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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95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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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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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 큰일 (2)

DUMMY

24. 큰일 (2)


차도선(車渡船)

말 그대로 차나 화물, 그리고 사람까지 싣는 배라는 뜻.

항구에 도착하면 배 앞쪽 문을 내려 다리를 만들고 차를 실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차 네 대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로 작다는 점이 걸렸다.


‘이런 데서 거래를 하겠다니······.’


하긴 눈에 띄지도 않고 이곳 선착장의 사람도 통제할 수 있도록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긴 했을 것이다.

왜 반장 역시 작은 어선 하나로만 침입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차혜정의 걱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격적으로 경찰까지 나선 상황에서 다른 사소한 건 어찌 되어도 좋을 테니까.

우선은 집중.


“따라오십시오.”


차혜정을 따라 임무에만 집중하면 된다.


“좋아.”


나는 그렇게 해변까지 내려갔다.

갯벌이 펼쳐지기 직전 바위와 자갈이 섞인 지대가 낮게 깔려 있었는데, 차도선의 하역을 위해 쭉 이어진 시멘트 길과 이어져 있는 상태였다.


“바다까지 나가면 무조건 걸릴 것 같은데?”

“문이 닫히고 배가 방향을 돌릴 겁니다. 바다로 나갈 테니까요. 그 틈에 빨리 헤엄쳐서 배 외부에 있는 사다리에 오르면 됩니다.”


당연히 미친 짓이긴 했다.

크기가 작은 차도선이라고 해도 엔진에 잘못 휘말렸다간 인간은 갈기갈기 갈려 나갈 테니까.


“현장에선 역시 이래야죠.”


하지만 차혜정은 신이 나고 있었다.

나도 반장의 현장에 나갈 때 저랬었나, 떠올려 봤지만 신이 나긴 커녕 이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나 걱정만 이었던 게 파도의 밀린 거품처럼 떠오를 뿐이었다.

해변을 따라 몸을 숙인 채 시멘트 길에 가까이 붙을수록 배의 소리가 커졌다.

나는 마스크에 달린 통신기로 물었다.


“경찰 생활은 어때?”

“네?”

“아니, 직급이 다르게 정해졌다지만 동기라길래. 나도 반갑긴 해서.”


내 물음에 차혜정은 또 웃는 소리를 냈다.


“나쁜 놈들 잡는 거야 재밌지만, 그런데 자주 나갈 수도 없고. 주로 행정 업무만 했습니다.”

“그래?”

“대부분 대리님에 관한 얘기뿐이었습니다. 우리 이세계 전담팀 주요 작전은 대리님으로 돌아가는 게 많으니까요.”


그제야 처음 본 차혜정이 나를 왜 이렇게나 익숙하게 생각했고, 또 애틋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었다.

유 팀장에게 듣는 것을 기반으로 내 뒤치다꺼리를 하고,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실시간으로 생각하고 또 고민했어야 할 테니까.


“성동병원에 잡혀갔던 얘기를 들었을 땐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같은 경찰 동료로서 큰 귀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같은 동기면서 이렇게 말을 높이고 딱딱하게 구는 거야?”

“지휘 체계엔 직급으로 위계를 나누는 편이······ 아, 제가 딱딱했습니까? 시정하겠습니다.”

“됐다.”


존댓말은 그냥 원래 성격이 이런 모양이었다.

하긴, 경찰로 시작했더라면 원래 이런 느낌이긴 했었겠지, 나도.


“아무쪼록 그럼 네가 들었던 건 또 뭐 있어?”


질문을 하고서도 너무 포괄적으로 묻는 느낌이라 걱정되긴 했는데, 차혜정은 딱 내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아내 답했다.


