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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산과 달과 바람과 칼(화랑연환도 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0.08.11 13:41
최근연재일 :
2021.02.16 10: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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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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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장.납치(4)

DUMMY

4.

로열스위트 룸의 거실에는 박용진과 유이, 정부장이 힘없이 앉아 있었다. 박회장을 빼앗긴 최승희는 울기를 멈추고 정신없이 창밖을 봤다. 화려했던 서울의 야경은 밤이 깊어지며 밝혀야만 하는 불만 남아 힘이 빠진 느낌을 주었다. 최승희의 눈에는 야경의 쇠잔해진 모습이 들어오지 않았다. 박 부회장이 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는 건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내일 열겠다던 사장단 회의가 문제였어요. 부회장이 그 회의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안 거예요. 이판사판으로 그냥 죽을 수 없어 회장님을 데리고 간 거예요.”


최승희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회장님이 김 실장에게 부회장에게는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부회장이 알게 되었을까요?”


최승희가 창에서 몸을 돌려 모두에게 물었다. 유이가 흥 하는 소릴 내며 말했다.


“김 비서실장, 그자가 알려줬나 보지, 아니면 회의가 있다고 연락받은 다른 사장이 말했나?”


자다가 온 듯 박용진이 내려앉은 눈으로 힘없이 말했다.


“김 비서실장이야 아버지 충복 중에 충복인데 부회장 편에 붙을 리 있겠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했겠지.”


“그럼 어떡하지. 회장님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부회장 말이 곧 회장 말이잖아?”


유이가 걱정스레 말하자 박용진 웃었다.


“아버지가 호락호락 형 말대로 하겠다! 형이 왜 여기에 맡겨 두었겠어. 데리고 가봐야 귀찮기만 하지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서지. 안 그래요? 최승희씨.”


최승희가 가만히 말했다.


“부회장은 임시 주총 때까지 만이라도 부회장 자리에서 잘리는 걸 막으려 하는 거예요. 회장님과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는데도 유리할 거고요.”


유이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이제 어떡해요? 지금까지 노력이 도루아무타불이잖아!”


최승희가 침착하게 말했다.


“먼저 회장님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야죠.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알아도 두 분이 안좌사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박용진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최승희를 보았다.


“일대일이라면 안 된다 해도 이대일이라면 모르지.”


최승희가 박용진을 지긋이 봤다.


“안좌사도 그걸 알겠죠? 그럼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도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죠.”


유이가 심각하게 말했지만 최승희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승희는 이미 마음속에 방법을 찾아두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사장단회의는 계획대로 열렸다. 주관자가 박 회장이 아니라 박용준 부회장이라는 게 달라진 점이었다. 박용진에게는 회의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갔다. 박 회장이 납치되었다는 걸 알고 있는 박용진은 회의 취소 통보를 그대로 믿고 출석하지 않았다. 회장 자리에 박용준이 앉은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어 버렸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십니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들과의 회의를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박용준이 거만하게 말했다.


“안건은 건강이 안 좋으신 회장님을 대신할 새 회장을 선출하는 건입니다.”


스무 명이 넘는 사장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중에 용일 레미콘 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60대로 대주주 주자영이 천거해 사장이 된 사람이었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굳은 사람이라 박 회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그런 배경으로 월급쟁이 사장들보다는 처지가 자유로웠다.


“그 말입니다, 회장님이 편찮으시다 했는데, 어느 정도 편찮으신지 모두가 알고 공감한 뒤에야 회장 승계를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장들 사이에서 찬성의 눈빛이 오갔다. 모두가 박 회장의 성질과 독점욕을 알고 있었다. 만약 섣불리 박용준을 회장으로 추대했다가 박 회장이 나타나 마음대로 새 회장을 추대한 것에 대해 문책한다면 모가지가 열개라도 남아있지 못할 것이었다. 더구나 박 회장이 박용준을 못 미더워 한다는, 그래서 부자간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전 회사원이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사장들의 분위기를 눈치 챈 용일 레미콘 사장이 힘을 넣어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서 새 회장을 추대한다고 해도 결국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용일 그룹의 최대주주는 회장님과 일본의 아소 그룹 아닙니까? 그 두 최대주주의 지지를 얻어야 법률적으로 타당한 그룹회장이 될 수 있죠.”


박용준이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럼 여러분의 의견은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대로 따르겠다는 것이 되겠군요?”


