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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연재수 :
4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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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05.1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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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9
추천
25
글자
18쪽

이 시각 국내리그에서는 (2)

DUMMY

이은지가 탄 빌드는 의외로 선 앞마당 사원. 이은지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변화였다.


“아? 저게 뭐죠? 이은지 선수! 선 앞마당 사원입니다!”

“이은지 선수가 앞마당을 간게 처음이 아닌가요?”

“그런 것 같은데요? 초반 푸쉬만 하기로.. 아니 초반 푸쉬를 즐겨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은지 선수가 선 앞마당 멀티라니요!”


이은지에게 팩트 폭력을 선사할 뻔한 해설진은 말을 재빨리 바꿨다. 그정도 말 실수를 할 정도로 해설자들은 놀랐다. 그리고 그들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하고 있었다. 이은지의 오늘 빌드가 정말 놀라운 것이, 이은지는 팀원이나 타 팀원이나, 관객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아는 초반 러쉬 원패턴의 선수였다. 아니, 선수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얼굴마담이었다. 빼어난 섹시함이 감도는 외모를 사용해 얼굴마담으로서의 인기는 끌고 있어도 선수로서의 자질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은지였다. 한국항공 이사의 딸인 이은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면에서나 뒷배 면에서나 주전으로 종종 나오고 있었는데, 팀의 성적이 호진이나 히데요시 등의 선수들로 인해서 좋았기에 팀으로서도 인지도에 기여하는 이은지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출전기회를 박탈당한 다른 일부 팀원들이 이은지를 바라보는 시선을 빼고는 말이다. 이은지는 그 정도로 2관문 기계전사 푸쉬, 바꾸어도 아크 푸쉬 정도만을 하는 원패턴의 게이머. 그나마 사람구실을 한가지 빌드라도 할 수 있게끔 호진이 교육시켜 놓아서 그 한가지 빌드만큼은 잘 다루고 있었지만 우주전쟁은 상성이 있는 게임인지라 이은지가 초반 2관문 푸쉬를 온다면 그 대응법은 명확하기에 최근 승리를 거둔 경우가 아예 없었다. 괴물 종족이 초반에 수비용 촉수건물을 짓는다거나 사냥개를 빨리 뽑았음에도 견제나 공격이 아닌 수비용도로 머물고 있는다거나 하는 일들은 보통은 자원낭비이지만, 상대가 초반 2관문 올인을 온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좋은 수비는 없었다. 막으면 이기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은지가 평소의 2관문 푸쉬가 아닌 선 앞마당 사원 빌드를 탔다. 그리고는 앞마당 입구를 좁히면서 지은 것은 캐논포였다. 위치도 지형지물의 틈이 없이 정확하게 차곡차곡 짓기 시작했다. 평소의 이은지와는 다른 플레이였다. 이은지의 플레이를 보는 김옥지와 이진성 등 팀원들도 깜짝 놀랬다.


“옥지형. 은지누나 저건?”

“더블 사원이네.”

“저걸 언제 연습했지..”

“설마 호진형이랑 연습하던게 그건가..”


김옥지는 호진과 연습실에서 이은지가 같이 연습하던 모습을 최근 몇번 봤었는데, 예전에도 자주 있는 모습이니만큼 그다지 큰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저런 것들을 연습하고 있었다니. 그저 이은지가 호진에게 꼬리치며 관심을 표현하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


이은지는 창의력도 없고, 컨트롤이 좋지도 않지만 최소한 생산 타이밍만큼은 몸에 익게끔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호진이 훈련을 시켰다. 초반에 이은지의 데뷔시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데뷔경기 승리도 호진의 반복적인 생산타이밍 연습이 불러온 결과였으니 말이다. 이은지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호진의 반복적인 연습에 당시에도 어떻게든 2관문 러쉬만큼은 잘 해냈다. 비록 세부적인 컨트롤은 없었어도 우주전쟁의 유닛들은 어택땅을 찍어두면 부근의 유닛들을 자동으로 공격하는 만큼 생산과 공격 타이밍만 괜찮다면 확실히 상황을 좋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컨트롤이 필요없는, 생산 타이밍만 맞추고 어택땅만 찍으면 되는 이은지의 맞춤형 빌드를 이번에 호진이 하나 더 깎아주고 떠났던 것이다. 이은지는 앞마당 앞에 캐논포까지 짓고 수비형 태세를 굳히고 있었다.


