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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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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2.06.09 23:01
최근연재일 :
2023.05.21 18:02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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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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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48,903

작성
22.07.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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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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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1쪽

7장. 잠수정을 찾아서(6)

DUMMY

김철수는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는 것이 기쁜 듯 연신 웃었다.


“해류를 거스르지 않고 이 리네아로 가자고 한 내 말이 옳지 않았습니까? 하하.”


“이사님 말이 맞았습니다. 이사님 덕에 살았습니다.”


나는 아부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김철수가 문득 물었다.


“구조신호를 보냈어요?”


“아뇨. 그럴 틈이 없었어요.”


김철수도 지쳤는지 얼음바위에 몸을 기대며 우주복 가슴에 붙은 송신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나는 비로소 구조신호를 보냈다. 미찌코는 가만히 얼음 땅에 누워 있었다. 위치 송신기를 누를 힘도 없어 보였다. 팔에 찬 계기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우주복에 남아있는 산소로는 이제 20분 정도 숨 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속이 아니라 물 밖에서 질식사하게 생겼어요.”


내가 말하자 김철수가 위로하듯 말했다.


“위치를 보냈으니 유벤타 공장과 제임스 기지에서 무슨 조치를 취하겠죠.”


잠수정에서 확인한 유벤타 공장과 유페모스 리네아 사이의 거리는 30km였다. 궤도차가 미친 듯 달리면 20분 안에는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페모스 리네아가 고속도로에가까워야 한다."


“고속도로까지 얼마나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고속도로 가까이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먼저 유벤타 공장과 통신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우주복의 통신기로 대화 할 수 있는 거리는 잘해야 3km 정도다. 통신 위성까지 음성 신호를 보내지는 못한다. 조난 시 구조요청을 위한 4바이트짜리 신호가 전부다. 전력이 약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원거리 통신기를 우주복에 장착하고 탐사에 나섰더라면 통신 위성과 연결할 수도 있었겠지만 잠수정을 타고 바다에 들어갔기에 그러지를 않았다.


우리가 위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GPS 정보가 다였다. 나는 GPS를 가동시켜 헬멧의 앞 유리에 지도와 우리의 위치 좌표를 띄웠다. 사실 이걸 하느라 꽤나 끙끙거렸다. 유로파의 탐사에는 항상 궤도차를 타고 움직이기에 개인이 GPS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나는 손목의 계기판과 몇 분을 씨름해야 했다. 목적지 같은 것은 입력되지 않으니 순수한 현재 위치만 눈앞에 나왔다. 현재 위치에서 10km를 가야 고속도로와 만날 수 있었다. 절반도 못가 산소부족으로 죽을 것이다. 역시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죽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김철수마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조건 아래서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이상할 일이었다. 내가 GPS와 씨름하는 사이 미찌코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분출공으로 올라와 살아난 게 기적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서 죽는···”


미찌코는 말을 다하지 못했다.


“아니요. 아직 포기하지는 맙시다. 위치 신호를 수신했다면 뭔가 대책을 세웠을 겁니다.”


하지만 잠수정에서와 같은 자신감은 없었다. 우리는 얼음을 기대고 앉아 망연히 있기만 했다. 각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를 각자의 필체로 머릿속에 쓰지 않았을까 한다. 갑자기 김철수가 껄껄 웃었다.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었어요.”


“뭐가 말입니까?”


“우르에 감싸여져 분출공으로 올라온 것 말입니다. 누가 그런 경험을 했겠습니까?”


“쓰나미가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그래요. 쓰나미가 우릴 살렸어요.”


김철수의 말에 유로파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음이 조금 흔들리다 멈추었다.


“또 얼음판이 움직인 건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김철수가 웃으며 말했다.


“유로파는 ‘안정’이란 단어가 만들어 질 수 없는 곳에요. 어떤 존재든 끝없는 ‘부유’가 운명이 되어 버리는 곳이죠.”


“신과 같은 목성 옆에서 물에 떠있으니까요.”


“그렇죠. 물은 계속 흔들리고 움직여야만 하니까···”


나와 김철수가 잡담 동안 멍하니 얼음기동 사이로 리네아를 멍하니 보고 있던 미찌코가 상체를 세우며 외쳤다.


“저기··· 우르인간들이···”


나와 김철수는 퍼덕 놀라 미찌코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리네아 건너편의 얼음 바위 위에 우르 인간 하나가 올라앉아 있었다. 우르 인간에게 발견되었다간 어떤 처지가 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김철수가 긴장된 소리로 말했다.


