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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마루] 님의 서재입니다.

용언 쓰는 잠입 경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윤
작품등록일 :
2024.07.17 10:19
최근연재일 :
2024.08.28 19: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590
추천수 :
65
글자수 :
228,931

작성
24.08.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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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 입단(入團) (1)

DUMMY


33. 입단(入團) (1)


이우람의 연락을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 큰일을 겪고서도 이 거리에서 달라진 건 전혀 없는 느낌이었다.

온통 검고, 반대로 또 화려하고, 그래서 회색으로 씁쓸한.


“후우······.”


반장님께서 관리하던 거리는 여전히 똑같았고 수금하러 온 건가 다들 떨기 바빴다.

길거리에서 검은 정장 입고 담배나 피고 있는 성인 남자를 보고 아이들은 눈을 돌렸다.

몹시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었다.


“뭐, 그건 이 일하고부터 언제나 그랬지.”


나는 이우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골목길에 침을 한번 퉤 뱉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당연히 청두파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괜한 시비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지만 왜 우리 구역에 대놓고 청두파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건지.


“야, 여긴 장사가 좀 되세요?”

“생긴 게 꼭 어인 같기는 한데. 어인 알아요 어인? 이번에 우리가 한딱가리 했잖아.”

“형님 말도 마십쇼, 이제 이 거리도 우리가 접수할 건데 미리 겁먹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좋다고 낄낄거리며 ‘서해 폐화물선 폭발 사건’에 대해 자랑하며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아니 사람을 포함한 다양한 이계인 소시민들은 그들을 보고 겁을 먹었다.

특이한 건 나도 저들과 다르지 않아 피했었으면서도 내게 구원의 눈길을 주고 있었단 것이었다.


‘관리······ 인가.’


관리자의 부재를 더러운 것들이 채우고 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 오크들이 먹는 고기는 다른가 한 번 볼까?”

“예! 그러시죠, 형님.”


나는 그들이 들어간 고깃집으로 향했다.

이모네 집은 아닌, 그저 평범한 고깃집이었다.

손님은 나와 청두파 잔챙이 셋뿐.


“그나저나 천 실장인지 뭔지가 없으니까,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돼서 좋습니다, 형님!”

“쓸데없이 인력 동원돼서 갈리는 법도 없구요, 형님!”

“그래, 이제 우리도 안전하게 노는 거야!”


참 보잘것없는 놈들이긴 했는데, 특별히 걸리는 점이 있었다.

청두파의 천 실장이 사라지며 통제가 풀린 놈들을 보스인 박경석은 내버려두고 있다는 점.

그러니 저렇게 미쳐서 다니는 놈들도 많아지고, 왜인지 경찰은 아무런 제제도 하지 않고 지나간다는 점이 걸렸다.


‘역시, 커넥션이 있는 건가······.’


“여기! 술이나 좀 가져와 보든가?”

“예,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알아서 좀 가져와라 좀!”


그런데 저들은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돈이라도 뜯을 생각인가?

아니면 진짜 밥만 먹고 가려는 건가?

하긴, 난 저런 걸 이해하진 못하지.

그런 건 이우람이 잘하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난 그냥 내가 잘하는 걸 하면 될 뿐이었다.


“하여간 이계인 새끼들, 느려 터져서.”

“저 봐라, 저 털 다 날리면서 고기나 굽고.”

“야, 네가 똑바로 못 구워서 고기 잡내 나면 그대로 여기 장사 접는 거야 알았지?”


이 가게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장은 벌벌 떨며 어쩔지 몰라 술을 꺼내왔다.

술병, 고기 불은 올라갔고, 상대는 셋.

···충분했다.


“거기.”

“응?”

“같은 인간이 듣기에도 거북해서 밥이 안 넘어가네.”


적송의 오크가 잡혀갈 수는 있어도 나는 인간이니까.

셋 정도면 소란이 일어나기 전에 끝낼 수 있다.


‘멘탈은 회복했고, 그 다음은 몸을 풀어야지.’


박경석이 경찰에 출두하기 전까지 급하게 치료한 몸에 피를 돌리고, 몸을 풀기로는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너희들도 긴가민가했을 거야. 분명 적송 쪽은 아닌데, 왜 인간 하나가 이 거리에서 가오잡고 있나.”

“뭐, 뭐래 미친놈이! 딱히 그런 건 아니거든!”


그렇게 청두파 양아치 하나가 술병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술병, 고기 불은 올라갔고, 상대는 셋.

아니, 이제 둘······!


“흡!”


나는 술병을 피한 뒤 그대로 내게 달려드는 놈을 내가 있던 자리 불판에 지졌다.


“사장님, 잠깐 나가 있어요.”


