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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케이투 님의 서재입니다.

산과 달과 바람과 칼(화랑연환도 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행성케이투
작품등록일 :
2020.08.11 13:41
최근연재일 :
2021.02.16 10:00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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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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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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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1장. 추격과 습격(4)

DUMMY

4.

한편, 박용진은 약속했던 것처럼 북한산 입구에 도착했다. 밤이 늦은 시간이라 등산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상가도 거의 다 문을 닫았다. 가로등만 서있는 길은 적막했다. 박용진은 천천히 차를 몰아 등산로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문 닫은 상가 앞에 밴 네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중 한대는 안좌사가 타고 다니는 밴 같았다. 박용진의 머리 속에서 의심이 뭉클 일었다. 박용진는 밴 근처에 차를 세우고 조심스레 밴에 접근했다. 박용진이 밴을 이리저리 살피자 가장 앞의 밴에서 문이 열리고 덩치 있는 남자가 나왔다.


“뭐하는 새끼인데 남의 차를 기웃대?”


박용진이 몸을 바로 하자 남자와 얼굴이 딱 마주쳤다. 안좌사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운전사였다. 남자도 박용진을 알아봤는지 놀라고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박용진은 한 걸음에 남자에게 접근해 목을 공격했다. 남자도 운동 좀 한 처지라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박용진의 공격을 막았다. 박용진이 노리던 바였다.


박용진은 목을 공격했던 손으로 남자의 손목을 잡아 꺾으며 몸 안으로 파고들어 다른 손으로 남자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남자가 헉 하는 소릴 내며 무릎을 꿇었다. 바로 위의 밴에서 남자가 급하게 나와 박용진을 걷어찼다. 박용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처음 남자의 손을 잡은 채 날아오는 다리를 피함과 동시에 뒤돌아 차기로 자신을 공격한 남자의 턱을 날려 기절시켜버렸다. 다른 두 대의 차에서 남자 둘이 더 나왔으나 아무도 달려들 생각을 못했다.


“내가 누군지는 알지? 여기 왜 왔냐?”


박용진이 잡혀있는 남자의 손을 비틀며 물었다. 남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분질러지고 싶냐?"


박용진이 손목을 더 세게 비틀었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상무암을 치러왔습니다.”


“그건 알고, 누구랑 왔냐?”


“안 상무님이랑 안 상무가 고용한 중국 무사 둘이랑, 애들 열두 명입니다.”


박용진은 남자의 대답을 들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럼 회장님은 누구랑 계시냐?”


“간호사랑 도우미, 경호원이랑 같이요.”


“경호원은 몇 명이나 되는 데?”


“네 명입니다. 나머지는 다 여기에 왔습니다.”


박용진은 박회장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지만 확인 차 다시 물었다.


“회장님은 어디에 계신데?”


“강릉 해바다 펜션요.”


박용진이 남자의 손을 놓았다. 남자의 말대로라면 안좌사를 비롯해 박용준의 모든 전력이 여기에 온 것이다. 안좌사와 그 일행이 백산과 유이와 싸우다 둘 모두 죽거나 다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지금 박회장을 지키는 경호원이라면 열 명이라도 자신의 상대는 안 될 것이다. 박용진이 박 회장을 독차지할 기회였다.


“너희들 다 핸드폰 내놔!”


박용진이 남자들에게 외쳤다. 남자 넷이 주섬주섬 핸드폰을 내놨다. 박용진은 핸드폰을 받아 발로 밟아 부수어버렸다. 백산과 열심히 싸우고 있을 안좌사에게 연락을 막아 시간을 최대한 벌 심산이었다. 박용진은 지갑에서 백만 원짜리 수표 네 장을 꺼내 안좌사의 운전기사에 주었다.


“핸드폰 네 대 값이다. 부족하면 용일축산으로 연락해라.”


박용진은 바로 자신의 차에 올라타 강릉으로 출발했다. 강릉으로 가는 동안 유이가 전화를 서너 차례나 했지만 박용진은 받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박회장을 설득하고 속여 주식 위임장을 받을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박용진이 떠난 후 한 시간이 넘어서야 안좌사가 밴 앞에 나타났다. 계곡으로 떨어지며 바위에 부딪쳐 깨어진 머리는 피투성이였고 쇄골이 잘린 몸의 왼편 상체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칼과 칼이 부딪쳤을 때 내장이 흔들려 토한 피로 입가는 피를 빨아먹은 흡혈귀처럼 붉었다. 운전사가 놀라 문을 열고 나가 안좌사를 부축했다.


