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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산과 달과 바람과 칼(화랑연환도 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0.08.11 13:41
최근연재일 :
2021.02.16 10: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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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2
글자수 :
361,650

작성
21.02.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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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6쪽

12장. 복수의 끝자락(3)

DUMMY

3.

방해물이 처리되자 최승희가 서둘러 응접실로 들어가는 문을 밀었다. 멀찍이서 경호원 몇이 보고 있었으나 유이의 일본도와 백산의 환도를 보자 얼어붙어버렸고 더구나 최승희마저 있어 감히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셋은 바로 응접실로 들어갔다. 응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최승희와 유이가 이러 저리 돌아다니며 방과 거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박회장은 없었다.


박회장만 아니라 박용준과 안좌사를 비롯해 펜트하우스에서 일하던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펜트하우스에는 비상계단이 두 개였다. 하나는 앞쪽 로비에 있었고 또 하나는 주방 안쪽 다용도실에 설치되어 있었다. 다용실에 설치된 비상계단은 화재 같은 긴급 재난 시 오직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만을 위한 대피용으로 다른 층과는 연결 되지 않고 48층 재난 대피층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문도 밖에서는 열 수 없고 안에서만 열리는 구조였다.


일주일에 몇 번씩 박 회장과 밀회를 위해 찾았던 최승희가 그런 문의 존재를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2의 비상계단이 있다는 걸 아는 박용준과 안좌사는 앞쪽 로비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자 뒤쪽 비상계단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것들이 어디로 도망갔지.”


답답한 듯 외친 유이가 방을 포기하고 주방을 살펴보다 다용도실의 문이 잠겨 있다는 걸 알았다. 유이는 문이 나무로 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다리를 들어 내려찍기로 다용도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잡다한 물건들 사이로 금속 문이 보였다. 제2의 비상문이었다.


“여기에요.”


유이가 외치자 곧 백산과 최승희가 달려왔다.


“이곳 외에는 다른 문이 없어요. 여기로 도망갔을 거예요.”


마음 급한 최승희가 말을 끝내자마자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작은 창이 나있는 계단에 불이 들어오며 환해졌다. 이제 안좌사를 잡을 일만 남은 백산이 앞장서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유이가 백산 뒤를 따랐다. 최승희는 그들만큼 빠르지 못했다. 굽이 있는 신발도 불편했다. 최승희가 신발을 벗어 들었다. 셋이 두층을 뛰어 내려가자 아래에서 사람들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최승희가 안타깝게 외쳤다.


“회장님! 회장님! 거기에 계세요?”


최승희의 소리가 벽에서 반향 되어 웅웅거렸다.


“어어, 승희야!”


약에 취해 있었어도 최승희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듯 박회장이 부르는 소리가 아래에서 들렸다. 그곳에 안좌사가 있을 것이다. 백산은 환도를 뽑아들고 벽을 딛고 반동을 이용해 뛰어 디디며 번개처럼 밑으로 향했다.


한편 안좌사를 비롯해 박 회장을 데리고 내려가는 자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무엇보다 박회장이 문제였다. 박회장은 살이 빠졌다 해도 80kg이 넘는 무게였다. 박회장을 업은 경호원은 얼마못가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이 차올랐다. 거기에 빠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박용준이 있었다. 그들은 백산과 유이가 양출과 위진과 싸우는 사이 십여 층을 내려갔지만 곧 백산이 그들을 따라 잡았다.


“꼼짝 마라!”


백산이 외치자 안좌사는 백산이 있는 쪽을 보며 팔 길이만한 자신의 칼을 고쳐 쥐었다. 박용준도 백산을 봤다. 박용준은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않고, 박회장마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발밑 계단만을 보며 미친 듯 뛰어 내려갔다. 박회장을 업지 않은 경호원이 그 뒤를 따랐고 박회장을 업고 있는 경호원이 숨을 헐떡이며 둘을 따라 휘청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박용준과 거리가 벌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안좌사는 처음에는 그들을 따라 내려가다 백산이 등 뒤까지 쫓아오자 도망가는 걸 포기하고 백산을 막아섰다. 안좌사가 비장하게 외쳤다.


“좋다. 오늘 여기서 결판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좌사는 내상까지 입은 몸으로 자신이 백산의 상대가 못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위진이 백산에게 당하고 양출이 간신히 도망친 걸 모르는 안좌사는 일단 시간이라도 끌어 둘의 구원이라도 기다려 볼 요량이었다. 안좌사에게 희망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백산은 원수를 앞에 두고 조금도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위쪽 계단에 선 백산이 비스듬히 안좌사의 목을 베고 들어갔다. 안좌사는 고개를 숙여 환도를 피하며 백산의 팔 아래로 파고들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의 길이를 생각하면 접근전을 벌여야 했다. 안좌사가 아래로 파고들며 검으로 찔러오자 백사은 환도를 아래로 세우며 공중으로 떠올라 한 바퀴 회전하며 안좌사보다 아래 계단으로 내려섰다.


