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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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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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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762

작성
19.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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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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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7쪽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DUMMY

5. 아체프렌의 특사







데니아크는 끝을 모르게 길게 뻗어 내린 붉은 융단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 자신의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왕좌를 잠시 바라보았다.


스치듯이 시야 속으로 들어온 선홍색 융단은 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아 밟아 서기가 민망해질 정도다. 눈이 부실 만큼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 또렷한 빛을 드리운 융단이 드넓은 공간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그 좌우로는 주눅이 들만큼 많은 수의 커런스의 조정 대신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늘어서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데니아크는 짧게 숨을 들이켠 다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져 내리는 수십여 개의 눈빛을 의식하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는 융단 위로 한 걸음 내디뎠다.


비록 데니아크 자신이 아체프렌의 특사(特使)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더라도 아직 국왕위에 오르지도 못한 일개 왕자 한 명이 보내온 사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확실히 지나칠 정도로 웅장하고 공식적인 접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뮤켄에게 출발 준비를 갖추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만 해도 세레즈 내부에서만 분분하던 아체프렌 왕자에 대한 소문이 어느 사이엔가 이곳 커런스로까지 퍼져나간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자의 사절을 이렇듯 정중하게 맞이할 리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달리 말해 이들이 현재 세레즈가 내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체프렌의 사절을 흡사 태자 자신이 방문해 온 것에 준하여 영접하는 것은, 세레즈가 처해있는 그 미묘한 정치적인 알력과 그것이 차후 국제적인 관계에 미칠 영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세레즈의 분열이 주는 파급 효과는 물론 지금 당장은 명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커런스 국내외에 작용하고 있는 세레즈의 정치 경제적인 영향력만 감안하더라도, 그것이 작금의 커런스 내부 상황 못지않게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은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다. 아체프렌과 안타미젤, 이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명시적이라 할 만큼 세레즈의 권력이 또렷하게 집중되지 아니한 현시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은, 그 누구보다도 커런스의 국왕 유스티안 Ⅶ세 본인이 잘 인지하고 있을 터였다.


왕의 직계 자식이 그리 많지 않은 세레즈나 코네세타와는 달리, 그는 권력에 대한 정확한 균형감각 하나만으로 수십여 명의 형제자매를 물리치고 선대왕의 삼남이라는 위치에서 국왕의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 자신을 두고 팔백여 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커런스의 역대 국왕 중에서 가장 개성과 생기가 없는 인물이라고 조롱 섞인 비난을 하는 축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커런스에 온 것을 환영하오.”


데니아크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커런스의 국왕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운을 떼어냈다.


“분에 넘치는 환대에 진심으로 감읍하나이다. 마유엘 레 데니아크, 아국(我國)의 국왕 폐하를 대신하여 커런스의 국왕 폐하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데니아크의 대답에 유스티안 Ⅶ세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되물어왔다.


“그대는 아체프렌 왕자의 칙사라고 전해 들었소만.”


데니아크는 여유 있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꾸했다.


“예, 폐하. 소인 역시 주군이신 아체프렌 듀피겔드 벤 세레즈, 세레즈의 35대 국왕 폐하의 어명을 받자와 커런스의 국왕 폐하를 뵈러 왔음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나이다.”


준비해 왔던 대답을 마치자, 일순 홀 안이 작게 술렁거렸다. 당황스러울 테지. 다소 느긋한 생각을 하며 데니아크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비록 34대 국왕 카르세오 Ⅴ세가 서거한 이래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레즈에서 공식적으로 왕위 계승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지만, 암묵적으로나마 세느비엔느를 세레즈 35대 국왕으로 승인하여 세레즈와 커런스 양국 간에 국교를 지속시켜 왔으니, 저들이 아체프렌을 국왕으로 지칭하는 자신의 발언에 당혹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술렁거림은 국왕의 낮은 헛기침 소리로 이내 수그러들었다.


“그래, 하여간 아체프렌 왕자가 그대를 여기까지 파견한 연유가 무엇인가?”


애써 데니아크의 발언을 못 들은 척하며 유스티안 Ⅶ세가 말을 꺼냈지만, 그의 얼굴에서도 어쩔 수 없는 동요가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데니아크는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당장 세느비엔느의 손을 놓기는 어려울 테지. 아직으로서는 양측의 전력 탐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니 말이야. ’


그리 생각하며 데니아크는 얄미울 정도로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씀을 올리기에 앞서 아국의 국왕 폐하께서 친히 내리신 교지를 읽겠습니다.”


