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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604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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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5. 입단(入團) (2)

DUMMY


35. 입단(入團) (2)


청두파가 임해찬 부장과 정산의 목을 걸고 하는 거래는 글피.

말하자면 그 당일 전까지는 반드시 정산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구하든, 죽였든 간에 말이지.’


“여긴가?”


나는 공사가 중단된 새림 아파트 단지의 정문 앞에 섰다.

이렇게나 큰 아파트 단지 안에 아무도 살지 않고 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 소굴이 됐다는 게 꽤 씁쓸하게 느껴졌다.

건물도 자재도, 구름도 온통 회색으로.


“칙칙하게 말이야. 후우······.”


스슥-


담배를 비벼 끄고 이어폰을 점검했다.


“주임입니다. 잘 들리십니까?”

“들려도 앞으론 모른 척할게. 진입한다.”


이어폰을 제외하곤 딱히 다른 준비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말끔한 슈트 차림이면 충분하니까.


“······.”


단지 내로 아무런 방해나 검문도 없이 들어설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앞은 깡패 소굴, 정확히 말하자면 점조직인 청두파 인원들이 대기하는 일종의 집합소다.


‘적송처럼 체계적인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간부가 상주하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부랑자 집합소.’


“엥?! 뭐야? 외부인인가?”

“그냥 둬, 딱 봐도 청두파에서 또 모집한 것 같은데.”

“그냥 가게 두자고.”


그러니 말끔하게 슈트 차림으로 들어가면 입구에선 날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는 거지.


“칙칙하네.”


나는 부랑자들과 노숙자들을 보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인간’이었다.


“저놈이 우릴 본 게 아닐까?”

“숨어야 하나, 또 청두파들이 뭐라고 하면······.”

“예끼 이 사람아, 청두파는 이계인이 아닌 이상 여기서 쫓아내지는 않는다고!”


대통합의 계절, 이계인들의 차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계인은 인간보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존재들.

당연히 그런 이계인들에게 차별당하는 인간들도 생길 거고, 그들은 오직 인간으로만 이뤄진 청두파에 기생했다.


“저······ 돈 좀 주시겠어요?”


10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하나가 내 앞에 다가와 물었다.

왜인지 큰일에서 운반책이었던 인색터의 자식과 겹쳐 보였다.


“이거라도······.”


나는 그 아이에게 작은 동전 모양 장식을 하나 건넸다.

꼬마는 마치 낚아채듯 그것을 받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 주차장 쪽으로 달려갔다.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미안하다.”


청두파는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한다고 하지만, 그래봤자 점조직.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가 아닌 이상 청두파의 소속을 둔 인물들을 이곳에 모아 두기만 하는 장소였다는 뜻이다.


‘우루루 몰려와 대기했다가, 명령을 들으면 바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겸사겸사 이곳에 들른 청두파에게 노숙자들이 돈을 얻어가고.

또 그들이 여기 대기하는 동안 쉴 수 있도록 부랑자들이 제 나름의 방식으로 청두파 깡패들을 모신다.

뒷세계에 사는 이들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이런 것도 관리라고 할 수 있으려나.”


이런 방식은 꽤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저들의 꼴을 봐라.

살아만 있다.

이런 식으로 칙칙하게, 난 그게 꽤 씁쓸하게 느껴졌다.


“진입하시면 가장 높은 건물 두 개 동이 육안으로 확인되실 겁니다. 그중 왼쪽이 지하실이 있는 곳이고 오른쪽이 공사가 가장 높게 진행된 곳입니다.”


꽤 감성적이 되느라 멈춘 발걸음을 차혜정이 재촉했다.

하나 끝났는데 뭘 또 재촉까지야,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오른쪽 동을 향해 바로 걸었다.


“일단 위로, 그다음 다시 아래. 주차장은 방금 끝났으니까.”


남은 동전 모양 장식 두 개를 주머니 속에서 굴렸다.

그 동그란 물건이 바로 차혜정이 말한 정산 사장 위치 탐색용 수색 장비였다.