계단의 넓이는 좁았지만 백산은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안좌사는 그 자리에서 180도 회전하며 이제 자신의 뒤에 있는 백산을 향해 검을 그었다. 백산은 다시 환도를 세워 검을 막음과 동시에 환도를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좌우로 짧고 빠르게 여러 번 휘둘러 안좌사의 검을 사전에 봉쇄하며 몸을 공격했다.


번개 같은 빠르기로 환도가 내는 칼 빛이 안좌사의 몸을 파고들었다. 안좌사는 검으로 막지 못하고 뒤로 훌쩍 몸을 날려 칼이 만드는 빛의 무리에서 벗어나려했다. 백산은 정면으로 안좌사를 쫓지 않고 옆으로 계단을 올라가며 측면에서 찔러 들어갔다. 안좌사는 정면으로 따라오는 백산을 위쪽 계단에서 반격할 생각이었으나 기세를 버리고 의외의 방향으로 들어오는 백산의 칼에 당황했다.


사실 이 도법은 연환도법서에서 측면을 맡은 자가 사용하는 진로였다. 백산은 안좌사의 예상과 다른 방향을 택해 수비를 흔드는 효과를 바랐던 것이다. 칼이 오는 방향이 달라지자 안좌사는 놀라며 다급히 검으로 환도를 쳐내려했지만, 백산은 칼과 부딪치기 전에 환도의 뒤로 뺐다 각도를 살짝 틀어 빠르게 찔렀다. 각도가 다른 안좌사의 검은 허공을 막았을 뿐이었다. 그 틈에 백산의 환도가 안좌사의 복부에 깊게 박혔다.


안좌사는 자신도 모르게 윽 하는 신음을 내고 1,2초가 움직이지 못하다 최후의 힘으로 검을 들어 백산의 목을 베어 들어왔다. 백산은 환도를 뺌과 동시에 뒤로 훌쩍 뛰어 계단 난간에 올라서 안좌사의 검을 피했다.


환도가 빠진 자리에서 피가 솟구치며 안좌사가 옆으로 쓰러졌다. 위층 계단에서 둘의 싸움을 보고 있던 최승희가 나직이 비명을 질렀다. 백산과 안좌사의 결투가 끝나자 최승희 옆에 있던 유이가 쓰러진 안좌사를 지나 박 회장을 쫓았다. 최승희도 걸음을 서둘렀다. 백산은 죽은 안좌사를 잠시 내려 보다 둘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48층 피난 대피층 문 앞에서 유이는 박회장을 엎은 경호원을 잡아 세우고 박회장을 되찾았다. 박회장을 업고 내려오느라 진이 빠진 경호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박회장을 경호원에게 맡기고 먼저 줄행랑을 친 박용준은 48층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박회장은 최승희를 보자 몽롱한 정신에서도 반가워 울먹거리며 이름을 불렀다.


“승희야! 네가 왔냐? 네가 왔어.”


“예, 회장님 제가 왔어요.”


“유이도 있네. 다행이다. 모두 있어 다행이야.”


박회장은 유이를 보자 웃음을 띠고 주절거렸다. 마음이 편해진 듯 박회장은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최승희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바닥에 깔고 박회장의 누이고 자신은 옆에 앉아 머리를 받쳤다. 최승희는 박회장을 되찾아 기쁘고 안도했지만 이 거구의 노인을 어떻게 옮길지, 또 사람이 죽는 싸움이 벌어진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잠시 고민하다 지금은 부회장이 된 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부회장이 조금 뜬금없다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최승희가 위협하는 어투로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


“부회장으로 승진하신 거 축하드려요. 그런데 어쩌죠. 저 지금 용일타워 피난대피층에서 회장님과 함께 있는데.”


“아, 그래요. 회장님이라면 어떤 회장님을 말씀하시는 건지?”


“어떤 회장님이겠어요? 내가 평소 모시고 있는, 용일홀딩스 주식을 30%나 가지고 계신 회장님이죠. 스스로 왕관을 쓰신 분은 지금 도망치고 없어요. 상황이 짐작가세요?”


김 비서실장에게서 침묵이 흘렀다. 최승희는 기세를 잡았다는 생각에 비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왕 부회장으로 승진하신 거, 회장님이 어떡하겠어요. 계속 하도록 해야지. 하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시려면 이곳 정리를 좀 해주셔야겠어요. 회장님을 편하게 모실 수 있도록 사람과 차도 보내주시고요, 그리고···, 안 상무 아시죠? 그 안 상무가 사고로 죽어있는 데 그것도 정리해 주시고···, 그리고 그곳에 아직 짐도 있고 해서, 난 용일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데···”


1분 가까운 침묵이 흐르고 김 비서실장이 입을 뗐다.


