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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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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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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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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5.2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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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2쪽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5)

DUMMY

1:1 상황이기에 서로가 신중한 두 선수가 치열하게 경기가 길게 이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3세트 경기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고 말았다. 잉카제국 맵에서 벌어진 3세트 경기에서 히데요시는 마음을 다잡고 경기를 시작했다.


“그래! 3인용 맵이니만큼 이젠 충분히 준비하면 막을 수 있어! 막자! 쉽게 뚫리지 않는 나를 다시 보여주겠어!”


문제는 히데요시가 그런 생각을 먹은 것 자체가 원재의 계산에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뿐만아니라 원재는 그런 히데요시의 상태를 눈으로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재의 ‘제 3의 눈’은 부스 하나정도의 거리를 두고 그 공간에 투명한 눈을 띄운 것처럼 부근을 볼 수 있다는 것. 그 말은 게임화면만이 아니라 히데요시의 상태도 볼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히데요시가 한 혼잣말이고 서로의 자리가 거리가 있는데다가 언어가 다르니 원재가 히데요시의 작은 혼잣말을 들었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히데요시의 화면과 히데요시의 표정을 보는 것 만으로도 원재는 히데요시의 빌드의 진행이 어찌될지, 어떤 마음으로 빌드를 올리는지는 뻔히 알 수 있었다.


잉카제국은 사냥꾼 맵보다 더 거리가 있는 맵. 히데요시는 원래는 앞마당을 먼저 가져가려 했다. 그런데 혹시나 서원재가 또 소총병 러쉬를 올까봐 연못을 먼저 짓고 앞마당을 간 것이 조금 늦은 멀티가 되는 빌미를 주게 되었다. 그 사이 원재는 어느새 히데요시가 있는 쪽으로 일꾼 정찰을 바로 왔던 것이다. 원서치, 이번에도 한번에 찾아낸 원재였다. 정확히는 히데요시의 빌드를 보고 앞마당을 가려고 하기 조금 더 전에, 일꾼이 미리 히데요시의 앞마당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일꾼으로 보급고를 짓다가 멈추면서 앞마당 멀티를 늦췄다. 히데요시는 당황하면서도 바로 일꾼들을 앞마당으로 보내 보급고가 만들어지던 것을 부수었고, 사냥개 또한 뽑아서 원재의 초반 러쉬에 대비했다.


그런데 정작 원재의 초반 러쉬는 오지 않았다. 원재는 그 때 앞마당을 늦춘 뒤 바로 앞마당 멀티를 뜨고 있었다. 마치 1세트 경기의 상황과도 비슷했다. 원재가 멀티를 완성시켰을 때, 히데요시도 뒤따라서 멀티를 완성시키고 멀티를 돌렸지만 이런 상황은 인간 종족에게 좋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히데요시는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 조금 늦었을 뿐 아니라 원재의 극초반 러쉬를 의식한 나머지 촉수건물을 2개나 지었지만, 원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보이니까.’ 앞마당에서 일꾼을 생산하여 멀티를 활성화 시켜 자원을 모은 뒤에는 막사를 짓고 소총병과 의무병을 우르르 생산해냈다. 히데요시의 사냥개가 일부 정찰을 오기는 했지만 원재가 바이오닉으로 앞마당을 떴다는 것만 보고는 녹아내렸다.


히데요시는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피해를 빨리 주려는 타이밍은 하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빠른 일꾼 견제로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고, 초반 앞마당이 늦은 것을 메꾸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원재의 본진으로 러쉬를 간 히데요시는 방공포대와 소수의 소총병을 마주해야 했다. 얼른 빼기는 했지만 히데요시답지 않는 컨트롤로 인해 일부의 하피를 잃고 말았다. 히데요시가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히데요시가 당황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 왜 소총병이 저것밖에 없지? 막사가 4개나 되는데?


원재는 1세트에서 하려던 5막사 바이오닉 빌드를 조금 줄인 4막사로 소총병과 의무병만 있는 병력을 구성했다. 그리고는 히데요시가 하피를 뽑자마자 방공포대를 예상 침입경로와 본진에 하나씩 지어준 뒤에, 바로 히데요시의 기지를 향해 전 병력을 끌고 나갔다. 히데요시가 본 소수의 소총병은 그저 방금 생산된 일부의 소총병일 뿐이었다. 원재의 주력 병력은 이미 히데요시의 앞마당에 공격을 들어가고 있었고, 평소와 같이 수비에 중점을 둔 병력운용이 아니라 공격을 하기 위해 병력을 밖으로 내돌린 히데요시는 자신의 특기인 단단한 수비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쥐어짠 하피가 공격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수비도 실패한 때에 이미 결과는 나온 것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고 정창환은 정말 독하다는 듯 원재에 대해 평했다.