“용일병원으로”


안좌사가 운전사에게 말하고 밴의 뒷자석에 일자로 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떡할까요?”


“다쳤으면 모두 용일 병원으로, 성한 사람은 평창동 집으로 모이라고 해.”


말을 마친 안좌사는 눈을 감고 호흡을 조절하며 기를 운용했다. 휴대폰이 부서진 운전기사가 차에 내려 다른 운전사에게 전하고 다시 차에 탔다. 뒷좌석에 누워 기운을 조절을 하던 안좌사가 운전기사에게 소릴 질렀다.


“빨리 출발하지 않고 뭐하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집합장소를 전달하러 갔습니다.”


“가면서 전화 하면 되지 직접가야 돼?”


“그게··· 박용진 사장님이 오셨어···”


“뭐, 박사장?”


운전사가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박용진이 와 고문했던 것과 휴대폰을 빼앗겨 박살난 일을 말하자 안좌사는 버럭 소릴 질렀다.


“이 새끼야, 왜 그걸 지금 얘기해!”


백산을 치기위해 자신이 여기에 온 걸 알았으니 박용진이 어디로 갔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박용진은 분명 비어있다시피 한 강릉 펜션으로 갔을 것이다. 안좌사는 강릉펜션의 경호원들에게 장소를 옮기라고 연락하기 위해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나 휴대폰은 화면이 깨어지고 전원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계곡으로 굴렀을 때 눌러진 모양이었다.


“이런 개 같은!”


안좌사가 차 바닥에 휴대폰을 내리치며 소릴 질렀다. 일이 급했지만 당장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흥분했기 때문인지 목구멍에서 또 피가 넘어왔다. 안좌사는 차문을 열고 피를 뱉어낸 뒤 뒷자리에 기대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눈을 감고 호흡조절을 하며 기운을 돌려 마음을 가라 앉혔다.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가자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동원했던 건달들과 함께 위진과 양출이 내려왔다. 안좌사는 수하에게 휴대폰부터 찾았다. 안좌사가 전화를 하자 펜션을 지키는 경호원은 바로 받았다.


“박용진 사장이 펜션으로 가고 있다.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해라.”


“예? 어디로 이동합니까?”


“거기서 최대한 떨어진 곳으로 어디든 옮기란 말이야. 이동한 후 이 전화로 연락해라.”


안좌사는 박용준에게도 전화를 했다. 그러나 술에 취해 자는 건지, 여자랑 그 짓을 하는 건지, 박용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좌사는 포기하고 운전기사에게 명령했다.


“일단 병원으로 가자.”


위진과 양출이 같은 차에 탔다. 병원으로 가는 안좌사는 자신이 살아온 게 정말 기적이라 생각을 했다. 그때 계곡에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면 백산의 다음 공격에 필히 목이 잘렸거나 배가 갈렸을 것이다. 안좌사의 밴은 빠르게 북한산 입구를 벗어나 도로를 내달렸다. 강남에 있는 용일병원까지는 길이 멀었다. 밴이 서울을 달리는 동안 안좌사는 뒷좌석에 누워 눈을 감고 기를 모아 출혈을 막았다. 양출과 위진도 눈을 감고 있었다. 모두가 같은 패잔병 처지였다.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았다. 차가 용일 병원에 다 왔을 무렵 불안한 안좌사는 펜션의 경호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동하고 있냐?”


“지금 차를 탔습니다.”


“뭐? 왜 지금이야?”


“회장님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으려 했어요. 이동을 위해 깨웠는데 눈을 뜨자마자 최승희를 찾고 한동안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바보 새끼들아, 주사를 놔야지.”


“그러려고 했는데, 회장님 기력이 워낙 좋으셨어···, 간호사가 간신히 주사 놓아 진성시키고 지금 출발했습니다.”


