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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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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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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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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큰일 (1)

DUMMY

23. 큰일 (1)


오늘, 새벽 1시 30분.

간단했던 일이 너무 꼬여버렸다.


“시발······.”


어떻게 이렇게까지 지랄 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좆같은 비만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이우람은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상대들은 내 쪽을 향해 사시미 칼을 들고 무겁게 걸어왔다.

정말 이대로 끝인 건가?

고작 언더커버 생활의 첫 시작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로.

이대로 죽는다고?


‘죽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멈춰.”


난 스킬을 사용했다.


#


‘큰일’이 벌어지는 오늘, 저녁 7시.


“후우, 경찰, 그리고 적송에서 파악한 청두파의 ‘큰일’이란 건 혈석 제조법을 거래하는 일을 말하는 거야. 그렇다면······.”


경찰, 그리고 깡패 양측에 몸담아 내가 직접 얻은 것과 들은 것이 서로 엉키고 있다.

그러니 상황을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경찰 쪽.”


유지혁 팀장은 내 얘기를 듣자마자 강화도에 있는 ‘선수 선착장’의 자세한 정보를 내게 보냈다. 성동병원이 불에 타고 새로운 거래 장소로 청두파가 정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아마 이번 화재를 통해 아예 거점을 벗어난 곳까지 이동하려는 모양입니다. 정보가 없으니, 경찰 쪽에서 알아차리더라도 도달하는 게 쉽지 않겠죠.’


딱 보기에도 항구를 둘러싸면 탈출구는 없는 위치.

말하자면 청두파도 도주를 생각하느라 배수의 진을 감수한 것이리라.

아무쪼록 거래 품목과 거래 장소까지 알았다.

그렇다면 누구와 거래하는 것이지?


“그리고 건달 쪽.”


반장님은 청두파의 거래 상대가 중국 쪽 삼합회 잔당이 만든 이계인 조폭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혈석 제조법 거래는 국내가 아닌 해외를 생각하고 벌이는 짓이란 소리였다.


‘이제 좀 각이 보이지 꼴통? 청두파가 이번 거래를 트면, 적송은 청두파가 커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막으려는 거고, 막지 못하면 쳐서 없애려고 했던 거지.’


삼합회 잔당이 만든 이계인 조폭, ‘삼해’는 배를 타고 온다.

그러니 적송은 거래 후반에 도주로를 감싸고 도는 것으로 거래가 끝나고 나오는 청두파를 치려는 것이었다.

물론 혈석 제조법의 소지가 더 중요하니, 반장을 위시한 잠입 조를 이우람을 통해 청두파 내부로 침입시키는 게 계획이었고.


“후우.”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거래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청두파 2인자인 천 실장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으니까.


“후우······.”


그래서 유 팀장은 적송과 마찬가지로 나를 잠입조로 추가 투입시켰다.

나는 검은 바디 슈트와 딱 달라붙어 기분 나쁜 복면을 착용하며 바다가 밀어내는 파도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 슈트를 여기 준비해 놓고 먼저 잠입조로 들어가 있던 놈이 ‘접선책’이라고 했으니······.”


내 임무는 선수 선착장에 대기하다가 청두파가 움직이는 곳을 따라가 거래를 막는 것.

내가 직접 막지 않더라도 거래 장소에서 슈트에 부착된 신호기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 것.

그리고 만약 발각됐을 경우나 최악의 상황에.

난장을 만드는 것.

그 첫 시작은 ‘접선책’을 찾는 거였다.


끽-


그렇게 검은 차량 다섯 대가 불이 다 꺼진 선착장 근처로 들어섰다.


“우선 가볼까.”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 7시 30분쯤, 바로 지금부터 ‘큰일’이 벌어진다.


“흡!”


은신 관련 스킬이 없기 때문에 좀 떨리긴 했지만.

선착장의 대합실 안에 미리 와 있었기 때문에 걸릴 걱정은 따로 하지 않았다.


‘차가 나뉘네.’


내 예상대로 청두파의 병력은 두 개조로 나뉘었다.