“이은지 선수가 지금 한 것은 빠른 앞마당인데요, 김근우 선수는 지금 이은지 선수가 평소처럼 초반 공격을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연못을 먼저 가고 앞마당에 일꾼을 붙이기보다는 촉수건물을 짓고 방어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이라도 뽑아놓은 사냥개로 빨리 이은지 선수를 견제를 해야돼요! 곧 캐논포가 완성되면 입구가 좁아져서 이은지 선수의 본진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져요!”


그리고 마침 그 때, 김근우의 비올란테가 이은지의 본진에 도착했다. 이은지의 본진은 다른 기계종족과 다르게 처음에 주어지는 자원을 캐는 건물인 사원을 제외하고는 아무 건물도 있지 않았다. 그러자 김근우는 이은지가 먼 곳에 전진 관문을 지었을 것이라 더 확신을 했다.


- 이은지가 전진관문이네. 지금까지 안오는거 보면 기계전사를 더 모아오려나?


그런 김근우를 행태를 보며 팀대기석에 앉아서 경기를 보던 같은 팀의 마승수는 조소하듯 내뱉었다.


“븅신. 저따위로 하니까 팀이 못이기는거야. 나이만 처먹었지 제대로 겜하는 것들이 없어. 사냥개는 둿다가 보신탕 끓여먹냐? 정찰 안보내? 앞마당 봐도 벌써 봤겠다.”


마승수의 혼잣말은 말이 심하기는 했지만 진실을 담고 있었다. 이은지가 아무리 원패턴의 게이머라고 해도 혹시나 모를 변수를 위해 사냥개를 이미 뽑았다면 그것으로 정찰을 갔었어야 했다. 전진된 관문에서 나오는 병력의 진군을 늦추거나, 아니면 전진된 관문의 동력을 유지하는 수정을 아예 깨 버려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다. 여러가지 선택할 방법들이 있었음에도 김근우는 이은지를 얕보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그 방심의 댓가는 본진을 지나 이은지의 앞마당에 도착한 비올란테를 통해 김근우에게 치루어질 것이었다.


김근우는 비올란테를 통해 전해져 온 정보에 경악했다.


- 이게 뭐야! 왜 이은지가 멀티를? 입구에 캐논도 있잖아!! 이대로 가면 내가 밀려!


“아, 김근우. 이제 봤죠? 이은지 선수는 돈이 많아요. 완전히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이은지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죠.”

“지금 이은지는 기계전사가 하나도 없어요. 일꾼뿐입니다. 조금전 관문이 늘어났을 뿐이지 전부 본진과 앞마당에서 일꾼만 뽑았거든요.”

“입구에도 캐논포 2개뿐이지 자원만 캐고 있어요. 이 많은 자원이 곧 만들어진 3관문에서 병력으로 바뀔 타이밍이 곧 오거든요.”

김근우는 허둥지둥대다가 자신의 일꾼하나가 놀고있는 것도 놓치고 말았다.


“김근우, 일꾼 하나 노는데요? 가뜩이나 일꾼이 적은데 저건 곤란합니다.”

“이은지 선수의 짜임새 있는 과감한 앞마당 운영이 김근우 선수를 당황하게 하는 듯 하네요. 김근우, 당황하고 있어요.”

“그만큼 이은지의 앞마당 사원이 충격적이라는건데요, 오늘 이은지 선수의 장기전 운영을 보게 되는 건가요!”