안좌사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산에 올라간 시간과 내려온 시간에 여태까지 허비한 시간을 다 더하니 박용진이 고속도로로 쉬지 않고 달렸으면 펜션에 도착할만한 시간이었다. 안좌사는 초조해졌다. 경호원 넷은 자신이 믿고 키우고 있는 자들이었지만 박용진에 비하면 실력에 한참 떨어졌다.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라.”


안좌사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는 수밖에 없었다.


****************

백산은 핏자국을 따라 등산로가 아닌 계곡으로 산을 내려왔다. 달빛에 검은 점처럼 간간히 이어지는 핏자국을 찾는 게 쉽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부와 사형의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이 흔적을 찾아내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되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백산이 북한산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안좌사와 그 일행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허탈한 백산은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연석에 걸쳐 앉아 긴 한숨을 쉬었다. 차라도 있으면 어느 길이든 무작정 쫓아가기라도 하겠는데 백산에게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용일 빌딩 펜트하우스 같은 곳에 안좌사가 숨어버리는 것이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철옹성 같은 그곳에 들어가 안좌사에게 접근할 기회를 만들기는 백산이 생각하기에도 난망한 일이었다. 백산이 그렇게 한참이나 아쉬움과 실망에 빠져있는 동안 유이와 최승희가 나타났다. 그제야 백산은 유이에게 연락을 하겠다는 약속을 떠올렸다. 유이는 백산을 보자마자 다급히 물었다.


“안좌사 일당은 어디로 갔어요?”


“내가 왔을 때는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요.”


유이는 잠시 생각하다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시간상으로는 박 사장이 와 있어야 하는데, 혹시 못 봤어요?”


“아뇨.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유이가 박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박 사장이 전화를 받지 않아요. 혹시 안좌사에게 당한 건 아닐까요?”


유이가 답답한 듯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백산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안좌사는 도망치며 내내 피를 흘렸어요. 그 상태라면 박사장을 잡는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중국 무사 둘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협공만 당하지 않는다면 몸 보호는 할 수 있을 거예요.”


최승희가 예쁜 얼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두 가지가 남는 군요. 안좌사가 여기 있을 걸 보자 도망갔거나, 회장님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아채고 회장님을 빼앗으러 갔거나.”


유이가 픽 웃으며 말했다.


“우릴 버려두고 갔다고요?”


최승희가 비웃듯 대답했다.


“그럴 인간이라는 건 이미 알잖아요?”


유이가 어이없는 얼굴이 되어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럼 3자 동맹은 깨진 건가!”


최승희가 웃었다.


“동맹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 하지만 난 유이씨와 동맹을 깰 생각은 없어요. 우리 비슷한 처지니까요.”


유이가 최승희의 마음에 깔린 동질감에 살짝 웃고 물었다.


“그럼 이제 뭘 하죠?”


“우리도 회장님을 찾으러 가야죠. 그곳에서 모두 모일지 누가 알아요?”


최승희의 말은 백산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놓친 안좌사를 그곳에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셋은 서둘러 상가 지역 공터에 세워놓은 유이의 포르세에 올랐다. 최승희가 탄 뒷자리가 좁고 불편했지만 그런 걸 따질 때는 아니었다. 포르세는 밤길을 맹렬하게 달렸다. 유이가 운전을 하며 박사장에게 두 차례 더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뒷자리에서 최승희가 웃었다.


“동맹은 깨졌다니까요.”


백산의 머릿속에는 안좌사만 있었다. 백산이 진중하게 물었다.


“그럼 안좌사는 어디에 있을까요?”


최승희가 가볍게 대답했다.


“글쎄요. 박 사장을 추적해 갔을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부상이 가볍지만은 않을 겁니다.”


백산의 말에 최승희는 불안한 기색을 띄며 말했다.


“그럼 병원으로 갔겠죠. 그렇다면 박사장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을 테니까 정말 따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안좌사가 부상을 입었다는 백산의 말에 유이가 감탄하듯 말했다.


“안좌사를 물 먹였다니 백산의 실력은 정말 대단하군요.”


안좌가의 행방을 놓쳐 침중해진 백산이 힘없이 말했다.


“기습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상무암 마당처럼 사방에 공간이 있는 장소에서 중국 무사 둘과 안좌사의 협공을 받았다면 승부는 알 수 없었을 겁니다.”


