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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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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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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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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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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장.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 (2)

DUMMY

나는 얼음을 깰 도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침 멀찍이서 금속 막대가 눈에 띄었다. 광파발생기를 달아놓았던 탑이 부서질 때 떨어져 나온 것 같았다. 뛰다시피 쇠막대기를 들고 와 얼음을 내리쳤다. 산소 경보등이 켜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계속 얼음을 깼다. 소리는 당연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몇 분간의 노력 끝에 얼음 속에 들어있던 팔을 꺼냈다. 팔은 우르처럼 선명한 베이지 색이었다. 어떤 연유로 떨어져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우르인간의 팔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팔에서 얻어낼 학문적인 성과물을 상상하자 기쁨이 벅차올랐다. 나는 희열에 차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산소 경고음이 울리고야 허겁지겁 카트차로 가 산소통을 교체하고 그대로 운전석에 앉아 통제실에 상황보고부터 했다.


“10번 분출공에서 우르인간을 팔을 채집했습니다.”


통제요원이 응답을 하고 잠시 뒤 김철수가 나왔다.


“우르인간의 팔을 채집했다고요?”


“예. 어떻게 떨어져 나온 건 모르겠는데, 확실히 팔인 것 같습니다.”


“아, 그렇다면 정말 잘 된 일이야. 빨리 귀환하세요.”


내가 대답을 하고 시동 스위치를 누르려는 순간 쿵하니 뭔가가 카트차에 부딪쳤다. 나는 얼굴 돌려 충격이 전해졌던 곳을 봤다. 농구공 두 개를 합쳐놓은 것 만한 크기의 얼음덩이가 카트차 후방에 떨어져 있었다. 얼음이 날아왔을 방향으로 눈이 자동적으로 돌려졌다. 우르 인간 넷이 높게 솟은 분출공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몸에는 전보다 더 진하고 매끄러운 광택이 흘렀다. 우르인간 중 하나가 얼음덩이를 집어 드는 것을 보고 나는 카트차을 작동시켜 전속력으로 달아났다.


"우르인간이 나타났다. 10번 분출공에 우르인간"


통신기에 대고 미친 듯 외치는 중 얼음덩어리가 헬멧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다. 이어서 카트차 뒷바퀴 쪽에 충격이 전해오며 카트차가 휘청거렸다. 카트차는 궤도차와 다르다. 그냥 골프장에서 타는 차와 같다. 방어력 같은 건 제로다. 핸들을 돌려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하나의 얼음덩어리가 카트차의 뒷부분을 강타했다.


카트차는 그 힘에 밀려 한쪽 바퀴가 갈라진 얼음 틈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보았다. 우르인간이 달려오고 있었다. 핸들을 조작해 카트차를 빼내려했지만 울퉁불퉁한 얼음에 바퀴가 걸려 꼼짝하지 않았다. 나는 채집한 우르인간의 팔을 들고 카트차에서 내려 무조건 유벤타 공장으로 뛰었다.


"김 박사, 달려요. 보안요원을 내보내겠소."


외부 카메라로 보고 있었는지 클라크의 소리가 헬멧을 울렸다. 나는 심장이 터지도록 뛰었다. 우주복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달리며 잠깐 뒤를 보았다. 우르인간은 근육의 탄력만으로 얼음 위를 가볍게 뛰어오고 있었다. 우르를 나르기 위해 평탄하게 뚫어 놓은 길이라 방해물도 없었다. 내가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보안요원이 나갔어요. 조금만 더 달려요."


김철수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렸다. 우르인간의 팔을 들고 있던 오른 팔목에서 갑자기 압박감이 느껴졌다. 우르인간의 팔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내 팔목을 감고 있었다. 그건 길고 두꺼운 고무줄 같기도 했고, 탄성 좋은 뱀 같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우르인간의 팔을 놓았다. 나는 앞으로 달리며 오른팔을 마구 흔들며 통신기에 대고 소리쳤다.


"팔이 살아있어요. 살아있어."


그 순간 발에 얼음이 걸리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나는 앞으로 한 바퀴를 구르고 살짝 떠오르며 다시 한 바퀴를 더 굴렀다. 약한 중력에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옆으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내가 떨쳐냈던 우르인간의 팔이 떨어져있었다. 조막손에서 작은 돌기가 나오며 손가락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는 장면이 눈에 잡혔다.


“빨리 일어서 달려요.”


김철수가 다급하게 소릴 질렀다. 나는 얼른 일어섰다. 내 바로 뒤에 우르인간이 있었다. 내 목으로 들어오는 우르인간의 손을 피하며 무작정 앞으로 달렸다. 아마도 백 미터 정도를 미친 듯 달렸을 것 같다. 멀리서 카트차 한 대가 보였다. 나는 보안요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트차는 전속력으로 나에게 접근해 왔다. 가까이 오는 차는 신디케이트의 카트차와 달랐다. 그것은 더 길고 더 넓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뜀박질을 멈추게 한 것은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을 본 순간이었다. 카트차에는 이족 로봇 두 대와 우주복을 입지 않은 젊은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랬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젊은 여자!


우르인간이 나를 넘어뜨리고 목을 누를 때까지도 나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우르인간에 붙잡혔다. 잠깐 실랑이 같은 저항을 했지만, 나는 완전히 제압되어 헬멧이 벗겨지기 직전인 처지가 되었다. 그 순간 나를 누르고 있던 우르인간 둘이 연달아 뻣뻣이 굳으며 얼음 위에 쓰러졌다.


“박사님, 내 손을 잡으세요.”


젊은 여자가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여자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는 완력의 도움으로 나는 가뿐이 일어섰다.


