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흐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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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루 옆 매화나무숲에는 백화장원과 금검보의 무인들이 화제를 바꾸어 이번 정사대전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이번 무림대회에서 누가 무림맹주가 되겠는가?"
"당연히 무림에 영향력이 큰 구대문파장문이거나 아니면 당금의 절대자들인 무림십대고수들중에서 나올 걸세!"
이제 늦여름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매화나무 숲 곁 강물은 바쁘지 않은지 굽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일행들에게 멀지 않은 탁자 의자에는 한 검을 멘 키가 크고 마른 용모의 중년인이 홀로 앉아 있었다.
그는 챙이 넓은 방갓을 쓰고 있었고 더운 여름인데도 검은 장삼을 입고 있었고, 얼핏 드러난 눈빛은 잘벼른 검날처럼 날카로왔다.
그의 탁자위에 잘구운 오리 한 마리와 시원한 탁주 한 주전 자가 놓여 있었으나 혼자인지 그렇게 입맛있게 먹는 태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현의인의 굳은 시선이 방갓아래서 이정에게 가있었었다.
'저 백화장원의 이정이라 불리는 일개 정원사 녀석이 사용한 두 초식의 검법은 끝까지 펼쳐지지 못했으나 정녕 예사롭지 않다. 분명 전수자가 없어 전설이 되다시피한 백화장원의 수 백년 비전이 어떤 영문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 어수룩한 녀석에게 전해진 것이다. 적어도 관련은 있을 것이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정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의하고 있 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본 천무련이 십년간 찾던 보물의 행방도 백화장원과 이 곳 숭천문을 잇는 선상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본련이 찾는 보물이 역시 백화장원의 비전인 백화무상진결에 연관된 저 녀석과 무관하 지 않을 것이다. 먼저 저 녀석의 내력을 철저히 캐어보아야 겠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2층 주루에 있던 제갈수,십전공자, 장의경 등 수뇌부가 식사를 끝냈는지 매화수림으로 내려왔다.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늦지않게 출발들 하세"
그리고 모두들 채비를 챙기고 숭천문으로 출발했다.
주루 삼층의 상관세가의 인물들도 따로 떠나고, 흑의인 이 군웅들 사이에 묻혀 조용히 백화장원 일행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오후 늦은 무렵 그들이 느린 발걸음으로 도착한 숭천문의 문주이며
무림십대고수인 의천대협 곡의군은 천하오대 상가의 하나인 봉황
상가의 직계였고 그의 처가는 현 황족이었다.
무림의 신흥 거대문파로 떠오른 숭천문의 내부는 푸른 기와
담장너머로 고루누각들이 끝없이 연결되며 가진 부와 권위와 함께 구름위
의 건물같은 운치를 띄고 있었다.
백화장원의 경험많은 표사들 마저 그 위용에 감탄했다.
"우와! 듣기로는 숭천문이 궁궐보다 더 화려하고 크다더만 소문보다 더 크고 웅장하네"
그리고 내원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기에 금검보의 온유공자, 백화
장원의 장의경 그리고 몇 수행원들만이 출입이 허용되어 내원
에서 묵기로 되어 있었으며 나머지 일행들은 숭천문의 외원에 묵어야 했다.
외원은 비록 이름이 외원일 망정 역시 수십만평
넓은 터를 잡고 있었고 사람의 돌보는 손길이 있어 철마다 다른 색깔의 꽃들이 피어나는 연못들과 사방으로 창이 만들어져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누각들이 세워져있었다.
"정말 그림속 무릉도원같구나!"
나이든 조노인마저 이정곁에서 감탄사를 발했다
연못과 누각들 사이 네모 반듯한 청석이 깔린 광대한 장소에는 벌써 간이 목조 건축물들과 수백 채의 넓은 천막들이 끝을 알수 없을 정도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강너머 산맥이 맞닿은 저멀리는 천무련의 영역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기가 우리가 곧 싸울 천무련이 있는 곳이오!"
수석당주 독고상남이 백화장원의 식솔들에게 침중하게 말했고 모두 같이 지난 용천방과의 혈전과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비장해했다.