“저자식, 일부러 1세트 때 썼던 빌드를 썼어. 이길뻔 했던 빌드로 이겨주겠다는 거지.”

“이젠 히데요시가 리그에서 원재형 만날때 오늘이 계속 생각나겠는데요?”

“다른건 몰라도 이젠 예전이랑 틀리게 심리가 복잡하게 될거야. 원래 히데요시가 상대가 무얼 하든 탄탄하게 수비하고 자기 할 것 하고 가는 애 아니었냐. 그런데 원재를 상대로는 이제 그렇게 하기 힘들걸? 저거 진짜...”


창환이 감탄하듯 원재의 러쉬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상황에서 자신을 많이 이겨온 상대에게 세트스코어조차 밀린 상황에서, 그리고 세계대회에서 극초반 일꾼+소총병 러쉬로 흔들고, 다시 썼던 빌드를 또 쓰면서 상대를 흔드는 대담함은 원재의 대단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원재가 쓴 소총병 의무병 러쉬 정도야 누구나 하는 평범한 빌드였고, 원재가 도중에 보여준 컨트롤도 국내의 프로게이머라면 다 하는 정도였다. 그정도로 원재가 특별함을 보여준 것은 없었다. 전투에서는. 하지만 판짜기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승아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지만 이건 많은 경기를 치뤄본 원재의 경험에서 온 빌드였다. 물론 사기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말이지만.


원재는 세계대회에서 한번 실패하면 끝나는 일꾼 러쉬를 이용했다. 그것도 8인용 맵인 사냥꾼 맵에서. 히데요시가 느꼈을 충격은 가히 상상키 힘든 지경. 덕분에 3세트 경기에서는 히데요시는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도 못하고 완전히 경기를 말려서 지고 말았다.


그렇게 8강에 올라갈 선수들이 다 정해졌다. 그날의 경기는 앞서 말했듯이 원재의 경기 뒤에도 지성철과 정창환 등의 경기가 있었지만, 외국인과의 경기라서 그런지 결과는 뻔했다. 그리고 그 경기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원재와 히데요시의 경기의 임팩트는 경기를 본 모두의 뇌리에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그정도로 원재가 더블스톰 대회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특별했다.


***


다음날.

일정대로 8강에 든 선수들 중에서 4강에 들 4명의 선수들을 뽑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1경기는 한광희와 이종현. 한광희의 운은 역시 거기까지였다. 대진운이 좋아서 8강까지 들기는 했지만 애초에 이종현과 한광희는 실력차이가 있었다. 이종현이 나이가 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한광희의 뻔히 보이는 러쉬를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운영에 있어서도 한광희는 이종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역시 2:0으로 이종현의 승리.


2경기는 승아와 오경수의 경기였다. 오경수는 한광희보다도 더 빠르게 경기를 지고 말았다. 오경수는 GT 스타즈 소속의 괴물 종족 선수였다. 처음 부전승으로 올라오고 다음에도 외국인과 경기를 치루는 등 경기 대진운 자체는 좋았지만, 운은 거기까지였다. 오경수는 승아에게 실력이 밀린다는 것을 감안하여 초반 러쉬를 할 법도 했지만, 소수 유닛 컨트롤이 독보적인 승아에게 전투를 건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평범하게 사냥꾼 맵에서 본진 2소굴을 시도했다.


하지만 승아는 오경수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을테면 막아보라는 듯이 맵마다 초반 러쉬를 성공시켰다. 전날 원재가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른 것은 종족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러쉬를 보여주었다는 것이었다. 사냥꾼 맵에서는 기계종족을 선택해서 공1업 기계전사를 이용해서 결판을 지었고, 잊혀진 사원 맵에서는 오경수와 같은 괴물 종족을 선택해서 하피 짤짤이를 통해 2경기 포함 20분 내에 경기를 끝냈다. 오경수로서는 큰 대회에서 승아와 맞붙은 것에 만족해야 할 정도로 승아가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였다.


