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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님의 서재입니다.

연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샛강
작품등록일 :
2023.01.10 17:35
최근연재일 :
2023.06.02 12:28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157,677
추천수 :
3,742
글자수 :
354,171

작성
23.01.12 08:10
조회
2,569
추천
59
글자
4쪽

말리화 향기는 헤어진 사랑을 다시 이어주다

DUMMY

그리고 오후 무렵의 장원은 분주했다.

백화장원은 일주일 후 장주님의 생일이 있었고 그 전에 남궁

세가를 비롯한 여러 귀한 손님들이 올 예정이라 평소친하지않은 인근방파에도 배첩을 돌리는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정 역시 연회에 필요한 일을 돕고 화분을 준비하느라 머릿속

과 몸이 바빳으나 그래도 오후 무렵에는 정원을 돌보는 가운

데 검법에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검법에 흥미를 가진 것이니,

하긴 검법은 정기신 일체를 요하였고 생각하고 몸을 다스리

기를좋아하는 자라면 누구든 관심을 가질만 했다.

그리고 늦은 한밤중이었다.

이정이 정원 소축방에서 유등을 켠채 책을 읽고 있었다.

소축은 붉은 벽돌과 나무로 지어졌는지라 뒤의 대나무숲의

그늘과 함께 저녁나절이 되면 어느새 무더위를 쫓고 시원해

져 있었기에 책을 읽기에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가끔 정원에 수련하고 있을 장의경이 의식되었다.

이정이 장의경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도 좋았다.

그때 장의경이 이제 수련을 끝냈는지 이정의 소축 방문을 두

드렸다.

“이정, 있느냐?”

"예,소저, 안녕하십니까"

그녀의 현의경장차림의 모습에 그가 인사했고 그녀가 마주

인사하면서 소축 실내에 들어섰다.

그녀가 어제 다녀간 뒤로 그가 청소를 깨끗하게 했고 바닥은

푸른 대나무를 깔아 청향이 돌고 있었다.

피어난 여름꽃과 늦게 지는 봄꽃의 화분도 창가에 두었고 실

내는 어제와 달리 청아하면서 그윽했다.

나무 탁자위에는 무더운 여름이라도 따뜻한

말리화 차주전자가 데워져 있었다.

말리화차는 그 진한 향기로 인해 헤어진 사랑을 다시 연결해

준다는 꽃말이 잇었다.

비록 이정과 장의경 모두 헤어질 정도의 깊은 사랑을 경험하

지 않았으나 그 그윽한 향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장의경이 이정이 주전자에서 따루어준 차를 마시는 가운데

이정을 향해 말했다.

"이정아, 백화검법을 상화에게서 배우고 있느냐?"

"예. 첫날부터 혼이 많이 났습니다"

그가 팔목에 멍든 자욱을 내보였다.

그녀가 그의 멍든 팔을 보며 웃었다.

싱그러운 미소에 실내가 환해진듯 했고 이정이 갑자기 가슴

이 두근거렸다.

이제 보니 그녀의 현의경장차림이 갓 무술수련을 마친 뒤인

지 편안하게 걸치고 있었으며, 수련뒤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그녀의 체향과 함께 청순하면서도 고혹적인 느낌을 함

께 주고 있었다.

그때 그의 상념을 깨고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상화에게 열심히 배우도록 해라. 상화는 보기보다 성실하고,

실력 또한 나이는 어리나 장원의 평범한 무인들 이상의 실력

을 지니고 있다"

“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두 사람이 이정의 방에서 보는 달은 높이 떠 있었다.

계수나무 흰꽃 사이로 드려다 보이는 달은 별빛 쏟아지는 밤

하늘 창공과 조화되어 그대로 천상에 있는 듯 아름다웠다.

소축뒤 작은 대숲은 바람이 불때마다 비소리처럼 청아한 선율을 내고 있었다.

ㅡ쏴아아

마침 한줄기 서늘한 서풍이 불며 그녀의 삼단같이 뒤로 흘러

내린 긴 머릿결을 흩날렸다.

그녀가 머릿결을 손길로 만지며 주위 정경에 기분이 좋아졌

는지 이정을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보니 백화 장원에서 가장 절경인 곳이 바로 네가 있는

소축이구나. 마치 무릉도원같다!”