숭천문 외원에 설치된 무림대회장은 넓은 관도에 바로 이어졌고 군웅들이 대회
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성대함에 놀람과 함께 자신이 악을 멸하는정사대전의 명분과 함께 마치 대단한 대회에 참석한듯한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외원의 건물과 천막 사이로 자연스레 형성된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복장을 하고 등뒤에는 무기를 둘러맨 무림인들이 오가고 있었다.
거기다가 벌써 상인들의 좌판이 들어서서 국밥과 떡을 팔고 노리개까지 팔고 있었다.
“당과 사려!”
"자! 고향의 처자식들에게 줄 이쁜 노리개가 단돈 동전 한문 입니다"
숭천문에서는 20년만에 개최된 무림대회의 성대함과 자유로움을 위해 잡상인들의 출입을 굳이 막지 않고 있었다.
그러기에 목 좋은 장소에는 작은 주루조차 벌써 만들어져
마치 외원 전체가 하나의 큰 시전을 방불했고 반가운 얼굴을 만나기도 했다
"오랜만이네!여기오면 자넬 볼줄 알았네"
"반갑네.이십년만의 정사대전에서 우리 낭인들도 큰 공을 세워 입신양명하세.난세에 영웅이 탄생하지 않는가!"
백화장원의 사람들이 그런 들뜬 분위기를 보며 생각하길, 정사대전의 서막이된
백화장원의 혈겁은 자신들에게만 해당되었고 비록 같은 정파라
하나 어떤이들에게는 천무련을 멸망시켜 그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이름을 날릴 수 있는 호기로 보는 것이다.
그 점을 피부로 실감하는지라 백화장원의 식솔들이 비장의
각오를 다졌다.
적자생존(適子生存)!
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말 백화장원은 갈데없이 도태되어 멸망될 것이다.
현재 군웅들이 일 만이 몰려 있었고 최종으로 참가 인원이 더 늘것 으로 숭천문에서는 예측하고 있었다.
백화장원 자리는 금검보 옆이었고
그 자리가 대회장 입구와 관도에서 가까운지라 백화장원의
일행들은 그 어수선함에 싫어했으나 생필품 등을 사러 자주
밖에 나가야 하는 이정으로서는 오히려 불편을 들어주는 것이
다.
백화장원에 배당된 거처는 아직 송진냄새가 청량하게 배어있는 새로
지어진 하나의 반듯한 정갈한 목조 건물이었다.
ㅡ여기가 우리가 머물곳인가?
이정이 먼저 짐을 풀고 내부에 미리 갖추어
있는 집기들을 옮겨 정리했다.
눈앞에서 많은 무림인들을 처음보는 이정이라 정말 모든
것이 새로왔으며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정 나가서 한바퀴 돌아보자"
일행들 모두가 짐을 풀고는 특별히 일이 없어 삼삼오오 주위를 알아볼겸 나가
는 것이고 그도 불렀다
그러나 이정은 남아서 할 일이 있기에 같이 나갈 수
없었다.
"다녀오십시오.전 할일이 있어서"
그가 그릇을 씻고 가져온 차를 끓이고 언제 들이닥칠 모를 장의경이나 말많은 십전공자 등 언제 찾아올지 모를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항상 해두어야 했다.
그렇게 그에게 처음부터 맡겨진 번거러운 일들이 모두 끝나니
여름 해가 길어서인지 뜨거운 햇살은 키큰 나무가지 사이로
비추어 들고 있었고 아직 저녁 시간은 되지 않았다.
식사는 공동 대형 식당이 있었
기에 이제는 그가 식사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기에 잠시 가까운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와! 대단하구나!"
말로만 듣던 이십년만에 처음 개최되는 무림대회였다.
이정이 건축물 사이에 자연스레 형성된 거리를 다니며 보니
그 성대함이 눈에 확연했다.
형형색색의 복장을 걸친 남녀노소 무림인들의 여러 모습들이
그에게 신기했다.
"저 씩씩해보이는 여도사는 분명 아미파의 도사일 것이다"
“저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 보다 뚱뚱한 사람은 분명 복장으로 보아 스님인데 어찌 머리를 길렀는가?”
그가 처음보는 검을 멘 여도사와 또 탁발승 등 한명 한명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며 근처 나무 그늘아래 아래 앉아 있을 때였다.
한 키가 크고 홀쪽하며 여름인데도 두터운 검은 장삼을 입은
중년인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말을 걸었다.
“소형제, 잠시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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