용일 레미콘 사장이 바로 대답했다.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닙니까?”


“좋습니다. 그럼 내일 당장 임시주총을 열도록 하죠.”


사장들이 놀라 입을 벌렸다. 김 비서실장이 박준용을 진정시켰다.


“주총은 소집일 2주전에 통지서가 발송되어야 합니다. 오늘 당장 발표한다고 해도 2주 후에나 가능합니다.”


박용준이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내일 당장 열어도 난 자신 있다는 걸 말하려는 거였습니다. 그럼 2주 뒤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것에는 여러분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회의는 이만 끝내도록 하죠.”


그때 문밖에는 박용진과 안좌사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회장 비서실에 심어둔 박용진의 사람이 늦게나마 사장단 회의가 계획대로 개최된다는 연락을 했던 것이다. 박용진은 미친 듯 차를 몰아 용일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2층의 회의실 문은 안좌사가 지키고 있었다. 박용진이 급한 걸음으로 오는 걸 보자 안좌사가 문을 막아섰다.


“비켜요.”


“안 됩니다.”


박용진이 짧게 말했다.


“뭐, 사장단의 한 사람인데 못 들어간다고?”


“늦은 사람은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지시? 누구의 지시?”


안좌사가 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회장님의 지시입니다.”


“무슨 소릴 하고 있어!”


박용진은 고함쳤지만 박 회장의 참석 여부는 알 수 없어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앞을 막고 있는 건 안좌사였다.


“이봐요, 안 상무, 내가 왔는데 안 상무 때문에 회의실에 입장하지 못했다는 걸 알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지려고 그래요?”


박 용진은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다가가 안좌사의 목혈을 누르려 번개처럼 손을 뻗었다. 안좌사는 목을 틀며 박용진의 손을 젖혀냈다. 그러나 안좌사는 반격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많지 않습니까?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박용진은 손을 거두고 다시 고함을 질렀다.


“난 사장단 회의의 멤버야. 일개 상무가 막을 순 없단 말이야.”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박용준이 나왔다. 박용준은 박용진을 보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늦었네. 2주 뒤 임시주총을 개최하기로 했으니 그때보자.”


박용준은 안좌사의 호위를 받으며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박용진은 박 회장이 있나 살폈지만 사장들만이 묵례를 하며 지날 갈 뿐이었다. 박용진은 인좌사에게 당했다는 걸 알았다. 용일레미콘 사장이 마지막으로 나가며 박용진의 팔을 끌어 복도 끝으로 갔다.


“박 회장님 상태가 어떤지 알아요?”


박용진은 질문의 의도를 알고는 되물었다.


“형이 아버지의 상태에 대해서 뭐라고 했습니까?”


“상태가 안 좋아 회장 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어요.”


용일 레미콘 사장은 형이 박회장을 데려간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박용진은 지금 그 사실을 안다면 사장들의 마음이 형에게 기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태가 안 좋으신 건 맞는데, 판단능력이 없으신 건 아닙니다. 형은 회장 승계를 위해서 아버지의 상태를 나쁘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죠. 그럴 것 같았어요.”


용일 레미콘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모처럼 용일 호텔에 왔으니 회장님이나 뵙고 가야겠군.”


박용진은 속으로 놀라며 만류하는 듯 투로 말했다.


“아버지 뵙기는 저도 어렵습니다.”


“왜요?”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그, 최승희라는 여자가 좀 까다롭지 않거든요.”


용일 레미콘 사장 얼굴이 찡그러졌다.


“허참, 그렇군요. 그럼 이만.”


용일 레미콘 회장이 사라지자 박용진은 곧장 로열스위트 룸으로 올라가 유이와 최승희를 만났다.


“그 김 비서실장이라는 새끼 말이야, 그 새끼가 오늘 사장단 회의는 취소되었다고 했거든. 그런데 회의를 하고 있지 않아!”


최승희가 말했다.


“우리도 몇 십분 전에 알았어요. 박 부회장님이 회장님을 데려간 뒤부터 모두가 박 부회장 눈치를 보고 있죠.”


최승희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가가 어두웠고 피부는 푸석거렸다.


“형이 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갔는지 알아봤습니까?”


“이제 날이 밝았잖아요? 밤새 뭘 알아냈겠어요?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최승희가 잠시 생각하다 박용진에게 물었다.


“사장단 회의에서 뭘 결정했데요?”


“2주 뒤에 주주총회를 한답니다.”


