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아득하고 벗들 하나 둘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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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십전공자의 자신있는 얼굴을 잠깐 돌아보던 남궁운적이
장의경을 향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백화장원에 언제 그러한 뛰어난 고수들이 탄생되었
는지 정말 놀랐소. 백화장원 일행들이 목전에서 모두 죽음을 두려워 하
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싸우며 돌파하던 장면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소. 더구나 장소저와 같이 싸우던 현의소저의 무공은 단연 발군으로
그 내력과 깊이를 측정을 불허할 정도였고 진형의 후미에 있던
남의 청년 역시 무공이 범상치 않았소. "
과묵한
남궁운적이 평소 남을 더구나 약관의 젊은이를 칭찬하지 않기에 모두가 놀라 그의 말을 주목했다.
"노부가 무림맹의 백영회의 젊은 기재들을 모두 알고 있으나 오늘 정말
영웅은 평범한 가운데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소. 아무튼
백화장원의 미래는 곧 남궁세가 전체의 미래이니 그런 인재들이
등장한 것은 세가 전체에 있어서 큰 홍복이오”
그 말에 주위에 서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장의경이
다시 허리를 숙여 사례를 했다.
"남궁운적대협님, 저희에게 과분한 칭찬입니다.그리고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곧 긴급 회의가 진행되었고 대문파의 대표들외는 결
과를 기다리며 회의장밖에 대기하고 있었다.
폭풍을 수반하는 바람이 밤하늘 달을 중천에서 동쪽으로 밀
고 가고 있었다.
ㅡ휘이잉!
하지만 패원고원의 숲을 스치는 바람이 내는 기이한 소리는 군웅들로
하여금 문득 자신들이 낯선 땅에, 생사의 전쟁터에 와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 뒤 나온 회의결과는 모두가 예상한 바와
같이 후퇴가 아닌 진격이었다.
더구나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오늘밤을 이용하여 구산오강의 무무지를
건너는 것이다.
이곳 계곡에서 멀리 보이는 높고 검은 산등성이를 넘어 전설
의 구산오강의 무무지를 지나면 바로 천무련의 총단지역이 나타
난다.
그곳까지 내일 정오무렵이면 충분히 도착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적도 역시 주력이 타격을 입었기는 마찬가지였
다.
서로가 전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본색원 천무련의
재기 가능성마저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편재가 다시 짜여 졌으니 총군사는 서군의 예군사가
맡게 되었다.
대장은 무당의 무진도장이었고 부대장은 소림의 혜광대사였
다.
그리고 청성, 개방, 곤륜, 화산, 공동, 아미, 점창파 등 유서
깊은 구대문파를 포함하여 오대세가를 위시하여 각 방파가
편재되니 그 수가 8천이었다.
각 문파의 빛나는 기치를 다시 세우드니 휘황한 달빛 아래
평원을 채우며 드러나는 그 위용은 그래도 단일세력으로서는 아직도 무림제
일이었기에 모두가 다시 사기가 되살아났다.
와아!
과거 은과 주나라의 구천오강 무무지의 전설에 해당되는 수
만명 충분한 피를 흘렸으니, 이제 그들 앞을 막을 천무련
의 정예도 더이상 없을 것이다.
한편 남궁세가는 대열의 후미에 배치되었기에 금검보와 선씨
세가 그리고 백화장원이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장의경이 십전공자와 선주선과 함께 돌아와 일행들에게 회의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때 배후에 있어 이정의 활약을 자세히 지켜보지 못한 십전
공자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그녀를 향해 물었다.
“앞서 남궁운적 대협이 백화장원에 절정고수들이 탄생한 것
을 이야기 했는데 불과 열 명 남은 장원 인원중 장소저를 제외
하고 또 누가 있단 말이오?”
그가 패잔병 몰골의 백화장원 일행들을 대수롭지 않다는
눈빛으로 오만하게 훑어보았다.
늙은이도 있고 정원지기 출신인 이정도 있었으며 그나마
2당주만이 눈빛이 형형했으나 그의 무위는 금검보의 은검
무사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남궁운적대협이 언급한 숨은 인물은 이정이에요. 그리고
악소저까지 포함한 것이죠”
그 말에 십전공자가 어이가 없어 했다.
“일개 정원지기가 하루아침에 어떻게 절대고수가 되오? 아마
어둠 때문에 모두의 눈이 착각한 것일게요”
그 말에 장의경이 가타부타 말이 없었으나 곁에 있던
선씨세가의 소가주 선주선 역시 단호한 어조로 거들
었다.
“이정소협이 우리 선씨세가의 목숨도 구했소. 백화장원과
함께 낙오되어 무상각의 대군 한 복판을 지날 때 그의 활
약이 없었다면 선씨세가의 인원은 지금 인원의 반에 반도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오!”
선씨세가 역시 이제 겨우 스물 남짓 남아 있었다.
선주선의 눈빛에 비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제 이름 없는 선씨세가의 무인들조차 자신들의 의견을
자신있게 피력했다.
