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卍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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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현상이 남영을 향해 지시했다.
“남영 길을 안내해라”
"예 알겠습니다"
남영은 특수한 술법을 익혀 진을 궤뚫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앞을 향해 전진했다.
“으아악”
“이놈들! 모두 죽여버릴 것이다!”
악에 받힌 함성이 이어졌다.
폭우속에서 적아구분도 불분명한 난전이었고 피와 육신이 도륙되는 아비규환의 전쟁이었다.
남궁세가로서는 패원고원 전투에서 가장 처절한 싸움이었다.
적개심이 동료가 하나 둘 죽어감에 따라 더욱 짙어지며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두에 남궁세가본가와 속가의 이름난 고수들과 같이서서 굳건히 버티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던 검이 이제 앞을 가로막는 도병을 쳐부수며 공격일변도의 거센 검으로 바뀌었다.
군웅들의 분노속에서 그리고 그가 익히 아는 지인들의 가까운 죽음이 그를 같이 흥분시킨 것이다.
게다가 괴기로운 빛과 여인봉의 소리가 거의 이성을 끊고 있었다.
우우-
그때 선두의 악현상을 뒤따르던 본가의 공노사가 순식간에 적에게 둘러싸이며 악전고투했다.
남궁현기가 앞으로 뛰어들고 철수선생이 노성을 지르며 같이 도왔다.
“이놈들! 물러서라!”
그러나 선두의 진을 뚫으려는 고수들만을 노리고 불회강의 전력이 집중되고 있었으니 두사람의 동작이 적들의 합공에 저지되었다.
남궁세가가 고수와 하수의 무공차이가 큰 것을 아는 것이다.
백전을 겪고 2차 정사대전을 오래 준비해온 불회강의 전력이 호락호락 남궁세가의 인물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같이 있던 이정이 공력을 모아 공노사 주위 십방을 공격했다.
우르릉!쾅
순간 적들의 도검이 부러지고 주위의 적들이 쓰러졌다.
공노사가 적들의 공격을 막는 가운데 그 장면을 보며 눈빛을 빛냈다.
"도와줘서고맙네”
그가 얼마전 장원의 생사의 평가를 위해 찾아갔던 속가인 백화장원의 젊은이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 순간
어둠속에서 날카로운 검이 이정의 미간을 향해 갈라져 왔다.
이정이 장검을 비틀어 흘리며 적을 향해 공격했다.
으악!
처참한 비명소리와 함께 적이 쓰러졌다.
그때 좌우에서 붉은 검세가 다시 공격해오며 연이어 공중에서 검이 몰려왔다.
이정이 적의 연수합격에 숨을 고르지 못하며 막는 차에 그의 뒤를 노리는 일검이 있었다.
쉬익!
“이정! 뒤를 조심해”
장의경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대신 소리쳤다.
그녀도 적의 공격에 가슴 한자락이 베어져 우유빛 속살과 속옷이 드러났으나 가릴 경황이 없었다.
그때 이정을 공격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더니 그냥 지면으로 고꾸라졌다.
으악!-
뒤따르는 금검보의 금검무사 백마신검 갈홍이 적을 죽인 것이다.
“고맙습니다”
이정의 진심이 담긴 말에 갈홍이 핏물이 흐르는 검을 적의 시신에서 빼든채 희미하게 웃었다.
“흐흐, 네녀석이 숨은 고수였던 걸 인정하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네녀석을 구하기 보다 방금은 그냥 적이 눈앞에 있어서 죽인 것이다”
그가 이정을 도와주면서도 말끝은 여전히 평소의 습관이 베인 비꼬는 조였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도와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때였다.
-쉬익
어느 순간 어디선가 빗속을 뚫고 날아온 비도가 그대로 백마신검의 미간을 깊이 관통했다.