“소저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들러셔도 됩니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그녀가 찻맛을 음미하며 미소를 짓더니 잠시 그녀만

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더니 혼잣말 하듯이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정아, 불행하게도 어쩜 내가 가까운 시일내 이곳을 망가뜨릴

지도 모른다. 영화로운 꽃은 꺽이고 신록의 정정한 나무는 부

러지고 소중한 이 탁자와 찻잔 또한 산산조각으로 부서질지

도 모른다”

“......”

이정이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가운데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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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무상검 23.05.13 663 18 7쪽
99 반혼지경 23.05.13 496 12 14쪽
98 만신(卍神) 23.05.13 495 11 10쪽
97 기사(記死)! 죽음을 기억하라 23.05.12 482 11 6쪽
96 불패지검 23.05.12 485 9 6쪽
95 바라보는 것은 존엄하며 손은 겸손하다 23.05.12 682 13 11쪽
94 무형파 23.05.12 577 14 13쪽
93 불회강 23.04.10 1,104 25 10쪽
92 천유지검 23.04.10 895 26 8쪽
91 나는 무엇을 할수 있을 것인가 23.04.09 898 24 10쪽
90 사랑은 이별이 있어 소중하다 23.04.08 902 25 6쪽
89 고향은 아득하고 벗들 하나 둘 떠나다 23.04.06 1,031 23 10쪽
88 이수의 강변에서 청춘을 꿈꾸다 23.04.03 1,035 23 14쪽
87 내위에 아무도 두지않다 23.04.01 1,027 29 13쪽
86 용사들이 죽어 돌아가는곳 23.03.30 1,015 30 5쪽
85 백화망망진 23.03.28 958 30 11쪽
84 등뒤를 따른다는 것 23.03.24 1,058 31 10쪽
83 종이꽃 23.03.23 987 27 5쪽
82 풍영귀곡 23.03.22 1,029 25 13쪽
81 무극멸살녹진 23.03.20 1,032 28 15쪽
80 세월이 흘러 누가 나를 기억할 것인가 23.03.20 941 24 6쪽
79 정자에 올라 소매로 눈물을 닦다 23.03.19 1,057 28 5쪽
78 새가 날아간 흔적을 찾아서 23.03.18 1,069 30 13쪽
77 들풀처럼 지다 23.03.16 1,080 29 6쪽
76 바람이 불어가는 곳 23.03.14 1,137 30 9쪽
75 나는 차마 뒤돌아보지 못했다 23.03.13 1,076 30 3쪽
74 언덕의 저편 23.03.12 1,126 31 8쪽
73 나비의죽음 23.03.08 1,178 31 5쪽
72 생사의 기로에 서서 23.03.06 1,277 30 7쪽
71 두려움의 저편 23.03.03 1,278 27 4쪽
70 지옥의 추적자 23.03.02 1,222 27 9쪽
69 원앙새의 진 23.03.01 1,159 29 4쪽
68 사선진 23.02.27 1,202 32 5쪽
67 백화망망진 23.02.26 1,168 24 5쪽
66 날아오르는 화살 23.02.26 1,121 28 4쪽
65 피의 순수 23.02.26 1,132 24 8쪽
64 모순중의 모순 23.02.26 1,188 25 9쪽
63 생명의 떡잎 23.02.22 1,430 37 5쪽
62 천년전의 이름 23.02.21 1,407 29 6쪽
61 이해할수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 23.02.20 1,426 34 8쪽
60 구산오강 23.02.19 1,368 30 6쪽
59 사망은 긴그림자로 발끝에 눕다 23.02.18 1,383 36 7쪽
58 노을속을 걷다 23.02.17 1,398 37 15쪽
57 개전 23.02.16 1,354 40 8쪽
56 삼불해 23.02.14 1,427 39 11쪽
55 구천검령 악불해 23.02.13 1,405 41 10쪽
54 그리워라 지나간 돌이킬수 없는 나날들 23.02.11 1,499 39 5쪽
53 강은 산을 밀지 못하고 돌아가다 23.02.09 1,514 42 6쪽