“그렇소! 그의 과거 신분이 여하튼 그는 정말 목숨을 아끼지
않고 탈출로를 만들었소. 그 자리에 있던 자라면 누구도 그
말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오. 내가 강호에서 듣기로 대협이란
그 행동에 의해 불리어지지 그 사람의 과거 신분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었소. 그 때의 이정소협은 대협이라 불리워도 결코
손색이 없었소!”
“본인 장모 또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오!”
여러 사람들의 똑같은 말에 더 이상 십전공자가 토를 달 수 없
었다.
십전공자가 여전히 믿지 못하나 장의경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앞에서 남의 공을 시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얼굴빛만 울그락 붉그락 붉게 상기 되었다.
그때 마침 남궁세가 본가의 전령이 도착했고 전령이 십전공자와
선주선 그리고 장의경에게 남궁운적의 말을 전했다.
ㅡ반식경의 휴식뒤에 본대는 출발한다.
그리고 싸울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은 자들은 따로 모아 귀대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나니 백화장원의 마지막 남은 인원이 8명에 불과했다.
장의경 악현상 이정 2당주 조노인 그리고 반초명이라는삼십대 후반
의 무인과 천풍로와 정팔이라는 40대 중반의 무인이었다.
반초명은 큰 키에 협봉검을 쓰며, 천풍로는 땅땅한 체구에
특이하게 크고 작은 쌍검을 사용했고, 정팔은 보통 체구에도
풍뢰검이라는 무거운 철검을 사용했으며 모두 20년 이상 백화
장원에 몸을 담고 있었으며 백화검법을 병기에 맞게 나름대로
응용하여 익히고 있었다.
특히 천풍로와 정팔은 장의경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낯이
익었으니 피를 나눈 숙부처럼 친숙했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모여 앉으니 서로의 얼굴을 달빛 아래
살필 정도로 인원이 작은 것이다.
불과 여덟명
하지만 그들의 피에 젖은 모습을 보니 장의경의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장의경이 남궁운적이 그녀에게 한 이야기,곧 백화장원을 치하하는 말을 전하니
그들 모두가 더욱 사기가 북돋아졌다.
조노인이 그녀의 말에 흡족해 하더니 한마디 청을 했다.
"아가씨! 우리가 이겨 돌아가면 강건너 용천방 영역에도 객잔을
하나 지읍시다. 우리 연정루가 5층이니 이제 6층을 짓죠. 연정루와
바로 마주 보는 그 곳에 아름다운 6층 누각을 짓고 이름을
도룡루라 하여 용천방을 이긴 것을 기념합시다. 그리고 이 번
정사대전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누각 앞 푸른강변이 잘 내려다
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기리며 죽은
이들 수만큼의 살구나무를 심지요. 이늙은이는 은퇴하면 마치 백거이의
시마냥, 푸른강변과 살구나무 숲이 그 곳이 내려다보이는 창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함께 늙어가는 술독을 벗삼아 지내고 싶소이다"
그가 그리고 창노한 음성으로 한 소절의 노래를 읆조렸다.
“고향은 아득하고 벗들 하나 둘씩 떠나가니, 무상(無常)은 휘장을
반쯤 걷은 전각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함께 늙어가는 술독을 바라
보게 하는구나!”
나이가 가장 많이 먹은 그가 살아있고 보다 젊고 왕성한 동료들은
저 세상으로 간 것에 비감과 함께 적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었다.
본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나 그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노래 속에 그 울분과 비감이 깃들어 있었다.
"예, 그래요"
장의경 역시 조노인의 비감어린 감정을 알기에 선뜻 승락을 했고 그 말에
조노인이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모두가 죽은 이들 생각에 또 다시 좌중은 숙연해졌다.
그러나 밤이 없었다면 인간은 우주를 발견할 수 없었듯이 이
싸움이 없었다면 백화장원은 쇠퇴의 숙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본래 살구나무는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낙화유수라! 꽃은 먼저 피어났다 강을 따라 낙화로 흘러가니
그래서 백화장원 인근 지역에서는 젊어서 먼저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어린 살구나무를 심었다.
연연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사람은 비록 죽어 없으나 장의경과 조노인이 심은 복숭아 붉고
흰꽃은 철이 되면 새로 피어나니, 그때 마다 백화장원의 후세들은
과거 정사대전에서 백화장원의 장래와 부활을 위하다가 죽은
이들을 기억할 것이다.
강물은 생명을 나눈다.
꽃들 속, 과일 속, 남과 그리고 내안에서 생명을 같이 나누는 것이다.
본래 산자도 죽은 자도 한 덩어리가 되어 물결에 흘러간다.
강은 모든 사람들을 회귀시킨다.
죽었던 그리운 사람들이 되살아나서 물에서 걸어 나와
반가이 맞는 곳이었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의미 있어
보일 때, 봄날 민들레의 노란꽃이 감동으로 가슴속을 꽉채우고
어린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 물보라 모양 커다란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을때, 사람들은 비로소 강으로 돌아와서는 그리운
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먼 옛날 먼저 죽은 가까운 이들이 웃으며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곁에 다가와 두 손을 잡아준다.
혼자 남아 세파를 꿋꿋이 이겨온 그를 오히려 위로해 주고 눈
물을 씻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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