-으헉
백마신검의 놀라부릅뜬 눈위 미간에서 비도의 손잡이인 귀신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백마신검의 급작스런 죽음에 이정이 공포심을 떠나 놀라며 비도가 날라온쪽을 향했다
그의 이목을 속이고 더구나 백마신검과 같은 절정고수의 미간을 정확히 노린 것이다.
그때 적의 합공을 물리치고 마찬가지로 놀라며 비수자루의 귀신상을 같이 보던 공노사가 외쳤다.
"귀도 천묘!"
불회강 주인의 7대 호위중 일인이었다.
“흐흐, 노부가 있는 길을 택한 놈들은 한 놈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흥! 목숨을 값을 내놓아라"
장의경이 귀도를 공격하고 공노사가 같이 합공했다.
-쾅
귀도 천묘가 냉소를 날리며 비도로 두 고수의 검을 막는 사이 불회강의 다른 무인들이 가담하여 또 한번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정역시 절정고수인 백마신검이 이정 자기와의 대화에 잠시 한눈이 팔려 어둠을 뚫고 날라든 비도를 못피한 것으로 자책감이 들며 같이 공격하며 혼전에 말려있었다.
그때 낭랑하면서 큰소리가 있었다.
“모두 어서 탈출해요”
불회강의 주력을 분산하며 공격하던 악현상이 선두에서 탈출로를 확보하여 전진하는 것이다.
깜깜한 어둠에 누군가의 주검들은 놓여 있었다.
그렇게 남궁세가 무인들의 물샐틈 없는 연수합격이 적을 물리치며 여인봉의 근처에 이르고 있었다.
한편, 언제부터인가 남궁세가의 후미가 단절되었다.
후미가 낙오된 것이다.
들려오던 희미한 함성이 사라지고 적의 신호음만이 계속 뒤를 따라 붙었다.
"잠시 멈추시오"
남궁세가 본가에서 상황을 제기했고 모두 잠시 정지하며, 위험을 감수하며 방금 빠져나온 사지로 돌아 갈것인지 기다릴 것인지를 판단할때였다.
그때 이정의 눈앞에 홍의의 무복을 입은 군세가 나타났다.
불회강의 친위대인 것이다.
불회강의 원이름은 숭무원이다.
정신무공과 육체무공이 연계되며 극한이 되어 죽어도 살며 살아도 죽는 생사의 경계의 무공, 세인들이 그 신묘함에 불사무공이라고 불리우는 검절의 무공을 나타내며 그들은 숭무원때부터 붉은색을 숭상했다.
그들이 정면공격을 해왔다.
“쾅”
남궁세가에서 막았고 이어서 접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일각도 안되어 갑자기 이정의 바로 눈 앞에 한 거대한 기치가 나타났다.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 커다란 붉은 도깨비가 새겨진 기폭주위로 여러 작은 기치가 에워싸며 호위하고 있었다.
그들이 붉은 무복의 적의 친위대와 맞싸우면서 우려했던 적의 중심부를 바로 맞닥뜨린 것이다.
“검절 숙야홍”
옆에 선 십전공자의 놀란 말이 모두의 귀청을 두드렸다.
악현상의 공세가 잠시 주춤해졌고 같이 있던 장의경 역시 멈추어 섰다.
자연스레 남궁세가의 앞으로 진격하던 대열이 모두 멈추었다.
지척에 당대의 무림십대고수의 전설을 쓴 거인이 있었다.
악현상이 이정을 향해 급히 말했다.
패원고원에서 이제껏 적을 대하고 한 번도 긴장하지 않던 그녀의 긴장된 숨결이 느껴졌다.
“이소협! 그를 넘어야만 되요. 먼저 공격해요. 검절의 지키는 적의 방어막을 앞으로 이끌어 내어요”
“알겠소”
이정이 공격을 하니 적의 전위가 막아냈다.
동시에 십전공자와 공노사가 악현상의 전면을 방어했다.
그순간 악현상이 빛살같이 전면으로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든 천유지검의 푸른 검광이 어두운 공간을 가르고 일체의 인적 장애물을 가르고 있었다.
