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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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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152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11.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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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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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7쪽

[외전] 세월 16

DUMMY

형을 해치고, 제 아버지의 의지를 거스르면서까지 올라간 국왕의 자리에서, 내 아들이 행복해 하리라고 전 생각할 수 없어요. 아시나요, 아버지? 내 아들의 이름 앞에, 제 혈육을 해하면서 국왕이 된 자, 라는 수치스런 별명 따윈 붙여주고 싶지 않은 이 심정을, 어미로서의 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그래요. 어쩌면 제가 아직도 세상을 모르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르지요.

나를 돌아봐주지 않는 그 사람을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바보같은 여인이라 그런 지도 몰라요.


하지만 들어주세요. 제 바람은 그저, 내 아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랍니다. 그저 그 뿐이에요. 아시겠어요?


"내가 단지 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너를 희생시켰노라 생각하느냐? 내 딸을 왕비로 만들어 내 자신이 국왕의 장인, 왕실 외척이라는 권세를 탐하여 너를 입궁시키고 네게 아들을 낳으라 강요했는 줄 아느냐. "


한참의 침묵 끝에 터져나온 아버지의 대꾸가 너무나 뜻밖이었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아버지를 올려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무슨 심경으로 입궁하였는지, 내 모를 것이라 생각했더냐. "


숨이 막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 번도, 속내를 드러냈다 생각한 적 없었는데.


"만일, 네가 원하지 않았다면. 나는 폐하의 뜻이 아무리 강경하다고 하여도, 내 결정이 세레즈와 왕실에 대한 불충이 된다 하여도, 아니 세레즈 전역을 적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널 입궁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


나는 단 한 번도 당신께 내 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는데.


"............그래. 폐하를 향한 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절실히 전해져 와서, 내 그간 부러 모른 척을 하고 있었느니라. "


아버지께서는 다 아시고 있군요.


야속한 내 사랑이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돌아봐주지 아니하였던 내 마음을

아버지께서는 말 한 마디 없이도, 이미 아시고 있었어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귀중한 너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하게 생각해 온 너를. 행여나 네 마음 속에 작은 티끌 하나 생길까 두려워하며 애지중지 키워온 내 하나 뿐인 딸을 돌아봐주지 않는 국왕의 비로 보내면서, 내 어찌 내 자신의 향락과 권세를 생각할 수가 있겠느냐. 바로 내 앞에서 네가 눈물짓고 있는데. "


제가 제 감정을 속이며 울고 있을 때, 아버지 역시도 눈물 짓고 있었노라 하시는 것인가요. 그런 것인가요?


"많이 생각하였다. 아니, 단 한 시간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내 어찌하는 것이 네게 좋을까. 내 어떻게 해야 네가 조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폐하의 행동에 분노하고, 외롭고 고달픈 왕궁을 선택한 너를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나는 그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느니라. 행여나 내 무책임한 울분이 너를 해할까 두려웠기에. "


분명히 눈물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젖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줄리에트. 네 지금 내게, 그 여자가 낳은 아이를, 네 아들 안타미젤과 똑같이 생각하노라 하였느냐? 그가 왕실의 적장자라고, 폐하의 장자이며 안타미젤의 형이라고, 그러니 그쪽이 우선이라고 말했느냐? 그게 네 소망이고 바람이라고? "


언성을 높이긴 커녕, 석고상 같은 얼굴은 일말의 흐트러짐조차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 일인지 그의 목소리가 울음소리 마냥 통렬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애써 억누르고 있을 것이 분명한 그 담담함이, 도리어 내 가슴을 먹먹하게 짓눌러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나는 서글프게 가라앉은 아버지의 눈빛 앞에서 단 한 마디도 꺼낼 수가 없었다.


"네 후궁에 머물고 있어도 들려오는 소리가 있는 법이라 하였지. ......그렇다면 네가 폐하를 위하여 나를 설득하고자 하는 이 순간, 도성 한 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역시도 안다 하려느냐? "


지금 내 귓가에 다가오는 말의 의미를 머리로 이해하기도 전에, 아버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지금 수도에는 새로운 파동이 일고 있다. 일찌기 해군통수부를 위시로 한 군부 세력의 일부가 이반되었고, 빌레니스 대공을 비롯한 중북부의 영주들과 왕실 처족의 일부, 그리고 신전 세력의 일부가 분열되어 너와 안타미젤, 그리고 폰다 가를 주시하고 있어. 내 아직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무슨 뜻이지요, 그것이.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그것이 무엇을 함의하는지 네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누가 있는지 역시도. "


지금......


리온이, 국왕 폐하가 나와 안타미젤을 의식하고 있다고 하는 것인가.


