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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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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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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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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장. 잠수정을 찾아서(7)

DUMMY

2.

우린 살아 돌아왔다. 켐젠이 우주선을 보내준 덕택이었다. 김철수와 미찌코에게 사고가 생겼을 경우 책임추궁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우주선은 초속 4~5km로 날았고 5분도 되지 않아 우리 머리위에 나타났다. 김철수가 여유를 부렸던 건 이렇게 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일까?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사실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잠수정 1척의 상실이 우리가 얻어 온 성과의 모든 것이었다. 거기에 우리가 없는 동안 유벤타 공장은 난리가 아니었다. 우리를 살렸던 쓰나미는 유벤타 공장도 덮쳤다. 지리적인 구조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주선에서 내린 김철수와 나는 통제실에 딸린 회의실로 가 샘슨과 간단히 얘기를 나누었다.


“거의 모든 분출공마다 우르가 솟구쳐 올랐어요. 열다섯 마리인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광파발생기가 효과를 발휘했다면 대박이 났을 거예요.”


샘슨이 입맛을 다셨다. 내 눈에는 열다섯 마리의 우르가 목성을 보며 서있는 장면이 그려졌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샘슨의 말대로 대단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샘슨은 머리가 아픈지 얼굴을 찌푸렸다.


“분출된 물이 너무 세고 많아 분출공 주위의 시설들이 상당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광파발생기는 깨어지고 전력선은 끊기고···”


“우르인간은 나타지 않았습니까?”


“나타나지 않았을리가요. 30명 정도가 한 시간 동안이나 떼 지어 몰려다녔습니다. 그 때문에 분출공의 피해상황 파악도 조금 전 간신히 끝냈습니다.”


“이번에도 공장의 외벽을 부수려했습니까?”


김철수의 물음에 샘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들은 분명 의도가 있어요.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이전에 부수었던 곳을 얼음바위로 내리쳤습니다.”


김철수가 심각하게 물었다.


“피해 상황은요?”


“가로 세로 1m 정도의 강화 플라스틱부분이 완전히 깨어져 나갔습니다. 블록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그래도 그 피해는 견딜 만합니다. 문제는 잠수정 기지죠.”


“거기도 우르 인간이 공격했습니까?”


나는 왠지 문건한이 거기에 있었을 것 같아 놀라며 물었다.


“아뇨. 쓰나미가 문제였어요. 그곳은 좀처럼 분출이 잘 일어나지 않는 곳인데, 이번에는 물난리를 겪었어요. 물이 가슴까지 올라와 크레인 컨트롤 박스에서 쇼트가 일어났습니다. 통제실도 물이 차 설비의 일부분이 침수되었어요.”


김철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럼 당장 잠수정을 움직인다는 건 불가능하군요?”


샘슨이 조금 놀라며 물었다.


“다시 심해로 들어갈 생각입니까?”


“그런 것 보다···”


김철수가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괜히 궁금해져 물었다.


“그럼 수리를 하는데 얼마나 걸린답니까?”


샘슨이 팔을 벌렸다.


“글쎄요. 우리가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는다면 문건한 팀장의 마음이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몇 분을 앉아있다 회의실을 나왔다. 미찌코는 유벤타 공장에 내렸을 때부터 자신의 방으로 가버려 보이지 않았다. 심해에서 당했던 일이 심적으로 큰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죽을 뻔 했던 순간이 한두 번도 아니었으니 그럴 만 했다. 나도 샘슨과의 짧은 만남 후 바로 내방으로 들어와 그대로 드러누웠다. 비몽사몽 속에 몇 시간을 잤나보다. 통신기에서 샘슨의 나를 찾았다. 나는 부스스 일어났다.


“지금 VIP 회의실로 오라고 합니다.”


“VIP회의실요?”


“예. 신디케이트의 정직원이 되었을 때 왔던 VIP룸의 바로 옆방이에요.”


“갑자기 무슨 일로···”


샘슨이 긴장한 소리로 말했다.


“지구의 신디케이트 본사와 회의가 있습니다.”


“지구와요?” “예. 지금 바로 오십시오.”


김철수가 직접 나를 찾지 않은 것도 이상했지만 신디케이트 본사와의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나는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얼굴이 영 아니었다. 이대로 가기가 뭐해 간단히 세수를 하고 뛰다시피 VIP회의실로 갔다.


붉은 카펫이 깔린 방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20인용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김철수와 미찌코, 샘슨이 널찍이 떨어져 앉아있었다. 넓은 정면 벽에 큰 화면이 걸려있고 신디케이트 본사의 임원들이 앉아 있는 회의실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화면 한 구석에는 켐젠의 영상이 떠있었다. 신디케이트의 임원은 20명 정도로 인종이 다양했다. 신디케이트가 다국적 기업이 그럴 것이다.


임원들은 젊다 못해 십대처럼 보였다. 요즘은 잘 입지 않는 싱글 정장차림으로 파릇파릇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았다. 나이와 복장의 어색함만 본다면 코미디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소위 ‘자리’라는 것이 만드는 위엄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특히 회의 테이블 중앙을 차지한 남자에게는 위엄을 넘어선 성스러운 기운마저 떠돌았다.


