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출검(天志出劍)
명휴야!”
백화장주가 깜짝 놀라 큰소리를 질렀고, 그 사이 장의경과 당주들
이 검을 떨쳐 의식불명이된 장명휴를 구해내었다.
백화장주가 통탄했다.
"이못낫 아비땜에 네가 대신 다치다니!"
그가 부상당한 몸을 억지로 추스리며 용천방주를 돌아보며 대갈일성을 질렀다
"이 배은망덕한 놈! 오늘 내가 죽던지 네놈이 죽던지 둘중 하나는 죽게 될것이다!"
그러나 백화장주를 수석당주가 억지로 호위하여 진속으로
이끌었고 전면에는 장의경이 나섰다.
“으하하하! 오늘 백화장의 씨를 모조리 말려버리리라!”
용천방주의 무자비하고 오만불손한 말에 그러지 않아도 장
명휴의 중상에 분노했던 장의경이 노한 눈빛을 띄며 소리쳤
다.
“흥! 오늘 네 놈 역시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섬칫한 그녀의 눈빛과 말투에 용천방주가 흠칫했다.
‘저 년의 눈빛이 참으로 사납구나. 정말 오늘 백화장원의 식솔은
은 모조리 죽여버려야 겠다. 그러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다’
그때 장의경이 무슨 생각인지 십전공자를 향해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대는 이제 물러 서세요. 지금껏 충분히 본장과 저에 대한
의리를 지켰으니 이제 금검보는 생명을 도모하세요. 우리는
죽을 각오로 진을 바꾸어 공격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
말속에 뼈가 있으니 금검보의 지금까지 싸움에서의 미지적한 대응에 단호한 선
을 긋는 것이다.
십전공자가 갑자기 멀어진 듯한 그녀의 말에 각오를 다시
했다.
“어찌 본보와 귀장이 남이라 할 수 있겠오! 순망치한이
라, 오늘 온모는 그대와 생사를 같이 할 것이오”
그가 비장한 눈빛을 하고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금검보의 무사들은 모두 죽기를 각오하고 공격하라! 결코
백화장원의 무인들의 용맹에 뒤쳐지지 마라”
그가 진법의 선두에 섰다.
며칠 간 회의에 의해 진법에서의 기본적인 그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백화무상대진은 방어의 현현무상진, 망망포의진으로 펼쳐졌
다가 장의경의 지시에 의해 이제 공격의 진으로 급변하고 있었다.
처음 12진법의 인간의 운명을 가늠하는 순환의 수로 대응하다가 60진
법의 우주 생성의 수로 기운을 응축하던 절진은
마침내 건곤일척의 수인 직선의 수, 파괴의 수인 10진법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10진법은 무한히 앞으로만 진격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신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작은 수인 청정(淸淨)에서부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가장 큰 수인 무량수(無量數)에 걸친 10진법
수의 전개는 생과 죽음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것이다.
진법의 기운이 이제 내리는 빗줄기와 어두움과 일치되며 파
괴만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실력의 봉의명 역시 그동안의 방어진에서 일척건곤
의 파괴일변도의 공격진으로 바꾸는 명령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
다.
그 누구도 이제 그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이제 정말 죽었다!’
그가 그의 짧은 청춘을 아쉬워하면서도 곁의 조노인과 그리
고 나이 어린 하녀인 상화의 비장한 모습을 보며 같이 품속
에서 천리화통을 꺼내 들고 최후의 공격을 준비했다.
장의경이 금검보와 마찬가지로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남궁세가의 신풍백환에게도 말했다.
“노사,우리는 먼저 여기서 승부를 보고자 하니 남궁세가는 후방에 계시다가
다가, 나중 우리의 시체나마 훼손되지 않게
잘 안장해주기를 부탁합니다”
“허허!-“
신풍백환이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허탈하게 웃었다.
백화장원의 사람들이 먼저 죽고나면 천무련은 그를 포함한
남궁세가의 인물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고 싸움은 일단락될 것이다
천무련에서 이제까지 단지 포위망만 형성하고 남궁세가에 전력을 투입하지
않은 것만 보아도 명백했다.
이제 공격진인 10진의 수로 바뀐 백화무상대진의 선두에 장의경이
섰다.
그녀가 장검을 들고 용천방주를 겨누었고 그 놀라운 기세가 장내
고수들의 이목을 능히 끌만했다.
신풍백환마저 갑자기 달라지는 그녀의 낯선 기세에 두 눈빛
을 빛냈다.
그녀의 검으로부터 주위를 얼리는 한기가 빗줄기까지 얼리
는 듯 했다.
냉기와 한기는 다르다.
한기는 생명의 기운을 얼리는 것이다.
그녀의 한 자루 장검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싸늘한 죽음의
한기가 폭사되고 있었다.
쉬잇ㅡ
그 한기는 유부의 바람인양 살기를 띄고 있었고 군웅들의 영
혼을 알게 모르게 제압했다.