처음에야 실수인가 했었으나, 벌써 이것으로 세 번이나 아체프렌을 세레즈로 국왕이라 지칭했다.


이제 더 이상 실수라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신 접대용으로 쓰이는 아마다스의 홀 안에 모여 있던 커런스의 대신들은 아직까지도 처음 느낀 그 당혹감을 지울 수 없었다.


세느비엔느 Ⅰ세가 현재 세레즈의 집권자라는 것은, 지금 세레즈의 도성인 다이레비드를 그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큼이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객관적인 정황이야 두말 할 나위도 없을 뿐더러, 설령 요 근래 들어 조심스럽게 퍼지기 시작한 그 소문 그대로 아체프렌이 살아있어 세레즈 어딘가에서 왕위 계승 문제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손 쳐도, 아직은 기존 정권에 대한 선전포고는커녕 스스로의 귀환에 대한 공식적인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은 실정이다.


대관절 생존 여부조차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국왕이 세상 어디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데니아크 역시 홀에 흐르고 있는 커런스 대신들의 동요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쉽게 승부를 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손놀림으로 자신이 가져온 기나긴 교지를 펼쳐 들었다.


그러자 홀 한편에 대기하고 있던 커런스 궁내부 소속의 의전관(儀典官) 둘이 빠르게 다가와 교지를 읽기 쉽도록 받쳐 들었다.


“지고하시고 위대하시며 준엄하시고 현명하시며 지극히 존귀하신 세레즈 35대 국왕 폐하의 찬연(燦然)한 위명을 받자와 본 교지를 작성하는 바이다.”