몸을 푸는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퍽-! 퍽-! 퍽-!


우당탕하는 소리가 끝나고 사장이 눈치를 보며 문을 열었다.

나는 술을 마시다 사장이 들어오는 걸 보고 지갑을 꺼냈다.


“아, 이건 제가 마신 거니까······.”

“아이고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나가셔도 괜찮습니다!”


사장은 내게 연신 인사를 건넸다.

나를 반장 쪽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경찰이기도 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띠리링-


때맞춰 전화가 왔다.

이우람이었다.


“야, 부장님이 네 말대로 부르신다.”

“어디로?”

“그때 그 삼거리에 있는 으리으리한 집.”


#


“청두파는 경찰이 봐주고 있는 정황이 있으니 쉽게 풀려날 거고. 우리 적송은 크게 나설 수 없을 테니, 다가올 날을 대비해 병력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

“다가올 날이요?”

“네가 보내 준 정보대로, 박경석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 날 말이야.”


오랜만에 만난 임해찬 부장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거리에 청두파 쓰레기가 넘쳐나면 경찰은 커넥션 때문에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적송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소동이 일어나면, 좋든 싫든 적송의 오크들은 잡혀 들어간다.


모두 이계인의 잘못이 되는 것이다

지금 이 거리는 ‘이계인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극에 다다랐으니까.


그는 그가 잘하는 대로 술도 따르지 않고 내게 물었다.


“청두파 보스 박경석이 출두하는 날짜는 얻은 게 없나?”

“예.”

“정보의 출처는?”


나는 미리 생각했던 그대로 답했다.


“경찰 쪽에 유지혁 팀장이라고 있습니다.”

“유지혁?”

“예전에 제가 경찰 시험 봤던 거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절 떨어뜨린 놈인데 이번에 청두파랑 엮이다가 다시 만났습니다.”

“만나서?”

“담갔습니다. 몇 달은 누워 있게끔.”


차혜정과 미리 말을 맞춘 내용이었다.

어차피 유 팀장은 근신 중이라 돌아다닐 수 없으니 그를 이용해 이 정보를 얻었다고 하자는 거였다.


“하지만 그건 믿기 어려운데?”


역시, 임해찬 부장은 보통이 아니다.

유 팀장에게 정보를 얻었다는 건 유 팀장을 담그지 않고 그의 끄나풀이어도 가능하다는 뜻이니까.


“이거면 믿으실 겁니다.”


그리고 난, 유 팀장이 큰일이 있기 전에 나를 위해 준비했던 ‘선물’을 꺼냈다.


“그 새끼가 조사하고 있던 적송 내부 자료입니다.”


유 팀장은 큰일이 있기 전에 날 반드시 적송 본사로 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이게 바로 그 방법이었다.

그는 만약 내가 큰일을 성공적으로 막는다면 경찰 내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적송의 정보를 넘기는 것으로 자신을 내가 친 것으로 꾸미려고 했다.


“이건 확실히······ 아니, 너는 유지혁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지?”


의심을 돌리는 건 성공했다.

그렇게 내가 끄나풀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질 때 여기서, 쐐기를 박는다.


“천 실장이란 놈이 뒤지기 전에 말했습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선 경찰과 박경석만 알고 있는 이 정보를 천 실장쯤은 되어야 신뢰가 가겠지.


“그날 화물선에 있었단 말이야?”

“아마 반장님도 이우람도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날, 그 둘을 무사히 탈출하게 한 건 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천 실장이 죽는 모습을 본 건 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


그러니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려면 행방불명된 적송의 큰형님이 있어야 했으니까.

내가 굳이 천 실장의 이름을 들먹인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청두파 말단 간부라는 놈 셋도 제가 처리했고, 2인자인 천 실장도 제가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믿지 못하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이우람이 말하길, 임해찬 부장은 그날 화물선에서 이우람 본인이 반장과 다른 오크들을 옮겼다고 했을 때 믿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다만 다른 경우의 수가 없으니 더 묻지 못한 것뿐이겠지.

그걸 내가 까발린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내 신뢰를 구축한다.


“저는 청두파 놈들을 쓸어버릴 거고. 이제 딱 한 놈 남았습니다.”


자, 믿어라.

내가 그냥 개인적인 원한에 미쳐서 청두파를 물어뜯고 있다고 믿어.


“···일리가 있군.”


임해찬 부장은 술을 따라 내게 건넸다.

아무쪼록 이번은 믿고 넘어가겠단 뜻이었다.


“이우람에게 듣기론 청두파 혈석 실험에 관한 적송 내 정보를 요청했다더군?”

