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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산과 달과 바람과 칼(화랑연환도 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0.08.11 13:41
최근연재일 :
2021.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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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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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장. 백산의 위기(4)

DUMMY

5.

요란했던 벌레 소리가 잦아들며 깜빡 잠이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백산은 눈을 뜨고 조용히 일어나 벽에 세워놓은 이 진우의 환도를 들었다. 소리 대신 살기를 담은 공기가 방안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나한전은 칼을 휘두르기가 너무 좁았다. 백산은 문을 박차고 나가며 좌우로 칼을 휘둘러 문 옆 벽에 있던 자들을 공격하고는 공중에서 한 바퀴 몸을 회전하며 마당에 착지했다. 오른쪽 벽에 붙어있는 남자는 자신의 칼로 백산의 칼을 막아냈지만 백산의 칼 이 먼저 향한 왼쪽 벽의 남자는 그러지 못했다. 가슴을 베인 남자가 몸을 꺾으며 쓰러졌다. 칼을 든 사내들이 우르르 백산을 포위했다.


백산은 천천히 그들을 둘러봤다. 대부분 일본도를 들었지만 짧은 언월도를 든 사람과 자오원앙월(子午鴛鴦鉞)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백산은 그 둘이 중국인이고 특히 언월도를 든 남자는 낮에 백화점 비상계단에서 자신과 싸웠던 사람임을 알았다. 그들 뒤로 절로 올라서는 계단 앞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중키의 남자와 안좌사가 엄숙한 얼굴로 서있었다. 백산은 그 둘과 자신의 둘러싼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수적으로 절대 불리하다는 걸 깨달았다. 방금 전 벽에 붙은 둘을 공격했을 때 한명이 자신의 검을 막아 낸 것으로 보아 동네 건달들이 아니라 무술을 한 자들로서 웬만한 실력 있는 자들이었다. 어제 비상계단에서 싸웠던 중국인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런 자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고수라 해도 떼로 달려들면 당하기 어렵다는 걸 백산도 알고 있었다. 백산은 그들을 흩뜨리며 싸우기로 했다. 조용한 새벽 공기 속에 안좌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백산, 도법서를 어디에 숨겼는지 말하면 살려 준다.”


백산은 안 좌사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절 뒤편 산 쪽에서 자신을 포위하며 서 있는 자들을 향해 환도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 기운이 갑작스레 몰아치자 일본도를 든 사내들이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다. 백산은 간격이 벌어진 틈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자오원앙월을 들었던 중국인이 던진 표창이 공중에 뜬 백산에게 날라 왔다. 백산은 공중에서 몸을 틀어 두 개의 표창을 피하고 두 개는 환도로 쳐내며 일본도를 든 자들을 넘어 그들 뒤에 섰다. 일본도를 든 사내들이 방향을 바꾸어 백산에게 달려들었지만 이제 백산은 등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백산은 가장 앞서 달려든 자의 일본도를 쳐 밀어내고 바로 뒤의 사내를 우에서 좌로 베어 내렸다. 앞 사람의 몸에 가려 백산의 동작을 볼 수 없었던 사내가 그대로 백산의 칼에 베어 쓰러졌다. 백산은 번개처럼 몸을 돌려 방금 자신이 칼로 밀어낸 자의 명치를 팔꿈치로 가격해 쓰러뜨리고 절 뒤쪽 산을 향해 달렸다. 고함소리와 함께 일본도의 사내들이 백산을 따라 왔다. 백산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장 가까운 자를 향해 칼을 그었다. 사내가 일본도를 아래로 세워 수평으로 들어오는 백산의 칼을 번개처럼 막았다. 백산은 자신의 칼을 막았다는데 잠시 놀라며 다시 방향을 틀어 왼쪽을 보고 가장 앞선 자를 향해 두 겹의 검화를 그리며 찔러 들어갔다. 백산의 칼끝이 그리는 은빛을 막지 못하고 남자는 가슴을 찔리고 말았다.


