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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산과 달과 바람과 칼(화랑연환도 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0.08.11 13:41
최근연재일 :
2021.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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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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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8장 유세나의 위기(5)

DUMMY

5.

미륵사를 미륵곡 입구에 있었다. 깨끗한 찻길과 이어져 있었으나 절은 크지 않았다.


“싸울 것도 아닌데 사람들 주의 끌며 우르르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이영운 교수는 아소와 다스케 만을 데리고 미륵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웅전과 미륵전, 명부전과 요사채 그리고 종무소만 있는 단출한 절이었다. 아소와 이영운 교수를 의아하게 만든 것은 미륵전만 빼고는 건물들이 다 새 것이라는 점이었다. 거기에 그 흔한 천년 고찰이라는 간판도 없었다.


“여기가 정말 신라시대 때의 절이 맞는 거야?”


아소는 못 믿겠다는 듯 이 영운 교수를 노려봤다. 이영운 교수도 내심 당황하고 있었지만 그런 마음을 보이지 않고 미륵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건물은 오래되어 보이지 않습니까? 다른 건물은 노후화 되어 개축을 했겠죠.”


“건물은 그래도 절이 너무 작아. 우리 가문에 전해지는 얘기로는 절의 스님만 백 명이 넘고 절 소유의 땅이 3만 평이랬어.”


“그때가 천 년 전이잖습니까? 지금도 그런 위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이영운 교수는 아소를 달래며 종무실 마루에 올랐다. 늙은 보살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영운 교수가 합창을 하고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한국의 절과 불상에 관련해 책을 쓰고 있는데, 이 절의 유래가 신라 시대 때라고 들었습니다. 철불도 있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주지스님을 뵈고 절의 역사에 관해 듣고자 왔습니다.”


이영운 교수는 아소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 분은 일본의 학자분이신데 한국의 절과 불교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으십니다. 뒤에 서있는 젊은이는 비서이고요.”


아소와 다스케가 손을 모아 합창으로 인사했다. 늙은 보살이 종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곧 보살만큼 늙은 여승이 나왔다. 이절이 비구니 절이라는 걸 알고 이영운과 아소는 모두 놀라고 당황했다.


“주지 일심이라 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이영운를 비롯한 셋은 마루에 올라 종무실로 들어갔다. 비구니 절이라 더 깔끔하고 단출한 종무실에는 사무용 책상과 소파 등이 놓여있었다. 이영운 교수가 안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주지 스님 앞에 놓았다.


“시주함에 넣고자 했는데, 여긴 함이 없네요. 저희 정성이니 받아 주십시요.”


돈이라면 싫어할 사람 없다. 일심 스님이 미소를 함박 띠고 감사의 합창을 했다.


“이 절의 유래가 신라시대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일심이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렇다고 해야 하나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워낙 이름이 많이 바뀌고 규모와 주인도 바뀌어서요.”


이영운 교수는 초조함을 감추며 지극히 학문적인 관심이라는 듯 딱딱하게 말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이 절이 신라시대 때 보국사라는 큰 절이었다고 하던 데요?”


“예, 그건 맞습니다. 신라 때는 보국사로 이 앞 쪽 논들이 다 보국사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라가 기울며 규모도 축소되었죠. 고려가 들어서며 무림사로 이름이 바뀌어 명맥을 유지하다 몽고 침입 때 절 대부분이 불탔다고 합니다.”


이영운 교수가 철불도 탔을까봐 긴장하며 물었다.


“절이 불탔다고요?”


“예. 미륵전을 비롯한 두세 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걸 기반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다 고려 말에 이름을 법광사로 바꾸고 다시 건물이 더 지어졌습니다. 그때부터 비구니 절이 되었고요.”


“그럼 미륵사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들어와서라고 합니다. 조선 중기에 미륵 사상이 유행하며 이 뒤의 골짜기 이름도 미륵곡이 되었지요.”


일심 스님이 종무소 벽에 붙어있는 책장의 유리문을 열쇠로 열고 낡은 책을 꺼내 이영운 교수 앞에 놓았다. 미륵사 사적지였다. 이영운 교수는 천천히 사적지를 들춰보았다. 일심 스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백촌강 전투에서 노획한 왜의 칼을 모아 철불을 조성했다는 구절에서는 이영운 교수의 가슴이 떨렸다.


“여기 철불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도 있습니까?”


일심이 일어서 책장에서 또 다른 책을 내어 이영운 교수 앞에 놓았다. 해방 직후에 국한문 혼용으로 쓴 사적지였다. 일심의 말로는 낡아 쓰러지기 직전의 미륵전을 보수한 것을 기회로 미륵사의 역사만을 쓴 사적지라 했다. 일심이 곁눈으로 아소를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했다.