#


지난밤, 계획을 정리하는 중에 차혜정은 곧장 장비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미 해병들이 쓰는 탐색 장비 중에 ‘심박수’를 체크해서 내부 열과 소리 정보로 공간 스캔을 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그게 뭔데?”

“아, 적외선 파장을 이용해 근처 50M 내외를 스캔해서 모니터로 살필 수 있는······.”

“아니, 아니 그런 거 말고. 그게 어떻게 정산 사장의 위치를 탐색할 수 있는 장비라는 거야?”


차혜정은 내 물음에 이우람에게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그의 발밑에 장비를 떨어뜨렸다.


“뭐야, 주우라고?”

“이계인은 심박수와 체온, 그리고 기타 신체 특성이 인간과는 다릅니다. 미 해병의 장비를 개량해, 인간이 아닌 이계인만 분별할 수 있는 거죠.”


차혜정은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을 꺼내 장비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이곳 카센터로 보이는 내부도, 그리고 그 안에 앉아 동전을 줍고 있는 이우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말하자면 저 동전 같은 것 주위 50M 내로 이계인인 ‘이계인’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정산 사장을 빼 와야 하는 새림 아파트 단지엔 유일한 이계인인 ‘오크’ 정산 사장이 있다.


“이거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야, 잠깐만. 난 내일 여기 못 와. 그러니까 이 장비를 설치하는 것만 일단 해. 글피까지는 시간이 있어. 혼자 상대하는 것보다야 내가 있는 게 낫잖아, 안 그래?”


이우람이 지나치게 똑똑해진 터라 차혜정도 딴지를 걸진 못했다.

이번 일에서 단계를 나눠 차근차근 가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었으니까.


“우선 장비로 정산 사장의 위치를 파악, 그다음 날 소장이 합류하고 잠입을 개시······.”

“모조리 무너뜨려야 해.”


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새림 아파트 단지의 지도를 살폈다.


“위쪽, 그다음 아래.”


단계가 어떻듯 모조리 무너뜨리는 결과에 닿아야만 하니까.

나는 슬쩍, 차혜정에게 눈짓했다.


#


찢어진 천막으로 대충 기워둔 동의 안쪽가지 다다르니 슬슬 청두파로 보이는 놈들이 있었다.


“뭐야?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너도 대기조냐?”

“요즘 들어 더 마구잡이로 뽑는 것 같은데, 진짜 무슨 일 나는 거 아닙니까?”

“우리야 돈이나 받으면 되지.”


용역으로 불려 온 놈들인지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또 딱히 나 역시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인지 재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허술한 보안을 가졌다고 해도.


“청두파 배지 좀 봅시다.”


뒷세계에 있는 놈들이다.

위험하진 않더라도 철저한 의심은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라는 뜻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 구해 오는 건데······.”


물론 시간을 더 들여 준비할 수도 있었겠지만, 글피 안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급히 움직이는 터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집에 두고 왔나 본데요.”

“······.”


순간 녀석들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처럼 살벌하게 굳었다.


“아아, 제가 잘못 들어왔나 봐요. 이만 갈······.”


소란을 피워서 경비가 삼엄해진다거나, 정산의 위치를 옮기기라도 하면 골치가 여간 아픈 게 아닐 게 틀림없겠지.

하지만.


“갈······.”


어차피 오늘 장비를 다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청두파 쪽에서 우리 쪽에 거래를 요청했으니, 사장님은 아직 살아계실 거다. 우리는 사장님을 거래 전에 몰래 빼 올 생각이고.’


“갈, 뭐? 너 어디서 굴러먹다 온 놈이냐?”


경비가 삼엄해지든, 정산의 위치를 옮기든, 거래가 있는 글피 그 전에.

그를 죽여야 올라갈 수 있다.

본사로.


“하긴, 언제나 빨리빨리 올라갈 생각뿐이긴 했지.”

“뭐라는 거야 이 시발놈이!!!”