“으악”
“막아라”
“누구냐”
일순간 그녀와 거인의 충돌과 동시에 번개같은 속도의 접전이 벌어졌다.
“쾅”
“구천검령 악불해!”
누군가의 외침이 있었고 두 사람의 싸움은 빛과 어둠에 동시에 가려졌다.
이정도 천신들과 같은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볼 여력이 없었다.
몰려드는 호위들을 막아내며 그녀에게 다가서지 않게 지켰다.
-으악!
그때 공노사의 몸이 지면에 쓰러졌다.
"공노사님"
장의경이 그를 추스렸으나 한 번 쓰러진 몸은 일어서지 못했다.
남궁세가의 가장 신임받는 장로가, 평소 속가인 백화장원을 아끼었던 신풍백환 공노사가 적의 검에 죽은 것이다.
한편, 악현상과 검절의 싸움이 주위싸움의 공방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며 검절의 황금면구속 두 눈빛에 비릿하면서도 신비한 빛이 있었다.
그의 눈빛이 악현상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악현상이 마치 여인봉의 빛을 닮은듯한 몽롱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대한 순간이었다.
악현상이 갑자기 몸의 움직임이 제약되며 갑자기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새 그녀가 검의 능력에 한순간에 제압당한 것이다.
-이런!
몸을 꼼짝을 할 수 없었으니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그녀를 제압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기운에 바로 그녀의 목이 잘려 달아나던지 심장부에 사발만한
구멍이 뚫릴 것이다.
-도대체 언제?
갑자기 검절의 기이한 불사지공이 떠올랐다
‘여자야! 네가 보고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검절의 웃음소리가 이제 환청으로 들렸다.
검절이 기운의 진체를 어느 새 주위로 흩은 것이니 주위가 그의 거대한 기운으로 장악되어 있었다.
싸움도중 그녀가 뛰어넘었고 자기공간으로 생각한 공간이 그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고
그녀가 멈추었다고 생각한 시간이 그에 의해 이미 지배되어 있던
것이다.
검절의 기운이 그녀의 목을 죄어왔다.
고통스런 그녀의 시선에 검절의 금빛 가면이 다시 잡혔다.
그가 미소 지었다.
어느 순간 면구의 미소가 너무 황홀하다고 생각되었다.
불안했던 천인혈의 죽은 망령이 생령으로 살아났다.
그녀가 죽인 천명의 원혼이 금빛 가면속에 들어 있었고
망령들이 되살아나 그들의 가면의 세계로 그녀의 사지를 붙들고
끌고 가고자 했다.
악현상이 자신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할 수
없게 되는 심마에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들은 적이 있었다.
빙의!
빙의는 귀신과 영만이 아닌 자연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빙의한 영매는 섭혼의 능력으로 대상을 지배하는 것이며
단순한 눈빛만에 의한 섭혼이 아닌 주위기운을 지배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반경 주위 십장내의 모든 생명체와 사물을 검절이 지배했다.
그 결계 안에서 그가 바로 신이었다.
‘방심했다!’
주인을 이미 정한 정지된 시간, 닫힌 공간안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왜 검절을 만개의 신 만신(萬神)이 아닌 만신(卍神)이 빙의하는
것이라고 칭하는지를 보다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만신은 실재 문헌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이니 하찮은 풀인 길상
잎의 모양 만(卍)에서 시작하여 부처의 생존시 좌대마저 독점하는
위대한 이름 만(卍)자는 주위 모든 생명체와 사물을 지배하는 것이다.
신이 검절에게 빙의할뿐 아니라 검절 역시 주위 사물에 같이 빙의하는
것이다.
악현상의 몸의 호신강기가 해제되면서 몸이 사시나뭇 떨듯 떨리기 시작했다.
검절은 주위 들려오는 비명소리속에서 방금까지 같은 무림십대고수로서 무공에서 대등하게 싸웠던 그녀지만 지금 무기력해진 그러한 모습을 만끽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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