“철불이 있었죠. 사실 몽고의 침입과 조선을 억불시기를 지날 때, 그 철불의 힘으로 절이 유지될 수 있었다더군요. 그만큼 효염이 있다고 소문난 철불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제 시대 때 그 철불을 공출해 갔다고 합니다.”


“뭐요, 공출?”


일심의 설명에 놀라 이영운교수는 들고 있던 사적지를 떨어뜨렸다. 아소가 심각한 상황임을 눈치 채고 이영운 교수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도대체 뭐라 쓰여 있는 거요?”


이영운 교수가 침통한 얼굴로 일본어로 설명했다.


“이 책은 46년도에 절의 미륵전을 중건할 때 쓴 이 절의 사적기입니다. 신라가 통일한 후에 백촌강 싸움에서 백제 잔당과 왜를 물리치고 그때 죽인 왜병의 칼을 모아 철불을 만들었답니다. 그 철불 속에 왜병 대장의 왜검을 봉헌하였는데, 45년도 초에 일제가 철불을 공출해 인천의 조병소로 가져갔고 철불은 거기서 용해되었다고 합니다.”


아소는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냈다. 아소는 충격으로 한참 동안 말을 못하다 이윽고 신음하듯 물었다.


“책의 내용이 확실한 거요?”


“적어도 책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철불 안에 봉헌했다는 대장의 칼에 대한 얘기는 별도로 없고?”


이영운 교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런 얘기는 없습니다. 통째로 들고 갔으니까 다른 물건과 함께 그대로 용광로에 넣어졌겠죠.”


굳게 입을 다문 아소는 실의와 비통함으로 금방 통곡이라도 할 것 같았다. 이영운 교수는 아소의 그런 모습이 안 돼 보여 일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철불 속에 왜 대장의 왜검이 들어있다고 했는데, 혹시 그 왜검에 대해서 별도로 들은 얘기는 없습니까?”


“이절의 전 주지였던 스승님으로 부터 들은 얘기로는 당시 경주 경찰서장이 어떻게 철불의 유래를 들었는지 철불을 없앨 거라 벼르고 있었답니다. 자기들의 칼을 노획해 철불을 만들었다고 자존심이 상한 거죠. 그래서 다른 절의 철불이나 금동불 같은 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이 미륵사 철불 만은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했더랍니다. 공출령이 내려지자말자 갑자기 들이닥쳐 불상을 통째로 내갔다고 하더군요. 그런 마당이었는데 불상 안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이라도 가질 틈이 있었겠습니까?”


이영운 교수의 통역이 끝나자 아소가 얼굴을 들고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얘기로는 그 대장의 검 앞뒤로 명문을 새겨 놓았다고 하는데, 혹시 그 명문을 별도로 기록해 놓지는 않았답니까?”


이 영운 교수가 번역해 주는 말을 들은 여 주지는 고개를 저었다.


“철불 안에 칼이 봉헌되어 있다는 얘기는 전해지고 있었지만, 부처님께 봉헌해 불상 속에 넣은 물건을 어떻게 마음대로 들어내 살폈겠습니까?”


이영운 교수가 여 주지의 말을 번역하자 아소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섰다.


아소는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걸어 절을 나왔다. 얼굴 주름마다 비감함과 비통함이 같이 메어 있었다. 아소는 차 안에서 감시받고 있는 유세나를 보자 갑자기 달려들었다.


“아냐, 이럴 리 없어. 그런 보검을 그대로 녹였을 리 없어. 어딘가 흔적이라도 있을 거야.”


아소는 크게 외치며 차문을 열고 유세나의 목을 졸랐다.


“그 도법서에 명문이 쓰여 있지? 도법서에는 남겨놓았지?”


이영운 교수와 다스케가 달려와 아소를 뜯어 말렸다.


“회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소는 유세나의 목을 놓았으면서도 흥분해 떨리는 목소리 말했다.


“이 애가 말한 도법서가 있는 곳으로 가자.”


이영운 교수가 되물었다.


“지리산 호국사요?”


“그래, 호국산지 뭔지 하는 그 절, 도법서를 맡겨놓았다는 그 절로 갑시다. 내가 직접 그 도법서를 보고 칼에 새겨놓은 명문을 그곳에 적어놓았는지 아닌지 봐야겠소.”


이영운 교수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호국사 승려들은 모두가 무술 고수들입니다. 더군다나 혜공이란 호법승은 안좌사와 마사코가 동시에 덤볐어도 이기지 못했던 고수입니다. 이 정도의 인원으로 갔다간 절 안에 발을 디디지도 못할 겁니다.”


아소가 이영운 교수를 보며 비웃더니 유세나를 흘깃 보았다.