52 누구나 저마다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강을 건너다 23.02.09 1,472 38 6쪽
51 삶에 있어서 안빈낙도는 최선이 아니다 23.02.08 1,506 38 5쪽
50 망태는 빈달빛을 담다 23.02.05 1,623 39 8쪽
49 다만 윤회의 과정에서 의를 행하다 23.02.05 1,650 32 13쪽
48 모래성 23.02.04 1,594 43 5쪽
47 불회강ㅡ돌아오지않는강 23.02.03 1,614 40 5쪽
46 구름의 죽음 23.02.02 1,565 34 7쪽
45 비밀의 정원 23.02.01 1,586 43 9쪽
44 불멸의 꽃 23.01.31 1,593 44 7쪽
43 배는 연꽃속에 드나 연꽃은 배가 부딛쳐야 피어난다 23.01.29 1,644 44 9쪽
42 천상천하유아독존 23.01.29 1,577 41 7쪽
41 백영회 23.01.29 1,538 37 9쪽
40 초대받지 않은 손님 23.01.29 2,497 37 9쪽
39 봄동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다 23.01.28 1,644 42 6쪽
38 한그루 나무를 심다 23.01.28 1,732 36 6쪽
37 물풀은 흐르는 물에도 뿌리를 내리다 23.01.28 1,646 35 9쪽
36 느리게 흐르는 시간 23.01.27 1,715 37 8쪽
35 별빛이 맑은 샘을 지키다 23.01.27 1,738 40 7쪽
34 마른바람 부는 날 23.01.25 1,775 41 9쪽
33 나는 비겁한 자가 아니다 23.01.23 1,753 44 7쪽
32 두개의 계절이 같이 흐르다 23.01.21 1,830 52 7쪽
31 네가 슬플때 나는 너를 사랑한다 23.01.21 1,786 48 6쪽
30 호미를 든채 저무는 석양속을 걷다 23.01.21 1,727 44 5쪽
29 영웅은 간곳없고 달빛만 머문다 23.01.20 1,797 46 10쪽
28 나는 어디로 가는가 23.01.19 1,809 45 10쪽
27 물가의 그림자 23.01.19 1,860 43 12쪽
26 죽음보다 깊은잠 23.01.18 1,858 49 9쪽
25 군자지로 23.01.18 1,874 47 6쪽
24 천의 무공 23.01.18 1,931 44 6쪽
23 천지출검(天志出劍) 23.01.17 1,897 46 9쪽
22 피의 맹세 23.01.17 1,830 39 5쪽
21 사생취의 23.01.17 1,860 46 7쪽
20 慷慨赴死易 從容就義難(강개부사이, 종용취의난) 23.01.17 1,889 51 11쪽
19 대지약우 23.01.16 1,894 56 9쪽
18 내마음의 물웅덩이 23.01.16 1,888 44 8쪽
17 신풍백환 23.01.15 1,969 43 9쪽
16 흑포마성 23.01.15 1,942 41 6쪽
15 죽기직전 한평생을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나보다 역경의 순간마다  용기를 잃지않고 대처했는지를 더 떠올리게 한다 23.01.15 1,991 48 6쪽
14 은하수는 동쪽 먼 바다로 향하다 23.01.14 2,114 50 6쪽
13 청산은 말이없고 강물은 무심하다 23.01.13 2,030 44 10쪽
12 위용의 계 23.01.13 2,082 49 6쪽
11 천무련 23.01.13 2,153 52 5쪽
10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다 23.01.13 2,162 52 3쪽
9 멀리에서 온 사람 23.01.13 2,157 52 7쪽
8 먼저피어나는 봄꽃을 부러워않고 계절의 말미에 피어나 마지막 영광을 노래하다 23.01.12 2,259 52 5쪽
7 나무는 비바람을 같이 맞고 같은 시간을 지나야 알수 있다 23.01.12 2,384 53 5쪽
6 여름의 성락 23.01.12 2,506 58 9쪽
» 말리화 향기는 헤어진 사랑을 다시 이어주다 23.01.12 2,570 59 4쪽
4 부끄러움의 모양 23.01.11 2,710 62 6쪽
3 나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23.01.11 2,917 60 8쪽
2 달은 외롭고 별은 빛나다 23.01.10 3,459 61 9쪽
1 노을지는 날은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다 23.01.10 6,155 7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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