다.


“이봐, 실험체! 내가 좋은 거 하나 알려 줄까?”

“무슨······.”

“혈석이라는 건 말이야. 인간에게 스킬을 줄 수도 있고, 스킬을 더 강화하는 각성제로 쓸 수도, 그냥 마약으로 코로 빨아도 되지만! 제일 멋진 능력이 하나 있어······.”


그는 혈석을, 먹었다.


까드득-!


“큭, 경찰도 연구자 새끼들도 이계 인자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인권이니 이계인권이니 나발이고, 크흑! 그렇게 가려가며 실험하니까 발견할 수가 없었겠지만, 컥! 커헉!!!”


풀썩-


그리고선 바닥을 기며 경련을 일으켰다.


“끄아아아아!!!”

“야 김상태!”


미친 인간이 미친 생각을 하다 미쳐서 꿈틀거리는 꼴이 기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모든 인간이 스킬을 쓸 수 있게 하는 물건을 만들던 자의 최후에 맞는 느낌으로······.


끄드드드득-


뒤틀렸다.


“이게 무슨······.”


그의 몸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뼈가 뒤틀리고 살이 터지는 지경까지 갔다가 일순간 비늘이 돋아나고 덩치가 커지며, 목뼈가 길어졌다.


“하아.”


그리고 그 눈은, 붉은빛을 띤 채로 ‘뱀’과 같이 변해버렸다.


“가장 멋진 능력은 스킬을 폭주시켜 인간을 이계인처럼 만든다는 데 있다.”


그는 더는 인간이 아닌 파충류의 모습을 한 인간, 즉 ‘리자드맨’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처음부터 천 실장한테 놀아난 거였으면 어차피 여길 나가도 내가 오길 기다리는 놈들이 바깥에 쫙 깔렸을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그냥 다 죽이고 정문으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쿵-


“내 연구, 혈석에 대한 연구를 누구한테 넘겨 줄 생각은 없거든? 이건 위대한 발견이니까! 진정한 대통합의 계절을 열 수 있을 거란 말이야!!!”


혈석을 연구했고 그걸 100% 추출하는 방법까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인지, 아니면 이계인이 되고 싶다는 뒤틀린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결국 인간이 이계인이 되는 방법까지 알아낸 모양이었다.


“미친······.”

“원래 오늘 실험에서 널 폭주하게 만들고 천 실장까지 엮어서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하, 이 꼴이 되니 앞으로 손발톱 자를 때 고생 좀 하겠는데?”


김상태는 이성이 있었다.

그 말인즉, 단순 폭주의 과정이었던 ‘광폭화’ 스킬 상태가 아니라 방금 병원 로비에서 보여줬던 ‘재생’ 관련 스킬이 완벽하게 각성한 상태였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날카롭고 단단하면 너무 위험하잖아!!!”


스윽-!


“컥!”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이 그린 궤적으로 날아온 뭔가가 가슴을 베고 지났다.


“끄윽······!”

“이야, 역시나 리자드맨에게서 나온 혈석으로 얻었던 스킬이라 그런지, 그놈들이 하던 행동도 그대로 베낄 수 있는 모양이야?”


리자드맨들은 날카로운 발톱과 손톱을 사용해 벽을 긁는다.

그 잔해를 날리거나 아니면 통째로 베서 싸우기도 하고, 아니면 천장에 달라붙어 목을 노리기도 한다.

그걸 이놈은 알고 있다.

마치, 나처럼.


“가장 똑똑한 놈이라고 불렸으니 그럴만 하네.”

“뭐? 아, 이제 넌 상관없어. 위에 올라가서 천 실장이든 오크 새끼들이든 다 죽을 테니까.”

“근데 가장 똑똑한 놈 치곤 너무 멍청했다, 김상태.”


마치, 나처럼.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계인 전투술을,

너무나 쓰기 쉽게 인간에서 이계인으로 친히 자기 몸을 바꿔준 건 멍청한 짓이니까.


“너 같은 놈이, 너 같은 놈 때문에 스킬이 퍼지는 거야.”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이런 미친 혈석 실험까지 또 풀리게 생겼잖아, 이 시발아!!!!!”


김상태는 머리가 좋은 놈이라 다가오지 않고 또 잔해를 날렸다.

바닥에 손가락을 데는 지점과 몸의 방향으로 잔해는 쉽게 피할 수 있다.


“어?”


그렇게 거리를 좁히면, 리자드맨은 그 긴 목을 이용한다.

고개를 숙이거나 어딜 물어뜯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다른 근육에 비해, 리자드맨의 목 근육은 형편없는 수준이라.

느리고, 흘려서, 바닥에 처박기 쉽다.


쿵-!


“끄릅!”


놈은 등쪽까지 손이 올라오지 못한다.

완벽한 도마뱀 채형이 아니라 인간과 비슷한 골격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게 도마뱀 새끼가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마구 뒤뚱거릴 것이다.

그때는 목을 강하게 눌러 독니가 튀어나오게 해야 한다.


“끄라렉!”

“가만히 있어, 혀 씹을라······!”


뱀이 자신의 혀를 씹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딴 건 지금 상관없다.

리자드맨은 뱀이 아니니까.

다만, 리자드맨이 가진 독니로 자신을 찌르면 죽는다.

그들의 독은 치명적이지만, 그들은 주로 발톱으로 상대를 죽이기에 독에 대한 자가 면역력이 발전하지 않은 것이다.


까드득-


즉, 독니를 쑤셔 박으면 혈액에 독이 퍼지는 속도보다 해독하는 속도가 느려 죽게 된다.

특히나 이 미친 놈처럼 마약 등으로 인해 혈압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라면.

반드시.


“죽어.”


푹-


“하아······.”


끝났다.

여기 계속 있다간 오크들이 내려올지 모른다.

그러니 나 역시 서둘러 몸을 피해야겠지.

게다가 몸 상태가 지나치게 별로였다.

혈석을 챙기기는커녕, 방금 전 잔해에 맞은 가슴이 불에 타듯 뜨거워 팔을 움직이는 것도 버거웠다.


“반장의 스킬 지속시간이 끝난 모양이네. 크흑! 시발······.”


그렇게 발을 절뚝거리며 걸었다.

원래 생각했던 진입로였던 이 하차장 출입구로······.


기이잉-


그렇게 스위치를 누르자 천천히 게이트가 올라갔다.

바깥에 있던 자동차 라이트가 내 눈을 때렸다.

그리고 빛 사이에 있는 그림자의 주인은.


“야, 꼴통 왔냐?”


이우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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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8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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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40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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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8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 21. 혈석 (6) 24.08.04 57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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