최승희가 고개를 숙였다.


“사장단 회의에서 그렇게 결정되었다고요? 회장님에게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유이가 창가에서 바깥 경치를 내다보며 최승희에게 물었다.


“박 회장에게 받아 놓은 것 있어요?”


“무슨 말이에요?”


“우리 엄마는 빌딩하나 받아놓았거든요. 최승희씨는요?”


유이가 자신을 노려보는 최승희를 한심하다는 듯 보며 웃었다.


“성북동 집? 얘 앞으로 주식 몇 주? 그리고 빌딩 한두 채? 그게 다겠죠.”


시선을 다시 바깥으로 돌리는 유이를 향해 최승희가 날카롭게 물었다.


“말하고 싶은 게 뭐예요?”


유이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박 부회장이 회장이 된다면,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 해서요.”


박용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소리야?”


“박 부회장이 회장이 된다면, 재산 상속 건으로 협상을 걸겠죠. 그때 뭘 제시할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최승희가 비웃는 투로 말했다.


“협상은 걸지 않을 거예요. 내가 박 부회장이라면 우리에게 한 푼도 주지 말라는 유언장을 작성해 도장을 찍게 하겠어요.”


유이가 큰 소리로 웃었다.


“맞아요. 바로 그 말이에요. 그래서 얼마큼 벌어놓았나 물어본 거라고요. 소송을 걸더라도 길고 험난할 텐데 그동안 먹고 살 돈은 있나 해서요.”


갑자기 박용진이 최승희를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를 꼬셔 위임장을 받아놨어야지. 뭐하고 있었어.”


박용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게 용일 홀딩스 주식 1.5%와 용일 축산 25% 밖에 없었다. 그는 둘째지만 적자였다. 그룹의 절반을 주장할 권리가 있었다. 최승희나 유이처럼 제 것을 미리 챙겨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건 박용준도 마찬가지였다. 최승희가 침착하고 조용히 말했다.


“사장님은 흥분하지 마시고 회장님이 어디에 있나 계속 알아보세요. 한시가 급해요.”


“뭐야, 내가 어떻게 그걸 알아내?”


“회장님이 여기 없다는 사실은 호텔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지금쯤 온 그룹에 다 퍼지고 있을 거예요. 비서실이나 다른 부서에 사장님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 것 아니겠어요? 그들에게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라고 하세요. 박용준 부회장을 직접 만나 떠보기도 하시고요.”


“당신은? 당신은 뭘 하는데?”


“나는 나대로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아마 오늘 중으로 회장님이 계신 곳을 알게 될 거예요. 그때 다시 얘기해요.”


박용진이 씩씩거리며 돌아가자마자 최승희가 유이를 보며 말했다.


“나와 같이 갈 곳이 있어요.”


“어디를 가요? 또 옷 사러 가는 건 아니겠죠.”


“안 좌사를 막을 사람이에요. 혼자 갈까도 생각했는데, 회장님이 안계신데 싸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까봐 같이 가자는 거예요.”


유이는 어쩔 수 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응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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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11장. 추격과 습격(3) 21.01.29 227 1 14쪽
45 11장. 추격과 습격(2) 21.01.26 199 1 14쪽
44 11장. 추격과 습격(1) 21.01.22 233 1 15쪽
» 10장.납치(4) 21.01.19 236 1 12쪽
42 10장.납치(3) 21.01.15 233 1 22쪽
41 10장.납치(2) 21.01.11 227 1 15쪽
40 10장. 납치(1) 21.01.08 217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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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9장. 토모키루의 칼(3) 20.12.31 22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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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9장. 토모키루의 칼(1) 20.12.25 23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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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8장 유세나의 위기(5) 20.12.18 211 2 18쪽
32 8장. 유세나의 위기(4) 20.12.15 210 3 13쪽
31 8장. 유세나의 위기(3) 20.12.12 234 2 16쪽
30 8장. 유세나의 위기(2) 20.12.08 223 2 23쪽
29 8장. 유세나의 위기(1) 20.12.04 215 2 14쪽
28 7장. 백산의 위기(5) 20.12.01 212 2 23쪽
27 7장. 백산의 위기(4) 20.11.27 219 2 13쪽
26 7장. 백산의 위기(3) 20.11.24 216 2 12쪽
25 7장. 백산의 위기(2) 20.11.20 279 2 17쪽
24 7장. 백산의 위기(1) 20.11.15 23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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