“우리에겐 저 인질이 있지 않소? 호국사에 숨어있었다고 했으니 그 호국사 중들이 끝까지 손님을 보호해 주는지 한번 봅시다.”


아소와 그 부하들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차들은 급하게 미륵사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배웅하러 나왔던 늙은 보살이 미륵사 문 뒤에서 듣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

백산은 최승희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서울역으로 향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이영운 교수와 아소보다 2시간 정도 뒤진 것 같았다. KTX의 속도로 뒤처진 시간을 만회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역에 도착한 백산은 마침 출발하는 부산행 KTX에 오를 수 있었다. KTX는 백산의 마음을 잘 아는 듯 따스한 봄 공기를 가르며 거침없이 달렸다.


두 시간 정도 지나 백산은 신경주역에서 KTX를 내렸다. 백산은 역을 나와 일부러 나이 좀 있는 택시를 골라 기사에게 남산 미륵곡에 미륵사라는 절이 있는지 물었다.


“아하, 그곳에 작은 절이 있기는 있지요. 거길 가시게요?”


택시기사가 절을 알자 백산은 다급하게 말했다.


“급한 일이라 빨리 좀 가주세요.”


기사는 백산이 들고 있는 보자기로 감싼 환도를 힐끗 보더니 그게 칼이라는 걸 눈치 챈 듯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택시를 몰며 기사가 슬쩍 물었다.


“손에 든 게 검이요?”


“아, 예, 제가 검술을 공부하는 중이라 서요.”


백산은 건조하게 대답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택시 기사는 별 수 없다는 듯 묵묵히 차를 몰았다. 결국 백산은 아소가 떠나고 한 시간 뒤 미륵사 문안으로 들어섰다. 절 안은 왠지 불안한 기운으로 차있었다. 마침 대웅전에서 나와 요사채로 가는 중년의 여승이 보였다. 백산은 여승에게 가 혹시 일본인과 교수라는 한국 사람이 오지 않았는가 물었다. 여승은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무슨 일로 그 사람들을 찾는데요?”


“그 일본인이 우리 보물을 훔치려는 자입니다. 그것과 관련된 여자까지 납치 한 것 같아 지금 추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여승은 놀란 얼굴이 되어 종무소로 쓰는 건물로 백산을 데리고 갔다. 여승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종무소로 들어간 지 잠시 뒤 백산을 불렀다. 안에는 일심이 초조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백산의 공손한 인사가 끝나자 일심이 물었다.


“그 사람들이 누군지 아세요?”


“예. 교수라는 사람은 이 영운이라는 친일파 교수고, 일본인은 아소라고 하는데, 아소 그룹 회장입니다. 이유는 잘 모릅니다만 신라 때 화랑들의 도법이 적힌 책을 찾고 있습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정사정없이 살인도 하는 매우 위험한 자들입니다.”


일심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되물었다.


“교수 이름이 이영운이라고요?”


일심의 태도를 보자 백산은 짚이는 데가 있었다.


“혹시 K대 이도훈이라고 적힌 명함을 받았습니까? 그건 가짜이고 진짜 본명은 이영운입니다.”


일심이 탄식했다.


“그래요. K대 이 도훈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친일파로 유명한 이영운이라고요!”


“그렇습니다. S대 이영운 교수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옆에 앉은 여승이 맞장구를 쳤다.


“어쩐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어요.”


백산이 초조히 물었다.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십니까? 향찰을 연구하는 여학생 한명을 납치해 붙잡고 있어 빨리 구해야 합니다.”


“여학생을 납치했다고요? 그럼 경찰에 알려야 되지 않나요?”


“여기저기 연줄이 많은 놈들입니다. 경찰이 추적할지도 모르고 추적한다고 해도 어떡해든 빠져나갈 놈들입니다.”


절 문 뒤에서 아소가 유세나를 겁박하던 장면을 본 늙은 보살이 입을 열어 자신이 듣고 본 일을 말해 주었다.


“우린 그 일본인과 여자가 어떤 관계인지 몰라 경찰에 알려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렇게 모여 노심초사만 하고 있어요.”


일심이 걱정스레 말했다. 백산이 늙은 보살에게 물었다.


“분명 호국사로 가자고 했습니까?”


늙은 보살이 자기 말을 한 번에 믿지 않는데 화가 난다는 듯 소리를 높였다.


“그 교수라는 한국 사람의 입에서 거림 계곡 호국사라는 말은 나왔다니까요.”


백산이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여기서 지리산 거림 계곡까지는 차로 몇 시간이나 걸릴까요?”


중년의 여승이 자기가 몇 년 전에 지리산의 한 절에 있었다며 명쾌하게 대답했다.