“빨리 타세요.”


여자가 나를 밀듯 카트차에 태우고 자신도 내 옆에 올라탔다. 전기 충격기를 몸 안으로 집어넣은 이족 로봇 두 대가 여자를 따라 카트차에 올랐다. 열 명은 되어 보이는 우르인간이 카트차로 접근하고 있었다. 네 명이었던 우르인간이 내가 도망치는 사이 늘어난 것이다. 카트차는 방향을 틀어 유벤타 공장으로 달렸다.


보안요원이 탄 카트차 두 대가 우리와 우리를 쫓고 있는 우르인간을 보고는 역시 방향을 공장 쪽으로 틀었다. 나는 카트차에 앉아 옆의 여자를 보았다. 분명히 인간이었다. 우주복을 입지 않은 인간!


“어떻게···,어떻게···”


놀란 내가 말을 더듬자 여자의 목소리가 쾌활하게 통신기를 울렸다.


“어머, 박사님이 너무 놀라 내가 미안하네요. 놀라지 마세요. 난 인간이 아닙니다. 난 재단의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이에요.”


“재단의 안드로이드!”


재단이 우르인간을 공동 조사하기 위해 로봇을 보낸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나는 비로소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난 로봇의 도움으로 살아난 것이다. 우릴 쫒던 우르인간은 쓰러진 동료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었다. 무엇이 팔팔하던 동료를 마비시켰는지 굉장한 충격과 호기심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잠시였다. 세대의 카트차가 유벤타 공장 에어록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르인간은 공장의 외벽 앞에서 서 있었다. 그들은 이전처럼 공장을 따라 돌며 벽을 치거나 두드려댔다. 유벤타 공장은 비상 대기를 하고 우르인간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2.

김철수와 샘슨은 1층 로비에서 당당하게 휴먼 세븐 앞에 섰다.


“재단의 안드로이드 휴먼 세븐입니다.”


휴먼 세븐은 공손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봤을 때도 감짝 놀랄 미인이었는데, 마음이 안정된 후 보니 더 미인이었다. 인종은 구분되지 않았다. 녹색 눈의 검은머리, 흰 듯 했지만 밀납색도 배제할 수 없는 피부. 그것만 봐도 이것저것 섞어놓은 헤테로적인 인간. 그렇다. 휴먼 세븐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헤테로였다.


김철수와 샘슨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속으로는 무척 당황한 것 같았다. 김철수와 샘슨만이 아니었다. 유벤타 공장의 모두가 깡통 같은 몸에 금속 막대기의 다리를 가진 이족 로봇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미모의 여자 모습을 한 인간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 안드로이드였다. 김철수는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재단이 기계형 로봇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보낸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휴먼 세븐이 살짝 웃었다.


“지구에서는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안드로이드가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유로파는 안드로이드를 실험할 최적의 장소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똑같은 모습은···”


샘슨은 왜 지구에서 안드로이드가 금지되어 있는지 이해가 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김철수가 차갑게 물었다.


“재단은 언제부터 이렇게 완벽한 안드로이드를 보내기 시작했나?”


“유로파에서 테스트를 시작한 건 3년 전부터입니다. 저는 일곱 번째로 제작되어졌고요. 그래서 세븐입니다.”


“그럼 그 이전부터 실험을 하고 개량을 해왔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휴먼 시리즈는 1번부터 시작되어 7번까지 왔죠.”


“왜 너 같은 안드로이드 실험을 하는 거지?”


“재단이 우르를 실험하는 것과 같은 이유죠.”


“뭐?”


“영원한 생명. 완벽한 인간! 그걸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로봇으로? 그건 인간이 아냐.”


휴먼 세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로봇은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간접적이고 회피적인 수단일 뿐이죠. 그것이 저희 재단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그 로봇에 한 인간의 성품과 지식을 전사시켜 넣을 수만 있다면, 동일한 인간은 아닐지라도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신은 만들 수 있겠죠.”


휴먼 세븐은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김철수가 화가 난 듯 소릴 높였다.


“그건 법률 위반이야.”


“아직은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유벤타 알파도 법률위반이게요?”


“뭐, 유벤타 알파?”


김철수만 아니라 샘슨과 나도 휴먼 세븐의 입에서 유벤타 알파 얘기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김철수는 흥분했다.


“누가 유벤타 알파 얘기를 했나?”


휴먼 세븐은 작게 웃었다.


“신디케이트가 유벤타를 뛰어넘는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입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유벤타 알파라는 건 어떻게 아냐니까?”


휴먼 세븐은 대답하지 않고 살짝 웃었다.


“제가 유벤타 공장에 온 이유는 재단의 정보망에 대해 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유로파에 나타난 새로운 생물을 공동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뭐? 어디서 그 이름을 들었는지 빨리 말해.”


김철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휴먼세븐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 머리를 열고 기억장치를 스캔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지구의 재단으로부터 입수된 정보일 뿐이니까요. 방금 전, 한 가지 확실해 진 것은 신디케이트가 정말 그런 물질을 연구하고 있었고, 그 이름이 유벤타 알파라는 것입니다.”


“뭐?”


휴먼세븐의 말에 김이사와 나, 샘슨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우린 휴먼세븐, 아니, 재단의 작전에 놀아났던 것이다. 김철수가 고함을 뻑 질렀다.


“이것이 사람을 가지고 놀고 있어. 박살 내버려야겠다.”


김철수는 당장 휴먼세븐 부술만한 도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뒤에서 미찌코의 소리가 들렸다.


“화는 그만 내시고 이사회의 결정을 수행할 계획이나 세우시죠.”


미찌코는 천천히 우리가 서있는 공간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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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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