우선 선발 4 차량은 그대로 배에 들어갈 생각인지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 마지막 1 차량은 육지에 남아 대기하는 것일 터였다.


“이런······.”


바로 차 근처에 있다가 배가 오면 잠입할 생각이었는데, 마지막 차량이 내가 있는 대합실 앞에 정지했다.


‘대기 장소가 여기였냐? 추워서 안에 들어와 있으려고? 이 미친 깡패 새끼들이······.’


차에서 나온 넷이 대합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전부 인간으로 보이긴 했는데,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저 틈에서 반짝이는 것들.


‘총이다.’


넷 모두 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말하자면 배가 오기 전에 저 총이 발사되면 밖에 있는 놈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도주, 거래는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날짜를 정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가 배가 오는 순간에 빠져나가다 소란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딱 한 가지뿐이었다.

배가 오기 전에 여기 있는 놈들을 전부 제압한다.

그것도, 조용히.


‘말이 쉽지, 시발.’


생각만 한다는 게 말로 뱉을 뻔했네.

아무쪼록 나는 서랍 뒤에 숨어 상대의 소리를 들었다.


“우린 뭐 여기서 대기만 하고 있으면 됩니까?”

“그래, 상대 쪽에서 배를 보냈고, 거래는 바다 한가운데서 벌어진다니 어쩔 수 없지.”

“지금 간부 자리 다 비웠으니까 그거 노리고서라도 그 배에 타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말도 마라, 우리 같이 용역으로 부른 놈들 뭐가 믿음직스럽다고 태우겠냐? 나도 이리저리 전국 누비면서 생활한 짬빱이 있는데, 청두파는 좀 달라. 너희도 이번 보수만 받고 얼른 튀어라. 이런 일 하지 말고.”


그래도 개중에 직급이 높은 쪽은 나뉜 모양이었다.

직급이 높은 쪽 형체가 대합실 의자에 앉고 다른 셋이 그를 둘러쌌다.


“인마는 돈 때문에 온 거지?”

“예, 이번 일만 끝나면 돈 받아가 부산에 집 사서 결혼할 겁니다.”

“너는?”

“에이 뭐, 저는 형님 따라 온 건데. 형님 가시는 끝까지 보필하겠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무병장수하시고 더 높이 올라가십시오. 그래야 저도 가족도 먹여 살리고 하죠.”

“하, 또 집에 홀로 두고 온 홀어머니 얘기냐? 건강하시지? 아, 그리고 너는 오늘 처음 왔다고 했는데······.”


그때였다.


부우우우우-


배가 들어오고 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뭐, 알아서 잘하고. 그래도 일하는 거니까 졸지는 말고. 야 부산, 가서 저 안쪽에 창으로 배 잘 들어오는지나 좀 봐라.”

“예.”


다행이다.

그래도 배가 도착하기 전까지 지금 안쪽으로 들어오는 놈 먼저 잡으면, 나머지 둘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테니까.


또각-


그렇게 한 놈이 대합실 내 사무실, 즉 내가 있는 쪽까지 들어왔다.

나는 이미 입구 쪽 서랍 아래로 숨어 있어 보이지 않을 터였다.

창 쪽을 확인하라 했으니, 녀석은 서랍은 그냥 지나 창가로 갈 거고.


끼이익- 또각-


배의 불빛이 창을 지나 사라지는 순간.


“보소! 배 잘 들어오는데요? 저는 여기서 눈 좀······.”


퍽-


“흡!”


놈의 입을 막고 다시 한번 목을 쳤다.


콰득- 툭-


조용히, 이 이상의 소리는 나면 안 되니까 조용히.

나는 상대를 바닥에 눕혔다.

아주 약간의 소란.

말이 어색하게 끊긴 것.

분명 보여야 할 그림자가 배에서 나오는 불빛이 돌아와도 보이지 않는 것.


“뭐야?”


그렇게 한 놈이 더 올 것이다.


“형님, 제가 갈까요?”

“아니, 같이 간다. 새로 온 너는 바깥에 알려.”


이런 시발.


“총 꺼내고.”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두 놈, 총을 가진 두 놈을 얼른 제껴야 다른 놈이 바깥에 보고하는 걸 막을 수 있을 터.