백산은 재빨리 칼을 뽑아 바로 뒤의 남자를 같은 초식으로 공격했지만 등 뒤에서 느끼는 검기에 칼을 거두고 몸을 틀어 뒤에서 내려오는 칼을 먼저 막았다. 백산을 공격하는 자는 아까 자신의 칼을 막았던 남자로 안좌사와 함께 뒤쪽에 서있던 자였다. 그 남자는 다스케란 자로 아소가 가문의 검사들 중 최고수로 치는 자였다. 다스케는 내리치기로 공격했던 칼이 막히자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연속 세 번을 더 내리쳐 백산이 움직이는 것을 미리 막았다.


다스케의 영리한 작전에 백산은 곧 일본도를 든 사내에 둘러싸였다. 그러나 나한전 문 앞에서를 제외하고도 백산의 칼에 두 명이 쓰러졌고 명치를 가격당한 한명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만큼의 틈이 생긴 것이다. 백산은 다스케의 일본도를 반동으로 밀어내고 몸을 낮추어 360°회전하며 환도의 기운을 사방에 뿌려 접근을 막은 뒤 훌쩍 뛰어올라 다시 그들 뒤로 떨어졌다.


백산의 발이 땅에 닿자말자 한 줄기 묵직한 검기가 백산의 목을 그으며 들어왔다. 장펑의 언월도였다. 백산은 황급히 상체를 뒤로 꺾어 언월도를 흘려보냈다. 그러나 장펑은 바로 언월도를 틀어 백산의 몸통을 비스듬히 내려쳤다. 백산은 칼로 간신히 언월도를 밀어낸 뒤, 별 수 없이 몸을 땅에 떨어뜨려 서너 차례 뒹굴러 연속으로 내려찍는 언월도를 피했다. 백산이 왼다리를 축으로 지탱해 몸을 일으키며 환도를 휘둘러 몸으로 들어오는 언월도를 막았지만 불안정한 자세와 언월도의 무게에 밀려 다시 몸을 굴러 언월도와의 거리를 만든 위에야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마치 그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양출이 몸을 두 번 굴러 백산의 옆으로 낮게 접근해 두 개의 자오원앙월을 번갈아 위아래로 그으며 공격했다.


원래 자오원앙월은 팔괘장의 무기로 근접전에서 유리했고 언월도는 거리가 있는 싸움에 장점이 있었다. 양출과 장펑이 짝을 이루어 다닌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백산은 한편으로 몸을 돌리고 또 한편으로 환도를 아래로 세워 막으며 자오원앙월을 피했다. 하지만 곧 장펑의 언월도가 머리로 엄습했다. 환도로 언월도를 막으면 몸통이 완전히 비어 아래로 파고드는 자오원앙월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백산은 몸을 비틀어 언월도를 피하면서 그대로 공중돌기로 회전해 뒤로 물러서 언월도와 자오원앙월의 공격범위를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자루의 일본도가 앞과 옆에서 백산을 비스듬히 가르고 들어왔다. 백산은 가부좌를 틀 듯 다리를 안으로 겹쳐 앉으며 옆으로 들어오는 검을 머리위로 보내고 앞에서 내려오는 일본도를 환도로 막음과 동시에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환도의 방향을 틀어 일본도를 든 사내의 배를 찔렀다. 짧은 비명과 함께 배를 찔린 사내가 넘어지는 사이 백산은 모은 다리에 힘을 주어 훌쩍 일어나 환도를 번갈아 휘두르며 뒤에서 들어오는 다른 일본도를 쳐냈다.


그 순간 장펑의 언월도가 등 뒤를 찌르고 들어왔다. 백산은 몸을 돌려 급하게 언월도를 환도로 막고 계속 몸을 뒤로 회전해 하복부로 들어오는 자오원앙월을 피했다. 다스케의 일본도가 머리와 어깨로 번갈아 날아들었다. 백산도 손목의 힘으로 연달아 다스케의 칼을 막으며 계속 뒤로 물러났다. 어느 듯 대웅전 뒤편 염초봉 아래의 암벽이었다. 뒤쪽으로는 더 물러날 길이 없었다. 백산은 암벽을 따라 암자 뒤를 돌며 언월도와 일본도를 막아내기 바빴다. 원래 일대일로 싸운다면 모두 백산의 적수가 아니었으나 상호간에 호흡을 맞춰 빈틈을 주지 않고 달려드는 상대에 백산은 좀처럼 반격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했다.


