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회강
쾅!”
벼락이 떨어지는 굉음과 함께 갑자기 사위가 칠흙같이
어두워졌다.
단지 구산과 오강만이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신기루인양
희미한 형태를 띄고 뜨있었다.
“이런!‘
모두가 놀라며 당황할 때였다.
“우르르릉”
굉음과 함께 갑자기 사위의 강이 넘쳐나 흐르기 시작했다.
“쏴아아!”
강줄기가 거대한 지류가 되어 군웅들을 향하고, 산의 능선이
변하며 군웅들쪽을 향했다.
미증유의 거대한 힘이 같이 움직여 왔다.
“물러나라!”
지형이 변함에 군웅들이 각기 당황했다.
결코 물이 범람하는 것이 아니고 산이 생명이 있어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진의 영향임을 아는 것이나 오감에 느껴지는 강물의
흐름과 산악의 굳강함은 애써 부인할래도 실제와 느낌이
다름이 없었다.
실제와 환각이 교차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사이 남궁세가는 다른 대열과 완전히 두절되어
있었다.
물론 다른 부대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개격파!”
예상대로 진의 힘을 빌어 대군을 분산시키니 따로 따로 떨어진
무림맹을 그들이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격파할 것이다.
“우르르릉!”
그때 어느 순간 희미했던 구산 정상에서부터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밝은 빛이 산 정상에서 때로는 중턱에서 드리워졌다.
어둠의 바다에 드리워진 붉고 푸른 빛은 등불 빛이 아닌 것으로
생명체인듯 신비하기조차 했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저 기이한 빛이 무엇이오?”
남궁세가 군웅들의 물음에 악현상이 대답했다.
“호교십천의 지휘수단이에요. 구천오강의 지하 깊은 곳에서 천연의 반사경에 의해 반사
되는 것이에요. 안개와 우막을 뚫고 진속 내부에까지 드리워 지죠
혈교에게는 신의 빛인 신광이며, 개인에게는 법과 도를 깨달은 법광이며, 적에게는 불교에서 말하는 마주하면 행동에 장애가 되고 마음에서 일어나면 고통을 낳는다는 마광이죠 ”
“정말, 마의 산에서 발하는 마광이오. 마치 천년 전으로 돌아가 있는 느낌이오”
그때 “삘릴리ㅡ”하는 애절한 피리소리 들려오다가 다시
귀청을 찢는 귀신의 호곡소리로 바뀌었다.
“끼아악!”
"삐이익"
인간 본연의 공포심이 젖어 들었다.
“신호음 역시 호교십천에서 사용하는 지휘수단이에요. 마광은 전략을,
신호음은 순간순간의 전술을 지휘하죠. 저 두 가지만으로 적 수뇌부는 구천오강에서 일어나는 전황을 손바닥같이 알 수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허공을 향하더니 물었다.
“남영, 신호음을 파악했느냐?”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호음은 규칙이 계속 바뀌어서
알아내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습니다”
혈교 상층부 내에 오래전 심어둔 첩자에 의해 마광의 전달
의미는 남영이 대략적이나마 파악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전술을 지시하는 신호음의 의미는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요원들은 모두 정해진 위치에 있느냐? ”
“예. 모두 자신이 맡은 방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악현상이 잠시 가장 가까운 여인 모양의 산의 붉은빛을 바라
보았다.
물동이를 머리에 인채 뒤돌아보는 여인 모양의 산의 붉은빛이 중간에 환하면서
정상은 어두웠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우리가 처음 공격대상들중 하나는 아니
군요”
지금 남궁세가와 속가가문의 지도자인 남궁운적과 몇 수장들은 악현상의 말을 전달하려 무림맹 선두로 갔는지라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구천검령 악불해소저께서 지휘를 해주시오. 무립십대고수의 명망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구천오강과 호교십천에 대해 잘아니 수고스럽지만 진두지휘를 바라오”
위기를 실감한 남궁세가의 문초상장로가 남궁현기 등 남궁세가의 남아있는 수뇌부와 의논하더니 그녀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그녀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어요.다만 구산오강을 지날때까지입니다"
그리하여 결전을 준비하는 지휘부는 악현상을 필두로 했다.
그리고 같이 진형을 마련했다.
위치는 전방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위치하며, 악현상이 오직
진형 지휘에만 몰두하기 위해 이정은 악현상의 바로 전면에
위치한다.
악현상의 옆에는 그녀를 돕기 위해 진법에 조예가 뛰어난
남궁세가의 남궁현기, 문초상 장로가 위치했다.
그리고 장의경과 선씨세가의 선주선, 금검보의 십전공자, 그리고
남궁세가의 10대 빈객인 철수선생이 지휘부를 노린 불시의 기습을
막는 호위가 된다.
그때 남궁현기가 악현상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
“이정 소협 혼자 전면에 서도 되겠오? 악소저의 안전을 위해
다른 고수들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녀 눈빛이 빛나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에요. ”
남궁현기가 이정에 대한 높은 평가에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눈앞에 펼쳐진 마진은 소생의 능력으로 알 수가 없소. 진의
규모가 방대한 것은 이전에 듣고보았으나 이렇게 지하,
지상 그리고 기후 등 자연조건을 이용하며 사방 백만평에
걸쳐서 광대하게 펼쳐지는 진은 말로서도 들은 적이 없소“
그리고 그가 의문을 말했다.
“악소저 우리는 다른 부대와 두절된 상태에서 여기서 언제까지
버텨야 하오?"
