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진
동시에 검은 인영들이 전나무 가지를 밟고 쏟아졌다.
그들의 노림이 이미 정해진 듯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병기
는 백화장원 무인들의 주요 요혈들만 노리고 있었다.
ㅡ쉬익!
장의경이 경황 중에도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ㅡ암습이다! 우리 이목을 속이고 지척까지 왔다는 것은 분명
미리 은신해 있던 것이다
장의경이 잠시 주위를 살피니 자신들쪽을 급습한 흑의인들이
스무 명 정도였다.
그녀가 듣기로 최근까지의 정사대전에서는 이렇게 적이 매복
하여 일시에 급습한 적이 없다 했다.
이제까지의 무림맹의 방심을 노려 일거에 들이닥친 암습은
싸움이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눈앞에서 그녀를 노리며 공격하는 적은 검은 무복에 앞가슴에 흑
룡이라는 표기가 새겨져 있었으니, 이미 그녀가 배워 알고 있는
천무련의 주력중 하나인 흑룡만승대의 일원이었다.
군사부에서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그들의 무공이 백화장원보
다 높은 서열이었다.
그녀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녀가 생각과 동시에 반응하며 황의소매를 떨치니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던 적의 장검이 소매에 묻히며 다시
ㅡ쾅!
하고
되튕기는데, 그 정도가 적의 손아귀를 파괴시킬 정도였다.
상대가 간신히 검을 움켜쥐고는 몇 발 물러서는데 눈동자에
경악의 빛이 역력하며 신음성을 내었다.
"철수진기"
남궁세가 본대도 아닌 휘하 떨거지로 알려진 백화장원이라는 곳에
이런 어린 나이에 무림명숙들이어야 비로소 가능한 철수진기를 사용하는 내가고수가 있음에 놀란
것이다.
“죽어라!”
그런데 전면 적이 아닌 좌우에서 큰 호통이 뒤따라 울리며 동시에 다른 일검 일도가 그
녀를 향해 급격하게 짓쳐왔다.
장의경이 이제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몸을 회전하며 그 반동
으로 양손 소매로 적의 병기를 쳐내었다.
동시에 비틀거리는 적의 요혈을 빈소매 끝으로 내려찍는데 그
강함과 정확함은 판관필의 고수인양 가공했다.
ㅡ쉬익!
엄청난 철수진기였으며 더구나 그녀는 아직 그녀의 등의 검을
뽑지조차 않았다.
ㅡ으악
두명의 적이 요혈에 중상을 입고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ㅡ쿠당!
그때 앞서 물러났던 흑의인이 일장 도약한 채 그녀의 정수리
를 노리고 청강검을 내리베고 있었다.
ㅡ파앗
만승의 길에 패배가 없다는 흑룡만승대의 독문검법이 완벽히
발휘되었고 검푸른 검기가 피어났다.
하지만 어느새 검을 우수에 든 장의경이 손을 떨치니 그녀의
검이 상대의 신형을 먼저 갈랐고 그녀의 늘씬한 신형은 이미
햇살이 빈나뭇가지를 통과하듯 한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녀가 신형을 안정시키고는 이미 죽어 쓰러진 3구의 적들을
외면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화장원이 본래 고심끝에 이루고 있던 사선진은 진형의 옆구리에 기습
을 받은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각각 혼전의 양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자는 없었고 숫적 우세를
바탕삼아 자연스레 모두가 합쳐 싸우는 방진을 형성한 채 잘
견뎌내고 있었다.
이전에 치루었던 용천방과의 혹독한 야밤의 접전이 모두에게
큰 가르침이 된 것이다.
장의경의 시선이 이제 이정에게 고정되었다.
이정 역시 안정된 자세에서 적을 맞아 잘싸우고 있었다.
안정된 하체를 바탕으로 장검은 백화장원의 기본검법인 백화
검법을 운용하는데, 단순하나 정직한 검로를 택하고 있었으며
흑의인이 독랄한 변초를 사용하나 이정의 굳건함을 이기지 못
했다.
장의경이 보니 이정의 무공이 마치 어릴적부터 검을 잡아온
사람처럼 안정되어 보였기에 의아하면서도 안심이 된 것이다.
그런데 장의경의 눈에 띄인 악현상은 팔짱을 끼고 한쪽 곁에
서서 어이없게도 이정의 싸움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보자기로 싼 보통보다 긴 장검은 그대로 주인의 등뒤
에 한가하게 메어진 상태였다.
“저런!”
장의경이 이 생사의 지경에서 악현상의 마치 사부가 제자의 무공수련을 지켜보는
듯한 여유로움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적인 흑룡만승대는 다시 끊임없이 증원되고 있었고 그 수가 벌써 백화장원
의 인원과 필적하는 40여명 정도였다.
이미 주위 남궁세가 역시 마찬가지로 집중공격을 받는 듯 병장
기 부딪치는 소리는 격렬하기 짝이 없었고 비명은 낮인데도 듣는
이로 하여금 모골이 송연하게 했다.
ㅡ챙!
ㅡ으악!
아직 무무지는 반나절의 거리인데 혹시나 했던 적의 암습은
벌써 시작된 것이다.
ㅡ휘이잉
하늘에는 낮은 구름이 바람에 밀리고 주위 풀벌레는 개울가를
떠나 높은데로 오르고 있었다.
먼곳에서 폭풍이 불 기세이나 눈앞에 적을 둔 무인들은 생사
의 기로에서 오직 분노와 증오에 빠져 들며 그 끝을 보고자했다.
백화장원의 생사를 책임지는 장의경으로서는 일단 불어나는
적의 수에 대비하여 백화장원의 수비진형을 빨리 갖추어야했다.
그리고 현재 상황이 어떤지조차 알 수 없는 금검보와 본가인
남궁세가와 공조를 해야 했다.
그녀가 수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배운대로 원앙방진을 갖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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