백산이 일본도와 언월도를 몇 차례 더 막아내자 마침내 암벽으로 올라가 산을 넘어가는 길이 나타났다. 암자를 감시하는 자들을 피해 산을 내려갔을 때 이용했던 길이었다.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였다. 임거사도 고수를 만났을 때 괜히 자존심을 세우는 것만큼 바보짓이 없다고 했다. 백산은 조금도 주저 없이 암벽을 올랐다.


일본도를 든 남자가 급하게 백산을 따라 올라오며 칼을 휘둘렀다. 백산이 환도를 아래로 휘둘러 일본도를 막고 내력으로 남자를 밀어내 굴러 떨어지게 한 사이 백산의 가슴으로 양출이 던진 표창 네 개가 연거푸 날아왔다. 백산은 몸을 틀어 두 개를 피하고 칼로 하나를 막아냈지만 마지막 표창이 칼자루를 쥐었던 왼쪽 팔 팔꿈치 위에 꽂히고 말았다. 백산은 독이 묻었을지도 모를 표창을 뽑아내 땅에 던지고 고통을 참고 암벽 사이의 가파른 길을 오르며 입으로 팔의 상처에서 피를 빨아내 뱉었다.


달빛만 살아있는 밤인데다 경사가 심해 초행인 추적자들과는 곧 거리가 벌어졌다. 백산은 온 힘을 다해 산을 넘어 어스름한 새벽빛이 들었을 무렵 산 아래 찻길에 도착했다. 백산은 길옆 풀숲의 땅을 대강 파 환도를 묻고 마침 일 나가는 개인택시를 잡아타고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택시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무렵 독이 퍼진 백산은 침도 삼키지 못하고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


*************

박용준은 안좌사의 보고를 들으며 화를 누르고 있었다.


“백산이 비독이 묻은 양출의 표창을 맞은 건 분명합니다. 백산의 피가 묻은 표창을 발견했거든요. 아마 얼마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시체는 찾았습니까?”


“아이들이 찾고 있습니다만 산이 넓어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박용준이 답답한 얼굴로 화를 터뜨렸다.


“안좌사님, 누가 백산을 죽이라고 했습니까? 사로잡아 도법서를 찾으라고 했죠.”


안좌사가 목소리에 힘을 빼며 조용히 대답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벌이는 결투라 백산 같은 고수와 싸우다보면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고수라면 강약조절을 해야죠.”


옆에서 듣고 있던 이영훈 교수가 심각하게 말했다.


“아무리 북한산이 넓다 해도 백산의 시체를 발견하기 전에는 죽었다고 단정하지는 맙시다. 백산은 고수가 아닙니까? 고수는 혈도인가 뭔가를 스스로 푼다고 하던데,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방책을 알고 있을지 어떻게 압니까? 살아있다고 가정하고 어디에 숨어있을지, 해독을 어디서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백산이 독을 맞았다면 멀리는 못 갔을 것 아닙니까? 산에 있는 절에서부터 찾아봅시다. 절에 없다면 인근 상가 같은 데도 찾고요. 길 가는 사람들한테도 탐문하고요. 서울시 병원도 모두 뒤지고요. 일단 찾아봅시다.”


박용준이 큰소리로 이영훈 교수의 말에 찬성했다.


“역시 교수님입니다. 안좌사님, 그렇게 합시다. 비용을 들이서라도 아이들 숫자를 늘려 시체가 나올 때까지 뒤집시다.”


안좌사가 나가자 박 부회장은 머리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 백산이 죽었다면 도법서는 어떻게 찾죠?”


이영훈 교수도 한숨을 쉬었다.


“절을 뒤져도 책은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백산이 가지고 다녔거나 누군가에게 맡겨놓았을 겁니다. 백산의 시체에게 발견 못한다면 백산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다녀야 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습니다.”


이영훈 교수가 한숨을 한 번 더 쉬고 말을 이었다.