“이번 임무, 즉 ‘큰일’이라고 부르는 청두파 혈석 제조법 거래는 경찰 내부에서도 중대하게 다뤄지고 있었던 만큼 사전 조사가 철저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모두 대리님의 과업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묘하게 나에게 잘 보이려는 느낌이 있었는데, 여간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차혜정은 내가 경찰로서 말 그대로의 ‘큰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경찰은 내부자 첩보를 받아 청두파의 거래 상대를 이계인 조직으로 확인했습니다.”

“그, 렇군.”

“이계인은 강력하기 때문에 청두파는 자체 인원들을 보충, 제가 그 루트로 사전 투입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곳의 장소를 브리핑받은 뒤 슈트를 포함한 장비를 두 벌, 준비해 대기했습니다. 저 역시 본부에서 들은 내용은 이게 다라······.”

“아, 지금 이 장비는 네가 가져온 거였구나?”

“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만약 내가 그냥 이세계 전담팀에 일반적으로 들어왔다면 어땠을까.

그 ‘뿌리’라는 것 말고, 차혜정의 옆에서 친한 동기처럼.


“후우······.”


하긴 그런 사소한 건 더는 생각 안 하기로 했으니까.


“좋아, 그럼 이제 물 밑으로 가자.”


저녁 9시 반. 그렇게 우린 바다로 나갔다.


#


슈트의 도움인지는 몰라도 체온에 이상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보다 움직이기 편했다.


“이 슈트, 무슨 능력 같은 거라도 있는 거야?”

“예? 아, 보통의 잠수복과 다를 건 없습니다.”


그냥 기분 탓이었나.

아무쪼록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 차도선의 후면, 그리고 가장 높은 층까지 올랐다.


“대리님, 둘이 나뉘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일단은 같이 가자. 이 배의 구조가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도 모르겠고, 일단 같이 있는 게 좋다는 건 아까 봐서 알잖아?”

“아, 역시······!”


아까 대합실에 있을 때 차혜정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일이 꼬일 수도 있었다.

이런 침투 임무에서 혼자가 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으니,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둘이 함께 있는 게 좋을 터였다.


“진입한다.”

“예.”


그렇게 꼭대기, 웅장하게 달린 기계 장비들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었다.

몸을 숙인 채 난간까지 이동했다.


‘차에서 나오는 놈은 없다.’


그렇다면 이 배에 원래 타고 있었을 거래 상대를 만나는 건, 바다의 어느 지점까지 가서라는 말인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우선 내려가서 숨을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우리가 수영하는 동안 차에서 내린 것일 수도 있고, 거래 장소가 지하 탱크 쪽일 수도 있으니까.”

“예.”


그렇게 다시 아래층으로 눈을 돌렸다.

청두파로 보이는 인간들이 난간에 기대 바닷바람을 맞고 있었다.


“나는 왼쪽, 너는 오른쪽.”


차혜정은 고개만 끄덕였다.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지금부터 뭘 해야 하는지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휙-


우리 둘은 동시에 뛰어내려 난간에 있던 두 놈을 바로 쳤다.


“흡!”


나는 그대로 발을 잡아 올려 왼쪽 놈을 바다로 던졌고.


콰득-


차혜정은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무릎으로 떨어져 오른쪽 놈의 목을 꺾어버렸다.


“와.”

“대리님 바로 아래, 종합 체력 검사 2등이 저였습니다.”


이번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쪼록 이곳부터는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실내를 볼 수 있도록 작은 창이 나 있었다.


‘불법을 위해 만들어진 배가 아니라, 급하게 구했다는 느낌이 절절하게 드네.’


나는 그 창을 넘어 내부를 살폈다.


“내려가는 계단이 안에도 있어.”

“놈들은 어디 있습니까?”

“일단 반대쪽에 창 쪽 경계하고 있는 놈 둘, 또 둘은 이쪽 문 안쪽에서 바로 지키고 있는 모양이야.”


말하자면 문을 열면 바로 소란이 일어난다는 소리였고, 여긴 진입 경로로 좋지 못하단 뜻이었다.


“일단 다른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때, 차혜정이 나섰다.