그렇다면.


쾅-!


나는 일부러 서랍장을 차서 소리를 낸 뒤, 재빨리 문 뒤로 돌아 숨었다.

상대도 바보는 아니다. 천천히 확인하면서 들어오겠지.


“후우.”


총이 보이는 순간 쳐서 떨어뜨리고 목을 가격.

그렇게 한 놈을 방패 삼아 뒤에 오는 놈이 총을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게 틀림없었다.


“야, 뭐야?”


그렇게 총구가 보였을 때.


팟-!


“컥!”


바로 한 놈 제압하고 방패로 삼아 올린 뒤.

그 뒤를 향해 말했다.


“총 버려······ 응?”


아니, 말하려 했다. 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놈은 이미 쓰러진 뒤였다.

그것도, 보고를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마지막 놈에게.


“당신이죠?”


게다가 놈도 아니었다.


“이계인 전담팀 차혜정입니다. 당신과 동기고, 나이는 어립니다.”


또 게다가 건달도 아닌 경찰, 그것도 유지혁 팀장이 말했던 ‘접선책’이었다.


“저도 ‘당신처럼’ 현장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반갑습니다.”

“어, 어. 반갑습니다?”

“말씀 편히 하십시오. 직급은 제가 더 낮으니까. 아무쪼록 이제 괜찮을 겁니다.”


상대는, 아니 차혜정은 왜인지 내게 굉장히 익숙한 듯 굴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위험하니까 자기가 직접 들어간다고 해서 뒤를 쳤습니다만, 깡패들 주제에 의리는 넘치네요.”


그녀는 어둠 속에서 정장을 벗었다.

나와 똑같은 검은 바디 슈트,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를 다시 눌러썼다.


“뭐 하십니까?”


아, 나도 모르게 가만히 보고만 있었네.


“뭐가?”

“이것들 치우고 빨리 배에 타야 합니다. 아, 관련 정보를 들으신 게 없을 수도 있겠구나. 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노출되는 걸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차혜정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래도, 같은 경찰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계인 전담팀 ‘뿌리’ 대리.”

“뿌리? 대리는 또 뭐야? 내 이름은······.”

“아니, 당신의 이름을 듣는 건 작전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입니다. 뿌리, 대리님 저는 차혜정 주임. 이렇게만 있어도 동료 경찰인 건 똑같으니까. 라고, 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차혜정은 마스크 안에 가린 채 웃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아.”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처럼 현장으로 나오고 싶었다는 말의 진짜 뜻을.


“이계인 전담팀은 전부 스킬을 쓰는 거야?”

“거의 대부분? 그러니 물론 스킬이 기준은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 기수 중에 유지혁 팀장님께서 직접 떨어뜨린 자 중에, 언더커버 요원으로 선발된 건 대리님뿐이었으니까요.”


유 팀장에게는 선택지가 있었다.


‘제가 직접 떨어뜨렸습니다.’


그 선택지 중에 적송에 침투시키기 위한 패 중에 가장 쓸만한 게 나였다는 소리고.

그는, 나를 확신했다.


“아무쪼록 현장은 대리님께서 더 잘 아실 테니, 이번 일 지휘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


그래서 나를 선택하고 차혜정은 그저 팀원으로 뒀다.

만약 내가 가진 스킬이 평범했다면, 내가 그녀의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래.”


진짜 경찰이 되어, 동료를 아끼고, 정을 느끼며, 정의를 실행하는.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선택지의 나.


“잘 부탁한다, 나도.”

“예.”


그게 바로 차혜정이었다.


“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나 역시 차혜정의 어깨를 툭 치며 대합실 내 사무실 쪽 옆문 앞에 섰다.


“가자.”


저녁 9시.

어느덧 선착장엔 딱 차량 넷 정도 들어갈 차도선의 문이 내려와 차량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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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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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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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8 0 11쪽
29 29. 휘몰아치는 (4) 24.08.12 35 0 14쪽
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2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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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큰일 (1) 24.08.06 46 0 11쪽
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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