“그년 최승희 때문에 완전히 망쳤어요. 최승희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건데. 최승희를 저대로 둘 겁니까?”


“요즘 어찌된 셈인지 아버지 정신이 맑다합니다. 정신이 멀쩡한 이상 함부로 어찌 할 수 없죠.”


“최승희와 유이가 계속 붙어 있는 것도 안 좋은데···”


이영훈 교수가 눈을 찌그러뜨렸다.


“그래도 당장은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어요. 그나저나 유세나는 아직도 찾지 못한 겁니까?”


“학교에는 시골에 내려가 있는다고 연락이 한번 왔다는데, 논문도 제출해야하니 계속 숨어있지는 못할 겁니다. 학교와 집 주위를 계속 감시하고 있으니까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처치할 수 있어요.”


이영훈 교수가 대답을 하면서 갑자기 탄성을 냈다.


“유세나를 데려간 게 백산이지않아요? 어쩌면 말입니다, 유세나가 숨은 곳에 백산도 있고 도법서도 있을지 몰라요.”


"그렇군요. 유세나를 더 열심히 찾아야겠어요. 유세나의 본가를 습격해 인질로 잡으면 어떻겠습니까?"


"유세나 부모가 딸이 숨어있는 곳을 알면 다행인데 모르고 있으니 괜히 세상만 시끄럽게 할 겁니다. 그냥 감시를 더 촘촘히 하는 게 효율적일 거예요."


"뭐하나 제대로 되어가는 게 없어."


박 부회장이 짜증스레 내뱉었다.


안좌사는 모든 인원을 동원해 백산을 찾았지만 상무암에서 염초봉으로 가까스로 기어올라가는 길에 떨어진 핏방울 두어 개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염초봉 너머 밤골에 있는 작은 암자와 절을 비롯해 모든 사찰을 들여다보고 물어봤지만 백산을 봤다는 말도 숨겨둔 흔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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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12장. 복수의 끝자락(2) 21.02.09 214 2 13쪽
48 12장. 복수의 끝자락(1) 21.02.05 217 1 20쪽
47 11장. 추격과 습격(4) 21.02.02 220 1 18쪽
46 11장. 추격과 습격(3) 21.01.29 227 1 14쪽
45 11장. 추격과 습격(2) 21.01.26 201 1 14쪽
44 11장. 추격과 습격(1) 21.01.22 233 1 15쪽
43 10장.납치(4) 21.01.19 236 1 12쪽
42 10장.납치(3) 21.01.15 234 1 22쪽
41 10장.납치(2) 21.01.11 227 1 15쪽
40 10장. 납치(1) 21.01.08 217 1 25쪽
39 9장. 토모키루의 칼(5) 21.01.05 241 1 31쪽
38 9장. 토모키루의 칼(4) 21.01.02 244 1 13쪽
37 9장. 토모키루의 칼(3) 20.12.31 220 1 13쪽
36 9장. 토모키루의 칼(2) 20.12.28 210 1 17쪽
35 9장. 토모키루의 칼(1) 20.12.25 233 1 13쪽
34 8장. 유세나의 위기(6) 20.12.22 212 2 26쪽
33 8장 유세나의 위기(5) 20.12.18 211 2 18쪽
32 8장. 유세나의 위기(4) 20.12.15 214 3 13쪽
31 8장. 유세나의 위기(3) 20.12.12 234 2 16쪽
30 8장. 유세나의 위기(2) 20.12.08 224 2 23쪽
29 8장. 유세나의 위기(1) 20.12.04 215 2 14쪽
28 7장. 백산의 위기(5) 20.12.01 213 2 23쪽
» 7장. 백산의 위기(4) 20.11.27 220 2 13쪽
26 7장. 백산의 위기(3) 20.11.24 216 2 12쪽
25 7장. 백산의 위기(2) 20.11.20 279 2 17쪽
24 7장. 백산의 위기(1) 20.11.15 238 2 14쪽
23 6장.배반의 배반(3) 20.11.09 244 2 19쪽
22 6장.배반의 배반(2) 20.11.05 2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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