“몸을 낮춰 바위 뒤로 숨어요.”


우린 조용히 엎드려 기대고 있던 바위 뒤로 숨었다.

나와 김철수는 몸을 감추고 있는 바위 사위로 눈을 내밀고 계속 우르인간을 살폈다. 또 하나의 우르인간이 옆의 바위에 올라가 우리가 있는 리네아 건너편을 응시했다. 그 뒤로 다른 우르인간이 올라왔다. 곧 주위의 얼음 기둥과 바위에 모습을 드러낸 우르인간만 열이 넘었다.


“저것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을까요?”


“이 리네아의 다른 분출공에서 나왔겠죠.”


김철수가 나와 얘기하는 사이, 우르인간의 눈이 한 곳에 모아졌다. 우르 인간들은 우리가 숨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왼편을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저것들이 뭘 보는 거죠?”


나의 물음에 상관하지 않고 미찌코는 다급하게 말했다.


“산소가 10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미찌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팔목에 찬 계기판에서도 주홍색 불이 들어왔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죽는 게 낫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 뿐이었다. 곧 우르 인간들이 하나같이 뜀박질 자세를 하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미어켓 같기도 했다.


“저기 리네아를 봐요.”


줄어드는 산소에는 개의치 않고 열심히 우르 인간을 관찰하던 김철수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좀 더 내밀고 김철수가 보고 있는 쪽을 보았다. 거기에는 재단의 R5 사족 보행 로봇 두 대가 리네아의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한 대는 내가 궤도차를 타고 유벤타 공장으로 올 때 보았던 것과 같았다. 뒤에 오는 로봇은 형태는 같았지만 개조를 했는지 등에는 몇 개의 탐침과 측정기가 달려 있었다.


“아마 여기서 분출되었던 쓰나미를 조사하러 온 모양입니다. 우르인간이 저것들을 어떻게 할까요?”


김철수가 재미있다는 듯 말하자 미찌코가 어이없어 했다.


“이사님, 우린 이제 10분도 못 산다고요. 산소가 없어요.”


김철수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렇다고 저것들에게 산소를 빌려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구경이라도 하는 수밖에요.”


재단의 R5로봇은 우르인간의 존재를 전혀 감지 못한 듯 했다. 로봇은 곧 우리가 나왔던 분출공 앞까지 왔다. 뒤에 있던 R5가 앞으로 나왔다. 등에 설치된 장치에서 탐사침이 길게 나와 분출공의 얼음을 파고 들어갔다. 김철수가 비웃었다.


“뻔한 얼음을 조사해서 뭘 하려고···.”


나도 그 생각이 들었던 차였다. 김철수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저것들은 그냥 조사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야 유로파에 있을 명분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로봇의 조사는 진지했다. 분출공을 돌며 여러 곳에서 얼음 샘플을 채취해 로봇의 가슴에 넣었다. 로봇이 분출공을 반 바퀴 정도 돌았을 무렵 산소량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그리고 우르 인간들이 R5를 향해 위에서 뛰어내려왔다.


R5에 달린 여러 개의 카메라 중 하나가 우르인간을 인식한 것 같았다. R5는 머리를 돌려 R5를 보았다. 우르 인간은 처음 보는 생명체였다. R5이 대처할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R5는 도망가지 않았고 저항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열두 명의 우르 인간이 두 대의 로봇을 둘러싸고 사냥을 시작했다. 하나가 R5의 기다란 목을 잡아 넘어뜨려했지만 4족으로 버티는 힘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우르인간이 얼음바위를 들어 등을 내리쳤다. R5의 기다란 다리에 무작정 매달리는 우르 인간도 있었다. 작전도 없고, 협동심도 없는, 본능에 의존한 공격이었다.


우리는 삑삑거리는 경고음 속에서 질식사의 공포에 떨며 예상치 못한 격투기를 보고 있었다. 우리처럼 R5도 죽음이라는 걸 알고 느꼈을까? 벌써부터 가빠지는 호흡에 여러 생각이 어지러이 머리를 지나갔다. 김철수가 찬탄했다.


“야, 재단이 로봇하나는 잘 만든단 말이야.”