그가 신디케이트를 만든 유 회장이었다. 원래 어느 제약회사의 평범한 영업사원이었는데, 유벤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자비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투자를 이끌어 내어 신디케이트를 성립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신디케이트의 체계는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왔고, 유로파의 기지와 공장도 그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했다.


유 회장은 화를 참는 듯 입술 끝이 살짝 올린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런 모습에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은 회사 생활을 하지 않는 나도 알아챌 수 있었다. 나는 김철수가 눈짓을 하는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김 부장이 왔습니다. 질문하진 항목에 답변 하겠습니다.”


여기서 나는 김 박사가 아니라 김 부장이었다. 의학과 이학 박사 학위를 두 개 가지고 있는 김철수가 김 이사라고 불리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저 신디케이트의 일개 직원인 것이다.


내 앞의 개인 모니터에 질문이 떴다. 지구와 목성 간에 전파가 오가는 시간은 16분 정도다.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이나 토론이 불가능해, 이렇게 질문을 받아 놓은 것이다. 김철수가 나를 보며 재촉했다.


“자, 어서 답변하세요.”


첫 번째 질문은 광파발생기에 우르가 반응하지 않는 원인과 대응책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다.


“원인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유로파의 바다를 오염시킨 곰팡이 때문이라는 추측만 할 뿐입니다. 대응책은 아직···”


미찌코가 기침을 하고는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 문제는 제가 전번에 보고 드린 것처럼 생태학적 측면으로 다뤄야 될 게 아닙니다. 이건 명백히 생화학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새로운 파장 조건을 찾아내야 합니다만, 당장은 그럴 여건이 안 됩니다.”


미찌코가 눈짓을 했다.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라는 의미였다. 두 번째 질문은 우르인간의 정체를 묻는 질문이었다. 나는 열심히 대답했다. 그러나 모두가 잘 아는 얘기였다. 이번에는 김철수가 눈짓을 했다. 나는 서둘러 답변을 끝냈다. 그리고 16분을 기다렸다. 유 회장의 엄숙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이미 들었던 얘기들이고, 새로운 게 없어요.”


유 회장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 쳤다. (화가 났다는 의미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부장을 특별대우로 영입했습니다만, 진척이 없는 걸 보니 실망입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건 압니다만, 여기 있는 나도 시간이 없어요. 매일 전 세계의 수상이나 장관들의 전화를 받고 안심시키느라 쓰러질 지경입니다. 곰팡이든 뭐든 이 세상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습니다. 유벤타가 정상적으로 생산 중이라는 말만 해주면 됩니다. 그러니 우르를 잡으세요. 당장!”


나는 가슴이 죄여왔다. 식은땀으로 온몸이 순식간에 끈적끈적 해졌다. 검은 심해에서 우르를 만났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었다.


“김 이사님은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유벤타 알파를 찾아내세요. 카티냐 기지가 아니라, 유로파의 바다 밑바닥이라도 뒤지세요. 유로파에 가 있는지가 일 년이 되어가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성과가 없다니 실망입니다.”


김철수는 표정을 유지한 채 묵묵히 듣고 있었다. 미찌코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둔한 나마저도 미찌코가 유 회장, 아니 신디케이트 본사가 보낸 감찰관이자 감시인이라는 의미라는 걸 알아챘다. 유회장의 말이 끝나자 오른편에 앉아 있는 동남아계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방금 재단으로부터 항의를 받았습니다. 재단의 로봇이 유로파의 괴생물체로부터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다고요. 유로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한 정보를 공식으로 요구했습니다.”


동남아계의 남자는 유 회장을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는 김 이사나 가와무라 연구위원이 우르인간이라고 부르는 그 생명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그래서 줄 정보도 없다고 답변할 겁니다. 따라서 유로파의 신디케이트도 이 방침에 맞게 대응하기 바랍니다.”


유 회장의 왼쪽에 있던 백인 여자가 우리를 똑바로 보며 말을 이었다.


“우르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됩니다. 최대한 오래 비밀이 유지되어야 해요. 현재 상황이 알려지더라도 유벤타 공급에 대한 대책을 가진 후라야 합니다. 알겠죠?”


왜 그렇게 말하는지는 어린 애라도 알 것이다. 회장의 질책에 땀에 절었던 나는 이제 지구를 짊어진 기분이 들었다. 갑자기 유 회장이 큰소리로 말했다.


“그래! 캬티냐 기지. 그곳에 뭔가가 있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요, 김 이사님? 이 위기는 그 곳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우르를 진정시킬 열쇠도 거기에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내 눈 앞에는 심해의 칠흑 같은 어둠이 다시 그려졌다. 우르가 잠수정을 누를 때 들렸던 그 삐걱거리는 소리, 목까지 차오르던 물. 그것들이 되살아나며 김철수가 말하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나는 조용히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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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휴가 등의 사정으로 잠시 연재를 쉽니다. +1 22.07.30 881 0 -
170 에필로그 +12 23.05.21 234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2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7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9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7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6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50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3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2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8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1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4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9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6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9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1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6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6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2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1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2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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