“마진이 그 기운을 늦출때까지에요. 이러한 구산오강의
광대한 지역에 펼쳐진 자연의 진은 마치 계절이 변하는 시점이
있듯이 곧 약해지는 일시적인 시점이 있어요. 그 일시적인 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죠. 물론 그 전에 진의 생문을 찾으면 더할
나위 없으니 그대와 문장로는 진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한시바삐
진의 약점과 생문을 파악해야 되요”
그녀가 걸음을 옮겨가며 남궁세가 사방 지면에 넓은 격자금을
그었다.
장의경이 이를 신속히 도왔고 이정도 도움이되고자 곁에 있었다
곧 남궁세가 자신들의 움직이는 반경을 정확히 눈금으로 나눈 것이다.
고수들은 10명씩 4개의 별동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남궁세가와 열개 속가 인원은 각 조직의 무공의 특색에
따라 50명씩 10개의 조로 구분하고 천지현황순으로 번호를 정
했다.
과거 고대군사체계가 곡제(曲制)가 다섯 명이 오(伍),
열 명이 십(什), 백 명이 곡(曲), 이백이 관(官), 사백이
부(部), 오백이 려(旅)로 되어 실제 지휘자의 한계가 오백명인
려까지만 직접 명령하는데 비하여, 50명씩 10개조를 천지현황
으로 10개단위로 한 번에 명령하니 악현상의 명령속도가 몇 배
빠른 것이다.
그리고 접전시에는 그녀는 50명을 또 10명 5명까지 지휘할
것이다.
그녀가 순간상황을 분석하여 각기 지시할 수 있는 총명함이
범인들의 능력을 훨씬 상회한 것이다.
장의경은 고금의 진법에 누구보다 밝고 뛰어나고 악현상은 시시각각변하는 임기응변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고유의 진이 능력을 더 발휘하게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속가인 청룡장의 부장주인 낭사 장부식이 감탄하며 말했다
청룡장은 십대속가중 본가만큼 큰 수석 속가였다
"최근 젊은 영웅들이 모두 백화장원에서 나오는구나!장의경소저에 이어 구천검령 역시 백화장원에 깊은인연이 있으니 백화장원의 홍복이로다"
그때 멀리 미륵불을 닮은 산의 불빛이 노을빛으로 은은해지다가
다시 밝아졌고 가까운 여인봉의 정상의 불이 불길한 붉은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순간 공중에서 다급한 음성이 악현상에게 전해졌다.
“소주! 남궁세가에 대한 공격명령입니다!”
“그 짧은 사이 벌써 그들의 첫공격 대상들이 전멸한것인가! 우리를 목표로 네 개 천중 어디가
움직이느냐!”
“불회강입니다! 공격해옵니다! 서 남,,,북,,,곧, 전면, 좌우측면
입니다”
그리고 다급한 음성은 계속되었다.
“서쪽 백마장원 200, 동쪽 남해문파 400, 남쪽 신강신문 400명
정도입니다. 총 일천이 넘어 보입니다“
그말에 악현상이 재빨리 결정하여 명령을 내렸다.
이미 머릿속에는 천무련의 효교십천중 불회강의 전위부대에 속하는 백마장원, 남해문파,
신강신문의 무공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백마장원은 죽음을 오히려 영광으로 알고 죽은 자의 대문에 대대
손손 영광스럽게 표기를 남기고 기리며 그 무공은 기괴독랄하다.
전통의 검문 남해문파 역시 검보가 낙서장으로 쓰일 정도로 검법이
발전하여 다양했고 기괴하나 웅혼하다.
달의 후예로 자처하는 신강신문은 하늘의 그믐달 같은 빠른
섬도를 사용한다.
“신강의 달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도법의 일가로 이미
무림에 자리를 잡은 섬도였다.
“천지우는 전면, 현황은 좌측, 일월은 우측 나머지는 중군
으로 이동, 별동대는 후미에 대기토록해요! ”
그녀가 무공의 특성상 10개로 분리한 천지현황우주홍황일월의 10개부대를 적의 무공에 상극이 되는 부대로
신속히 배치했다.
천지우는 곧 정공무공을 사용하는 남궁세가 본가 세력이 주축
이며, 전면을 치는 백마장원을 대적한다.
현황은 쉽게 움직이지
않으나 움직이면 산악을 가른다는 십대속가 세가의 수장인
청룡장이 주축이었으며 좌측의 남해검파를 저지한다.
불굴의 도객인 선씨세가와 금검보가 주축인
일월은 우측의 신강신문을 맡는다.
나머지 전력은 중군으로 편입되며, 후미의 별동대가 그녀의 비장
의 노림수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괴성이 허공에 가득하더니 쇠톱으로 머릿속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
“크아악!”
“끼아악!”
그리고 갑자기 여인을 닮은 산봉우리인 여인봉의 불빛이 우막을 뚫고 환히 남궁세가가 있는 곳을 향해
비추었다.
화악!
불회강!
불회강을 배로 건너는 연인들은 필경 맺어지지 못한채 죽거나 헤어
진다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 전설속에 물동이를 인채 뒤돌아보는 여인의 오지못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통한스런 눈동자
인양 기괴한 최면을 띈 붉은 빛은 사람의 심신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듯 했다.
그리고 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더욱 환히 밝아지더니 한순간 칠흑같이
깜깜해졌다.
일순 어둠속 눈앞 바로 지척에는 언제 등장했는지 병기를
든 낯선 무복차림의 무인들이 포진하고 있었으며 진법의 변화에
갑자기 당황한 남궁세가의 목숨을 일거에 노리며 공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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