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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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긴 오후 햇살이 기울어 질 무렵에 백영회 모임에서부터 이정이 장의경과
함께 숭천문의 숙소로 돌아왔다.
그녀가 이번 백화장원에서 용천방과의 싸움에서 보여준
능력에 의해 군웅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이 이정 자신의 일인양
기뻤다.
장의경 역시 기분이 좋아보였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장원의 대표로서 기가 죽은 것이
이번 백영회에서 나름대로 위로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정이 마침내 숙소에 돌아오니 이런 좋은
기분을 깨부시게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정아! 밖에 나가서 꿀 좀 사오너라!”
이빨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조노인이 평소 좋아하는 꿀물을
먹고 싶어 했기에 이정더러 밖에 가서 꿀을 사오라 심부름
시켰다.
곁에 있던 장원 사람들 역시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오후
무렵이라 너도나도 시원한 꿀물을 만들어주길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이정이 쉬고 싶었으나 할 수 없이 일어섰고, 다음 출타 때에
는 친구인 봉의명이라도 꼭 데려와 심부름을 돕게 해야겠다
고 생각하며 숭천문 밖에 나갔다.
그가 본래 산골에서 자라 꿀 종류와 품질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지라 복잡한
저자거리를 한 바퀴 돌며 그래도 싼가격에 진짜 좋은 꿀을 구하고자 서성거리는
참이었다.
번잡한 길가에서 웬 문사차림의 백의중년인이 앞에 막아섰다.
이정이 갑자기 사람이 막아선지라 피하려 하니 어느 새 양옆
으로 두 장한이 포위를 했다.
“조용히 따라와!”
싸늘한 눈빛을 한 중년인의 냉담한 말에 이정이 흠칫하니
어느새 오른쪽의 장한의 것으로 여겨지는 싸늘한 비수가 옷깃을 벤채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금속 특유의 차가움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했다.
“서툰짓 하지 말고 말 잘들어! 이대로
곧장 바로 걸어가다가 옆 아름드리 떡갈나무 아래로 돌아 내려가면
덤불이 있다. 덤불 구멍을 통과하면 유하강에 이어지는 마른
시내 바닥이 보인다. 그리로 얌전히 걸어가라. 말만 잘 들으면
큰 일이 없을 것이다. 단지 이 어르신이 조용한 데서 몇 마디
물어볼 말이 있으니 그리 알거라!”
이정이 긴장했으나 겁을 먹지않고 말했다.
“귀하들은 누구길래 백주대낮에 흉기로 위협하는것이오! ”
그때 왼쪽에 선 장한이 소름끼치는 말을 했다
“이놈! 한 마디라도 더 말하면 배에 바람구멍부터 날 것이다!”
이정이 섬칫하여 보니 그자의 소매속에
차가운 한망이 번쩍였고 그 한망은 다시 소매속으로 들어갔다.
한 눈에 날이 예리한 단검임을 알 수 있었다.
문득 어제 그의 손에 죽은 흑의인이 생각나며
불길했다
'어제 죽은 흑의인의 동료인가'
분명 천무련의 보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것이니 이정 입장에서도 사람많은 길거리는 당연히 피해야했다.
다행히 이전과 달리 혈도를 제압되지 않았으니 정신만 차리
면 벗어날 기회가 올 것이다.
이정이 그들과 함께 떡갈나무 그늘 아래 덤불구멍을 지나가니
실제 나무가지아래 가려진 말라붙은 넓은 모래톱과 시내가 나왔다.
세 낯선 인물들이 이정을 포위하고 서더니
중년인이 본론을 꺼내었다.
“네 녀석이 7기주를 죽였느냐?”
이정이 영문을 몰라 하자 중년인이 부연하여 물었다.
“어제 네 녀석이 유하강변에서 목필로 살해한 인물이
7기주이다. 네놈이 남긴 발자국과 천리서향에 의해 증명된
것이니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이정이 내심 아차했다.
그가 소홀히 한 증거에 의해 이들이 그를 찾은 것이고
당연히 죽은 그자와 일행일 것이다.
이정이 내심 침착해 하며 말했다.