“기대가 됩니다. 이은지 선수.”

“이은지 선수가 그동안 전진 2관문이라는 원패턴 경기를 보여준 것은 오늘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김근우가 완벽히 속았어요.”

“지금 완전히 말렸어요. 김근우. 괴물인데 앞마당이 기계랑 비슷하고 일꾼은 붙어있지 않고 촉수건물들만 있고 테크도 없어요. 여러가지 불리한 상황!”

“이은지 선수 숨은 실력을 오늘 발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설진들의 기대와 달리 이은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나, 숨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이은지의 실력은 지금도 여전했다. 단지 호진의 혹독한 빌드깎이로 앞마당 멀티 이후 입구에 캐논포 2개를 짓고, 그 뒤에는 3관문에서 기계전사와 아크를 번갈아 뽑아내는 빌드를 시전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호진이 정해준 일꾼 갯수만큼 뽑고 자원을 캔 뒤에는 3관문에서 기계전사 3기, 아크3기, 기계전사 3기... 이런식으로 ‘외운대로만’ 계속 뽑아내는 빌드였다. 그나마도 지금 게임하는 잉카제국 맵이 아니면 아직 익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은지의 첫 빌드 변환은 김근우의 허점을 제대로 찌르고 있었다. 김근우가 좀 잘하는 선수였다면 이런 이은지의 변화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도 멀티를 뜬다거나, 하피 테크를 빨리 타서 이은지의 자원에 타격을 준다거나 했겠지만, 김근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은지의 2캐논포를 뚫기 위해 사냥개를 많이 생산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은지가 뽑아놓은 기계전사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사냥개만 낭비한 것이었다.


“김근우! 사냥개만 뽑아서 뚫으러 달려듭니다!”

“뚫느냐! 막히느냐!!”

“아!!! 사냥개로 캐논포는 다 파괴했지만 이은지의 기계전사가 본진에서 나와서 캐논포와 같이 싸워줬어요. 오늘 이은지, 출발이 아주 좋습니다!”

“앞마당도 빠르게 성공했고, 자원도 많이 캤고, 기계전사와 아크도 계속 충원되고 있어요! 완벽합니다! 이은지가 맞나요!!”

“지금까지만 보면 윤승아 선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완벽한 플레이입니다!”


이은지는 호진이 말한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지만 오늘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완벽한 빌드를 시전하고 있었다. 외모가 예쁜 이은지였기에 형편없는 원패턴 빌드에 대해 ‘저게 게이머냐?’ ‘옷은 무슨 나가요 홀복이냐?’ ‘화장에 신경쓰는 만큼 연습은 하냐?’ 등 별별 비난을 다 받았다. 외모에 대해 지적을 받은 것 자체도 섹시함이 넘치는 미인인 외모에 비해서 경기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무리 못해도 빌드가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1가지인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이은지가 빽이 있는게 아니냐!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계속 나오냐!’는 말이 돌기도 했다. 뭐..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의 이은지는 달랐다. 상대도 잘 맞춰서 해 오기는 했지만, 호진이 준비한 빌드대로 죽어라 따라하면서 연습한 이은지를 김근우가 지자고 작정한 것처럼 너무 잘 들이받아줬다. 이은지는 호진과 연습하던 때를 생각했다.


***


“은지야.”

“왜용, 호진오빠앙♡?”

“앙앙거리지 말고.... 은지야. 너 다른빌드 하나 더 연습해야겠다.”

“뭔데요?”

“뭐냐고 설명하면 알어? 그냥 해. 자. 일단 8번째 나오는 일꾼으로 본진에 수정을 짓고... 12번째 일꾼으로 앞마당에 사원을 짓고..”

“네에엡~♡”

“하트 빼!!”

“꺄아앙~ 화내는 호진오빠도 좋앙♡”

“............”


