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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연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1.10 17: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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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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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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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171

작성
23.02.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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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4
추천
37
글자
5쪽

생명의 떡잎

DUMMY

“은나라에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이정이며,

명호가 탁탑천황이에요. 그의 무공은 어깨에 이고 다니는

커다란 동탑을 상대에게 집어던져 압사시키는 것이죠. 오늘

천년의 공백을 깨고 탁탑천황이라는 위대한 영웅이 새로

부활한 것이죠“


그 말에 이정이 당황했고 마찬가지로 군사부 중 한 남삼

중년인이 따지듯이 말했다.


“소저의 이야기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소. 그렇게 따지자면

이곳 만여명중 과거 영웅의 이름과 겹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오. 게다가 이정이라는 젊은이의 무공 또한 탁탑천황의

근처에도 못미치는 것이니 정사대전이 과거의 혈겁의 부활

이라는 말이 가당치 않소.

그리고 천무련에서 한 낯 안개 따위로 무슨 천지조화의

재주를 일으켜 만이나 되는 인원을 대적할 수 있겠소.

서군은 요사한 술법은 범접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영력있는

고승들과 도인들이 부지기수요. 맹주님도 같이 계셔 동서남북

사군중 가장 강한 곳이니 천무련의 잡졸 따윈 결코 우려할

바가 아니오”


남삼중년인의 말에 장의경을 포함한 상관혜, 제갈수의 눈빛이

굳어졌다.

악현상을 군사부에 데려온 그들의 입장 역시 같이 질책을 받은

것이다.


‘서군이 가장 강한만큼 가장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에요’


악현상이 그 말을 하려다 입속에 삼키고 말하지 않았다.

더이상 말하더라도 승리를 목전에 두었다고 착각하고 전공에

만 눈먼 이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천하제일의 현자 천기자도 포기한 것일 것이다.

정의의 이름으로 약자를 억압하고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을

밥먹듯이 하는 오만과 위선의 탈을 벗기 전에는 정파 역시

일방적으로 정의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정파가 무너지는 그 순간이 오히려 진정한 정의가 새로 태어

나는 것이다'



악현상과 이정이 포권을 하고는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백화장원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중에

악현상의 절대고수의 감각에 여름의 폭풍이 울고 있었다.


휘이잉!-


바다 멀리서부터 사나운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폭풍은 세상을 뒤집고 새로운 흙과 양분을 푸른 강 상류에서

실어 나르고 고운 흙을 지표면에 드려내어 때묻지 않는 새로운

생명을 창출하는 것이다.

악현상이 새로 피어날 풋풋한 생명의 떡잎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백화장원의 일행들과 움직일 채비를 마친

때, 군사부의 일을 끝내고 곧 바로 남궁세가와의 아침 회의를

마친 장의경이 나타났다.

장의경이 이정과 함께 있는 악현상을 찾더니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군사부의 완고한 윗사람들은 악소저의 말을 신중하게 받아들

이지 않으나 우리 백영회에서는 당신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 적들이 9산5강의

특이한 지형에서 가장 먼저 쓸 계책이 일단 우리측의 진영을

흩어 각개 격파한다는 것이죠. 제갈수 공자를 위시로 우리

서군 백영회의 34인은 그때를 대비하여 비상 대안을 마련했어

요”


군사부의 완고한 태도에 감정이 상했던 악현상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자 이정이 대신 물었다.


“그래도 장소저와 백영회에서 믿어주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그 대안이 무엇인가요”


장의경이 대답대신

곁의 나무 가지를 땄다.

그리고 입을 벌려서는 나뭇잎을 향해 짧은 소리를 지르는

듯 하니 소리는 갑자기 들리지 않고 어느 순간 나뭇잎들이 가지

에서 잘려 나가듯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어느 경지에 오른 음공과 같이 유형의 힘을 가진 것이다.

이정이 놀라서 눈을 둥그렀게 떴고 악현상 역시 두 눈에 이채를

띄었다.

장의경이 맑고 지혜로운 시선을 하늘로 향하더니 말했다.


“서군 군사부 외에 백영회 내에도 천기를 읽는 사람이 있어

요, 그가 말하길 이 삼일 내에 큰 폭풍우가 닥친다 했어요.

우리가 대비한 방법은 그 폭풍우와 적과의 혼잡한 교전와중

에도 서로간 연락이 끊기지 않는 방법이죠"


그 연락방법이 백영회만의 비밀수단이었다.


