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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07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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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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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 양쪽에 걸친

DUMMY


32. 양쪽에 걸친


“제가 파악한 바로는 경찰 내부 청두파 커넥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세계 전담팀은 경찰 내 조직이긴 했지만 그 독립성이 인정받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미사일로 뒤통수를 후두려 맞고 보니, 자유를 주는 대신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차혜정은 경찰 외부에서 경찰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 그랬다면 유 팀장님을 그렇게 근신하게 한 것도, 그리고 청두파 보스인 박경석이 설치고 다니는 것도 말이 안 돼요.”

“한 마디로 경찰 쪽에 어떤 높은 분이 청두파 뒤를 봐주고 있다?”

“예, 제 생각엔 그냥 뒤를 봐주고 있는 것보다도 더 깊게······ ‘키워낸’ 것일 수도 있고요.”


우리가 버리는 카드라면, 어쩌면 청두파가 처음부터 경찰 쪽이 키워내고 있던 와일드 카드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대리님께 먼저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차혜정은 다시 한번 핸드폰을 두드려 박경석과 관련된 정보, 그것도 경찰 내부 인원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내게 전송했다.


“이번 서해 폐화물선 폭발 사건 때 경찰 쪽 움직임과 지휘 보고 내용도 전달해 드렸습니다.”

“이걸로 뭐 어쩌게?”


차혜정은 그걸 왜 모르냐 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당연히 잡아야죠, 청두파.”


하긴 나라도 그러긴 했을 거다.

청두파를 무너뜨릴 가장 좋은 기회였으니까.


“대리님.”

“어, 어.”

“이제 유 팀장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저와 대리님만 따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차혜정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무겁게 말했다.


“제 제안은, 저희 둘이서 박경석을 제대로 치는 겁니다.”


경찰은 믿을 수 없다.

아마 박경석을 자진 출두시킨 것도 경찰 쪽 높은 분이 꾸민 일이겠지.

그렇다면 잡아 처넣어도 감면되거나 심지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부턴 이세계 전담팀이 박경석을 제대로 잡자는 뜻이었다.


“그러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뿌리로서도 본사에 들어갈 공로가 될 거고요. 물론 유 팀장님이 대리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도 있고. 이번 일만 끝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맞아, 일단은 이세계 전담팀으로선 내가 본사로 가는 것도 놓치면 안 되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차혜정은 내가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이미 정한 것처럼 말했다.


“저는 이제 박경석이 혈석 관련 불법 실험을 했다는 증거를 모을 겁니다.”

“그래서 여기부터 뒤진 거였구나?”

“예, 전소돼서 있는 정보도 거의 없긴 하지만, 청두파 잔당들을 뒤지다 보면 뭐가 나오겠죠. 대리님은 ‘다른 방식’으로 증거를 모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엔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다른 생각 없이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적송 쪽에서 증거를 모아볼게.”


이이제이(以夷制夷).

혹은 ‘적의 적은 내 친구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으리라.


“청두파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었고 잦은 충돌도 있었고. 게다가 이번엔 청두파 쪽 거래에 휘말려 큰형님까지 실종되었으니, 저쪽도 가진 정보를 전부 이용할 테니까······.”

“예, 바로 그겁니다. 그러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차혜정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다만, 그녀는 확실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준 상태였다.

달라진 건 없었지만, 멘탈은, 회복했다.


“적송 본사로 가자.”


나는 기왕 나온 김에 자질구레한 일을 전부 치우는 사람처럼, 바로 전화를 걸었다.


삐-


“여보세요?”

“이제야 전화를 하냐 이 새끼야?”


#


“아니, 여기로 부르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미친 새끼야!”


내가 이우람을 부른 곳은 다름 아닌 이모네 24시간 고깃집이었다.


“그럼 뭐? 저기 삼거리 카페 같은 데로 부를까?”

“아이 이 새끼가 진짜.”


나는 소주를 따르며 내가 왜 하필이면 이곳에 이우람을 부른 것인지 설명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 뭐 그런 거 아니야. 반장님이라는 등잔도 이젠 없잖아.”


그날 복귀한 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고 반장님은 적송 본사로 이감되듯 불려 갔다.


“그럼 이제 말해줘 반장님은 본사에서 잘 계신 거야?”


내 물음에 이우람도 그제야 소주를 마시며 답했다.


“말도 마라. 우선 반장님께서 화물선까지 간 건, 사고였어.”

“알지, 거래 장소가 화물선이라고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화물선에 진입한 건 사고가 아니라 반장님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이우람은 술을 또 연거푸 마셨다.

저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반장님이 화물선에 무리해서 들어간 이유가 이우람일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장님 개인의 선택으로 해야만 할 테니까.


“반장님이 직접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당신은 본사로 가고 내가 사무실을 이어받아야, 그래야 남은 오크들의 밥줄이라도 끊기지 않을 테니까.”


이우람은 계속 술을 마시며 반장님의 마지막 말을 전했다.

또한 나 역시 이 일에 연관된 것을 빌미로, 적송에서 청두파 끄나풀이라며 흠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고, 인간이니까 몸을 피하라고, 그렇게만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도 계속 숨으면 안 돼.”


이제 그럴 이유가 사라졌다.


“그게 뭔 소리야, 다짜고짜?”

“까놓고 내가 지금 숨어 있으면 진짜 우리 뒤가 구린 거밖에 더 돼? 일단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내가 적송을 우리 쪽으로 생각한다고 믿게 해야지.”