휙-!


내게 다가온 놈이 다짜고짜 쇠 파이프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난 그걸 보지도 않고 주변만 살폈다.

한 층에 대략 10명쯤.

아마 위로 갈수록 더 많이 모여서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혼자서라도 충분해!!!”


어이없게 빗나간 상대의 쇠 파이프를 그대로 발로 차 날렸다.


깡깡까가강-


그렇게 요란하게 구른 쇠 파이프를 신호탄 삼아, 나 역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대리님? 충돌 상황입니까?”


혼자서라도 충분한 이유는 총 세 가지.

그 첫 번째.


휙-!


“육탄전 좋지.”


나는 이미 회복을 끝내고 몸을 풀고 있는 상태였다는 것.


“흡!”


쇠 파이프를 잃어버린 놈은 이번엔 발차기를 날렸다.

좀 치는 놈인가 싶긴 했지만, 자세가 엉성한 걸 보니 킥복싱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체중만 믿고 발부터 밀어 넣는 스타일인 모양이었다.


“이러면 편하지.”


두꺼운 발이 공중에 뜬 상태로 날아든다.

체중이 실린 공격이라 막긴 버겁지만, 너무 노리기 편한 표적이라는 뜻이었다.

나는 자세를 뒤로 조금 뺀 뒤 발꿈치를 들어 녀석의 구두 끝에 그저 가져다 대기만 했다.


까드득-!!!


“으아아아아!”


아까 쇠 파이프보다 요란한 소리가 나며 녀석의 발목이 뒤로 꺾였다.

그러니까 발차기에 체중을 실을 땐 신중했어야지.


“들어와.”


아아, 그리고 두 번째.

이 녀석들은 오합지졸이다.


“아니면 내가 간다?”


역시나 예상대로 이 녀석들은 합을 맞춰 본 경험도 없고 실질적으로 싸움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놈들이다.


‘고깃집에서 만난 똘마니들이 다 그랬으니까.’


“으아아아아!”


그러니 크게 휘두르며 달려오는 거.


휙-!


정강이 한번 걷어차 주고.


퍽-!


“대리님? 충돌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지금 즉시······.”


마무리로 스트레이트.


콰직-!


다음은 주춤거리고 있는 놈 하나 달려가 차고.


콱-!


그걸 노리고 나한테 뛰어든 놈 그대로 잡아 자재 더미에 패대기.


쿵-!


그럼 이제 남은 놈들은?


“야, 튀어!”

“다른 놈들 불러!”

“이, 이 시발!”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예? 대리님, 우선 장비 설치는 미루고 저도 지금 당장 투입하겠습니다!”


혼자서라도 충분한 이유.

아니, 반드시 나 혼자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아니. 내 쪽 말고 지하실로 가”

“예?”

“서둘러, 정산을 찾으면 내게 바로 말해.”

“그게 무슨······.”


이우람이 오지 못하는 오늘.


“오늘을 놓칠 순 없어.”


이우람은 차혜정이 현장으로 나오는 걸 막을 거고, 그가 없는 오늘이.

내가 ‘먼저’ 정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우람이 없을 때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


당연히 이우람은 정산을 죽일 이유가 없으니 내가 ‘먼저’ 그의 위치를 파악해 이우람을 속여야만 한다.

그렇게 정산을 구하는 날엔 이우람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지.

차혜정은 내가 이우람을 속이는 이유를 궁금해할 수는 있겠지만, 내 일을 막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날, 만약 그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차혜정은 날 믿어 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차혜정은 내 말뜻을 바로 안 것인지 잠시 머뭇거리다 바로 답했다.


“지금부터 우리 둘이 각자 정산 사장을 잡는다.”


셋이 모였지만, 처음부터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방향, 다른 길을.


“가자.”


나는 그렇게 위로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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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십니까, 연재 업로드는 주 7일 19시 입니다. 24.07.17 50 0 -
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7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9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2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 35. 입단(入團) (2) 24.08.18 24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40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8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3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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