백산은 겸손히 말했지만 유이의 눈에서는 감탄의 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

백산의 일행이 서울을 벗어났을 무렵 박용진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해바다 펜션으로 가는 좁은 외길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펜션이 있는 쪽에서 밴 두 대가 나왔다. 앞장선 밴이 상향등을 올리고 경적을 울려 박용진에게 차를 뒤로 빼라는 신호를 했다. 큰길과의 거리로 보면 그것이 맞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용진은 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박용진은 잠시 동안 전조등을 켠 채 차를 움직이지 않았다. 밴이 상향등을 깜빡이며 다시 경적을 울렸다. 그때 박용진의 머리에서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박용진이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박용진이 밴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앞의 밴이 상향등을 내리고 조용해졌다. 경호원이 전조등에 비친 박용진을 알아 본 것이다. 밴을 뒤로 빼려 해도 상황을 모르는 뒷차가 막고 있었다. 박용진이 앞쪽 밴의 운전석에 서 차문을 당겼다. 차문은 잠겨있어 열리지 않았다.


“이 새끼들아, 문 열어!”


박용진이 고함을 질렀지만 밴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사실 밴 안의 경호원은 안좌사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에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에 누운 안좌사는 금방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경호원이 밴의 문을 열지 않자 박용진이 길 가에 돌덩이를 집어 들고 운전석의 차창에 내리쳐 창을 박살냈다. 박용진은 깨진 차창으로 손을 넣어 차문을 열고 어쩔 줄 모르는 운전사를 끌어내렸다.


“야, 이 새끼야, 내가 누군 줄 알지? 그런데 왜 문을 안 열어?”


앞차의 유리창이 깨어지는 본 뒤차에서 경호원 둘이 쇠파이프를 들고 내려 박용진에게 다가왔다. 박용진이 그 둘에게 소릴 질렀다.


“이 새끼야 나와 해보자는 거야? 나를 이길 수 있어?”


경호원 둘이 그제야 상대가 박용진이라는 걸 알았는지 멈칫 자리에 섰다. 박용진이 끌어낸 앞차 경호원에게 물었다.


“우리 아버지 어딨어?”


“뒤차에 계십니다.”


경호원이 체념한 듯 말했다. 박용진이 뒤차로 가 문을 열었다. 박 회장이 뒷좌석에서 자고 있었다. 신경 안정제에 취했는지 박회장은 차 밖이 시끄러워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중년의 간호사가 박회장 옆에 앉아 박용진을 노려보았다.


“넌 누구야?”


“간호사에요.”


“아버지를 데리고 내려.”


박용진이 소릴 질러도 간호사는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라면 주먹을 날렸을 것인데 여자에다 간호사였다. 박용진은 잠시 생각하다 휴대폰을 꺼냈다.


“경찰을 부를 테니 우리 아버지 납치 죄로 콩밥 먹고 자격증 정지당하고 싶으면 그대로 앉아 계시던가!”


간호사가 못 이기는 체하며 차에서 내렸다. 박용진이 경호원들과 간호사에게 다시 고함쳤다.


“아버지를 빨리 내차로 옮기라니까!”


간호사와 경호원이 힘을 합해 박 회장을 차에서 내려 업고 박용진의 차 뒷좌석에 누였다.


박 회장은 칠십이 넘었지만 아직도 덩치는 있었다. 뒷자리가 좁아 차가 흔들리면 떨어질 것 같아 조수석의 의자를 젖히고 그곳으로 옮겼다.


“차키와 휴대폰 다 내놔.”


“키를 드리면 저희는 어떡합니까?”


“그럼 내 차 따라 오다 맞아 죽든지, 아님 내 차 추격 안했다고 안좌사에게 맞아 죽든지 둘 중에 하나 선택해!”


박용진의 말처럼 차키를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로운지라 경호원이 밴에서 키를 뽑아 박용진에게 핸드폰과 함께 넘겨 주었다. 박용진은 핸드폰을 모조리 발로 밟아 박살냈다.


“내가 지금 돈을 사 쓰고 현금이 없어. 용일 축산 비서실로 전화해 계좌번호 불러주면 휴대폰 값 넣어주라 할께. 최신폰으로 사! 그럼 불만 없지?”