원재와 호진, 지성철과 정창환의 경기에서는 일방적으로 끝난 경기와 다르게 2:1로 경기가 끝났다. 원재와 호진의 경기들은 전날 경기를 보고 원재가 충분히 이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예상외로 호진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진의 실력은 한국항공에 오면서 많이 늘어있었다. 그 전에 원재로부터 기초적인 빌드를 지도 받은데다가 기본기가 탄탄히 잡혀있는 호진은 원재에게 맞서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원재의 성향이나 스타일도 잘 알고 있는 호진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아무리 손목이 좋지 않은 원재라고 하지만, 단기간 결전을 치루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원재를 호진이 아는 것보다 더욱 원재는 호진을 더 잘 알고 있었다. 남을 잘 분석하는 호진이었지만 스스로가 잘 분석당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원재는 호진의 신중한 심리를 이용, 때로는 과감하게 러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배를 불리기도 하면서 유리하게 판을 끌고 나갔다. 호진이 지고난 뒤 2세트에는 사냥꾼 맵에서 차분히 지상군 교전을 하면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폭풍사제의 폭풍이 120% 발휘되지 않았다면 원재가 2:0으로 이길뻔했다. 히데요시나 호진이나 탄탄한 운영은 확실히 알아줄만 했다. 그래도 양심을 버리고 맵핵처럼 병력을 운용한 원재를 호진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간 친한 이들에게는 제 3의 눈의 발동을 자제한 원재였지만, 이제는 져 주거나 경기를 무난하게 이끄는 대신에 전력으로 우승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 원재를 호진은 잘 상대했지만 이길 수 없었다.


마지막 4강의 티켓은 지성철과 정창환의 대결. 괴물 종족의 상위권 게이머들인 둘의 스타일은 전부 공격적이었다. 괴물 종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번째 멀티를 다들 가져가지 않고 사냥개와 라미아로 싸움을 벌일 정도로 난타를 주고받았다. 두 선수 모두 최근 예전보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패를 예측하기 힘들법도 했지만, 그래도 정창환보다는 지성철이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선수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온 결과는 정창환의 2:1 승리. 정창환은 폭풍이라는 별명이 붙기는 했지만 몰아치는 스타일일 뿐이지 정작 날카롭게 찌르는 초반은 지성철이 강했다. 하지만 정창환의 불가사의한 능력이 있었다. 정창환은 개인리그에서는 분명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게임방송에서 초대해서 만든 임시 대회나, 연말 강자전 이벤트 대회등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더블스톰 우주전쟁 리그는 나중에는 결국 공식대회로 되지만, 아직은 내년에 또 열릴지 알 수가 없는 임시대회였다. 승아와 원재를 제외하고는 이 대회가 다들 이벤트 대회라고 생각했다. 외국의 중계진들도, 나오는 국내외의 선수들 모두 말이다. 정창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이벤트 대회에서의 정창환은 확실히 강했다. 공식경기가 아니라면 부담이 없어지는 창환의 마인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창환은 지성철을 세판 모두 라미아와 사냥개가 피떡이 되어 뿌려지는 혈전을 벌이며 2:1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그래서 결국 4강 진출자는 이종현, 윤승아, 서원재, 정창환.


미국에서 열렸지만 남은 선수들은 한국의 선수들이 전부라는 것이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는 더블스톰사의 대회는 마지막날의 4강전과 결승전을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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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3) +4 17.05.23 905 24 16쪽
309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2) +2 17.05.22 883 23 14쪽
308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 +3 17.05.21 892 22 11쪽
307 이 시각 국내리그에서는 (2) +7 17.05.18 1,649 25 18쪽
306 이 시각 국내리그에서는 (1) +5 17.05.17 923 22 10쪽
305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13) +4 17.05.16 909 21 9쪽
304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12) +3 17.05.14 969 23 15쪽
303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11) +6 17.05.11 936 20 11쪽
302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10) +4 17.05.09 910 21 10쪽
301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9) +7 17.05.08 901 25 13쪽
300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8) +4 17.05.08 1,107 23 11쪽
299 <300화 특집 수필!> 한승태 작가가 바로 어제 프로게이머를 만난 이야기. +10 17.05.07 945 16 10쪽
298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7) +7 17.05.04 1,239 22 15쪽
297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6) +6 17.05.02 946 23 8쪽
296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5) +1 17.05.01 1,399 24 11쪽
295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4) +4 17.04.30 937 25 10쪽
294 <DSL> DoubleStorm Starwar league (3) +3 17.04.27 914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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