뭔가 생각의 핀트가 어긋난 이은지 위주의 회상이기는 했다. 은지는 자신을 열심히 가르쳐주던 호진이 좋았다. 일단 얼굴이 잘생겼고, 얼굴도 잘생겼고, 마지막으로 얼굴이 잘생겼다.


........뭐. 얼굴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취향을 타기는 하지만, 호진의 얼굴은 절대 못생긴 편은 아니었다. 단지 너무 잘생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은지는 팀 내에서 자신에게 잘해주는 호진에게 이미 빠져서 눈에 콩깍지 필터가 씌여있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따라다녔던 이은지지만, 계속해서 자신에게 빌드조언을 해주고 꾸준히 도와주는 호진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이은지였다. 이은지는 호진을 좋아하게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호진이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 주는 것을 잘 소화해 냈다. 가르쳐 주는 그대로 말이다. 물론 응용력 따윈 1%도 없었다.


“오빠. 입구에 이거 캐논포가 안지어지는데요?”

“....... 수정을 먼저 지어야지.”

“수정은 유닛 뽑는 건물도 아니고 대체 왜 짓는 거에요? 돈 아깝게?”

“........”

“............”

“..........아니. 기계종족은 수정이 꼭 필요.. 아니, 은지야... 너 프로게이머잖아.. 농담이지?”

“...........”

“..............”


이은지의 얼굴을 보고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낸 호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은지야. 제발.. 수정은 기계 필수 건물이잖아!”

“아.. 그래요? 헤헤~ 이거 캐논포는 원래 수정 없으면 안지어지는 거에요? 몰랐져영, 오빵~♡”

“........하아---."


호진이 내뱉는 한숨마져도 짝사랑 필터를 거쳐 목덜미를 긁어대는 호진의 신음으로 들리는 이은지는 호진의 신음이 자신의 귓가를 애무하며 짜릿함이 가슴깊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은지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호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하악하악- 호진오빵♡


그녀의 머릿속에서만은 이미 실제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상속의 영화, 자신과 호진과의 4D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


***


어쨌거나 호진이 이은지에게 가르쳐 준 빌드는 꽤 괜찮았다. 가위바위보에서 매번 가위만 내는 이은지를 생각하고 나온 상대가 주먹을 내면 보자기로 잡아먹는 빌드니까 말이다. 우주전쟁은 100%이기는 빌드가 없는 가위바위보 게임! 상대의 빌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이기는 것이 가능했다. 상대가 그다지 상위권 게이머가 아닌 김근우라면 더 그랬다. 지금과 같이 초반에 멀티를 떴지만 계속해서 기계전사와 아크만 뽑아대고 어택땅을 누르는 이은지일지라도 말이다. 캐논포에 달려드는 사냥개를 같이 잡은 기계전사는 이은지가 컨트롤을 잘해서 같이 싸운 것이 아니었다.


- 호진오빠가 기계전사 3기 나오면 맵 중간으로 어택땅 찍으라고 했지?

- 그 뒤로도 나오는대로 센터로 어택땅.. 그 뒤에 가운데 모이면...


진실을 알면 김근우는 배가 아파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이은지의 갑자기 바뀐 컨트롤과 놀라운 전략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이은지는 호진에게 죽어라 배우고 몸에 익힌대로 계속해서 센터를 향해 병력을 모으다가 한번에 김근우의 본진에 들이받았다.


“아! 이은지! 놀라운 타이밍입니다! 김근우가 사냥개를 낭비한 뒤 라미아에서 가시괴물로 이어지는 테크를 탔는데, 가시괴물을 이제 막 1기정도 막 변태시킨 그 타이밍을 노렸어요!”

“이은지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정말 놀라운 타이밍! 놀라운 전략입니다! 테크의 시간적 낭비가 전혀 없어요!”