" 백영회의 일원인 신기세가의 신기공자는 음공에 조예가 깊은

자로 광대한 지역에서 적의 눈치없이 교환할 수 있는 ‘影波’

라는 특이한 신호 방법을 각자에게 전수한 것이죠. 방금 제가

시전한 신호방법은 누가 알고 의도하지 않는 한 일정 진동으로

발해지는 이 음파를 결코 감지할 수 없으며 설혹 감지하더라도

신호의 약속을 모르는 한 그 의미를 알 수 없죠. 단지 아쉬운

점은 강약과 높이만 있는 신호인지라 주된 연락만 가능하고

대화는 서로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도 악현상이 그 정도의 놀랄만한 대비에 만족한지 비로소

흉한 얼굴에 밝은 웃음을 지었다.


“생각 이상으로 그대들은 현명하군요. 그대들은 마치 마른 대지

위에 폭풍이 지나간뒤 돋아나는 어린 떡잎같이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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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떠나는자와남는자 23.06.02 605 21 14쪽
101 모두안녕 23.06.02 464 11 15쪽
100 무상검 23.05.13 670 18 7쪽
99 반혼지경 23.05.13 503 12 14쪽
98 만신(卍神) 23.05.13 507 11 10쪽
97 기사(記死)! 죽음을 기억하라 23.05.12 490 11 6쪽
96 불패지검 23.05.12 492 9 6쪽
95 바라보는 것은 존엄하며 손은 겸손하다 23.05.12 688 13 11쪽
94 무형파 23.05.12 588 14 13쪽
93 불회강 23.04.10 1,111 25 10쪽
92 천유지검 23.04.10 901 26 8쪽
91 나는 무엇을 할수 있을 것인가 23.04.09 904 24 10쪽
90 사랑은 이별이 있어 소중하다 23.04.08 910 25 6쪽
89 고향은 아득하고 벗들 하나 둘 떠나다 23.04.06 1,040 23 10쪽
88 이수의 강변에서 청춘을 꿈꾸다 23.04.03 1,044 23 14쪽
87 내위에 아무도 두지않다 23.04.01 1,034 29 13쪽
86 용사들이 죽어 돌아가는곳 23.03.30 1,029 30 5쪽
85 백화망망진 23.03.28 963 30 11쪽
84 등뒤를 따른다는 것 23.03.24 1,067 31 10쪽
83 종이꽃 23.03.23 993 27 5쪽
82 풍영귀곡 23.03.22 1,035 25 13쪽
81 무극멸살녹진 23.03.20 1,039 28 15쪽
80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3.20 947 24 6쪽
79 정자에 올라 소매로 눈물을 닦다 23.03.19 1,063 28 5쪽
78 새가 날아간 흔적을 찾아서 23.03.18 1,075 30 13쪽
77 들풀처럼 지다 23.03.16 1,086 29 6쪽
76 바람이 불어가는 곳 23.03.14 1,144 30 9쪽
75 나는 차마 뒤돌아보지 못했다 23.03.13 1,082 30 3쪽
74 언덕의 저편 23.03.12 1,131 31 8쪽
73 나비의죽음 23.03.08 1,191 31 5쪽
72 생사의 기로에 서서 23.03.06 1,282 30 7쪽
71 두려움의 저편 23.03.03 1,284 27 4쪽
70 지옥의 추적자 23.03.02 1,228 27 9쪽
69 원앙새의 진 23.03.01 1,164 29 4쪽
68 사선진 23.02.27 1,211 32 5쪽
67 백화망망진 23.02.26 1,175 24 5쪽
66 날아오르는 화살 23.02.26 1,127 28 4쪽
65 피의 순수 23.02.26 1,138 24 8쪽
64 모순중의 모순 23.02.26 1,194 25 9쪽
» 생명의 떡잎 23.02.22 1,435 37 5쪽
62 천년전의 이름 23.02.21 1,412 29 6쪽
61 이해할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2.20 1,433 34 8쪽
60 구산오강 23.02.19 1,372 30 6쪽
59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2.18 1,388 36 7쪽
58 노을속을 걷다 23.02.17 1,402 37 15쪽
57 개전 23.02.16 1,359 40 8쪽
56 삼불해 23.02.14 1,432 39 11쪽
55 구천검령 악불해 23.02.13 1,409 41 10쪽
54 그리워라 지나간 돌이킬수 없는 나날들 23.02.11 1,504 39 5쪽
53 강은 산을 밀지 못하고 돌아가다 23.02.09 1,519 42 6쪽
