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용의 계
천무련(天武聯)은 십여년전 강남무림의 흑도를 통일한
거대세력이었고, 강남무림맹에 필적하는 통일된 세력이었다.
그리고 그 통일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정도무림과 충
돌했고 서로가 많은 사상자를 낸후 형식적이나마 평화협정을
맺었다.
지금 두 세력은 십년 동안 불안한 평화를 그런대로 이어가
고 있었다.
백화장원의 수석당주인 독고상남이 십전공자의 말을 받아
의문을 표시했다.
“흑도의 대연합체인 천무련은 무림맹과 긴 전선을 이루고 있
고 이곳 항주일대는 본장 관할인 남천 포구를 지나는 유하강
을 경계로 서로 대치를 이루고 있소.
그러므로 천무련은 결코 본장과 본장의 관할을 빼앗으려는
용천방의 싸움에 개입되어서는 아니 되오. 만일 개입한다면
천무련과 강남무림맹간의 10년간의 평화가 분명 한 순간에
사기그릇같이 깨어질 것이오”
그 말에 십전공자가 냉랭하게 말했다.
“남천 포구는 귀장뿐만 아니라 항주의 모든 세력에게 주요한
의미가 있소. 관부에서는 조만간 남천 포구를 조세와 규제가
현저하게 감면된 자유항으로 만들 눈치이고 무엇보다 공공연
한 비밀이라 다들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이미 최근에 알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관부는 외국 무역상에게 대륙과 동해를 잇는 항주와 소주
특히 항주의 남천 포구영역에서 보다 자유로이 무역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
물론 소금과 비단과 화약도 일부 승인된 부분에서 자유로
이 거래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 백화장주는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듣고 있었
고 수석당주인 독고상남이 마치 대변인인듯 말을 하고 있었
다.
“천무련이 개입된다면 본장원의 본가인 남궁세가가 당연히 개입할 것
이오. 결국 싸움은 본 장원과 용천방과의 싸움을 벗어나 결국 강
남무림맹과 천무련과의 대대적인 싸움으로 비화될 것이오”
십전공자가 이견을 말했다.
“본가인 남궁세가는 백화장원의 남천 포구에 대해 천무련과의
전쟁과 평화를, 실익과 명분을 저울질 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이라는 말도 있으나
사소취대라는 말도 있소. 곧 본가인 남궁세가는 싸움이 여의치않으면 백화장원을 포기할수도 있소.본가의 힘에 의지하기
전에 나름대로의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오. 천무련은
너무 거대한 적이오”
이제 실내에는 십전공자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
다.
“금검령의 정보에 의하면 용천방에 있는 천무련의 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소. 그들이 폭풍과 같이 발동하는데는 오래지
않을 것이오. 적어도 중추절까지에는 그들 역시 모두가 맡은
임무를 끝내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할 것이오”
백화장주가 마침내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용천방의 배후가 천무련이라는 사실 외는 본장도 현 상황을
신중하게 파악하여 대책을 세웠네. 그리고 금검보의 금검신군
온불군 보주는 이에 대해 무어라 말했는가? 혹시 자네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왔는가? ”
십전공자가 대답했다.
“상책은 아닐지라도 계략중에 나를 크게 하여 적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하는 위용의 계가 있습니다. 바다에는 배에 공기를
불어넣어 자신을 크게 하여 상대를 두렵게 하는 물고기가 있고,
맹수나 독수리 또한 강한 적에게 털을 빳빳이 뻣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장은 생일 연회에 많은 군웅들을 초빙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암중에 본가인 남궁세가와 천무련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위용의 계략은, 과거 한 사찰에 폭도들이 침입했으나,
주지스님이 법의를 걸치고 위엄이 넘친 태도를 취한지라 폭
도들이 그 위엄에 어려움을 알고 물러간 고사였다.
그렇게 천무련에서 백화장원의 힘을 현재보다 몇배 더 크게
사전에 인식시켜 당장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장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다르지만 며칠전 이미 많은 방파에 초대장을 보낸 바이네.
그리고 본가인 남궁세가의 사람들도 적어도 이틀 뒤에는 도착할
것일세. 그러나 천무련의 고수들이 개입되는 것은 어제까지만도
예측을 하지 못했고 본가에서도 그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네“
".....“
"그래서 오늘 저녁이라도 당장 본가에 사람을 보내 이야기 하겠네.
그리고 그에 대해 다시 의논할 것이네“
본래 백화장원에는 두 명의 오성이 뛰어난 천재가 있다 했다.
소장주 장명휴와 수화검 장의경이었다.
십전공자도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이야기중에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곤 했다.
그러나 소장주인 장명휴는 두 눈을 반개하고 마치 바둑판상의
싸움을 응시하듯 했고 장의경은 표정도 변화 없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장주인 부친이 하는 말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다.
백화장원은 어른은 아랫사람을 위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경하며 말하는 자리에서도 어른이 묻기 전에는 그 말
한마디도 신중하고 조심하는 것이었다.
백화장주가 마지막으로 심정을 피력했다.
“아뭏든 이번 중추절이 되기 전 숙적인 용천방과의 싸움을
끝낼 것일세. 그날 이후 항주에는 백화장원이나 용천방 둘 중
하나만 존재할 것일세. 그러기 위해서는 본가와 무림맹이
천무련의 개입을 막아주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네. 금검보에서는
이점에 있어서도 도와 주기를 부탁하네”
“예, 소생이 힘닿든 데까지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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