“경주에서 거림 계곡으로 바로 가는 길은 없어요. 경부고속도로로 부산까지 가 남해고속도로 갈아타고 진주로 가 거기서 산청으로 가는 게 그나마 빨라요. 그래도 3시간은 넘게 걸릴걸요.”


아소 일행이 출발한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쯤 거의 도착했을 것 같았다. 백산은 황급히 호국사로 전화를 걸었다. 호국사가 대비만 하고 있으면 아소 일행 정도는 문제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호국사 종무소에 있던 스님 한 명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백산은 혜공을 찾았지만 혜공은 백일 면벽 수도에 들어갔다고 했다. 하필이면 지금 면벽수행을 하는 건지 혀를 차며 북한산 상무암 백산이 위급한 일로 통화하기를 원한다며 급박하게 말했다. 혜공을 부를 수 없다는 스님과의 애원 섞인 실랑이가 있은 후 휴대폰을 끊고 나서 십여 분이 지난 후 혜공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산은 혜공에게 경주 미륵곡 미륵사까지 오게 된 연유와 유세나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야기 하며 아소의 습격 사실을 알렸다.


“호국사 실력이면 사무라이 열 명 정도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만 그 중 고수가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그자만 조심하면 되리라 봅니다만, 유세나가 걱정입니다.”


백산의 설명이 끝나자 혜공이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놈들은 열 명이 아니라 백 명이 온데도 걱정 없소. 도대체 그 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우리 호국사를 습격하는지 모르겠소.”


“여기 미륵사 스님들의 말로는 아소라는 자가 미친 것 같이 소릴 질렀답니다. 뜻대로 칼을 손에 넣지 못하자 도법서를 직접 확인하려는 생각에 위험이고 뭐고 생각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면 나야 좋지. 걱정 마시오. 대비를 해 놓겠소.”


백산은 혜공과 전화를 끊고 바로 미륵사를 나와 호국사로 향했다.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였다. 백산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택시를 대절했다.


*******

박용진의 벤츠는 약 세시간만에 경주 톨게이트를 지나 곧 미륵골 미륵사에 닿았다. 백산이 떠나고 30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빅용진은 절과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레 접근을 했다. 절 바로 앞의 주차장에는 차가 없었다. 박용진은 비로소 곙계를 늦추고 절안으로 들어갔다. 늙은 여승이 박용진을 맞았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사람을 좀 찾으러 왔는데요, 오늘 교수라는 사람과 일본인이 이 절에 오지 않았습니까?”


늙은 여승의 얼굴에서 놀라움이 일었다.


“예, 왔기는 했는데···”


“그럼 지금은 떠났습니까?”


“예, 떠난지 1시간도 넘었어요.”


“아, 어떡하나···. 급하게 전해줄 게 있어서 그러는데, 그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늙은 여승이 대답하기를 주저하자 박용진이 간곡하게 어조가 되었다.


“그 사람들이 물건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거라 꼭 따라가 전해야 합니다.”


늙은 여승보기에 말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캐주얼 차림의 박용진이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늙은 여승이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 지리산 거림 계곡에 있는 호국사로 간다고 했어요.”


“아, 호국사요!”


박용진은 괜히 아는 체 했다. 늙은 여승은 다소 마음을 풀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 30분전에도 젊은 사람이 와 납치된 여자를 구해야 한다며 그 사람들 간 곳을 묻더니.”


박용진은 놀라 되물었다.


“그 사람 혹시 머리를 짧게 깎고 몸이 날렵해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래요. 눈빛이 아주 날카로웠어요.”


‘백산이다. 그 새끼가 아소 뒤를 쫓고 있다니···’


박용진은 당황함과 놀라움을 숨기며 늙은 여승에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인사를 했다. 박용진은 차로 돌아와 내비게이션에 지리산 거림계곡을 입력하고는 차를 출발했다. 백산이 스스로 혈을 풀었던 일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그런 고수가 아소 뒤를 쫓고 있다면 뭔가 대단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백산과 아소와 싸움이 붙는다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박용진은 음악을 크게 틀고 흥흥거리며 지리산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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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1장. 추격과 습격(1) 21.01.22 23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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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9장. 토모키루의 칼(2) 20.12.28 211 1 17쪽
35 9장. 토모키루의 칼(1) 20.12.25 23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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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유세나의 위기(5) 20.12.18 212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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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8장. 유세나의 위기(3) 20.12.12 235 2 16쪽
30 8장. 유세나의 위기(2) 20.12.08 224 2 23쪽
29 8장. 유세나의 위기(1) 20.12.04 216 2 14쪽
28 7장. 백산의 위기(5) 20.12.01 213 2 23쪽
27 7장. 백산의 위기(4) 20.11.27 220 2 13쪽
26 7장. 백산의 위기(3) 20.11.24 21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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