52 누구나 저마다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강을 건너다 23.02.09 1,477 38 6쪽
51 삶에 있어서 안빈낙도는 최선이 아니다 23.02.08 1,510 38 5쪽
50 망태는 빈달빛을 담다 23.02.05 1,627 39 8쪽
49 다만 윤회의 과정에서 의를 행하다 23.02.05 1,655 32 13쪽
48 모래성 23.02.04 1,600 43 5쪽
47 불회강ㅡ돌아오지않는강 23.02.03 1,621 40 5쪽
46 구름의 죽음 23.02.02 1,573 34 7쪽
45 비밀의 정원 23.02.01 1,592 43 9쪽
44 불멸의 꽃 23.01.31 1,599 44 7쪽
43 배는 연꽃속에 드나 연꽃은 배가 부딛쳐야 피어난다 23.01.29 1,649 44 9쪽
42 천상천하유아독존 23.01.29 1,582 41 7쪽
41 백영회 23.01.29 1,548 37 9쪽
40 초대받지 않은 손님 23.01.29 2,510 37 9쪽
39 봄동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다 23.01.28 1,650 42 6쪽
38 한그루 나무를 심다 23.01.28 1,739 36 6쪽
37 물풀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를 내리다 23.01.28 1,656 35 9쪽
36 느리게 흐르는 시간 23.01.27 1,727 37 8쪽
35 별빛이 맑은 샘을 지키다 23.01.27 1,744 40 7쪽
34 마른바람 부는 날 23.01.25 1,780 41 9쪽
33 나는 비겁한 자가 아니다 23.01.23 1,762 44 7쪽
32 두개의 계절이 같이 흐르다 23.01.21 1,835 52 7쪽
31 네가 슬플때 나는 너를 사랑한다 23.01.21 1,791 48 6쪽
30 호미를 든채 저무는 석양속을 걷다 23.01.21 1,732 44 5쪽
29 영웅은 간곳없고 달빛만 머문다 23.01.20 1,803 46 10쪽
28 나는 어디로 가는가 23.01.19 1,815 45 10쪽
27 물가의 그림자 23.01.19 1,865 43 12쪽
26 죽음보다 깊은잠 23.01.18 1,863 49 9쪽
25 군자지로 23.01.18 1,880 47 6쪽
24 천의 무공 23.01.18 1,937 44 6쪽
23 천지출검(天志出劍) 23.01.17 1,905 46 9쪽
22 피의 맹세 23.01.17 1,837 39 5쪽
21 사생취의 23.01.17 1,868 46 7쪽
20 慷慨赴死易 從容就義難(강개부사이, 종용취의난) 23.01.17 1,895 51 11쪽
19 대지약우 23.01.16 1,903 56 9쪽
18 내마음의 물웅덩이 23.01.16 1,897 44 8쪽
17 신풍백환 23.01.15 1,977 43 9쪽
16 흑포마성 23.01.15 1,949 41 6쪽
15 죽기직전 한평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나보다 역경의 순간마다  용기를 잃지않고 대처했는지를 더 떠올리게 한다 23.01.15 1,998 48 6쪽
14 은하수는 동쪽 먼 바다로 향하다 23.01.14 2,137 50 6쪽
13 청산은 말이없고 강물은 무심하다 23.01.13 2,036 44 10쪽
12 위용의 계 23.01.13 2,092 49 6쪽
11 천무련 23.01.13 2,162 52 5쪽
10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다 23.01.13 2,170 52 3쪽
9 멀리에서 온 사람 23.01.13 2,165 52 7쪽
8 먼저피어나는 봄꽃을 부러워않고 계절의 말미에 피어나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1.12 2,265 52 5쪽
7 나무는 비바람을 같이 맞고 같은 시간을 지나야 알수 있다 23.01.12 2,389 53 5쪽
6 여름의 성락 23.01.12 2,514 58 9쪽
5 말리화 향기는 헤어진 사랑을 다시 이어주다 23.01.12 2,579 59 4쪽
4 부끄러움의 모양 23.01.11 2,718 62 6쪽
3 나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23.01.11 2,925 60 8쪽
2 달은 외롭고 별은 빛나다 23.01.10 3,466 61 9쪽
1 노을지는 날은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다 23.01.10 6,177 7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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