데니아크는 한 걸음 물러서서 뒷짐을 진 채 낭랑한 목소리로 그것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중간에 한장면 누락되었는데 컨디션 난조로 완성을 못시키는 바람에 주중에 써서 31장 4화 밑에 첨부로 올리거나, 아니면 연참대전 후 회차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꾸준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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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외전] 청혼 이후 上 - 미드프레드의 이야기 20.02.03 126 2 7쪽
267 [외전] 청혼 下 20.02.01 97 4 7쪽
266 [외전] 청혼 中 20.01.31 122 3 7쪽
265 [외전] 청혼 上 - 브라우웰&미드프레드 이야기 20.01.30 129 4 7쪽
264 39장 이삭줍기 7화 악우 20.01.29 142 5 8쪽
263 39장 이삭줍기 6화 베케이노의 기다림 20.01.28 126 5 8쪽
262 39장 이삭줍기 5화 자금의 출처 20.01.27 120 4 11쪽
261 39장 이삭줍기 4화 희소식 20.01.24 127 4 7쪽
260 39장 이삭줍기 3화 다시, 시작 20.01.23 131 3 8쪽
259 39장 이삭줍기 2화 태자가 던져놓은 포석 20.01.22 133 3 7쪽
258 39장 이삭줍기 1화 귀환 20.01.21 126 4 7쪽
257 38장 적의 적 7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下 20.01.20 130 5 8쪽
256 38장 적의 적 6화 적의 적을 사용하는 법 上 20.01.18 135 5 8쪽
255 38장 적의 적 5화 전쟁이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20.01.17 135 7 8쪽
254 38장 적의 적 4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 +2 20.01.16 142 6 10쪽
253 38장 적의 적 3화 아직은 버릴 수 없는 패 +2 20.01.15 130 6 8쪽
252 38장 적의 적 2화 공짜가 아닌 성의 20.01.14 119 7 7쪽
251 38장 적의 적 1화 늦은 선물 20.01.13 130 5 8쪽
250 37장 붉은 바람 6화 옥좌란 20.01.11 137 6 9쪽
249 37장 붉은 바람 5화 대관식 직전, 흉몽 20.01.10 114 5 8쪽
248 37장 붉은 바람 4화 뿌리는 자, 거두는 자(회차변동) 20.01.09 130 5 8쪽
247 37장 붉은 바람 3화 왕자의 관용 20.01.08 149 7 10쪽
246 37장 붉은 바람 2화 잠 못 이루는 밤 20.01.07 183 8 8쪽
245 <제3부 다이레비드 공방전> 37장 붉은 바람 1화 기만책 20.01.06 136 6 8쪽
244 [외전] 세월 28 (끝) 20.01.04 130 5 10쪽
243 [외전] 세월 27 20.01.03 103 4 9쪽
242 [외전] 세월 26 20.01.02 104 5 9쪽
241 [외전] 세월 25 19.12.28 97 3 8쪽
240 [외전] 세월 24 19.12.20 101 4 8쪽
239 [외전] 세월 23 19.12.18 101 5 7쪽
238 [외전] 세월 22 19.12.17 105 4 9쪽
237 [외전] 세월 21 19.12.13 114 5 7쪽
236 [외전] 세월 20 19.12.11 104 5 7쪽
235 [외전] 세월 19 19.12.09 11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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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외전] 세월 6 19.11.19 127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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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외전] 세월 4 19.11.16 156 5 7쪽
219 [외전] 세월 3 19.11.15 152 5 12쪽
218 [외전] 세월 2 19.11.14 170 5 11쪽
217 [외전] 세월 1 -세느비엔느 여왕의 외전 19.11.13 198 6 15쪽
216 36장 선전포고 6화 무혈입성(2부 完) +2 19.11.12 235 7 11쪽
215 36장 선전포고 5화 백성들의 왕 19.11.11 179 8 9쪽
214 36장 선전포고 4화 태자의 대의 19.11.09 195 9 7쪽
213 36장 선전포고 3화 로크라테군의 대응 19.11.08 174 7 7쪽
212 36장 선전포고 2화 전서 19.11.07 194 7 9쪽
211 36장 선전포고 1화 항복 +2 19.11.06 185 8 8쪽
210 35장 붉은 숲 전투 6화 투항 권유 19.11.05 195 7 7쪽
209 35장 붉은 숲 전투 5화 공세 19.11.04 187 7 8쪽
208 35장 붉은 숲 전투 4화 매복 19.11.02 197 6 9쪽
207 35장 붉은 숲 전투 3화 유인 19.11.01 189 6 7쪽
206 35장 붉은 숲 전투 2장 작전과 신뢰 +2 19.10.30 208 8 8쪽
205 35장 붉은 숲 전투 1화 괴물용병 19.10.28 164 6 9쪽
204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6화 첸트로빌 공성군 19.10.25 197 5 10쪽
203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5화 전투 준비 19.10.23 312 5 8쪽
202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4화 요란한 출병 19.10.21 202 7 7쪽
201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3화 관점의 차이 19.10.18 181 7 7쪽
200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2화 백의종군 +4 19.10.16 205 7 9쪽
199 34장 여름 해질녘 향기 1화 아크레이드의 입장 19.10.14 183 7 9쪽
198 33장 흑운의 그림자 6화 급변하는 정세 19.10.11 188 8 8쪽
197 33장 흑운의 그림자 5화 미드프레드와 메이샤드 19.10.09 197 6 9쪽
196 33장 흑운의 그림자 4화 유훈 19.10.07 208 6 9쪽
195 33장 흑운의 그림자 3화 음독 19.10.04 203 7 8쪽
194 33장 흑운의 그림자 2화 번뇌 어린 선택 19.10.02 215 6 7쪽
193 33장 흑운의 그림자 1화 짬짜미 19.10.01 204 8 9쪽
192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8화 줄다리기 하 19.09.30 189 7 9쪽
191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7화 줄다리기 上 19.09.30 185 8 7쪽
190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6화 휘장 너머의 소녀 19.09.28 224 8 9쪽
189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5화 은밀한 초대 19.09.27 219 8 8쪽
188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4화 아비와 딸 19.09.26 208 8 12쪽
187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3화 커런스의 입장 19.09.25 190 8 9쪽
186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2화 공주의 선언 19.09.24 204 8 9쪽
185 32장 보이지 않는 싸움 1화 공주의 결단 19.09.23 246 8 7쪽
184 31장 풍운재자 6화 승부수 19.09.21 227 7 9쪽
» 31장 풍운재자 5화 태자의 특사 +2 19.09.20 236 8 7쪽
182 31장 풍운재자 4화 싸움준비 19.09.19 288 8 7쪽
181 31장 풍운재자 3화 해적이 된 초원의 아이 +2 19.09.18 246 8 11쪽
180 31장 풍운재자 2화 이이제이의 계책 +4 19.09.17 247 12 8쪽
179 31장 풍운재자 1화 혁자생존 +2 19.09.16 282 10 9쪽
178 30장 흐르는 별 7화 거절할 수 없는 청 +2 19.09.12 254 9 13쪽
177 30장 흐르는 별 6화 원유회 19.09.11 248 11 8쪽
176 30장 흐르는 별 5화 이면의 계책 +2 19.09.10 230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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