내가 내 아들을 왕태자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아직 핏덩이에 불과한 이 어린 애가 제 형을 해치고 차기 국왕위를 노리고 있노라고, 정말로 그리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내 아들이기 이전에, 당신의 피를 이었기에 내겐 단 한 시도 사랑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던 안타미젤을. 당신의 눈빛을 닮았기에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만큼 귀중한 보배였던 이 어린 아이를.


당신은 그저 제 형의 자리와 권리를 위협하는 방해물로밖에 보지 않는 것인가.


아버지의 말이 던진 최초의 충격이 절망보다 더한 슬픔으로 변하여 내 전신을 내리 누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래서 오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이 아이의 탄생을 기뻐해주지 않고, 축하해주지 않고, 냉혹하게 외면했던 거였어?


"로제스티나 레 부르셀, 보통이 아닌 계집이다. 하긴 외양만으로 이 나라의 왕비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었을 터인데, 내 너무 가볍게 보았던 게야. 그것이 내 실수였느니라. 하지만, "


머릿속이 하얗게 퇴색되어 간다. 뒤에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내 더 이상 그 여자가 네 자리에 올라 앉아 안타미젤과 폰다 가를 위협하는 것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


꺼끌꺼끌하니 내 귓가를 맴돌고 있는 아버지의 말이 함의하고 있는 바를 머릿속으로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나는 그저 멍하니 아버지를 올려다 보았다. 아버지는 그런 내 반응을 오인한 모양인지 내 손을 가만히 붙잡은 채, 염려 말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조용히 덧붙였다.


"너는 그저 지켜 보고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내 다 알아서 할 터이니. "