“이은지 선수가 연구를 제대로 한거죠! 상대를 처음부터 가난하게 만들었기에 그 뒤에 가시괴물이 1기밖에 나오지 못하는 그 타이밍! 그나마도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요! 싸우는 라미아의 숫자도 적고! 오직 촉수건물 뿐!”

“그나마도 이은지는 앞에 기계전사, 뒤에 아크를 세워서 밀어붙입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거죠!”

“가시괴물 1기, 나와서 반항하지만 힘없는 몸부림일 뿐입니다! 가시괴물이 안보이면 뭐합니까! 본진이 쓸리고 있는데!”

“김근우! 허탈해 합니다! 뒤집기 어렵겠는데요, 이은지는 본진이 멀쩡한데, 김근우의 본진은 기계전사와 아크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자원이 모두 병력으로 바뀐 지금, 김근우가 이기기 힘들겠는데요!”

“놀랍습니다! 이은지! 대단합니다! 이은지!”


놀랍기는 했다. 이 모든 타이밍을 계산하고 연구해서 이은지에게 주입시킨 호진이 말이다.


호진은 XK 마르스 시절부터 계속해서 노트에 경기 결과를 적는 습관이 있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가 빌드를 변환하는 등 약해지는 타이밍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초반에 모은 더블사원으로 상대를 힘으로 누르는 전략을 개발해 냈다. 물론 다 아는 빌드지만 이 빌드를 정확하게 구사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소한 중위권 이하의 게이머들은 모르고 있다면 바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게이머들인만큼 자신도 모르게 정확한 타이밍이 몸에 배어있다. 그 타이밍은 이은지가 잘해서 잰 것이 아니고, 이은지는 호진이 시키는대로 평소 연습하던대로 했을 뿐인데, 상대가 알아서 그 타이밍에 약해진 것이었다.


호진은 가위만을 내던 이은지에게 보자기도 장착시킴으로서, 번갈아서 쓰면 제일 효과적인 두가지 빌드를 가진 이은지를 필패카드에서 변수가 있는 카드로 바꾸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 호진이 미국에 갈 때 즈음하여 그 첫 경기를 이은지가 보여주게 된 것이었다. 결국 가시괴물 1기가 살아있지만 앞마당과 본진이 초토화된 김근우는 지지를 치고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지!! 이은지!! 이은지 선수가 간만에 1승을 거둡니다!”

“그냥 1승이 아니라 경기내용이 완벽한 1승이었습니다!”

“한국항공! 이로서 반전의 분위기를 만드나요!”

“이은지 선수!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은지의 경기력에 감탄한 관객들은 이은지를 연호했다.


“이은지! 이은지!!”

“이은지이!!”

“누나~~아!!!!”


“하하. 관객들이 이은지 선수의 의외의 모습에 놀라며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네요.”

“이은지 선수가 보여준 더블사원 전략이 다른 선수에게 특이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이은지 선수를 아는 우주전쟁 팬들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이었습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전진 2관문 전략을 역이용한 전략! 오늘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이은지는 1승을 거뒀다. 다른 선수들이 지고 있는 이때에 거둔 1승은 이은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


이은지는 승리에 기뻐하며 얼핏보면 마음이 흔들릴 법한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 역시 호진오빵♡!! 말한대로 하니까 이겼어!! 하긴.. 내가 잘한 것도 있어서기는 하지만 말야. 난 천재인가? 근데 호진오빠는 잘하고 있는지 몰라? 오빠도 멀리서 나 생각하고 있는거 아냐? 아이.. 몰랑♡ 헷..


이은지는 미소를 지은 표정을 유지한채 혀를 살짝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호진이 봤으면 순간 그도 모르게 마음이 살짝 내려앉을지도 모를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도발적인 제스츄어였지만 이은지에게는 자연스러웠다.

이은지는 이긴 뒤 장비를 챙기면서도 자신의 사진을 보며 미국에서 힘을 내고 있을 호진을 머릿속에 그리며 호진이 뭐하고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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