“그는 나를 죽이려 했기에 나는 다른 방도가 없었소”
“흥! 네놈이 실력을 숨기고 방심의 허를 빌어 기습을 한 것을
잘 알고 있다. "
"하지만 내게는 오늘 그런 잔수가 더이상 통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네가 가진 본련의 기보 를 내놓아라”
“당신네들이 말하는 기보는 나는 가지고 있지 않소”
“우리들더러 네놈의 말을 믿으랴 하느냐? 네놈이 오늘 사지가 부러지고 병신이되어 밥알이 거꾸로
토해져야 이실직고를 하겠느냐!”
이정이 그들이 찾고 있는 기보가 아니라 백화장원의 백화무상진결 비급을
익힌 것이라 설명하려 해도 결과는 백화장원의 비급마저
빼앗기고 살해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정이 한 걸음 물러서며 품속
에서 소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가 어제 똑같이 곤욕을 치루고는 품속에 휴대한 것이다.
새파란 소검의 날이 햇볕에 번뜩였다.
“흥! 네놈이 결국 화를 자초하는 구나!”
이정의 느닫없는 행동에 중년인이 버럭 노성을 질렀다.
그때 곁의 장사치 차림의 황의사내가 중년인과 눈짓을
주고받더니 한발 다가 서며 두터운 손바닥을 들어올리며 원독스런 표저으로 말했다
"이놈! 죽은 7기주님의 복수를 하겠다.네놈을 먼저 푸줏간 고기다지듯 다져놓겠다"
그리고 괴이한 청색기류가 황의사래의 손바닥을 푸르게 했다.
황의사내가 보기만 해도 섬뜻한 청강수로 이정의 면상을
가격해왔다.
파앗!ㅡ
이정이 순간으로 자신이 아는 무자천서상의 사생취의의 무공을 발휘했다.
청강수의 공격을 무시한 채 그의 소검 또한 공간에 최소한의 짧은 궤적을 그리며 중년인의 목젓을 향해 짖쳐갔다.
쉬익!ㅡ
그의 공격이 한 발 늦었으나 황의사내가 양패구상의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놈!”
황의사내가 이정의 동귀어진의 독한 수에 벌컥 화를 내며
한 발 물러섰다가 공격의 투로를 변화시켜 기합을 지르며 이정의 상반신
요혈들을 동시에 노려왔다.
ㅡ이얍!
이정이 마찬가지로 일체의 군더기 없는 초식으로 황의사내의
가슴 요혈을 오직 노리며 베어갔고,상대의 지옥같은 푸른 마수가
그의 목전에 있었으나 결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담대하라! 오직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담대함은 능히 적
을 물리칠 것이다!’
사생취의 요결이 한 선생의 말과 함께 머릿속에 천둥소리
같이 들리며 그의 신형이 번개같이 반응했다.
사생취의의 아의 무공이 과연 무엇인가
정확히 무자천서상 천상천하유아독존중 천상천하 네글자의 검리는 각각 상단전을 이용하는 천외천의 무공, 유아독존 네글자의 검리는 절대고수가 될수있는 중단전의 무공이다
중단전의 표홀한 기운은 하단전의 의지가 있은후 비로소 발휘되는 동작보다 순간동작이 반사적이며 더욱 빨랐다
마음이 일면 초식이 동반되는 심즉동의 경지가 비결을알면 초심자라도
가능하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중 아의 무공인 사생취의의 초식은 곁에서 보면 초식만 동귀어진으로 보일뿐 적의 사각을 파드는 후발선제의 묘리이다
이정의 반격에 깜짝놀라 가까스로 몸을 사린 황의사내의 공격이 다시 막히게 되자
곁에 있던 중년인이 참지못하고 일갈했다.
“그 녀석의 신법이 불안정하니 하체를 노려라!”
황의사내가 이정의 하체를 노리고 발로 공격해 왔다.
뚱뚱한 몸에도 마치 날렵한 팽이모양 이어지는 원앙퇴의 파공성을 동반하는
공격은 일절이었다.
쉬익ㅡ
이정이 자세를 안정시키지 못하다가 눈빛이 일순
비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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