작가의말

몸살이 심해서 주말에 좀 쉬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감기가 좀처럼 안 낫네요.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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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외전] 청혼 그 이후 - 실연 上 20.02.07 131 4 7쪽
269 [외전] 청혼 이후 下 20.02.05 136 4 8쪽
268 [외전] 청혼 이후 上 - 미드프레드의 이야기 20.02.03 125 2 7쪽
267 [외전] 청혼 下 20.02.01 97 4 7쪽
266 [외전] 청혼 中 20.01.31 122 3 7쪽
265 [외전] 청혼 上 - 브라우웰&미드프레드 이야기 20.01.30 127 4 7쪽
264 39장 이삭줍기 7화 악우 20.01.29 141 5 8쪽
263 39장 이삭줍기 6화 베케이노의 기다림 20.01.28 126 5 8쪽
262 39장 이삭줍기 5화 자금의 출처 20.01.27 119 4 11쪽
261 39장 이삭줍기 4화 희소식 20.01.24 123 4 7쪽
260 39장 이삭줍기 3화 다시, 시작 20.01.23 130 3 8쪽
259 39장 이삭줍기 2화 태자가 던져놓은 포석 20.01.22 133 3 7쪽
258 39장 이삭줍기 1화 귀환 20.01.21 126 4 7쪽
257 38장 적의 적 7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下 20.01.20 130 5 8쪽
256 38장 적의 적 6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上 20.01.18 135 5 8쪽
255 38장 적의 적 5화 전쟁이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20.01.17 135 7 8쪽
254 38장 적의 적 4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2 20.01.16 142 6 10쪽
253 38장 적의 적 3화 아직은 버릴 수 없는 패 +2 20.01.15 130 6 8쪽
252 38장 적의 적 2화 공짜가 아닌 성의 20.01.14 119 7 7쪽
251 38장 적의 적 1화 늦은 선물 20.01.13 129 5 8쪽
250 37장 붉은 바람 6화 옥좌란 20.01.11 137 6 9쪽
249 37장 붉은 바람 5화 대관식 직전, 흉몽 20.01.10 114 5 8쪽
248 37장 붉은 바람 4화 뿌리는 자, 거두는 자(회차변동) 20.01.09 129 5 8쪽
247 37장 붉은 바람 3화 왕자의 관용 20.01.08 149 7 10쪽
246 37장 붉은 바람 2화 잠 못 이루는 밤 20.01.07 181 8 8쪽
245 <제3부 다이레비드 공방전> 37장 붉은 바람 1화 기만책 20.01.06 134 6 8쪽
244 [외전] 세월 28 (끝) 20.01.04 130 5 10쪽
243 [외전] 세월 27 20.01.03 103 4 9쪽
242 [외전] 세월 26 20.01.02 104 5 9쪽
241 [외전] 세월 25 19.12.28 97 3 8쪽
240 [외전] 세월 24 19.12.20 101 4 8쪽
239 [외전] 세월 23 19.12.18 100 5 7쪽
238 [외전] 세월 22 19.12.17 105 4 9쪽
237 [외전] 세월 21 19.12.13 113 5 7쪽
236 [외전] 세월 20 19.12.11 104 5 7쪽
235 [외전] 세월 19 19.12.09 112 6 9쪽
234 [외전] 세월 18 19.12.06 110 6 8쪽
233 [외전] 세월 17 19.12.03 128 5 7쪽
» [외전] 세월 16 19.11.30 114 5 7쪽
231 [외전] 세월 15 19.11.29 123 4 7쪽
230 [외전] 세월 14 19.11.28 118 4 8쪽
229 [외전] 세월 13 +2 19.11.27 114 4 9쪽
228 [외전] 세월 12 19.11.26 120 5 7쪽
227 [외전] 세월 11 19.11.25 123 5 11쪽
226 [외전] 세월 10 19.11.23 127 5 9쪽
225 [외전] 세월 9 19.11.22 114 5 7쪽
224 [외전] 세월 8 19.11.21 115 5 7쪽
223 [외전] 세월 7 19.11.20 124 4 7쪽
222 [외전] 세월 6 19.11.19 126 5 9쪽
221 [외전] 세월 5 19.11.18 140 5 12쪽
220 [외전] 세월 4 19.11.16 155 5 7쪽
219 [외전] 세월 3 19.11.15 152 5 12쪽
218 [외전] 세월 2 19.11.14 170 5 11쪽
217 [외전] 세월 1 -세느비엔느 여왕의 외전 19.11.13 197 6 15쪽
216 36장 선전포고 6화 무혈입성(2부 完) +2 19.11.12 235 7 11쪽
215 36장 선전포고 5화 백성들의 왕 19.11.11 178 8 9쪽
214 36장 선전포고 4화 태자의 대의 19.11.09 194 9 7쪽
213 36장 선전포고 3화 로크라테군의 대응 19.11.08 173 7 7쪽
212 36장 선전포고 2화 전서 19.11.07 192 7 9쪽
211 36장 선전포고 1화 항복 +2 19.11.06 183 8 8쪽
210 35장 붉은 숲 전투 6화 투항 권유 19.11.05 194 7 7쪽
209 35장 붉은 숲 전투 5화 공세 19.11.04 184 7 8쪽
208 35장 붉은 숲 전투 4화 매복 19.11.02 197 6 9쪽
207 35장 붉은 숲 전투 3화 유인 19.11.01 187 6 7쪽
206 35장 붉은 숲 전투 2장 작전과 신뢰 +2 19.10.30 206 8 8쪽
205 35장 붉은 숲 전투 1화 괴물용병 19.10.28 164 6 9쪽
204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6화 첸트로빌 공성군 19.10.25 195 5 10쪽
203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5화 전투 준비 19.10.23 312 5 8쪽
202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19.10.21 202 7 7쪽
201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3화 관점의 차이 19.10.18 180 7 7쪽
200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2화 백의종군 +4 19.10.16 204 7 9쪽
199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1화 아크레이드의 입장 19.10.14 183 7 9쪽
198 33장 흑운의 그림자 6화 급변하는 정세 19.10.11 187 8 8쪽
197 33장 흑운의 그림자 5화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 19.10.09 195 6 9쪽
196 33장 흑운의 그림자 4화 유훈 19.10.07 205 6 9쪽
195 33장 흑운의 그림자 3화 음독 19.10.04 202 7 8쪽
194 33장 흑운의 그림자 2화 번뇌 어린 선택 19.10.02 215 6 7쪽
193 33장 흑운의 그림자 1화 짬짜미 19.10.01 202 8 9쪽
192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8화 줄다리기 하 19.09.30 187 7 9쪽
191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7화 줄다리기 上 19.09.30 183 8 7쪽
190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6화 휘장 너머의 소녀 19.09.28 222 8 9쪽
189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5화 은밀한 초대 19.09.27 219 8 8쪽
188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4화 아비와 딸 19.09.26 206 8 12쪽
187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3화 커런스의 입장 19.09.25 189 8 9쪽
186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2화 공주의 선언 19.09.24 200 8 9쪽
185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1화 공주의 결단 19.09.23 244 8 7쪽
184 31장 풍운재자 6화 승부수 19.09.21 226 7 9쪽
183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2 19.09.20 234 8 7쪽
182 31장 풍운재자 4화 싸움준비 19.09.19 287 8 7쪽
181 31장 풍운재자 3화 해적이 된 초원의 아이 +2 19.09.18 245 8 11쪽
180 31장 풍운재자 2화 이이제이의 계책 +4 19.09.17 245 12 8쪽
179 31장 풍운재자 1화 혁자생존 +2 19.09.16 280 10 9쪽
178 30장 흐르는 별 7화 거절할 수 없는 청 +2 19.09.12 251 9 13쪽
177 30장 흐르는 별 6화 원유회 19.09.11 247 11 8쪽
176 30장 흐르는 별 5화 이면의 계책 +2 19.09.10 228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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