아, 그러고 보니 차혜정도 스킬이 있다고 했지?


“뭐하게? 은신 관련 스킬이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혜정은 말 그대로 문을 통과했다.


“어?”


스르륵-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차혜정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는데,

안에서 무거운 게 쓰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차혜정은 문을 그저 지나칠 따름이었다.

그리고 난 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기만 했다.


“흡!”


그녀는 방금 문을 뚫고 들어가 열기 전까지, 그녀는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한 놈의 목을 친 뒤 기절시켰다.

그리고 다른 상대가 이를 눈치채는 순간 무릎으로 나머지 놈의 머리를 시원하게 쳐버렸다.


쿵-!


“뭐야?!”


그렇게 반대쪽 놈 하나가 뒤를 돌자, 허벅다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단검은 놈의 가슴을 뚫었고, 폐가 뚫린 놈은 즉사.

또 하나가 뒤를 돌기 전에 미끄러지듯 슬라이딩, 그대로 두 팔을 바닥에 짚은 채 뒤돌 듯 턱을 강타했다.


퍼버버버벅-!


마지막 한 놈이 쓰러지기 전, 허벅다리, 갈비, 복부, 목, 얼굴 총 다섯 부위를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후려쳤다.

이렇게 금방 정리가 끝나자 너무 놀라 물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게 제가 가진 스킬, ‘사물 동화’입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실력으로 2등이었던 거지?”


내가 아무리 잘 쳐도 길거리 싸움에 각종 무술을 집약한 상태라면, 그녀는 진짜 영화에나 나오는 전투 병기 같은 느낌이었다.


“청두파 간부 셋을 단신으로 처리하신 대리님께 보여드리기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녀는 단검을 뽑아 다시 챙긴 뒤 다시 내 뒤에 붙었다.

그게 꼭 명령을 내려주길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 좋네.”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 친 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스스슥-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어차피 철 계단 소리 정도야 모터 소리에 묻힐 거라 따로 조심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1층으로 내려와선 손가락을 입에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쉿.”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딱히 보이지 않았으나, 1층 상황이 바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누굽니까?”

“간부 셋보다 높은 놈.”


갑판엔 천 실장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떨거지들 몇몇과, 이우람도 보였다.


“대리님의 ‘청두파 뿌리 뽑기’를 위해선 싹 다 반드시 처리해야 할 놈이군요.”

“어? 뭐, 그렇긴 하지.”


생각해 보니 천 실장만 잡으면 이제 청두파에서 간부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대가리 하나만 남는다.

상다리가 쏟아져 내려 결국 젓가락질만 하던 놈을 바닥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역시, 청두파 보스는 안 보여.”


청두파의 모든 인원이 갑판까지 나와 대기하는 것 같았는데, 보스로 보이는 녀석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놈들은 전부 천 실장 뒤에서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으니까.


‘물건은 저 가방이군.’


혈석 제조법으로 자체 생산된 샘플은 천 실장이 직접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면 거래 상대는 어디 있는 거지?

역시 지하에 있는 건가?


“차혜정, 내가 이쪽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너는 스킬 써서 지하로 내려가. 상대가 있는지만 확인하면······.”

“자, 잠깐만요, 대리님.”


구우우우우-


바로 그때, 모터가 꺼졌다.

배는 일순간 고요했고, 그제야 천 실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누군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예, 그러면 승선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자, 차도선의 다리가 다시 내려왔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뭐 하는 거지?’


그리고 나는 다리를 타고 넘어온 놈들을 보고 청두파가 거래한다는 놈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어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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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십니까, 연재 업로드는 주 7일 19시 입니다. 24.07.17 50 0 -
45 45. 삼거리 전쟁 (5) 24.08.28 6 0 11쪽
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8 0 11쪽
33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 24. 큰일 (2) 24.08.07 43 1 11쪽
23 23. 큰일 (1) 24.08.06 45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19 19. 혈석 (4) 24.08.02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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