그 한기는 앞에 서 있는 용천방주의 도를 쥔 손을 경직시키
고 수염까지 이유 없는 전율에 부르르 떨게 했다.
“명옥신공!“
천무련의 흑포마성이 갑자기 떠오르는 무공이 있어 소리쳤고 모두가 그제야 그 무공을 생각했는지 크게 놀랐다.
천년무림에서 이름난 신공중 하나로 높이 자리 잡고 있는
남해 청조각의 수현신니의 독문무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찍이 그 익히기까지의 위험함에 남해의 기승인 수현신니
이래로 익힌 자가 무림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
명옥신공은 배우는 과정에 부작용이 심각한 위험한 신공이었고 심산
에서 도를 닦는 명경지수의 마음 평정 없이 어린 소녀가 배
우기는 적합하지가 않았다.
더구나 7성 경지의 무공을 군웅들 앞에 위험스레 드러낸것이니 잘못 그 무공을 노리거나
싹을 꺽으려는 절대고수들의 표적이 될 수 있었다
그만큼 그녀가 절박한 것이다.
ㅡ정말 명옥신공이오!
모두가 술렁거렸고 백화장원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그
녀의 놀라운 무공에 흥분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수화검이다! 오늘 용천방은 악을 무찌르는 신녀의 검에
못된 혼을 빼앗길 것이다!”
조노인이 흥분되어 크게 소리쳤고 장원무인들 역시 동조하며 고무되었다.
누구도 겁을 먹고 이탈하지 않으려는 충성된 그들을 보며
신풍백환이 생각했다.
'가주님은 천무련과 싸우지 않는 본 세가의 실리와 백화장원과 죽음의 운명마저 같이 하는 의리와의 둘 중 하나
를 내게 선택해라 했다. 그러나 노부는 결국 실리보다 의리를 선택해야 겠구나!'
그가 의리를 택해 천무련과의 싸움으로 그와 남궁현기가 생명을 잃는다면 그 생명의 댓가로
무림맹의 기둥증 하나인 남궁세가의 복수가 시작되며 길고 처절한 정사대전
이 동이 트는 내일 아침부터 시작 될 것이다.
그날은 이밤의 장대비가 그치고 까마귀가 높은 나뭇가지 위
에 올라 피와 살육의 시절이 백년 만에 다시 도래했음을 알
릴 것이다.
무림십대성좌중 한 명으로 절대고수인 흑포마성 사마청이
있는 적인 흑풍대는 신풍백환이 지금 전력을 다해도 이기기
힘들었다.
천무련의 역사를 새로 쓰고 오늘의 천무련이 있게 되기까지
사가들이 하나같이 인정하는 전위조직인 흑풍대였고 우연하
개개 인원 모
두 일류고수인 흑풍대였다.
지금까지 흑풍대 역시 용천방의 후미에 서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만일 남궁세가가 전력을 다한다면 그들 역시 12성의
놀라운 힘을 발휘할 것이다.
맞부딛쳐 결코 신풍백환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천무련은 동해안 밀약에도 불구하고 남궁세가의 개
입을 저울질 하며 최정예를 보낸 것이다.
신풍백환이 남궁현기를 돌아다 보았다.
남궁현기 역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의기와 젊음은 무언중에 백화장원과 같이 싸우기를 원
하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물론 그도 남궁세가의 장강 하구와 동해안
에 대한 막대한 이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서도 천
무련을 의식하여 백화장원과 용천방만의 싸움으로 일단락하
고 적당히 싸우다 비겁하게 물러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동행한 수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풍백환이 내심 한숨을 쉬었다.
'휴, 결국 정사대전의 선봉장은 남궁세가가 되는 것인가?'
천무련과의 대전에서 선봉은 어떻든 다른 구대문파와 경쟁관
계인 오대 세가에 비해 그 명분에 의해 손해를 보고 더 큰
희생을 치룰 수밖에 없다.
가주는 혹시나 그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그를 보내었는데
결국 이렇게 귀결되는 것이다.
‘세가는 이제 동해안의 확실한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10대
산하조직의 단합과 천무련 영역이라는 더 큰 이익을 노리고
정파의 연합체와 함께 정사대전의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것이다’
백화장원은 그가 판단하기에 쇠락하는 방파가 아니었고 지킬
가치가 있었다.
힘과 강철같은 굴복하지 않는 의지를 품고 있었고, 새벽을
기다리는 여명과 같이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
‘싸워 보자! 길고 짧은 것은 대어봐야 할 것이다’
그의 시선이 흑포마성을 향했고, 동시에 그가 수하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천지출검(天志出劍)!”
군웅들이 그 우렁찬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할 정도였고, 그것은
남궁세가만의 비어였다.
‘천지출검! 하늘의 뜻이 지상에 검으로 구현되니,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천의를 받들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라. 적을 남김
없이 섬멸하라. 그 전에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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