R5는 얼음 바위를 얻어맞고, 목을 잡히고, 다리가 꺾였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탐침이 부러지고 몸의 일부가 찌그러지자 비상시의 회피 프로그램이 작동한 것 같았다. 두 대의 R5는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측정 장비를 장착하고 있던 R5는 그 장비의 무게 때문인지 쉽게 달리지 못했다. 뒤처진 R5는 우르인간에게 다리가 잡혀 집중적인 얼음 바위의 타격을 받았다. 로봇은 결국 다리 앞 뒤 다리가 하나 씩 부러지며 쓰러졌다. 그래도 우르 인간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머리가 깨어지며 로봇은 작동을 멈추었다.


그사이 다른 한대의 R5는 리네아를 올라가 사라져버렸다. 우리의 계기판은 이제 빨갛다 못해 검은 적색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사냥을 구경하느라 우리도 모르게 상체를 높게 드러내고 있었다. 위로 도망간 R5를 쫓던 우르 인간의 눈이 방향을 바꿔 우리를 보았다. 우르 인간 하나가 우릴 향해 달음질치자 곧 다른 우르 인간도 우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빌어먹을 숨 막혀 죽기 전에 몸이 터져 죽겠군.”


김철수가 당황해 하며 나를 보았다. 김철수의 눈은 무엇을 선택할지 묻고 있었다. 나는 그 둘 모두 싫었다. 미찌코는 기도를 하는지 눈을 감았다. 갑자기 통신기에서 사람 소리가 나왔다.


“우주선 유로파 1호입니다. 이사님, 소리가 들리세요?”


김철수가 큰 소리로 바로 대답했다.


“여기에, 여기에 있어요.”


나는 머리 위를 보았다. 우주선이 날아오고 있었다.


“잘 보이는 쪽으로 나오세요. 착륙할 공간이 없어 밧줄을 내릴 겁니다.”


우리는 일제히 일어서 우리 뒤에 서있는 얼음 기둥을 비집고 넓은 공간을 찾아 나갔다. 송곳 같이 삐죽삐죽 올라 있는 얼음이 우리를 방해했다. 우리는 널찍한 얼음바위에 기어올랐다. 깊게 빨아들였는데도 산소가 없는지 호흡이 미친 듯 가빠졌다. 머리 위에서 우주선이 와 줄을 내려뜨렸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를 쫓아 온 우르인간이 얼음 기둥사이로 몸을 내밀고 있었다. 김철수가 미찌코를 부축해 줄을 잡게 했다.


“오래 있지 못합니다. 세 명이 동시에 매달리세요.”


정지한 채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역 분사에 자세 제어 엔진까지 모든 곳에서 가스를 뿜어내는 우주선의 조종사가 다급히 말했다. 나와 김철수도 줄을 잡았다. 우르 인간들이 우주선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는 우리를 하염없이 올려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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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에필로그 +12 23.05.21 233 28 9쪽
169 16장. 죽음과 변용 (13) 23.05.21 141 14 16쪽
168 16장. 죽음과 변용 (12) 23.05.15 235 11 12쪽
167 16장. 죽음과 변용 (11) +2 23.05.12 127 16 12쪽
166 16장. 죽음과 변용 (10) 23.05.08 136 14 11쪽
165 16장. 죽음과 변용 (9) 23.05.05 145 11 11쪽
164 16장. 죽음과 변용 (8) +1 23.05.01 149 15 13쪽
163 16장. 죽음과 변용 (7) +2 23.04.28 151 15 13쪽
162 16장. 죽음과 변용 (6) 23.04.24 141 16 13쪽
161 16장. 죽음과 변용 (5) 23.04.21 157 11 13쪽
160 16장. 죽음과 변용 (4) 23.04.17 170 14 11쪽
159 16장. 죽음과 변용 (3) 23.04.14 163 13 13쪽
158 16장. 죽음과 변용 (2) 23.04.11 158 13 12쪽
157 16장. 죽음과 변용 (1) +1 23.04.07 155 14 15쪽
156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6) +1 23.03.31 188 15 13쪽
155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5) 23.03.27 150 15 10쪽
154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4) 23.03.24 145 19 13쪽
153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3) 23.03.20 155 16 12쪽
152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2) +1 23.03.17 161 15 14쪽
151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1) 23.03.13 150 15 11쪽
150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10) +1 23.03.10 161 14 14쪽
149 15장. 유벤타 공장의 처절한 붕괴.(9) 23.03.06 18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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