박용진은 자신의 차에 올라탄 뒤 차를 돌려 서울로 향했다. 목적을 달성하자 기분이 상쾌했다. 유이에게서 또 전화가 왔으나 받지 않았다. 박용진은 차 속도를 더욱 높였다.

한편 안좌사는 응급처치가 끝나자 박회장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음성만이 썰렁하게 나왔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상상이 갔다. 안좌사는 욕을 내뱉고 박용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박용준이 받을 때가지 포기하지 않았다. 오분 넘게 전화벨이 울리고서야 박용준이 전화를 받았다. 옆에서 여자가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몇신데 전화하는 거요?”


박용준이 짜증스레 말했다. 안좌사가 상무암 습격에 실패하고 박 회장마저 박용진에게 빼앗긴 것 같다고 보고하자 박용준의 입에서 욕지기가 쏟아졌다.


유이가 해바다 펜션으로 들어가는 외길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다. 박용준의 밴 두대가 길을 막고 있었다. 경호원 두 명에 길에 나와 멍하니 담배를 피고 있었다. 유이와 최승희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최승희가 날카롭게 물었다.


“회장님 어디 계셔?”


경호원중 하나가 포기한 것처럼 힘없이 대답했다.


“두 시간 전에 박용진 사장이 오셨어 모셔가셨습니다.”


최승희가 소릴 질렀다.


“어디로 모셔갔는데?”


다른 경호원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갑자기 나타나셔서 길을 막고 회장님을 옮겨 태워라 해서 태워드리고 키도, 휴대폰도 다 빼앗기고 이렇게 있습니다.”


“회장님 건강은요, 몸은 어떠세요?”


최승희가 얘가 타서 묻자 뒤의 밴에서 간호사가 내려 대답했다.


“신경 안정제를 놔드렸어요.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유이가 최승희를 끌어 차에 태웠다.


“서울로 돌아가요. 거기서 박 사장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거 같네요.”


차에 탄 최승희은 힘없이 뒷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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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12장. 복수의 끝자락(3) 21.02.12 211 2 16쪽
49 12장. 복수의 끝자락(2) 21.02.09 211 2 13쪽
48 12장. 복수의 끝자락(1) 21.02.05 212 1 20쪽
» 11장. 추격과 습격(4) 21.02.02 219 1 18쪽
46 11장. 추격과 습격(3) 21.01.29 226 1 14쪽
45 11장. 추격과 습격(2) 21.01.26 197 1 14쪽
44 11장. 추격과 습격(1) 21.01.22 229 1 15쪽
43 10장.납치(4) 21.01.19 234 1 12쪽
42 10장.납치(3) 21.01.15 230 1 22쪽
41 10장.납치(2) 21.01.11 225 1 15쪽
40 10장. 납치(1) 21.01.08 215 1 25쪽
39 9장. 토모키루의 칼(5) 21.01.05 240 1 31쪽
38 9장. 토모키루의 칼(4) 21.01.02 242 1 13쪽
37 9장. 토모키루의 칼(3) 20.12.31 218 1 13쪽
36 9장. 토모키루의 칼(2) 20.12.28 207 1 17쪽
35 9장. 토모키루의 칼(1) 20.12.25 229 1 13쪽
34 8장. 유세나의 위기(6) 20.12.22 211 2 26쪽
33 8장 유세나의 위기(5) 20.12.18 209 2 18쪽
32 8장. 유세나의 위기(4) 20.12.15 209 3 13쪽
31 8장. 유세나의 위기(3) 20.12.12 231 2 16쪽
30 8장. 유세나의 위기(2) 20.12.08 222 2 23쪽
29 8장. 유세나의 위기(1) 20.12.04 213 2 14쪽
28 7장. 백산의 위기(5) 20.12.01 209 2 23쪽
27 7장. 백산의 위기(4) 20.11.27 217 2 13쪽
26 7장. 백산의 위기(3) 20.11.24 215 2 12쪽
25 7장. 백산의 위기(2) 20.11.20 277 2 17쪽
24 7장. 백산의 위기(1) 20.11.15 234 2 14쪽
23 6장.배반의 배반(3) 20.11.09 240 2 19쪽
22 6장.배반의 배반(2) 20.11.05 24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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