적송에선 나를 찾고 있는 게 아니라, 일이 틀어지게 만든 ‘범인’을 찾고 있다.

그게 반장님 쪽에 있는 웬 미친 인간 하나가 얽혀 있다고 종족 차별적으로 의심하긴 하겠지만.

그 화물선에서 살아 나온 반장님은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이우람은 확실히 그날의 내 존재를 ‘얘기하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지금 꽤 떳떳하다는 거야.”


오히려 세게 나가야 한다.

그런 건 내 전문이지 않았던가?


“임해찬 부장님한테 듣기로 본사 쪽에서야 당연히 우리 같은 놈 털어버리려고 했지. 뭐, 내가 반장님을 구하든 말든 믿는 눈치도 아니고, 난 그냥 던지기용일 뿐이니······.”

“흠······.”


그건 다행이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반장님 쪽 오크들은 반장님이 바랐던 대로 더는 본사와 이어질 일은 없을 터였다.

또한, 아직 이우람이 임해찬과 연락이 닿는다는 것도.


“···야, 이우람. 넌 나를 믿냐?”

“믿겠냐, 시발.”

“됐어. 딱 그 정도가 너한테 잘 어울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박경석에 관한 정보를 이우람에게 전송했다.


“이거 그 슈트 빌려줬다는 쪽에서 받은 정보다.”

“이, 이게 뭐야?!”

“조용히 해. 지금부터 넌 이걸 임해찬한테 가지고 가서 ‘박경석이 경찰 쪽이랑 붙어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그리고?”

“그리고 청두파 쪽 혈석 실험에 관련된 적송의 정보를 좀 달라고 하는 거지.”


숨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러니 저쪽에서 먼저 나를 부르게 하는 수밖에.


“······.”


삽시간에 이우람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이 정보를 혹시 경찰에서 받은 건가 하는 의심 때문은 전혀 아니고, 이우람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바보 같은 계획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야, 같은 인간이면 생각을 좀 해봐라. 혈석에 관한 정보를 나한테 주겠냐?”

“당연히 안 주지.”


하지만 그게 내가 노리는 거였다.


“잘 생각해 봐. 이게 너한테서 나온 정보가 아니란 걸 임해찬이 알면 그다음은 뭘까?”

“뭐, 뭔데?”

“정보의 출처인 나를 부르겠지!”


반드시.

임해찬은 나를 부를 것이다.


“그렇게 임해찬이랑 다시 만나면, 내가 박경석을 재낀다고 할 거야. 대신, 반장님을 풀어달라고 할 거고.”


차혜정에게 말하진 않겠지만, 난 이 정보를 통해 임해찬을 만나 반장님을 다시 돌아오게 할 작정이었다.

그렇다면 이세계 전담팀으로서, 반장님의 사냥개로서.


반드시.

양쪽에 걸친 인간으로서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후, 그래 뭐 일단은 알겠다. 으 시발, 떨리네······.”

“쫄았냐?”


나는 이우람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그 역시 내게 술을 따라주며 답했다.


“익숙해, 시발. 너랑 일하고부턴 이런 일만 있었잖아?”

“그러냐.”

“그러냐는 무슨. 야, 그나저나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너 진짜 그 화물선 어떻게 나온 거야? 반장님이랑 내가 굴에서 만나자마자 천 실장이 후려치는 바람에 우리 다 쓰러졌는데.”


생각해 보니 이우람은 그 뒤의 상태를 아예 모르는구나.

멍청한 건지 단순한 건지.


“아, 어떻게 나왔는데!”

“됐다, 시발. 너도 나 안 믿는다며. 나도 너 안 믿어.”

“시발.”


그렇게 우리 둘은 다시 한번 잔을 섞었다.


“아무튼 그러면 이제 사무실로 나오게?”

“어, 그래도 될 것 같아.”

“그래, 그럼 그때 가서 더 말하고.”


그렇게 이우람과 나는 헤어졌다.

이제부턴 다시 양쪽을 오가며 일을 해야 한다.


‘조금 바빠지겠지.’


하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낸 시간보다 지금이 더 명확하게 느껴졌으니까.


“좋아, 가자.”


#


한편, 적송 본사에 있던 임해찬 부장은 갑작스러운 상부의 호출로 인해 회의실로 가는 중이었다.


‘안일했군.’


그는 반장을 잡고 해이해졌던 자신을 책망했다.


‘이제 눈엣가시도 치웠고 청두파 박경석만 치면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엔.


“야, 인간 새끼 오랜만에 본다?”


적송의 또 다른 사장이 떡 하니 회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비행은 괜찮으셨습니까, 사장님?”

“우리 형님이 아낀다고 해서 참긴 했지만, 형님도 안 계시겠다. 이젠 좀 긴장해야 할 거야?”


정산의 동생.

중국 쪽 철강 사업 건을 맡아 진행하던 ‘정강’이었다.

그는 정산이 행방불명되자마자 한국에 돌아왔고, 이제는 정산의 사업까지 넘보고 있었다.


‘서승범 과장이나 청두파 박경석이 아니라, 저놈을 제일 조심했어야 했는데······.’


표정이 썩은 임해찬 부장에게 정강은 서류철 하나를 휙 던졌다.

이름과 사진이 쭉 늘어진 리스트였다.


“아무래도 양쪽에 걸친 쁘락지 새끼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거기엔 ‘정우’라는 이름도 분명히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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