“바로 사람을 보내드리죠. 용일 타워 관리자들에게도 조치해 놓겠습니다.”


최승희가 바로 말을 받았다.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하신 거예요. 난 배반자를 처단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려 했거든요.”


최승희의 휴대폰 너머에서 김 비서실장이 놀라며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최승희는 흥 하는 소리로 김 비서실장의 기를 한 번 더 죽이고는 비웃는 투로 말했다.


“그럼 믿고 기다릴게요. 회장님부터 먼저 모실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용일타워 관리부장과 직원이 48층으로 달려오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최승희와 유이, 그리고 백산은 호텔 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의기양양하게 용일호텔 로열스위트 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날 용일 타워에서 벌어진 결투와 죽음은 세간에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중국인 양출과 위진이 과거 원한이 있던 안좌사를 공격해 일어난 일로 정리되었다. 하지만 경찰이 양출을 수배했을 때는, 양출은 병원에 누워있던 장펑을 데리고 이미 중국으로 떠난 뒤였다.


한편으로 김 비서실장은 싸움을 목격한 경호원들의 입을 돈과 협박으로 막았다. 실제 칼이 오가고 사람이 죽는 것을 본 만큼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는 일도 가능하다는 두려움이 경호원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용일 타워에서 일어난 싸움은 경호원 개개인과는 관련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천상의 별들끼리 벌인 전쟁이었던 것이다. 경호원들에게는 진상을 말하지 않고 특별 보너스나 챙기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기자들이 사건을 파고들지 않았다. 언론사의 최대 광고주중 하나인 용일 그룹이 관련된 이상, 기자나 데스크는 의도적으로 사건을 회피했다. 그렇게 용일 타워에서 벌어진 싸움은 잊혀져버렸다.


박용준은 용일타워에서 나와 일단 평창동 안가로 피했다. 한숨을 돌리자 안좌사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안좌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좌사가 백산의 추격을 받고 있었다는 것에 불길한 예감이 가슴 밑에서 치올라왔다. 거기에 최승희가 박회장을 되찾았으리라는 것은 이제 기정된 사실이었다. 최승희가 박회장을 구슬려 어떤 짓을 벌일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타들어갔다.


박용준은 용일타워 펜트하우스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안좌사를 처치한 뒤라면 다음 차례로 백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박용준은 상세한 정보를 알기위해 자신이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김 비서실장마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건 다른 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용준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 사방에 어둠이 내렸다.


박용준은 답답한 마음에 뉴스에 관련된 사건이 나올지 몰라 텔레비전을 켰다. 마침 용일 타워에서 중국인이 흉기로 용일 그룹 임원을 찔러 임원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과거 중국을 돌아다녔던 안좌사의 이력을 들어 원한관계로 보인다는 경찰의 코멘트가 뉴스 내용의 다였다.


박용준은 그제야 안좌사의 죽음을 알았다. 인간적인 안타까움이나 슬픔보다 당장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박용준은 애가 타 김 비서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신호음만 갈 뿐이었다. 박용준이 김 비서실장에게 욕을 퍼붓고 있을 때 수행비서가 정보를 전해주었다.


“제가 알아보니까 지금 전 회장님 주재로 용일 호텔에서 사장단 회의 중이라고 합니다.”


“뭐? 아버지가 이 밤중에?”


“예. 그렇다고 합니다.”


“아니, 그 치매 노인이 뭘 안다고 사장단 회의야. 회장은 나야!”


박용준이 고함쳤지만 수행비서만 머쓱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손발이 다 떨어져나간 박용준은 어쩔 줄 몰라 하다 결심한 듯 말했다.


“나도 회의장에 가야겠다. 내가 회장인데 못 갈게 뭐 있어.”


박용준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김 비서실장이었다.


“야,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박용준은 고함부터 질렀다. 김 비서실장은 정중하고도 능글맞게 대답했다.


“전화를 바로 못 받아 죄송합니다. 회의 중이라서요.”


“내가 회장인데 무슨 사장단 회의를 열어?”


“아, 사장단 회의가 있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그럼 말씀드리기가 쉽겠네요. 대주주이신 박 회장님께서 말씀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뭐? 무슨 말?”


“당분간 외국에 나가 계시랍니다. 회장 칭호는 유지하셔도 된답니다. 하지만 부를 때까지 한국에 얼씬하지 말고 대주주나 사장들과 접촉도 하지 말랍니다. 만약 그런 시도라도 한다면···”


“한다면?”