“그 실험을 파내다 보면 결국 박경석이나 그걸 돕고 앉아 있는 경찰 놈들이나 한 번에 치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건 사실이다. 차혜정이 그대로 하고 있는 일이었으니까.


“우리 쪽 정보는 넘겨주지.”


임해찬 부장은 익숙하게 상 밑에 있던 서류를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그걸 받고, 이번 일을 통해 반장님을 풀어주기를 요청하려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뒷공작에는 정통이 난 임해찬이 더 빨랐다.


“내가 이걸 넘겨 주고, 네가 박경석을 처리하면 넌 내게 서승범 과장을 풀어달라고 하겠지? 너희 반장을?”

“마, 맞습니다.”


순간, 갑자기 수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내가 쳐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마치 이 고급진 식당에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수를 미리 짜둔 느낌이랄까.


“박경석을 치기 전에도, 반장을 풀어줄 수 있도록 돕겠다. 대신에 네가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야.”


임해찬은 서류봉투에 눈길을 줬고, 나는 봉투 안에 있던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게 뭡니까?”


스스슥-


거기엔 청두파 혈석 실험에 관련된 적송 내부 정보와 함께.

적송이 파악하고 있던 ‘큰형님’의 소재가 있었다.


“과거, 우리가 혈석 실험에 관해 파고 있을 당시 청두파와 엮였던 현장이다.”

“현장? 그게 무슨······.”

“삼해의 폐화물선이 무너졌다. 거기서 정산 사장님의 소재는 끝내 파악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곳을 청두파와 연류된 경찰이 훑었고 정산 사장님을 발견했다면, 거기로 데려갔을 거야.”


나는 침을 삼켰다.

정산이, 그 적송의 큰형님이 아직 살아있다?


“청두파 쪽에서 우리 쪽에 거래를 요청했으니, 사장님은 아직 살아계실 거다. 우리는 사장님을 거래 전에 몰래 빼 올 생각이고.”

“거래요?”

“그래. 큰형님을 돌려주는 대신, 네가 말했던 것처럼 박경석은 경찰에 출두할 생각이고, 그때 적송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조건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즉, 청두파가 인간의 편이 되어 풀려날 때 오크들의 조직인 적송은 비난의 대상이 되어 자연스레 사라지게 둔다는 뜻이었다.


“우린 반드시 큰형님을 되찾아야 한다. 나는 본사 내부의 일 때문에 따로 인원을 투입하기 어려워. 대규모가 아닌 정예, 그것도 혼자가 가장 좋은 일이다. 적송의 존폐가, 지금 너 하나에 달렸단 뜻이지.”


왜인지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마치 큰형님인 정산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적송은 끝장날 것이란 결론을 미리 세운 것처럼.


“이 일만 잘 끝내면 적송으로의 입단 역시······.”

“···하겠습니다.”

“음?”


하지만 그딴 건 아무 상관 없다.


“제가 구하겠습니다.”


내가 그날 스킬을 쓴 걸 알고 있는 정산이 살아있다면.

내 손으로 끝장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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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삼거리 전쟁 (4) 24.08.27 8 0 11쪽
43 43. 삼거리 전쟁 (3) 24.08.26 11 0 11쪽
42 42. 삼거리 전쟁 (2) 24.08.25 13 0 11쪽
41 41. 삼거리 전쟁 (1) 24.08.24 15 0 11쪽
40 40. 입단(入團) (8) 24.08.23 17 0 11쪽
39 39. 입단(入團) (7) 24.08.22 23 0 11쪽
38 38. 입단(入團) (6) 24.08.21 21 0 11쪽
37 37. 입단(入團) (5) 24.08.20 22 0 11쪽
36 36. 입단(入團) (4) 24.08.19 25 0 11쪽
35 35. 입단(入團) (2) 24.08.18 23 0 11쪽
34 34. 입단(入團) (2) 24.08.17 27 0 11쪽
» 33. 입단(入團) (1) 24.08.16 31 0 11쪽
32 32. 양쪽에 걸친 24.08.15 39 0 11쪽
31 31. 전쟁의 서막 24.08.14 39 0 11쪽
30 30. 휘몰아치는 (5) 24.08.13 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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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휘몰아치는 (3) 24.08.11 37 0 12쪽
27 27. 휘몰아치는 (2) 24.08.10 37 0 11쪽
26 26. 휘몰아치는 (1) 24.08.09 41 1 11쪽
25 25. 큰일 (3) 24.08.08 41 0 11쪽
24 24. 큰일 (2) 24.08.07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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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혈석 (7) 24.08.05 47 0 12쪽
21 21. 혈석 (6) 24.08.04 56 0 11쪽
20 20. 혈석 (5) 24.08.03 5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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