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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유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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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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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작성
22.08.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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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장.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 (1)

DUMMY

1.

우리가 유로파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우르인간에 의해 재단의 로봇이 파괴된 사건은 비밀스럽고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파괴되지 않고 돌아간 R5 로봇의 카메라에 우르인간이 그대로 찍힌 것이다.


재단이 어떤 충격을 받았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르와 전혀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그 생명체가 인간을 닮았고, 무서운 힘으로 로봇을 박살내는 걸 보고 놀라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괴물이 유로파에 있다는 것을 신디케이트가 알고 있었냐 하는 것이었다. 신디케이트가 숨겼다고 판명될 경우, 재단이 로봇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내세워 유로파의 생물을 연구할 권리를 얻을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재단은 뇌회했다. 재단은 그 사진을 세상에 공표하지 않았다. 대신 신디케이트의 유 회장에게 조용히 내밀었다. 그 당장의 결과가 회의였다. 유 회장과 화상 회의를 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시 VIP회의실에 모여야 했다.


유 회장은 이번 화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유 의장이 정말 중요한 결정을 지시할 때의 습관이라고 했다. 화상회의에 나온 이는 지난번 유 회장의 왼쪽에서 질문했던 여성으로 대외전략을 맡고 있는 알렉시아였다. 서열이 2위나 3위는 한다고 신디케이트의 임직원이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고, 나도 뉴스에 몇 번 본 얼굴이었다. 알렉시아는 굳은 얼굴로 쏘아대듯 말했다.


“우르인간이 로봇을 파괴한 사건은 김철수 이사가 별도 보고를 했지요. 4족 보행 로봇 한 대를 파손 시킨 게 큰 문제가 될 거라고요. 우린 그 대책을 토론도 했습니다.”


아마도 나는 참석대상이 아닌 회의에서 김철수와 미찌코가 그 사실을 보고한 것 같았다. 알렉시아는 표정의 변함없이 말을 계속했다.


“김철수 이사는 신디케이트는 모르는 일이라고 무조건 잡아떼자고 주장했습니다. 우르인간이 나타난 게 우리 책임이 아니니까요. 그것이 팩트이기는 하죠. 만약 재단이 강하게 나오면 재단이 불법적인 시험을 하다가 생긴 생물이거나 조작된 영상으로 몰자고 했습니다.”


알렉시아의 말을 듣고 있던 중 김철수를 조심하라는 문건한의 말이 되살아났다. 김철수는 술책가였다. 이익이 된다면 그것이 억지거나 거짓이라도 고집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신디케이트의 실력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렉시아가 살짝 고개를 들고 김철수 주장을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재단도 우리의 대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같아요. 그래서 재단은 먼저 공동조사를 제안했습니다.”


“공동조사!”


김철수가 의외라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렉시아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영상의 공개를 잠시 보류하는 조건으로 재단의 로봇과 김 이사가 지휘하는 신디케이트 팀이 공동으로 인간 모습을 한 정체불명의 생물을 조사하자는 거예요.”


알렉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철수가 혼잣말을 했다.


“그럼 재단이 생물 조사를 하겠다는 말 아닌가?···”


당황하는 김철수와는 상관없이 알렉시아의 영상은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신디케이트는 재단의 제안을 거절할 명분은 없습니다. 이 영상이 우르가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과 병행되어 지구에 공개될 시, 신디케이트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해요.”


우르가 잡히지 않는 다는 얘기가 나오자 나는 압박감에 심장이 서 버릴 것 같았다. 알렉시아는 그런 내 심정을 모를 것이다. 알렉시아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신디케이트 이사회의 결정 사항입니다. 재단의 로봇과 공동으로 우르인간을 조사하세요. 물론 우르와 유벤타에 대해서는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질문 있으면 하세요.”


김철수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재단의 조사요구를 어느 선까지 받아들여야 합니까? 유벤타 공장은 어디까지 보여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 알려줘야 합니까?”


16분이 지나는 동안 알렉시아는 가만히 우리의 대답과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절부절 못한 건 김철수와 켐젠이었다. 미찌코는 당연한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이 없었다. 샘슨은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죄지은 것 마냥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테이블 만을 봤다.


김철수가 지구와 연결된 마이크를 끄고 화상의 켐젠을 보며 고함질렀다.


“지구에만 있더니 임원들이 미쳤어. 이제 유로파와 유벤타는 재단의 것이 될 거요.”


화면속의 켐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철수와 우릴 보는 눈빛은 김철수의 예상에 동의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김철수가 미찌코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가와무라 박사는 유 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이사회 멤버지 않아요? 이런 일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잖습니까?”


미찌코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


“재단의 로봇의 파괴되는 순간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지 않았나요? 난 이사회의 결정에 무조건 따를 생각이에요.”


“그렇겠지요. 가와무라 박사가 나만큼 유벤타에 대해 자부심이 있겠습니까?”