“사부와 사제, 특히 결투 중에 주의를 끌어 죽게 한 사형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지금 회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박용준은 백산을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권은 공항으로 보내신다고요, 지금 당장 출발하는 비행기로 무조건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박용준은 이를 악물었다.


“이게 다 최승희 그년 생각이지?”


김 비서실장이 작게 웃었다. 박용준은 자신 밑에 있던 사람의 웃음을 들으며 자신이 가진 수단이 더 이상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박용준이 결심했다는 듯 힘주어 말했다.


“좋아. 돈만 충분히 보내준다면야 못할 건 없지. 외국에서 아버지가 죽기를 기다리는 거지 뭐.”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박 회장님께서 보유하고 계신 주식을 모두 선욱 군과 유이 양에게 상속하셨습니다. 변호사와 공증인이 이미 다녀갔습니다.”


박용준의 입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튀어나왔다.


“뭐? 첩년의 자식이 우리 회사를 가졌다고?”


김 비서실장은 경악하는 박용준을 무시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예, 비록 정신이 아주 맑지는 못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당신의 두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셨던 거죠. 그럼 남은 피붙이는 누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첩년의 아이인데?”


“아, 물론 회장님께서는 이제 하나 뿐인 적자 아들에게도 재산을 남겨주셨습니다.”


“뭘 남겨주었는데?”


“일본에 있는 용일그룹 자산입니다.”


“그러니까 나보고 일본에 가라는 얘기구만.”


“회장님, 그것만 해도 수천 억 원입니다.”


박용준이 갑자기 비장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김 부회장은 뭘 얻었어요?”


“저는 그냥 부회장입니다. 용일 그룹에 뼈를 묻었는데, 더 이상 용일그룹이 망가지는 걸 보는 것이 괴로웠습니다.”


박용준이 더 크게 웃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김 부회장이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그룹 사람이라면 다 알 겁니다. 한 자리라도 더 올라가려 아부에 뚜쟁이에 나쁜 짓은 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김 비서실장이 크게 웃었다.


“회장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전 용일그룹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지금 어디계신지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을 최승희 씨가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빨리 한국을 떠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박용준은 괴성을 지르고 욕을 하며 일어서 거실을 테이블을 뒤집고 의자를 던져 대형 TV를 깼다. 그렇게 거실의 가구를 다부수고 난장판을 만든 후 박용준은 공항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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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장. 복수의 끝자락(3) 21.02.12 214 2 16쪽
49 12장. 복수의 끝자락(2) 21.02.09 214 2 13쪽
48 12장. 복수의 끝자락(1) 21.02.05 216 1 20쪽
47 11장. 추격과 습격(4) 21.02.02 220 1 18쪽
46 11장. 추격과 습격(3) 21.01.29 227 1 14쪽
45 11장. 추격과 습격(2) 21.01.26 199 1 14쪽
44 11장. 추격과 습격(1) 21.01.22 233 1 15쪽
43 10장.납치(4) 21.01.19 235 1 12쪽
42 10장.납치(3) 21.01.15 232 1 22쪽
41 10장.납치(2) 21.01.11 227 1 15쪽
40 10장. 납치(1) 21.01.08 217 1 25쪽
39 9장. 토모키루의 칼(5) 21.01.05 241 1 31쪽
38 9장. 토모키루의 칼(4) 21.01.02 243 1 13쪽
37 9장. 토모키루의 칼(3) 20.12.31 219 1 13쪽
36 9장. 토모키루의 칼(2) 20.12.28 210 1 17쪽
35 9장. 토모키루의 칼(1) 20.12.25 231 1 13쪽
34 8장. 유세나의 위기(6) 20.12.22 212 2 26쪽
33 8장 유세나의 위기(5) 20.12.18 211 2 18쪽
32 8장. 유세나의 위기(4) 20.12.15 210 3 13쪽
31 8장. 유세나의 위기(3) 20.12.12 234 2 16쪽
30 8장. 유세나의 위기(2) 20.12.08 223 2 23쪽
29 8장. 유세나의 위기(1) 20.12.04 214 2 14쪽
28 7장. 백산의 위기(5) 20.12.01 212 2 23쪽
27 7장. 백산의 위기(4) 20.11.27 219 2 13쪽
26 7장. 백산의 위기(3) 20.11.24 216 2 12쪽
25 7장. 백산의 위기(2) 20.11.20 279 2 17쪽
24 7장. 백산의 위기(1) 20.11.15 237 2 14쪽
23 6장.배반의 배반(3) 20.11.09 242 2 19쪽
22 6장.배반의 배반(2) 20.11.05 2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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