김철수는 픽 웃고는 얼굴을 돌렸다. 미찌코가 화가 난 얼굴로 뭔가를 말하려다말고 입을 닫았다. 회의실에는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알렉시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조 공정을 포함해서 유벤타에 대한 모든 기밀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단지 우르인간에 대한 조사만 공동으로 하는 겁니다. 그것이 이사회의 지침이에요. 세부적인 건 김 이사와 가와무라 박사가 잘 결정하리라 믿어요.”


지구와의 통신은 숙제만을 남겨주고 끝났다. 우리는 무인도에 남겨진 아이 같은 심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봤다. 켐젠이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그 저급 4족 로봇과 무슨 일을 하라는 건지 참 갑갑하군요.”


김철수가 계획을 세웠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쩌면 그게 좋을 수도 있어요. 그 정도의 저급 로봇이라면 상대하기가 쉬울 겁니다. 시간을 끕시다. 우르가 다시 잡히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겁니다.”


켐젠과 샘슨도 동의했다. 나는 여전히 가슴 죄고 있었다.


“가와무라 박사는 그 곰팡이를 계속 분석하시고, 김 박사는 나를 도와 재단의 로봇을 상대하죠.”


나는 그렇겠다고 작은 소리로 대다했다. 심해로 들어가자는 얘기가 안 나와 다행이었다. 회의는 끝났지만 누구도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았다. 나와 샘슨, 김철수는 통제실로 왔고, 미찌코는 연구실로 갔다. 통제실의 회의실에는 클라크가 혼자 앉아 있었다. 클라크가 우릴 보자 급하게 말했다.


“신디케이트 본부로부터 인원을 보충하라는 연락이 왔더구만. 내 회사에 말해서 보충인원을 뽑아라고 했소. 한 백 명 정도, 최정예 요원으로 모을 생각이요. 그런데···”


클라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로 선발할 요원들에게 어디까지 말해야할지 모르겠소.”


김철수가 자르듯 말했다.


“백 명이나 뽑으면 소문이 확 퍼질 겁니다. 30명씩 세 번 나누어 뽑아요. 그리고 우르인간 같은 것은 절대 말하면 안 돼요. 소문이 흘러나가면 보안회사의 책임론이 나올 겁니다.”


클라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김철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김철수가 클라크와 인원 충원 문제를 얘기하는 동안 나는 한 쪽에 앉아 묵묵히 화면을 보았다. 17개의 분출공 사진이 차례로 보여지고 있었다. 쓰나미에 분출공의 크기와 주위 지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설비들이 파손된 모습이 처참했다.


저렇게 큰 쓰나미가 밀어닥쳤다면, 수많은 유기물들도 같이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에서 마음 졸이고 있느니, 나가서 유기물이나 찾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쓰나미에 딸려 뭔가 올라오지 않았는지, 분출공을 조사해보겠습니다.”


김철수는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걱정한 사람은 샘슨이었다.


“우르인간 나타나면 어쩌려고요?”


“크게 한번 지진이 있었으니 얼마동안은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지만 사실 확신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 유로파의 얼음이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나부터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회의실에 앉아 자책만 하고 있기는 싫었다.


30분 뒤, 나는 카트차를 타고 시설물이 가장 크게 파괴된 10번 분출공으로 갔다. 시설물의 파손이 컸다면 그만큼 분출된 물의 힘도 강했을 것이고 생명체가 딸려 올라왔을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혼자였다. 우르를 처음 잡을 때도 그랬으니 외로움 같은 건 없었다. 나는 빠르게 카트차를 몰아 10분 만에 분출공에 도착했다. 쓰나미에 터져 나온 물에 분출공 주위는 온통 새로 얼어붙은 얼음 천지였다.


얼음은 자연의 벽을 이루어 분출공을 둘러싸며 어떤 것은 칼처럼 날카롭게 서있었고, 어떤 것은 소형트럭 크기의 둥근 바위로 앉아 있었다. 크레인과 나노밧줄을 감는 윈치 등이 그 얼음들에 깔린 모습이 안타까웠다. 광파발생기를 매단 탑도 절반이상 부러져버려 우르가 광파에 반응한데도 광파발생기를 켤 수 없어 보였다.


나는 카트차에서 내려 천천히 분출공 주위를 걸으며 얼음을 살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말미잘 같은 생물은 애초부터 보이지 않았다. 곰팡이가 묻은 얼음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에머와 함께 조사했던 바로는 곰팡이는 바다 속에서 결코 우세종이 아니었다. 쓰나미에 딸려 올라올 만큼 큰 군집은 없었을 것이다.


어느 듯 산소는 줄어들어 10분 정도 호흡할 양만 남았다. 카트차에 교체용 산소통이 두 개나 있고 떨어진 거리도 100m도 되지 않아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처럼 질식의 공포에 떨고 싶지 않아 카트차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10미터 정도 떨어진 얼음바위 속에서 명암이 다른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가까이 가 결코 맑고 투명하다고 할 수 없는 얼음바위 속을 살폈다. 사람의 아래팔 같은 것이 얼음 속에 들어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뿌연 얼음 속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았다. 그건 분명 조막손이 달린 사람의 아래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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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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